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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0

    <510 – 노력의 가치>

     

    세상에는 보답받지 못하는 헌신이 있다.

    야요이는 매스각키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고 반항하며 기프트 아카데미에 도전했다.

    황제는 그녀의 노력을 칭찬하지 않고 더한 성과를 내기만을 재촉했다.

    오라버니인 황태자는 한술 더 떠서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는 영리한 동생에게 습격부대를 보냈다.

     

    “풉풉. 완전 콩가루 집안이네♡”

     

    호위병들이 펼친 진법의 경계가 습격자들에 의해 무너지는 소리에는 실망감조차 느끼지 않았다.

    습격할 작정이라면 호위전력보다 더한 무력을 갖추든 대비책을 갖추고 덤비는 것이 당연하다.

    실패할 걸 알면서도 그저 분에 못 이겨 들이받는 짓은 혁명군이나 할 짓이지.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아~?”

    “알렉산더와 저,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황녀님의 곁에 있어야 합니다.”

    “호위병들 엄청나게 쓰러지고 있는데~?”

     

    딱히 정을 붙인 사람들은 아니다.

    어중칠검들이 멋대로 데려온 사람들이니까.

    그렇다고 함부로 죽어도 될 사람들도 아니었다.

    날 위해 죽어주는 사람들.

    혁명군과는 서 있는 위치가 다를 뿐인 사람들.

    어렵게 살고 쉽게 죽는 사람들.

    오크노디 식으로 표현하자면 여분의 HP.

    그 HP가 실시간으로 줄어들고 있다.

     

    “히스클리프!”

     

    다행히 뒤의 마차에서 다른 어중칠검이 도착했다.

     

    “황녀전하의 호위를 인계하겠어.”

    “맡기마.”

     

    거구의 어중칠검 히스클리프가 지면을 박찼다.

    쿵. 쿵.

    땅을 갈아엎으며 돌진하는 히스클리프를 발견한 호위병들이 급히 외쳤다.

     

    “함부로 진입해서는 안 됩니다!”

    “저 녀석들, 마력사魔力絲를 이용해서 허공에 트랩을 설치했습니다. 잘못 건드리면 장비나 신체가 잘려나갑니다!”

    “어중칠검이 우습게 보이냐? 너희와는 격이 다른 수련을 쌓아온 몸이다.”

     

    히스클리프와 호위병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째서 누구는 똑같이 노력해도 마력사에 몸이 부딪치자마자 동강동강 떨어져 나가고 누구는 마력사를 끊고 육탄전차처럼 돌격할 수 있을까.

    매스각키도 실은 알고 있었다.

    재능의 차이다.

    노력 따윈 누구나 다 하는 거다.

    이 정도 위치에 오르면 노력하지 않는 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히스클리프에게는 패도적인 마나연공법을 견딜 강건한 신체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양질의 연공법과 연단법을 얻었고, 효율을 배로 얻었다.

    그것들을 얻을 수 있었던 다른 경쟁자들을 넘어섬으로써.

    어중칠검 후보생에서 어중칠검으로 발탁됨으로써.

     

    “잔재주는 여기까지다!”

     

    마력사를 한 뭉텅이 손으로 움켜쥐어 잡아당기자 실을 펼치던 습격자들이 허공으로 휙 떠올랐다.

    갑작스레 피어오르는 꽃은 갑작스럽게 저문다.

    급하게 떠오른 습격자들의 신체 또한 반원형으로 길게 허공을 베는 대검에 모조리 베여 떨어졌다.

     

    “역시 히스클리프 님이야.”

    “우리는 그렇게나 고전했던 상대들을 단숨에…”

     

    고마워하는 자.

    울분을 참지 못하는 자.

    눈이 서늘하고 차갑게 내려앉는 자.

     

    “정말 최악이네♡”

     

    습격자들의 대장격의 인물이 사방에 펼쳐졌던 마력사를 모조리 거둬들였다.

    그의 수중에서 뭉친 실들은 더욱 굵고 강도 높은 선이 되었다.

    실에 마나를 두르는 마나사를 넘어서 검기를 실처럼 뽑아내어 뭉치는 기술.

    세간에서는 검기상인이라 불리거나 마나소드라 불리는 경지의 다음 단계가 히스클리프의 검 끝에서 무시무시하게 피어올랐다.

     

    “태자전하를 모시던 가신 중에 마나의 실을 유독 많이 다루는 이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 오러블레이드에 도달하지는 못했기에 편법을 택했는가.”

    “…우리는 황녀를 노린 습격자일 뿐. 그런 자는 모르고 설령 알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편법은 결국 편법에 지나지 않는다. 네게 부족한 모든 것을 실감하며 쓰러지도록 해라.”

     

    대검을 휘두르는 궤적에 걸린 검기 다발이 연달아 잘려 나갔다.

    재능의 고하로 성립되는 참혹한 유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현실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목숨을 걸어서라도 현실을 부정하려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스테로이드를 투약해서라도 몸을 만들려는 보디빌더처럼 암흑마나를 몸에 투여해 단숨에 힘을 얻으려는 자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르륵…!”

    “어리석은 녀석. 그만한 검기를 손에 넣고도 자신의 생을 불사르다니. 네놈은 검사의 수치다.”

    “검…사? 최고가 아니면… 아무도 인정하지 않아. 어중칠검조차 이길 수 없는 검사 따위… 그분의 곁엔 남아있을 수 없어. 재능이 부족하면, 그런데도 바라는 것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크다면, 목숨 정도는 걸어야 한다고!!”

     

    암흑마나가 범죄자의 상징이 되는 이유가 눈앞에서 보란 듯이 펼쳐졌다.

    마나의 총량이 많은 만큼 한 번에 받아들인 암흑마나의 양도 무시무시하게 많은 습격대장.

     

    “대장을 지켜라.”

    “조금이라도 암흑마나를 조종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

     

    호위병들이 마구 죽어나갈 때와는 반대의 광경이 히스클리프 한 사람의 손에 의해 펼쳐진다.

    개개인이 아카데미 1학년 급의 무력을 지닌 습격자들이, 업계에서는 나름 한 지역의 으뜸으로 평가받는 재능이 초당 두셋씩 갈려 나간다.

     

    “크아아아아!”

     

    얼굴까지 검은 핏줄이 돋아난 습격대장의 손에 그의 앞을 지키던 습격자 한 명이 등을 베여 쓰러졌다.

     

    “지키고자 했던 자의 손에 죽는 참상을 겪고도 아직 깨닫지 못했는가? 너희는 끝났다. 검의 길에서 달아난들 암흑마나는 간단히 힘을 허락하리라 믿은 어리석음의 대가다. 살고 싶은 자는 지금이라도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라!”

     

    히스클리프의 설득에 습격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모두가 소리 높여 크게 웃더니 눈에 불을 켜고 전의를 고조시켰다.

     

    “닥쳐. 폭주를 가라앉히지 못해도 상관없다. 등을 베여 쓰러져도 상관없어. 우린 모두 풍족할 정도의 지원을 받았으니까. 고향의 가족은 평생 남 부럽지 않게 살 수 있어.”

    “그분이 베푼 은혜 덕분에 평민 집안에는 분에 넘치는 미모를 지녀서 예순이 넘은 귀족의 눈에 든 여동생도 억지로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모두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자. 목숨을 잃을 각오조차 없다면 이곳까지 오지도 않았다!”

    “…멍청한 녀석들.”

     

    히스클리프의 대검이 다시 적들을 무자비하게 절단하고 시체를 짓밟으며 전진했다.

    누구 하나 막아내지 못할 일방적인 폭력의 너머, 습격대장이 앞을 가로막은 부하의 팔을 비틀어 검을 빼앗았다.

    쏜살같이 날아간 검이 부하의 등을 뚫고 히스클리프의 옆구리에 틀어박혔다.

     

    “봐…라. 이렇게 금방 닿을 수 있는 것을… 무얼 위한 10년의 고행이었는가…”

     

    골수까지 치민 암흑마나에 인성은 되돌리지 못했으나 실력만큼은 확실하게 상승하였다.

    히스클리프가 고전을 면치 못하자 두 번째 어중칠검 알렉산더의 보호를 함께 받던 오크노디의 메이드가 알렉산더에게 물었다.

     

    “거들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적합도가 낮아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겠지만 그 잠깐 사이에 당신의 동료는 목숨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황녀전하의 곁에는 반드시 어중칠검 한 명은 머물러야 한다. 적을 쓰러뜨려도 황녀전하가 쓰러진다면 우리는 죽는다.”

    “참으로 딱한 노릇입니다. 집안싸움에 휘둘리는 애완견의 사정이란.”

     

    히스클리프가 고전하는 와중에도 상황은 한층 더 악화되었다.

     

    “보아라. 우리가 지켜야 할 황녀전하 때문에 실력이 있으면서도 뒤에 물러선 어중칠검을. 우린 버려졌다. 황실에 바친 충성이 버려졌단 말이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

    “이대로는 우리 모두 죽는다. 히스클리프를 도와 싸우든, 히스클리프가 쓰러지고 다음에 노려지든, 살고자 달아나든 살아남을 수 없어.”

    “어쩌자는 거냐고!”

    “딱 하나, 살길이 있다. 어중칠검도 우리와 같은 처지가 되게 만드는 방법이. 살고자 달아나도 저들이 우릴 처단하지 않을 방법이.”

     

    호위병들의 시선이 일제히 매스각키에게 향했다.

    타산적인 충성.

    직속이 아닌 붙여준 호위들은 이래서 곤란하다고 매스각키는 생각했다.

    보라.

    불길한 예감은 금방 맞아떨어지지 않는가.

     

    “알렉산더를 막아라. 메이드와 아카데미 1학년 둘 정도는 호위병인 우리들도 충분히 어찌할 수 있다.”

    “알렉산더 님. 우리를 너무 원망하지 마십시오. 곧 같은 처지가 될 사이 아닙니까.”

     

    여동생을 진지하게 정적으로 여기는 글러먹은 오라버니와 달리, 이쪽은 자신보다 어린 여동생을 지키려고 애쓰는 언니인데.

    옳고 그름에 대한 사정 따위, 이해타산을 앞세우며 먹고사니즘을 신봉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일절 통하지 않는다.

    평범하지 않은 오크노디가 마차 너머에서 물었다.

     

    “도와줄까?”

    “아직은 됐어♡ 이 정도는 여유야♡”

     

    그러니 역시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겠지.

     

    <강제지배>

     

    충성심 없이 다가오던 호위병 사이에서 가장 냉철한 눈을 했던 호위병의 걸음이 멈췄다.

     

    “으극.”

    “무슨 소리야?”

    “잠깐, 이 녀석 표정이 왜 이래.”

    “검은 혈관? 이, 이 자식 설마!”

    “암흑마나다. 암흑마나를 익힌 놈이었어!”

     

    호위병 사이에 섞여 있던 황태자의 간자.

    소속을 숨긴 암살자도 믿는 구석은 있었을 거다.

    자신은 암흑마나 적성이 좋았다고.

    폭주를 일으키지 않고 감쪽같이 숨어들었다고.

    황녀의 암흑마나 따위, 이미 검사로서 완성된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암흑마나의 총량보다는 적을 것이 틀림없다고.

    하지만 오산이 몇 개 있었다.

     

    “칼 뽑고 자살해♡”

     

    우선 그녀는 여동생 야요이를 위해 어린 나이부터 엘리트 교육을 충실하게 따라오며 검사로서의 역량도 개화되었다.

    받아들일 수 있는 마나의 총량도 많고, 정제된 방식으로 습득한 암흑마나는 폭주의 우려도 없이 안전하게 다룰 수 있다.

    양과 질.

    어느 한쪽도 암살자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

     

    털썩.

     

    스스로 목을 벤 암살자가 쓰러졌다.

     

    “아, 암흑마나를 익힌 호위병을 자살시켰어…”

    “대체 얼마나 많은 암흑마나를 지녀야 저런 일이 실제로 가능하지?”

    “다크프린세스야. 황녀가 암흑타락하고 다크프린세스가 되어버렸어!!”

     

    충격에 휩싸인 호위병들에게 매스각키가 마차 안에서 특유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풉풉 비웃었다.

     

    “호위병이 황녀를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건 현실적이면서 성실히 단련한 그릇에 자비로 암흑마나를 채워 넣는 건 또 안 돼~? 윤리관이 어설퍼♡ 뒷걸음질부터 치고 보는 겁쟁이♡ 아직 세 명 더 암흑마나 익힌 거 알고 있어♡”

     

    사색이 된 호위병들에게 사형선고보다 무서운 발언이 던져졌다.

     

    “결정했어. 다음엔 서로 죽이라고 명령할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크프린세스가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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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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