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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0

    하나뿐인 마법특화 개체로서 한동안 아린세이아에서 나오지 못하던 케이트가 오랜만에 아린세이아에서 나와 루크의 방 한켠에 자리잡고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내 뜻은 확실히 전달되었나?”

    루크에게서 지금까지의 이야기와 현재 상황, 앞으로의 계획 등을 전해들은 케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된 건가. 알겠음. 이해함.

    자신을 만든 그녀의 생각과 계획이 그렇다면, 자신은 그에 따를 뿐.

    딱히 이견은 없었다.

    지금은 확실히 그게 최선이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던 케이트는 문득 다른 한켠의 리브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리브는 왜 저런 꼴? 상당히 재미있는 몰골. 

    -…….

    자신의 꿰매진 모습을 다시금 내려다보는 리브의 모습에, 루크는 살짝 변명하는 듯이 대답했다.

    “크흠, 큼. 그것이… 사실은 대량으로 인형을 만드느라 재료를 모두 소진한데다, 제대로 된 수선도구가 집에 없어서 그랬다.”

    그동안 재배해온 솜과 천을 비롯한 모든 인형의 재료를 메를린에게 넘겨버린 게 얼마 되지 않아서 재료가 남아있지 않은데다, 집에 있는 도구로 적당히 수선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솜과 인챈트가 망가지지 않는 선에서 최적의 수선을 했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너무 대충 기워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리브, 정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중에 메를린에게 제대로 수선을 해 달라고 부탁해도 된다.”

    루크의 제안에 리브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모습도 결국은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벌어진 일.

    만일 그 때 자신이 독단적으로 판단해서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굳이 자신의 주인이 게이트를 써가며 위험을 무릅 쓸 이유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또, 자신이 이런 상처를 얻게 될 일도 없었겠지.

    따라서 리브는 그러니 이 상처를 부끄러운 자신의 과오를 되새기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상징으로 간직하겠다는 결의를 내보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존경하는 주인의 손길이 닿은 부분을 애써 지워버리고 싶지 않기도 했고.

    결국 이 상처도 다른 인형들과 자신의 확실한 차별점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 역시 그냥 없애버리기엔 아까웠다.

    하지만 리브의 그런 모습은 역시 케이트의 비웃음을 사기엔 충분했다.

    -그나저나, 리브. 간신히 기워붙인 꼴이 내가 보기엔 마치 어보미네이션이나 구울같음. 아이들이 보면 울어버릴 듯.

    -…….

    케이트의 놀림에 살짝 충격을 받았는지, 리브는 순간 작동을 멈추었다.

    그런 리브의 모습에 루크는 아까 했던 제안을 되풀이했다.

    “리브, 역시 메를린에게 가서 제대로 수선하는 편이…”

    -……!

    그러나 잠시 생각해본 리브는 역시 아니라는 듯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기사가 어찌 한번 내뱉은 말을 어길 수 있겠는가?

    이렇게 된 이상, 리브는 오기로라도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

    “다들, 며칠 집을 좀 비워주었으면 좋겠다.”

    티타임 중, 갑작스런 루크의 제안에 다이튼과 예르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이렇게 갑자기?”

    “왜? 무슨 일 있니?”

    그에 루크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저택에 작성한 마법진을 좀 고쳐야 해서 말이다. 그래서, 한동안 저택에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어.”

    저택의 마법진 보수작업과 최적화.

    집에서 사람들을 물릴 핑계로는 꽤 적합했다.

    실제로 해야 할 작업이기도 했고.

    세이어에게 ‘이번에는 이쪽에서 찾아가겠다’라는 말을 들은 이상, 아무래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역시 ‘가족’의 안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 그들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 가족들이 함께 있다면 겪게 될 위험요소는 차고 넘쳤다.

    가족들이 적의 인질이 되거나 전투에 휘말리는 등….

    어떻게봐도 자신에게 좋은 경우는 찾기 어려웠다.

    루크의 저택이 현시대에서 마법적으로보면 이미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요새임은 분명했지만, 상대에게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드마스터가 있었으니까.

    오러블레이드를 이용해 맘먹고 베어내고자 한다면, 현재의 방어마법으로는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위험을 굳이 감수할 필요는 없겠지.

    따라서, 지금은 미리 가족을 다른 곳으로 피신시켜 두는 것이 제일이었다.

    ‘문제는, 다이튼과 예르나가 이런 핑계를 납득해주느냐의 문제겠지만….’

    듣기에 마법진 보수라는 핑계는 이를테면, ‘그다지 시급하지는 않은 일’이었다.

    억지로 편안한 보금자리에서 쉬고 싶은 사람들을 내보내기엔 충분하지 않은 이유라는 뜻이다.

    단순히 다른 곳으로 몸을 옮기기 피곤하다면, 또는 집에 남아야 하는 다른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미뤄질 것이 확실한 그런 일.

    그렇다고 집에 있으면 위험해질 수 있으니 자리를 피해달라고 직접 요청하면, 오히려 자리를 비켜주지 않을 것이 뻔했다.

    함께 싸워주겠다는 반응을 했으면 했겠지.

    그런 마음은 분명 고맙지만, 결코 바라지는 않는 일이었다.

    그런 때를 대비해 루크는 ‘이 작업이 시급하며, 매우 중요함’을 설득하기 위한 몇가지 억지에 가까운 궤변들을 생각해 두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반면, 루크의 이유를 들은 다이튼과 예르나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래? 그렇담 뭐,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숲 쪽이 당분간 바빠질 것 같아서 며칠은 집에 못 들어올 것 같았거든.”

    “응, 웨이브가 가까워지고 있으니까.”

    때마침 숲지기의 일이 바빠질 타이밍이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곧 있을 ‘몬스터 웨이브’ 때문에 집에 들어올 시간이 부족해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이번에 가족사진에다 웨딩사진까지 한번에 찍은 거기도 하고.

    시간이 없어질 테니까.

    그 이야기를 들은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그런가.”

    벌써 그런 시기가 온 건가?

    숲지기가 웨이브로 바빠진다는 건 결국 숲에 위험한 몬스터가 득실거리게 된다는 뜻이니 어쨌든 위험하다는 건 동일하지만, 숲지기 동료들과 장비들을 갖출 수 있는 숲이 루체스트의 손아귀로부터는 차라리 안전할 것이다.

    원래라면 몰래 호위를 붙여서 또 어디 여행이라도 보내줘야하나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러면 여행비도 아낄 수 있겠다.

    그 돈은 후에 있을 제대로 된 신혼여행자금으로 붙여둘 수 있겠군.

    그러고보니 1년 전, 예르나가 자신을 숲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것도 딱 이맘때쯤이었다.

    그 때도 자신이 혼자 집에 남게 된 원인이 웨이브 때문에 숲에 있을 수 없어서였는데.

    뭔가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왠지 새삼스레 1년이 지났다는 것이 실감된달까.

    하지만 예르나는 아직 걱정이 남아있었다.

    “잠깐, 그럼 애들은 어쩌지? 집이 아니면 딱히 맡길 데가 없는데….”

    곧 웨이브가 시작되는데 평소처럼 숲에 애들을 데리고 갈 수 있을 리 없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는 건데….

    친구라고 칭할 만한 사람이 얼마 없는 다이튼은 물론이고 예르나도 에이레스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같은 숲지기, 또는 마침 경찰 일로 엄청나게 바빠진 시에나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어린이집에 맡긴다고해도 아이들을 며칠이나 맡길 수는 없으니, 아이들을 생각하면 루크의 제안은 상당히 곤란했다.

    “루크, 그냥 그 보수라는 거 나중에 하면 안돼?”

    “그래, 역시 지금은 좀-”

    그 때, 루크는 바로 그들의 말을 끊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그, 그럼 일단 내 친구에게 잠시 아이들을 맡아줄 수 있냐고 물어보겠네!”

    거의 잔상이 남을 정도의 속도.

    그 다급함마저 묻어나오는 루크의 모습에 다이튼과 예르나는 멍하니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어? 그, 그래.”

    “그, 그러렴.”

    그렇게 휴대전화를 들고 쌩하니 방으로 올라가는 루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다이튼이 중얼거렸다.

    “…쟤, 지금 마법진 보수가 되게 하고 싶은가보네.”

    “그러게….”

    루크는 지금 마법진 어딘가에서 지금 당장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모난 부분이라도 발견한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긴 한데.

    비교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왜, 집에서 잘 있다가도 갑자기 코털 한가닥이 삐져나오는 것이 신경쓰이면 바로 뽑아버리고 싶어지잖은가.

    다이튼과 예르나는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이고는, 다시 차분하게 티타임을 이어나갔다.

    그러다 문득 예르나가 입을 열었다.

    “근데 저 스웨터, 역시 돌아오는 길에 잘 산것 같아. 잘 어울리네.”

    며칠 전, 루크가 적당히 꺼내입은 다이튼의 스웨터가 맘에 들었는지 하루종일 입고 있었던 게 떠올라서 사진 찍고 돌아오는 길에 사온 오버핏 스웨터인데, 역시 그때처럼 잘 어울렸다.

    수인용이라 꼬리도 더 편해보이고.

    그에 다이튼도 적당히 맞장구쳤다.

    “그러게, 잘 입네.”

    솔직히 처음엔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하니까 걱정이 되었다.

    평소에는 냄새난다고 빨래도 자기 옷이랑 같이 돌리지 말라며 예민하게 굴던 녀석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옷장을 뒤져서 스웨터를 꺼내입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데, 저걸 보면 그냥 갑자기 그 때 오버핏 스웨터가 마음에 팍 꽂혔던 모양이다.

    다이튼은 그렇게 생각하며 차를 입에 갖다대며 생각했다.

    역시 네트워크의 정보는 맹신할 게 못되는 건가….

    아니, 루크는 어쩌면 집에 혼자 있으려고 일부러…?

    다이튼은 순간 네트워크로 검색해본 결과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루크를 위해서 일단은 모른 척 해주기로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정신과 약을 먹으니 종종 하루종일 잠만 자게 되는 부작용이 있네요…
    지금까지 기다리신 독자분들께는 다 핑계겠지만요…

    아래는 딱히 몰라도 상관 없는 다이튼의 네트워크 검색결과입니다.

    -생리를 시작한 아이들에게는 이어서 발정기가 찾아오게 되지요.
    -이것은 수인의 배란기를 전후해서 발생하며, 성호르몬 분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크게 눈에 띄는 신체적인 변화로는 성욕과 식욕이 증가하고, 볼기와 가슴이 부풀며, 볼과 이마가 상기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대부분의 수인들이 굉장히 감정적으로 예민한 시기이므로 주변인들의 주의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주로 질투심과 독점욕과 같은 감정들에 취약해지는 편입니다. 가끔 후각이 발달한 아이들은 이성의 체취에 이끌려 옷을 훔치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증상에 따라서 심한 경우 가출을 하거나 자해를 하는 경우가 있으니, 만약 처음 발정기를 겪는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보호자의 철저한 관리와 올바른 교육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반감을 살 수 있으니 너무 단호하거나 엄격하게 훈계하지는 마십시오.
    -만약 이 시기에 아이가 실수를 하더라도,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고 생각하고 다그치지 않도록 주의해주십시오. 비뚤어진 가치관을 심어주게 될 지도 모릅니다.

    -안토로 매디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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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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