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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1

       

        

        

        

        

        

        

       “전시라서 그런지 아주 빠릿빠릿하네, 다들.”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전부 알링턴에 묻혔거든요.”

        

       “…꽤 아픈 말이네.”

        

        

        

        6년이란 시간을 거치며 한계까지 축소되었지만, 이전과 비교했을 때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기능을 자랑하는 미국의 정부가 또다시 기지개를 편다.

        

        나라 자체의 크기가 거대해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비대해진 관료 체계의 대부분이 날아갔고, 본래라면 시체 조사는커녕 해당 요청 승인만 짧으면 6시간, 길면 하루이틀이 걸릴 법한 일이 고작해야 10분도 안 되어 처리가 끝난다.

        

        인가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안치소 한쪽 기밀 에어리어. 그 안에는 얼마 전 오퍼레이션 우로보로스에서 태스크포스 아리콘이 사살한 아르테미스 최상위 수뇌부들의 임플란트-시체가 보관된 상태였고, 허가가 떨어진 인원들이 별도로 보관된 사이버네틱 임플란트를 회수한다.

        

        그것이 센트럴 파크 한쪽에 지어진 연구소로 이송되고, 정밀한 조사 결과 곳곳에 새겨진 일련번호가 밝혀진다.

        

        해당 정보가 진과 레인에게 특급-배송으로 전달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벌써 수송기에 원격조종기 포드가 실렸다고 들은 것 같은데.”

        

       “우리가 사용할 건 아니라 신경쓸 필요는 없어요. 거기서 뭔 일이 일어날지를 모르겠긴 한데.”

        

        

        

        과정을 건너뛴 대화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대략 오후 2시 가량에 이곳에 넘어왔고, 현재 시각은 오후 8시 가량. 대략 6시간 가량이 지난 것이었다. 그 사이에 꽤 많은 일이 일어났고. 가령 아까 말했듯이 시체의 임플란트를 뜯어 일련번호를 분석하고, 이를 진과 레인의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는 것.

        

        당연하겠지만 실로 유의미한 결과가 있었다. 뉴욕 북부에 흩뿌려진 히든 팩토리를 대략 여섯 개 이상이나 발견했으니까. 그 사실을 알아낸 순간 단독작전용 UGV를 실은 수송기가 JFK 군사공항에서부터 이륙하였고, 440km를 가로질러 얇은 선으로 이뤄진 북부 테크밸리로 향했다.

        

        수송기는 축차로 무인기를 떨어뜨렸고, 그것이 여섯 번 반복되었으며, 개별적인 기체들은 센트럴 파크의 우수한 드론 조종사들에 의해 조종되어 밀집된 곡물 창고 내부 혹은 헛간의 지하에 위치한 팩토리로 향했다.

        

        그 결과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여섯 개의 포인트 중 두 군데에서…약간 귀찮은 일이 있었죠. 우수한 오퍼레이터가 직접 들어가서 판도라의 상자 뚜껑을 열어야만 할 정도의 그런.”

        

       “분석하는 친구들은 죄다 기지방어시스템 때문이라고 했었나. 크게 중요한 건 아니겠지. 어차피 제대로 내막을 확인하려면 네 말마따나 두 발로 직접 들어가봐야 하니까.”

        

       “그렇지요.”

        

        

        

        탐사했던 여섯 개의 포인트 중 두 군데에서 잡음이 있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적당히 탐사가 이어지나 했더니 갑자기 무인기가 스멀스멀 기어나왔고, 짧은 교전이 이어졌으며, 화력에서 밀린 탓에 결국 5분 후 중과부적으로 밀려버리고 말았다. 그 와중 적 무인기의 상당수를 파괴하긴 했지만.

        

        좀 우악스러운 방법을 선택한다면…우리 역시도 더 많은 무인기를 보내서 시설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수가 있겠지. 하지만 원격조종기가 존재하는 이상 인명 피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엄중하게 방비되고 있는 이상 내부에 중요 데이터가 있을 수도 있단 결론이 내려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날개 끄트머리에서 반짝거리는 조명을 매단 채 수송기가 이륙했고, 그 중 최근에 출발한 하나에는 5개의 포드가 실려있을 것이었다.

        

        

        오늘 시설에 직접적으로 투입되는 인원은 로렌티나, 로건, 오웬스와 서킨스, 나와 올리비아. 원격조종기 5기 중 4기가 최초로 가동될 예정이었고, 나와 올리비아는 다크 존을 통해 ‘그림자’로서 접속할 예정이었다.

        

        올리비아가 다크 존의 진정한 존재 이유 중 하나를 드디어 알게 되는 타이밍이었다.

        

        

        

       “…덕분이라고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매 초마다 칼날 위를 걸어다니는 것 같았던 예전보다는 훨씬 편하게 작전에 임할 수 있겠네. 긴장을 놓으면 안 되는 건 마찬가지긴 하겠지만….듣자 하니 이쪽의 임무가 막중하다고 들은 것 같은데.”

        

       “이카루스 기어를 소지한 오퍼레이터가 저희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죠.”

        

        

        

        그 말대로.

        

        과거 미국이 멀쩡하여 기어를 대량으로 생산 – 물론 비유적인 표현이었다 – 했을 때와는 다르게 현 시점에서는 추가적인 기어를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거의 없었고, 다시 말해 기어의 가치는 말 그대로 천정부지로 높아졌다.

        

        이번에 진과 레인에게 새로이 2개를 수여함에 따라 남아있는 예비의 숫자가 한 손만으로 셀 수 있을 정도가 되어버렸으니, 이전보다도 확실히 덜 위험할 가능성이 높은 작전에 투입되는 마당에 구태여 원격조종기에게까지 기어를 들려줄 필요는 없었다.

        

        그리하여 그림자로서 투입되는 우리의 역할이 꽤나 중요해졌다.

        

        

        

       “포인트맨으로 활동하는 건 오랜만인데….”

        

       “어차피 상대해야 하는 건 무인기니, 후방을 종횡무진 싸돌아다니면서 하나씩 끊는 것도 어렵고. 그냥 이 참에 담력 다시 키운다고 생각하고 방패 들죠.”

        

       “그래야겠어.”

        

        

        

        그 순간 저 멀리서부터 쿠우우- 하는 소리와 함께 UAV 한 대가 이륙했다.

        

        듣자 하니 원활한 시그널 릴레이를 위해서란다. 그 뿐만이 아니라 돌입 전 입구 언저리에 네트워크 허브까지 설치해놓고, 혹시나 모를 EMP 대비를 위해 추후 투입될 기지 내부에도 중계기를 이리저리 박아놓을 예정이라고는 하는데….

        

        첫 출전인만큼 과하게 대비하는 건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다.

        

        아무튼 작전이 딱히 실패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머잖아 30분 내로 작전이 시작되겠지 – 진과 레인은 본인들의 예비기가 성공적으로 제작되기 전까지는 전장에 발도 못 들이고 서포트 오퍼레이터로서만 활동할 예정이고, 투입 예정인 이들은 본격적으로 준비 단계에 들어섰을 터.

        

        우리 역시도 슬슬 준비할 시간이었다.

        

        

        피즐러가 몸에 묻은 모든 이물질과 혹시 공기 중에 부유하다 몸에 붙었을지도 모르는 잔류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사이, 우리는 문을 닫고 세계선을 횡단하여 다시 강남에 있는 나의 집으로 복귀하였다.

        

        목에 접속기를 걸고, 적당히 침대 위에 누운 뒤 다크 존에 접속한다.

        

        온전히 나와 올리비아를 위해 만들어진 세션에 접속. 그러자마자 맨해튼 상공을 가로질러 뉴욕 북부로 빠르게 향하는 수송기 위로 타게팅이 이뤄졌다. 해당 기체를 클릭하자마자 스폰 장소가 지정되고, 올리비아는 깊게 숨을 내뱉으며 덧붙였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했는데, 이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이 있겠죠.”

        

        

        

        그리고 내가 덧붙였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 같이 못한 게 많아서 아쉬워하기는 이르지 않을까요.”

        

       “…그도 그러네. 네 말이 맞다, 정말.”

        

       “그럼 가봅시다.”

        

        

        

        스폰 버튼을 클릭한 순간 눈 앞이 하얗게 변했고 – 우리는 뉴욕 북부로 향하는 수송기의 카고 섹션에 자연스럽게 올라타있었다.

        

        내부는 생각보다는 넓었다. 냉장고 다섯 대가 하나로 묶여있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법한 커다란 물체가 행어 바닥에 가로로 눕혀져있었고, 우리는 그 옆에서 눈을 떴다. 보아하니 아직 드랍 존에 도달하지는 않은 모양이었으므로, 나는 북쪽으로 향하는 수송기에 탑승했다고 상부에 알렸다.

        

        당연히 다들 놀라 나자빠지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작전 진행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기에 머잖아 다들 수용하게 되었다. 어차피 미 정부에서도 그림자가 언제 어디서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 연구하는 걸 포기한 지 오래였고.

        

        사실 나라는 존재 때문에 이미 짐작은 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지만.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기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케이스 측면이 빛나기 시작했고, 하부 램프가 열리기 시작했다. 사전에 공유받았던 데이터에 따라 낙하 지점이 자동으로 표시되었다. 세션 내부의 낙하 대미지를 제로로 설정함과 동시에 올리비아에게 해당 사실을 언급했다.

        

        비행기 내부에 시원한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저 어둠 아래, 초고층 빌딩마저 성냥갑보다도 작게 보일 아득한 창공 위, 예상 착륙 지점이 보였다.

        

        올리비아는 놀랍게도 해당 사실을 듣고 난 뒤 단 하나도 걱정하지 않았다.

        

        

        

       “창공만큼은 내가 너보다 수백 번은 더 많이 오갔지. 어차피 뛰어내려도 안 죽는다면서?”

        

       “…그럴 것 같았어요.”

        

        

        

        실로 지당하신 말씀.

        

        수리부엉이 발현자인 올리비아에게 하늘은 더 이상 두려운 게 아니었다.

        

        

        

       “그럼 갑시다. 저 낙하산 달린 원격조종기보다 늦게 떨어졌다가 낙하산 위에 떨어져서 작전 말아먹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좋아.”

        

        

        

        한 발자국, 두 발자국을 넘어 뛰기 시작했다.

        

        한 치 앞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이 램프 너머에 가득 차있었지만, 나와 올리비아는 마치 대낮처럼 어둠 사이를 꿰뚫어볼 수 있었다 – 그리하여 단 한 줌의 걱정조차 없이, 두 명의 신형이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다른 모든 소리를 파묻는 굉음. 바람소리를 제외한 그 모든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중력에 의해 가속을 받은 신체가 초당 수십 미터씩 지면을 향해 떨어진다. 그러나 자세를 계속해서 유지하며 영원과 같은 시간 속에서 오로지 홀로그램에만 집중해 나아간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슬슬 지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즉 그 기능을 잃어버린 듯한 거대한 밭, 그리고 그 근방에 존재하는 몇 개의 버려진 대형 곡물 저장 창고. 언뜻 보기에는 아무런 비밀조차 숨겨져있지 않을 것 같았지만, 저 안에서 세 대 가량의 최첨단 UGV가 산산조각났다는 걸 감안하면 그리 나이브하게 생각할 수도 없었다.

        

        순식간에 1000m에서 500m로, 그 절반으로, 절반, 절반….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콰아앙!

        

        

        

       “…태스크포스 대거 팀의 유진, 그리고 올리비아. 작전 지역에 도착했습니다.”

        

        

        

        굉음과 함께, 마치 하늘에서 떨어져내린 벼락과도 같이, 아르테미스의 잔당을 맞이하기 위해서.

        

        나와 올리비아가 지상에 도달하는 순간이었다.

        

        

        

        

        

        

        

        

        

        

        

        

        

        

        

        

        

        

        

        

        

        

        

       “…진짜 꼬리 안 달린 저처럼 생겼네요. 환장하겠네.”

        

       “진이랑 레인의 설계도를 사용해서 제작했었으니 그럴 수밖에. 당분간은 이걸 쓸 수밖에 없으니 포기해, 막내.”

        

       “…미묘한 느낌인데. 기분이 꽤나 이상하구만.”

        

        

        

        꼬리만 안 달렸을 뿐인 메카 유진이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최대한 기도비닉을 유지하기 위해 진과 레인 하면 연상 가능한 청록색 및 청색으로 자체발광하는 기체의 빛은 진즉 꺼놓은 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런 게 없어도 나는 이들의 외형을 확인할 수 있었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기체 이곳저곳을 만지작거리는 팀원들을 봐야만 했다.

        

        이런 생각이 슬슬 들고 있는 걸 보니, 어쩌면 이제 나도 본격적으로 지금의 나를 ‘나’로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다들 무장이 실로 짱짱했다. 5.56mm나 7.62mm는 찾아볼 수조차 없었고, 죄다 LWMMG 같은 .338 탄환을 쓰는 기관총을 들고 있다. 거기에 더불어 로건이랑 로렌티나는 등 뒤에 각각 M107 LRSR 및 M6 Lynx를 들고 왔다.

        

        당연하겠지만, 반동을 제어할 수 있고, 탄약 휴대량 문제에서 해결되는 순간 대구경 탄환이 선호되는 건…어쩔 수 없었다.

        

        물론 나와 올리비아 역시 묠니르를 들고 있었으니 할 말은 아니었지만.

        

        

        

       “아직 한 군데가 더 남았으니 빨리 밀고 가자. 시간에 맞추려면 부지런히 달려야 하거든.”

        

       “그냥 수송헬기 한 대 부르는 게 편하지 않나요?”

        

       “여기까지 오려면 1시간 이상 걸릴 텐데?”

        

        

        

        그도 그렇네.

        

        그리하여 쓸데없이 나랑 닮은 기체 넷 – 을 조정하는 대거 팀원들 – 과 함께 이미 열려있는 곡물 창고로 향했다. 다양한 지형의 돌파가 가능한 UGV를 보냈었기에 바닥으로 내려가는 길에 깔린 먼지에는 선명한 캐터펄트 자국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나의 스킬 세팅은 탄도 방패와 탄약 지원소, 올리비아는 탄도 방패와 펄스였다.

        

        피잉 하는 소음과 함께 그다지 넓지 않은 복도를 가로지른 펄스가 시설 내부를 빠르게 훑었고, 내부 전경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축구장 3개 크기인데?”

        

       “추정 깊이만 40m야. 이 정도면 거의 가로로 반 잘린 항공모함이라고 봐도 되겠어.”

        

       “차근차근 가보자고. 선행 투입된 UGV가 길은 이미 다 내줬으니까.”

        

        

        

        그 말대로.

        

        작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지도 않았다. 오퍼레이션 우로보로스 당시 강습했던 아르테미스 기지는 지상만 하더라도 공항만한 크기였고, 지하 내부로도 수 킬로미터씩 뻗어있던 정신나간 규모였었으니까.

        

        규모의 격차를 실감나게 하는 건 그 무엇도 아닌 주변의 광경이었다 – 불과 몇십 초도 걷지 않았는데 복도 주변에 부서진 기계 파편 등등이 널려있었고, 벽면에는 탄흔이 가득했다. 유탄의 폭발 자국과 레이저가 할퀴고 지나가며 만들어진 스크래치도 있었다.

        

        그리고-

        

        

        

       ───기이잉!

        

        

        

       “슬슬 냄새 맡은 친구들이 왔군.”

        

       “일할 시간이로군요.”

        

        

        

        그리고 소음기 따위로는 절대로 가릴 수 없는 날카로운 굉음이 복도를 가득히 울리기 시작했다.

        

        나와 올리비아가 방패를 바닥에 박자마자 옆으로 펼쳐졌고, 이는 나를 비롯한 모든 인원들을 전부 가려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확장되었다 – 그와 동시에 마치 북처럼 둔중하게 울리는 듯한 도탄음. 상단의 UI에 탄도 방패 내구도가 표시되는 가운데, 나는 탄약 지원소를 전개했다.

        

        뭔가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결국은…일종의 나노머신 방출기였다. 소모되는 탄약을 실시간으로 보충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침입자를 파괴하기 위해 나타난 수많은 아르테미스 무인기들은 꼴랑 6명이 방출한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거대한 화력에 속절없이 휩쓸렸다.

        

        화망이라는 이름의 믹서기가 빙글빙글 돌아간 지 몇 초나 지났을까, 자욱하게 피어오른 화약 연기와 함께 복도에 있는 모든 것들이 철쪼가리 비스무리한 게 되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다시금 복도를 뒤덮자, 천장에서부터 나지막하게 경고 음성이 들려왔다.

        

        

        

       -[경고 : 현 시설의 자동방어시스템이 감당 불가능한 침입자를 확인.]

        

       -[경고 : 상부에 추가적인 지원 요청…뉴욕 북부 아르테미스 HQ에서 응답 없음. 감지 가능한 아군 신호를 찾는 중…조지아 주 사바나에서 기체 ‘오메가’ 코드 식별. 긴급 지원 요청 중….]

        

       -[경고 : 지원까지 8시간 52분.]

        

        

        

       “8시간 52분? 한숨 자고 밥까지 먹고 와도 되겠구만.”

        

       “그 전에 시설이 자폭할 확률이 더 높겠다. 일단 관제권부터 뺏자고. 펄스도 있으니 관제실 찾은 다음 싸그리 미는 게 더 빠르겠지.”

        

       “확인. 다들 신나게 두들겨 맞아도 괜찮은 몸이 되었으니 빠르게 가보죠.”

        

        

        

        당연하겠지만 그 즈음부터는…말 그대로 쾌속으로 어둠을 돌파했다.

        

        애초에 시설 자체가 그닥 크지도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과거 오퍼레이션 우로보로스 당시처럼 내부 규모만 킬로미터 단위에 달하는 것도 아니었고, 고작 몇 분 가량만 이동해도 끝에서 끝까지 닿는 마당이었으니까.

        

        시설 내부 관제 AI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과거였더라면 아마 근방에 상주하는 무인기들이 수송기나 헬기를 타고 와서 주변을 빼곡히 둘러쌌겠지. 우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든 나오든 벌집핏자를 만들어버리려고 했을 거고.

        

        물론 옛날은 옛날이고 지금은 지금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압도적인 화력은 상대방이 뭘 하기도 전에 모든 걸 분쇄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나를 포함한 6명 전원이 관제실로 모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상당히 많은 준비를 했는데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버렸지만, 누군가가 눈먼 탄환에 맞아서 실려가는 것보단 훨씬 나을 것이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질 확률이 높겠지.

        

        

        아무튼, 이제부터는 이 안에 뭔가 빼먹을 수 있는 정보가 있는지 확인할 시간이었다.

        

        

        

       “…내부 시스템 재부팅 완료. 한 번 뭘 숨기고 있는지 뒤져보자고.”

        

       “안 그래도 지금 분석 중인데, 켜자마자 조지아 주 사바나에 있는 아르테미스 HQ에서 지원 요청에 응했어요. 진짜로 보내줄 심산인 것 같은데요.”

        

       “뭐, 그건 그 깡통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고. 어차피 올라오다가 중간에 요격당할 테니까 신경쓸 필요는 없을 거고…도시 어딘가에 짱박혀있을 우리 보랏빛 메카 유진과 컨택해볼 방법이 없는지를 좀 찾아보면 좋겠는데.”

        

       “서버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도 있고, 블락 비슷한 게 걸려있어서 제대로 확인하기도 어려워요. 하지만 메시지 발신 위치는 대강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근데?”

        

        

        

        좌표를 확인하고, 사바나 지도를 켠 뒤 해당 좌표를 찍는다.

        

        그로부터 몇 초나 지났을까,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입을 열었다.

        

        

        

       “…어우, 위치가 그닥 안 좋은 것 같은데.”

        

       “하필이면 적 요새 한복판이네. 이건 안 되겠다.”

         

       “위치만 상부에 적당히 보고하고 따로 계획을 짜보자고.”

        

        

        

        삑, 삑, 삑.

        

        몇 번의 기계적인 울림이 끝나고, 시설 잠금이 설정되었다. 비밀번호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이 시설의 그 어떤 제어권에도 손댈 수 없을 것이었고, 추후 해당 시설을 통째로 뜯어가거나 그대로 쓰겠다는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이곳은 다시 먼지만이 가득해질 것이었다.

        

        바깥으로 나오자 10월 말에 걸맞는 싸늘한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었다.

        

        입구 앞에는 최대 10명까지 실을 수 있는 험지돌파용 차량이 우리를 기다리는 중이었고, 각자 빈 자리에 몸을 구겨넣었을 즈음 오웬스가 입을 열었다.

        

        

        

       “두 번째 작전 구역까지는 30분 정도 걸릴 거다. 다들 적당히 쉬도록.”

        

       “막내 목소리로 그러니까 하나도 적응 안 되는 거 있죠, 팀장님.”

        

       “환장하겠구만.”

        

       “저도 미치겠거든요, 증말.”

        

        

        

        하필이면 보이스까지 나랑 비슷하다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차갑게 내린 어둠 사이를 어떠한 조명조차 없이 가로지르고 있었지만, 차량은 멈추지 않고 뉴욕 북부의 어딘가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생각보다는 간단하고 무난하게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안 돼! 가지 마! 너희 가면 대화를 못 하잖아-!”

        

        

       

        한편, 뉴욕 북부로부터 1400km 가량 떨어진 조지아 주, 사바나.

        

        그곳에선 메카 유진 – 타입 오메가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녀의 수난은 이제 시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유진 일행이 대화에 참가했습니다>

    -[오메가 : 저좀구해주세요제발!!!!]

    <유진 일행이 로그아웃했습니다>

    -[오메가 : 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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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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