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1

       무대가 끝나고 백스테이지로 돌아가자마자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아…, 하아….”

         

       그동안의 피로, 긴장감 등등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했다.

         

       두근.

         

       무대가 끝난 지 이미 몇 분이나 지났음에도 가슴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그럴 만도 했다.

         

       이번 무대는…, 내가 일반인 관객들 앞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라이브 무대였으니까.

         

       무대가 끝난 지금도 이리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무대를 하는 도중에는 오죽했겠는가.

         

       ‘무서웠어….’

         

       나를 향한 시선들과 환호.

         

       그 거대한 파도와도 같은 외침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해냈다.

         

       그리고….

         

       ‘재밌었어.’

         

       그동안의 고생이 하나의 추억으로 느껴질 만큼 즐거웠다.

         

       이는 나뿐만 그런 게 아닌지 다른 팀원들이 헉헉대면서도 상기된 얼굴로 내 주위에 모였다.

         

       “다들…, 다들 고생 너무 많으셨어요…!”

         

       그중에는 이제 다음 경연부터는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리는 팀원도 있었다.

         

       “그동안…, 흐윽…. 너무 즐거웠는데…, 뭔가 아쉽네요. 흐윽.”

         

       “에이, 언니. 우리가 다음에 같은 팀이 아니라 해도 이제 더 못 보는 것도 아닌데 울지 마요~”

         

       그런 팀원을 박유정이 위로하며 몸을 안아주던 그때였다.

         

       낮은 등급의 팀원 중 한 명이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조금 김이 새는 이야기를 꺼냈다.

         

       “근데 저희…. 잘한 거 맞을까요? 물론 잘한 것 같긴 한데…, 혹시라도 하위 6팀 안에 들기라도 한다면….”

         

       “…….”

         

       “…….”

         

       그녀의 말에 분위기가 조금 쳐졌다.

         

       하지만 이 말을 꺼낸 그녀의 심정도 이해가 가긴 했다.

         

       그녀는 혹시라도 우리가 하위 6팀 안에 들기라도 한다면 거의 무조건 탈락일 테니까.

         

       그보다 우리가 잘한 게 맞냐니….

         

       “…….”

         

       나도 그녀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는 못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고 개인적으로 완성도 높은 무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가 첫 번째 순서이기도 해서 다른 무대와 객관적으로 비교도 어렵고 관객이 우리 무대를 어떻게 봤는지 정확히 확신은….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부정적인 생각이 조금 들던 그때였다.

         

       “저희가 잘했냐고요? 아니, 언니는 바보예요? 그 멍청한 질문은 뭐예요?”

         

       우리 팀의 막내이자 리더인 서유진이 한심하다는 표정과 함께….

         

       “지금 저 소리가 안 들려요?”

         

       무대 쪽을 가리켰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쪽에서는….

         

       “꺄아아아악-!”

         

       “미쳤어-!!”

         

       “너무 잘했다-!!”

         

       “앵콜-!!”

         

       아직도 관객들이 우리를 부르짖고 있었다.

         

       “하예린 너무 예뻐-!!!!”

         

       “이혜정 화이팅-!!!”

         

       “언니들 너무 잘했어-!!”

         

       그들은 우리의 우려를 듣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에게 너무 잘했다고 소리쳐주고 있었다.

         

       두근.

         

       그 외침을 들으니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함과 동시에 확신이 들었다.

         

       “유진이 말이 맞네.”

         

       “…….”

         

       “우리…, 이번 무대 엄청 잘했나 봐.”

         

       내 말에 팀원들이 나를 보고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언니, 그거 아세요?”

         

       “음? 뭐?”

         

       “언니, 방금 엄청 크게 웃으셨어요. 그것도 아주 활짝.”

         

       “…뭐?”

         

       그 말에 나는 곧바로 내 입가를 만져 보았다.

         

       이미 의식을 해서인지 내 입가는 원래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다.

         

       하예린의 몸으로 태어난 후로 제대로 웃어 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내게서 차가운 무표정은 디폴트값이나 다름없었는데….

         

       ‘천마환혹(天魔幻惑)도 쓰지 않았는데 내가 웃었다고?’

         

       만지작.

         

       “…….”

         

       나는 차가운 내 입가를 만지작대며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랑 그리고 언니들이랑 같이 팀해서 무대를 한 게 생각보다 더 즐거웠나 봐.”

         

       “예린아….”

         

       “언니….”

         

       내가 이런 말을 지을 줄 몰랐다는 듯 팀원들이 내게 감동 받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잉-.

         

       마침 우리를 향해 카메라도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카메라를 보고 이제는 익숙하게 이것이 방송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관객분들이 저렇게 호응해주고 사랑해주니 더 즐겁기도 했고요. 그보다…, 저희 이번이 마지막인데 같이 손이라도 모으지 않을래요?”

         

       스윽-.

         

       내가 그리 말하며 손을 중앙으로 뻗자 다른 팀원들도 웃으며 내 위로 손을 겹쳤다.

         

       “아니…, 애도 아니고 오글거리게 이런 거는 왜 하는…, 참나….”

         

       스윽-.

         

       서유진도 불평하는 척만 하면서 은근슬쩍 마지막에 손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그녀까지 손을 얹자 내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저희 오늘 무대 너무 잘했고요. 다음에도 이렇게 해서 여기 있는 모두 데뷔까지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자, 제가 ‘앞으로도’라고 말하면 손을 올리며 ‘화이팅’이라 해주새요.”

         

       “잠깐만요, 언니. 근데 이런 건 이 팀의 리더인 제가 해야….”

         

       “앞으로도-!”

         

       “화이팅-!!”

         

       “와아아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아무리 방송각이라 해도 평소의 나는 이런 거 오글거려서 싫어했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화이팅을 주도하며 즐겁게 박수까지 치고 있었다.

         

       나아아가…, 팀원들이, 무대가, 관객들이 나를 바꾼 것이다.

         

       그래, 아이돌 때문에 나는 변하고 있었다.

         

       ‘이렇게 변하다 보면 언젠가 다른 사람처럼 웃을 수 있는 날도 올까.’

         

       그렇게 내 마음에 새로운 씨앗이 하나 심어진 채로…, 1차 팀 경연 우리의 무대는 끝이 났다.

         

         

         

         

       **

       

         

         

         

       물론 무대가 끝났다고 우리가 바로 헤어진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대기실로 돌아가 다른 팀의 무대를 화면으로 지켜보았다.

         

       “오…, 잘하네.”

         

       “호오….”

         

       다른 팀들 역시 1차 팀 경연에 칼을 갈 것인지 모두 연습생이라고 믿기 힘든 기량을 보였다.

         

       그래도….

         

       ‘우리 팀보다는…, 별로네?’

         

       어쩐지 아쉬운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무대를 보면 볼수록 그들의 실수나 컨셉 미스 같은 것이 눈에 띄는 느낌이랄까.

         

       “다들 생각보다 별로네요.”

         

       이를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지 박유정이 내게만 들리게 귀에 속삭였다.

         

       “이러다 저희 1등하는 거 아니에요?”

         

       “…….”

         

       1등이라….

         

       객관적으로 보면 할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다음 팀 무대는 봐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최종보스 하나가 남지 않았는가?

         

       “자, 그러면 지금부터 베지 샌드위치 팀의 무대를 시작하겠습니다-!”

         

       대기실 화면 속 한시우가 유 설이 소속된 베지 샌드위치 팀의 무대 시작을 알렸다.

         

       이에 다른 팀원들도 의자를 바짝 땡겨 앉으며 화면에 집중했다.

         

       지금까지 우리의 무대를 뛰어넘는 팀은 없었다 해도…, 유 설의 무대는 분명 뭐가 달라도 다를 테니까.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여기 팀 노래 뭐였지?”

         

       “여기 범블랙 선배님들 노래잖아요. <Thank you very much>.”

         

       “아…, 맞다.”

         

       유 설 팀의 곡은 1차 팀 경연에서 유일하게 보이그룹의 것이었다.

         

       ‘그때는 유 설 팀이 폭탄에 걸렸다 생각했었는데 정작 유 설 표정은 괜찮았었지.’

         

       과연 그녀는 어떤 무대를 준비했을까.

         

       나 최대한 화면 가까이 다가가 화면을 주시했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채로 무대가 시작하고….

         

       위이이이이이잉-!!!!

         

       “……!”

         

       위기감을 조성하는 사이렌 소리가 귀를 찌르기 시작했다.

         

       “뭐, 뭐야.”

         

       갑작스런 사이렌 소리에 나는 물론이고 다른 팀원들도 당황했다.

         

       “원래 이 노래 인트로에 사이렌 소리가 있었나?”

         

       “아뇨, 없었는데…. 아무래도 편곡을 한 것 같아요.”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이에 암전되었던 무대에 불이 켜지고 유 설 팀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들의 첫 모습을 보자마자 컨셉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악동.’

         

       원래 범블랙의 그룹 컨셉이 악동이다.

         

       아무래도 유 설 팀은 원곡의 컨셉과 분위기 그대로 이어갈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아니?

         

       원래는 없던 사이렌 소리도 인트로에 넣은 것을 보면 범블랙보다 더 악동스러운 느낌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나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악동. 그것은 본래 유 설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 컨셉이었으니까.

         

       과연 그녀가 이를 소화해낼 수 있을지?

         

       하지만 첫 벌스가 들어가고 나는 이것이 헛된 걱정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여기 네 자리는 없어.

         

       -지금 눈앞에 모든 건 다 내 거.

         

         

       “와….”

         

       “미친….”

         

       잊고 있었다.

         

       그녀의 연기력 스탯은 99라는 것을.

         

       유 설은 그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표정 연기로 처음부터 무대를 씹어 먹었다.

         

       거기에 평소보다 진한 화장과 코디가 더해지니 유 설의 모습은 악동 그 자체였다.

         

       심지어는….

         

         

       -자신 있으면 내 앞에 나와

         

       -여기서 한판 붙어봐 나와

         

         

       ‘랩도 잘한다고…?’

         

       뛰어난 랩 스킬까지 보이며 유 설은 자신이 만능캐라는 것을 증명했다.

         

       애초에 유 설은 이 무대에서 메인보컬이 아니었다.

         

       바로 센터.

         

       비보이를 연상케하는 무브를 보이며 시선을 집중하는 동시에 자신의 랩 부분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한다.

         

       덕분에 관객석에서는….

         

       “꺄아아아아악-!!”

         

       “유 설-!!!”

         

       어마어마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나는 내가 처음부터 잘못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채워져 있는 관객석의 90%는 바로 여자.

         

       그리고 여자 팬들 통칭 여덕들이 환장하는 것은 바로….

         

       ‘…걸크러시.’

         

       우리 팀의 무대는 솔직히 말하면 남성팬들의 니즈에 좀 더 충실한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유 설은 이미 팀 경연의 핵심을 꿰고 있다는 듯 여덕들의 마음을 마구마구 헤집어 놓고 있었다.

         

       게다가 순서도 문제였다.

         

       우리는 첫 번째 무대였지만 유 설 팀은 뒤에서 두 번째다.

         

       끝에 쪽 무대가 관객들 기억에 남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

         

       다른 팀원들도 이를 눈치챘는지 유 설 팀의 무대를 보면서 말수가 확 줄었다.

         

       그 사이에도 유 설은 무대를 완벽하게 이어가며 팀을 캐리하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건 모두 다 놓고 가

         

       -너희 건 다 내꺼.

         

       -잘 쓸게 Thank you very much.

         

         

       솔직히 아까까지는 우리 팀이 1등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있긴 했다.

         

       하지만….

         

       ‘이쪽 팀 무대가 너무 세다.’

         

       유 설 팀의 무대를 보면 볼수록 그 기대가 조금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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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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