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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

       

       

       

       

       

       51화. 악몽이어라 ( 2 )

       

       

       

       

       

       제국에 돌림병이 창궐하고, 사람들이 이유 모를 역병에 신음할 때.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깊고 어두운 곳에 역병의 원인이 있었다.

       

       고이다 못해 썩어 버린 지하수로의 깊은 곳, 이제는 그 존재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장소.

       

       

       찍ㅡ찌직ㅡ

       

       

       날카로운 이빨 부딪치고, 물웅덩이를 첨벙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무수한 수의 존재들이 기어 다니며 불길한 안광을 빛냈다.

       

       

       찌직ㅡ!

       

       

       썩은 하수도의 물보다 역겨운 냄새가 가득했다. 시체 썩어가는 냄새, 각종 오물과 폐수가 한데 어우러져 부패하는 역병의 향기.

       

       그들의 존재 자체가 역병이었다.

       

       날카로운 손톱에는 병균과 고름이 들끓고, 이빨에는 치명적인 독과 다름없는 침이 가득했으니.

       

       그들이야말로 제국의 역병이었다.

       

       

       찍ㅡ찌직!!

       

       

       썩은 몸을 이끌고 움직이는 무수한 역병쥐의 떼. 파도치듯 움직이며 그 수를 자랑하던 쥐들이 이윽고 한 곳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마치 해안가를 덮치는 거대한 파도처럼.

       지상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저주의 씨앗이ㅡ

       

       피어오른다.

       

       

       

       

       ——

       

       

       

       

       “이런…”

       

       

       데모닉은 깊은 침음을 삼켰다. 악마병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갑작스럽게 쓰러진 황제. 다행히 루엘 사제가 신성력으로 발 빠르게 조치한 덕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황제가 쓰러진 이유가 문제였다.

       

       

       “정말 사실입니까? 율리우스님께서 악마병… 이라는 것에 걸리셨다구요?”

       

       “네, 지금 황태자님의 몸 안에는 악마병의 씨앗이 있어요.”

       

       “그런, 그런…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럴 수는 없어요!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황제가 쓰러졌다는 사실에 다급히 뛰어온 재상. 그는 자신보다 한참 작은 루엘 사제를 향해 매달리는 듯 물었다.

       

       그럴 리 없다는 듯, 제발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 달라는 듯.

       

       루엘의 눈이 침대에 죽은 듯 잠자는 사내아이를 향했다. 옅은 홍조를 띠고 조용히 잠자는 아이.

       그 누가 이 작은 몸 안에 끔찍한 저주의 씨앗이 있다고 믿을 수 있을까.

       

       

       “… 확실해요. 지금 황태자님의 몸 안에는 저주의 씨앗이 있어요. 그것도… 제법 크기가 커요.”

       

       당장이라도 발아가 시작될 정도로ㅡ

       

       

       루엘의 떨리는 목소리가 재상에게 현실을 고했다. 재상은 눈을 질끈 감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을 정리하려는 듯,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이윽고 재상이 눈을 떴다. 혼란이 가라앉은 듯 다소 차분해진 눈빛. 하지만 목소리는 깊게 가라앉고 갈라졌다.

       

       

       “데모닉경, 제국에서 무엇하면 되겠습니까.”

       

       “우선 간이 수용소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저와 케니스에게 병사들을 조금 주시기 바랍니다.”

       

       “간이 수용소… 환자들을 따로 격리하시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저주에 걸린 이들은 씨앗이 발아하면 서로를 향해 다가가서 합치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를 막으려면 서로 멀리 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관리가 불가능하니… 최대한 튼튼하고 작게, 한 사람만 들어갈 정도면 됩니다.”

       

       “비인도적인 수용소가 되겠군요.”

       

       “하지만 필요한 일입니다. 루엘 사제는 이곳에서 황태자님을 보살펴 주겠나?”

       

       

       데모닉은 루넬을 바라봤다. 가늘게 떨리는 루엘의 작은 어깨, 하지만 샛별의 지팡이를 꼭 잡고 놓치지 않았다.

       

       

       “아, 아마도ㅡ 지팡이의 힘을 쓰면 발아를 조금 늦추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치료할 수는 없어요. 씨앗이 너무 깊게 파고들었어요.”

       

       “그러면 씨앗이 더 작은 수준이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겁니까?”

       

       

       재상이 루엘의 어깨를 붙잡고 외쳤다.

       절벽에 매달린 이가 제 앞에 놓인 밧줄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 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꺅! 아으읏! 아파, 아파요!!”

       

       “아, 죄송… 죄송합니다 루엘 사제님. 제가 너무 급한 나머지 그만…”

       

       “하으으ㅡ”

       

       

       재상은 황급히 손을 뗐지만, 그녀의 여린 어깨에는 붉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루엘의 눈망울이 그렁거렸다.

       

       하지만 씩씩하게 코를 한번 킁ㅡ하고 다시금 재상을 바라봤다.

       

       

       “못해요… 씨앗이 작아도 치료 못한다구요. 무슨 수를 쓴 건지 씨앗이 사람 몸 안에 딱 붙어서 떨어지지가 않아요. 저도 샛별의 지팡이가 있어서 늦출 수 있는 거예요.”

       

       

       재상은 손으로 눈가를 덮었다.

       

       스툴투스, 스툴투스…

       

       

       ‘도대체 너는 제국에 어떤 역병을 몰고 온 것이냐.’

       

       

       꾸드득ㅡ하고 재상의 주먹이 거칠게 떨렸다. 이윽고 데모닉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데모닉경, 간이 수용소는 당장 제작할 수 없습니다. 급한 대로 감옥을 비우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한시가 급한 상황이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데모닉은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지금까지 확인된 환자들의 수만 하더라도 100명 남짓.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고위 귀족층이라는 것이다.

       

       

       ‘제국이 크게 흔들리겠군.’

       

       

       물론 이 사태를 무사히 넘겼을 때의 이야기다. 그걸 위해서 자신들이 온 것이고.

       데모닉은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케니스는 나와 함께 환자들을 수습하고, 프리가는… 성도에 전령으로 보내야겠군. 조용히 움직이는 의미가 없어졌다.’

       

       

       그들의 예상보다 훨씬 시간이 촉박했다. 어린아이의 씨앗이 저 정도라면… 성인 기준으로는 앞으로 사흘이나 남았을까.

       

       

       ‘시간이 없구나 시간이…’

       

       

       나흘이라면 빠듯하게 움직여야 한다. 우선 당장 환자들을 수습하는 것부터 시작ㅡ

       

       

       콰앙ㅡ!

       

       “크읏!”

       

       

       황궁이 흔들릴 정도의 거대한 폭발. 한차례 휘청거린 데모닉은 반사적으로 뛰쳐나갔다.

       일행과 합류해야 한다.

       

       

       “케니스! 프리가! 5호! 모두 나와라!”

       

       ㅡ쾅!

       

       “여기 있습니다!”

       

       

       데모닉의 외침을 들은 케니스가 문을 박차고 뛰쳐나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임에도 침착한 눈빛을 띠고 있었다.

       

       

       “프리가는!”

       

       “창문으로 나가셨어요! 5호는 애초부터 없었구요!”

       

       “이런… 알아서 잘할 사람들이니 됐다! 우리끼리 움직인다!”

       

       “예!”

       

       

       데모닉과 케니스는 복도를 가로지르며 빠르게 뛰어갔다. 데모닉은 케니스와 나란히 달리면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감상에 빠졌다.

       

       

       ‘… 그녀와 이단들을 소탕할 때가 생각나는군.’

       

       

       옆에서 흔들리는 붉은 물결의 머리카락 때문일까, 같은 아비로서 끔찍한 상황에 부닥친 황제를 봐서일까.

       

       데모닉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생각을 털어냈다. 지금은 추억 따위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ㅡ찌익!! 찍!! 찌직!!

       

       – “으아악!! 괴물이다!! 괴물!!”

       

       – “어흐윽… 아파… 아파요 엄마.”

       

       – “죽어, 죽어!! 미친 괴물 새끼들!!”

       

       

       대로는 아비규환이었다. 성인 크기의 거대한 쥐떼가, 검은 물결을 만들며 거리를 휩쓸고 있었다.

       

       

       “미친…”

       

       

       새까만 쥐는 온몸이 부패하고 썩어 피부가 벗겨지고, 선홍빛 근육에 구멍이 뚫려 뼈까지 보였다. 번들거리는 붉은 눈동자에는 광기만이 가득했고, 채찍처럼 꼬리를 휘둘러 인간을 사냥했다.

       

       

       척ㅡ척ㅡ척ㅡ!

       

       혼란의 한복판에서, 규칙적인 발소리가 들려왔다. 제국의 자랑이자 방패, 제국의 심장을 지키는 강철 군단이 발 빠르게 나타났다.

       

       

       “모두ㅡ! 방패를 들어라! 저 역겨운 괴물들을 향해 무기를 들어라!”

       “”핫!!””

       

       

       우렁찬 기합과 함께 일제히 방패와 창을 들어 올렸다. 드넓은 대로를 가득 채운 방패의 벽이 세워졌고, 사이사이로 서슬 퍼런 창날이 튀어나왔다.

       

       병사들의 뒤로 시민들이 있었다. 방패를 들어 올린 병사들의 정면으로 다가오는 거대한 쥐의 물결.

       

       

       “모두ㅡ!”

       

       

       이윽고

       

       

       “버텨라ㅡ!”

       

       

       거대한 파도가 방패를 휩쓸었다. 

       

       

       ㅡ콰앙!

       

       

       생물과 강철이 부딪혔는데, 그 소리는 거대한 파도와도 같았다. 방패를 들어 올린 병사들의 얼굴에 핏줄이 솟아오르고, 점차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찔러어!!”

       

       

       기계적으로 찌르는 창에는 검붉은 피가 가득했다.

       

       

       “조금만 더ㅡ! 조금만 더 버텨라!! 기사들이 나설 것이다!!”

       

       

       지휘관의 필사적인 고함. 병사들은 안간힘을 다해 버텨 냈다. 방패를 미친 듯이 긁어대는 쥐의 발톱이 느껴진다. 하악거리는 쥐의 괴성이 코앞에서 들려왔다.

       

       마치 태산이 그들을 짓누르는 듯했다. 영겁같은 찰나의 순간이 흘렀다.

       

       이윽고ㅡ

       

       

       “전군ㅡ!! 돌파한다!!”

       

       

       거대한 쥐의 물결을 가르는, 기사들의 돌격이 시작됐다. 방패의 벽을 넘어서 뛰쳐나간 제국의 기사들.

       

       병사들은 새까만 물결을 막는 벽이 되었고, 기사들은 물결을 가르는 창날이었다.

       

       

       “돌격! 돌격해라!! 절대 멈추지 마라!!”

       

       

       용맹한 지휘관의 소리가 울려 퍼지고, 거침없이 달리며 쥐를 밟아 터뜨렸다. 파도가 갈라지듯, 쥐 떼의 가운데를 가르며 달렸다.

       

       

       찌익! 찍ㅡ 찌익!!

       

       

       칼질 한 번에 네다섯 마리의 쥐들이 조각나고, 발길질 한 번에 쥐가 터져 나간다.

       신성력의 도움 없이 순수한 인간의 힘으로 극한까지 단련한 기사들은 그 육체가 강력한 무기였다.

       

       

       “후우ㅡ 후우ㅡ”

       

       

       그렇게 기사들이 일방적인 살육을 이어 나가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초인같은 기사들이 거친 숨을 내쉴 때쯤, 마침내 대로를 가득 채웠던 쥐떼가 그 일부만이 남았다.

       

       

       “… 해치웠나?”

       

       

       병사들 사이에서 누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끝인가? 전부 해치웠나?

       

       

       ㅡ콰아앙!! 콰앙!! 쾅!!!

       

       

       얕은 희망을 박살 내듯, 수도의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들려오는 폭발음. 땅에서 하늘로 새까만 물결이 터져 나왔다.

       

       역병쥐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물결이 솟구친다. 얼추 보기에도 그 양은 방금 전의 곱절… 어쩌면 그 이상.

       

       

       “맙소사…”

       

       “여섯 신이시여 제국을 살피소서…”

       

       

       기사들 사이에서 누군가 속삭였다.

       

       부디 신께서, 제국을 보우하시길.

       

       

       

       

       

       ******

       

       

       

       

       

       “… 얘는 어디까지 달리는 거야?”

       

       한 캔으로 시작한 맥주가 벌써 3캔째다. 화면 너머의 이스칼은 열심히 말을 타고 계속 달리고 있었다.

       

       그사이에 밤낮이 바뀌기도 했는데… 딱히 바뀌는 건 없었다.

       열심히 말을 타고 달려가기만 했지. 슬슬 물리는데.

       

       

       “그만 꺼야겠네.”

       

       

       이렇게 말 타고 이동하는 주민은 처음 봐서 좀 구경해봤는데, 풍경만 변하고 도시도 안 나오고. 그냥 꺼야겠다.

       

       

       삥뽕ㅡ!

       

       

       게임을 종료하려는 찰나, 화면을 가리는 메시지창. 뭔가 알람이 떴다.

       

       

       “뭐지?”

       

       

       《마수 토벌 3 스테이지 보스 레이드 조건 충족!! 지금 도전하시겠습니까?》

       

       

       “뭐야, 3스테이지는 레이드 조건이 있었어?”

       

       

       2 스테이지 보스 레이드의 랜덤 인카운트 이후에 레이드라면 학을 뗐다. 그래서 한동안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3 스테이지는 조건이 따로 있었던 모양.

       

       

       “음…”

       

       

       잠시 고민에 빠진다. 앞에서 탱커할 녀석도 있고, 스킬도 뭐… 저번에 사둔 것도 있다.

       

       하지만…

       

       

       “내일 해야겠다.”

       

       

       내일은 월급날이고, 혹시나 새로운 스킬이 필요해서 살 수도 있으니까.

       

       급할 건 없잖아?

       

       나는 그대로 게임을 종료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헤엄치는 새’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WA!! 50화!! 벌써 50화라구요…?? 시간 참 빠르군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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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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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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