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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

       미하일.

       

       

       은색의 머리카락과.

       168cm의 작은 키.

       백옥같은 피부를 가진 미소년이다.

       

       

       정의로운 성격.

       잘생긴 외모.

       얇은 미성의 목소리.

       

       

       여성 독자들이 좋아하는 모든 요소의 정수인 미하일은 듬직한 떡대를 가진 황태자와 루인과 상반되는 매력을 보여주는 캐릭터였다.

       

       

       패도적인 매력을 가진 황태자와 양아치 같은 루인과 달리 ‘힘’은 약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정의로운 신념과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 캐릭터로 사이다와 동시에 고구마를 담당하는 소설에 중요한 캐릭터였다.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악역을 용서해주고, 소설 후반에 친구였던 놈을 잘못된 흑화하게 만들고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려서 여주인공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는 정직과 정의밖에 모르는 발암 캐릭터.

       

       

       그게 내가 기억하는 미하일이자, 미하일에 대한 평가였다.

       

       

       미하일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확실한 건 나는 미하일을 좋아하지 않다는 거고 미하일 역시 나를 좋아하지 않다는 거.

       

       

       아가씨와 내가 미하일의 1학년의 절반을 망쳐버렸고, 미하일은 아가씨를 망가뜨렸으니까.

       

       

       나도 싫어했고.

       미하일도 싫어하는 쌍방의 관계.

       그게 미하일과 나의 관계였다.

       

       

       *

       

       

       달빛을 머금은 은발의 남자가 살기를 내뿜으며 내게 다가오고 있다.

       

       

       도망가는 부랑아를 한번.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나를 보며 두 번.

       그리고 검에 묻은 혈흔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고 세 번.

       

       

       미하일은 서슬 퍼런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개자식이….”

       

       

       비속어를 뱉는 미하일.

       오랜만에 보는 친우에게 그런 말을 하고 싶을까. 반갑다는 인사는 못 할망정 말이지.

       

       

       냉랭한 태도에 한숨을 뱉고, 나는 도망가는 부랑아를 향해 검기를 날렸다. 계산은 확실하게 해야 하니까.

       

       

       ‘끄악…’ 골목 너머에서 비명이 들려오자 미하일은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당장에라도 달려오기 위해서 자세를 잡는 것 또한 눈에 보였다.

       

       

       무감정하게 검을 휘두르는 내게 미하일은 소리쳤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조용히하세요.”

       “뭐 하는 짓이냐고…!”

       “늦은 시간이지 않습니까.”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왜 미하일에 이곳에 왔는지.

       미하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예상은 가지만 확실하게 알기 위해 본인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혼자서 생각하는 것보단 본인 입으로 듣는 게 정확하니까.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미하일에게 말했다.

       

       

       “미하일씨, 진정하세요.”

       “이 꼴을 보고 나보고 진정하라고…?”

       “제가 피해자일 수도 있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엄청 섭섭한데요. 제가 얼마나 연약한 사람인데.”

       

       

       차가운 눈빛이 오갔다. 나는 네가 싫다. 나도 네가 싫다는 뜻을 담은 인사가 적막한 골목길을 채워갔다.

       

       

       나는 미하일에게 물었다.

       

       

       “이곳에 어쩐 일입니까. 제국에서 가장 바쁘신 유명 인사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 오셔도 되는 겁니까.”

       “나도 네가 살고 있는 곳에 오기 싫었는데… 살려달라는 비명을 들어서. 그럼 너는 이곳에서 뭐 하고 있는 거지?”

       “음… 청소?”

       

       

       청소라는 단어에 미하일은 스릉 검을 뽑았다. 사람을 쓰레기로 비유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나름 순화해서 말한 건데 검을 뽑는 미하일의 모습이 섭섭하게 느껴졌다.

       

       

       나는 미하일에게 경고를 담아 말했다.

       

       

       “감당할 수 있겠어요?”

       

       

       멈칫.

       

       

       미하일은 검을 뽑는 것을 멈추고 나를 봤다. 내 말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여기는 사람도, 중재를 해주는 아가씨도 없다. 평화와 질서를 사랑하는 아카데미도 아니었고.

       

       

       오로지, 미하일과 나 둘만이 적막한 골목길에 서 있었다.

       

       

       내 질문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도발과 간단한 대련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협박이 짧은 한마디 속에 담겨있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내가. 실수로 미하일을 크게 다치게 할 수도 있으니까.

       

       

       오러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대를 가지고 진심을 다하는 건 검사답지 못한 행동이지만, 기분이 더러운 지금의 나에게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미하일만 보면 아가씨가 생각이 나니까.

       

       

       침대에 누워계시는 아가씨가 생각나고, 아가씨를 매몰차게 대했던 그때의 미하일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니까.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보기보다, 나는 멘탈이 약하다.

       

       

       패드립에도 내성이 있고.

       나에 대한 욕도 그럭저럭 넘겨들을 수 있는 대인배지만, 미하일의 입에서 아가씨의 이름이 나오면 서브 남주인공이고 뭐고 부숴버릴 것 같으니까.

       

       

       그래서 물어봤다.

       

       

       감당할 수 있냐고.

       

       

       지금 싸우면 정도라는 걸 두지않고 사정없이 팰 것 같으니까. 놈의 얼굴을 보는 것도 솔직히 거북하고 당장에라도 이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대로 도망간다면 미하일은 경비대에 신고하거나 이상한 오해가 더 쌓일 것 같아서 화를 참고 물었다.

       

       

       안 그래도 세계관 최강자가 될 사람에게 미움이란 미움을 다 받는 우리인데, 괜한 말로 자극했다가 완결이 된 시점에서 그에게 쏟아질 원망이 두려웠으니까.

       

       

       그래서 이 자리에 화를 참으며 있는 거고, 미하일의 어설픈 도발에 어울려주고 있는 거다.

       

       

       미하일은 검을 뽑았다.

       

       

       “감당할 수 있냐고?”

       

       

       진심을 담은 걱정이 닿지 않은 것 같다.

       

       

       푸른 칼날을 빛내며 천천히 내게로 다가오는 미하일. 중얼거리는 미하일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린다. ‘신체 가속. 근력 강화. 보호막’ 전투 보조 마법을 준비하는 미하일의 모습에 나는 검을 꽉 쥐었다.

       

       

       ‘얌전히 갔으면 좋겠는데…’

       

       

       미하일의 몸은 작게 빛났다.

       주변에 흐르는 마나 때문에 머리카락은 들썩이며, 후우. 거친 숨을 들이마시는 미하일의 모습이 같잖게만 느껴졌다.

       

       

       실망했다고 해야 할까.

       

       

       예상한 만큼의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은 미하일의 무위에 실망이 가장 먼저들었다. 지금 쯤이면 무영창으로 강화마법을 사용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못 하고 흥분해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 또한 어설펐다.

       

       

       이래가지고….

       

       

       이번 이벤트를 성공하지 못할 것 같은데…

       

       

       미하일은 검 끝을 내게 향하며 말했다.

       

       

       “너는 변한 게 없어. 약한 사람을 괴롭히고 살인을 밥 먹듯이 하는 게…”

       “사람은 원래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줏대 있게 살아야죠.”

       “그런 줏대는 필요 없어. 남을 괴롭히고 용서할 줄도 모르는 고집은 악한 거니까.”

       “누가 보면 신부님인 줄 알겠습니다. 계속 용서. 용서하시는데. 그쪽은 그럼 저희를 용서했습니까?”

       

       

       까득. 미하일의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는 선을 넘었어.”

       “선을 넘어도 용서해주는 게 미하일 아닙니까. 인종 차별 하는 것도 아니고.”

       “말 장난하지마.”

       “저도 장난칠 기분이 아니랍니다.”

       

       

       미하일은 내게 따지듯이 말했다.

       

       

       “청소라고 했지… 저 불쌍한 사람들은 괴롭히는 것을 청소라고 한 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미친놈’이라 중얼거리는 미하일. 그는 내가 증오스럽다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카데미에서도 본 적 있는 눈.

       

       

       나와 미하일이 본격적으로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던 그 날의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실망이 가득했고 너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말했던 지난날의 모습이 생각났다.

       

       

       -죽인 거야?

       -…어쩔 수 없었습니다.

       -네가 죽인 거냐고 묻잖아!

       -…죄송합니다.

       

       

       안 좋은 기억이다.

       

       

       미하일은 따지듯이 내게 물었다. 여전히 차가웠고 나에 대한 증오와 원망만이 가득했다.

       

       

       “너는 항상 그랬어…. 마음에 안 들면 죽이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처절하게 밟아놓고.”

       “사정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아니, 너는 달라. 정도가 없고 선을 넘어.”

       

       

       단정 짓든 말하는 미하일에게 나는 작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가만히 서서 미하일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면 날이 셀 것 같아서 진심과 도발을 섞어서 말했다.

       

       

       “그럼 미하일은 제 이야기를 들어준 적이 있나요?”

       “뭐?”

       “아카데미에서도 지금도 똑같이 몰아가고 있잖아요. 제가 왜 그랬는지 묻지도 않고 보이는 게 나쁜 거면 나쁘다고 하는데, 어차피 나쁘게 보일 거 악하게 사는 게 좋지 아니겠습니까.”

       “또…”

       

       

       

       나는 부랑아들이 사라진 깊은 골목을 보며 말했다.

       

       

       “저 녀석들이 착한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착하지는 않아도 불쌍한 사람인 건 맞잖아.”

       

       

       “사람을 죽였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한 짓을 했을 수도 있고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잖아.”

       

       

       나는 기가 찬다는 듯 웃음을 뱉었다.

       

       

       “불쌍하다고요?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적어도 약자를 괴롭히는 너보다 불쌍한 것 같은데.”

       “유리아가 저 녀석에게 위험한 일을 당했다면 그런 말 할 수 있겠습니까?”

       “뭐?”

       “유리아에게 못 들었습니까?”

       

       

       미하일은 검을 잡았다. 개소리하지 말라고 지껄이는 미하일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한결같이 보고 싶은 거만 보는 머저리.

       

       

       나는 검을 들고 다가갔다.

       

       

       오해를 풀기는 틀린 것 같다.

       

       

       무슨 소리를 해도 들어주지 않을 것 같고, 정의. 동정. 용서가 머릿속에 가득한 녀석과 이야기를 계속하면 선을 넘을 것만 같았다.

       

       

       나는 내게 소리치는 미하일을 보며 말했다.

       

       

       “닥치세요. 시끄럽습니다.”

       

       

       붉은 오러가 검을 감싸고 숨막히는 위압감이 미하일을 덮는 순간.

       

       

       미하일의 시야는 암전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약속했던 연참은…
    다음 기회에 해야할 것 같습니다!
    맛있는 에피소드가 있을 때, 연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닷!

    [후원 감사]

    비공개로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요즘 휴재의 요정이 기승을 부리려고 하는데, 관짝에 가둬놓도록 하겠습니다.
    후원 감사하며, 재미있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Raigon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지루한 군생활에 도움이 되었다니, 기분이 좋네요…! 군생활 힘드시겠지만 노벨피아에서 신나게 즐기면서 보내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항상 건강의 요정과 전역이 빨리 오는 순삭의 요정이 함께하기를 빌겠습니다!

    헤엄치는 새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50화를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기세를 노려 100화 150화 200화까지 달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억선장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유리아파가 계시다니, 이거 정말 귀하군요.
    앞으로 이어질 에피소드에서 유리아파가 과연 살아남을 지 모르겠습니다.
    개같이 떡상할 수도 있고, 떡락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성공한 투자이기를 바라며!
    후원 감사합니다!

    나헤마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꼬르륵 죽는 일은 없기에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갔습니다!
    응원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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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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