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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1

        

         

       진성에게 말을 건 남자는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바쁘게 월 스트리트를 뛰어다니는 이들과 똑같이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딱 봐도 고급스러운 물건처럼 보이는 양복바지와 셔츠는 깔끔하다 못해 광택마저 흐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소매가 살짝 접힌 양복은 그의 피부색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그의 오른팔은 햇볕에 타서 약간 붉게 변한 색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왼팔은, 무지개색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프리즘을 본 적이 있는가?

       각져있는 유리 조각에 햇빛이 비쳤을 때 색색으로 빛이 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남자의 왼팔이 바로 그러했다.

       크리스털, 혹은 크리스털과 비슷한 무언가로 만들어진 듯한 의수는 햇빛이 들어왔다가 부서지기를 반복하며 여러 색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고, 남자가 숨을 쉴 때마다, 남자가 걸어올 때마다, 진성이 살짝 움직일 때마다 다른 빛을 눈에 들어오게 했다.

         

       보석.

         

       그래, 남자의 팔은 보석처럼 보였다.

       어쩌면 보석보다도 더 값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석이 손톱만 한 크기로 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사람을 현혹하는 것이었다면, 저 남자의 팔은 사람의 것과 비슷한 형상과 비슷한 역할을 가진 채 사람을 현혹하는 것이었으니까.

         

       투명한 몸체 안에는 색도, 금속도 보이지 않는다.

       분명 남자의 팔은 기계로 만든 의수임에도 불구하고 안의 부품이나 뼈대가 눈에 보이지 아니하였고, 그 말은 크리스털이나 크리스털과 준하는 무언가를 재료로 만들었다는 것임이 분명했다.

       어쩌면 다이아몬드 같은 것을 이용해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연금술사의 손에서 탄생한 신물질일지도 모르고.

         

       “동양인이라는 족속들은 말이야. 하나같이 비슷한 특징이 있더군.”

         

       남자는 오른손에 쥔 지팡이를 바닥에 박아넣기라도 하듯 몇 번 돌려서 짓이긴 뒤, 체중을 실었다. 그러자 지팡이에 붙어있는 보석들이 은은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보석이 빛에 반사되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닌 어떠한 에너지의 영향을 받아 빛나고 있는 것이었다.

         

       “하나같이 당당하지 못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말하질 못해. 좋은 말로 겸손한 거지만, 나쁜 말로 하면 몰개성하다 이 말이지.”

         

       지팡이의 형상을 한 아티팩트.

       기다란 몸체에는 마력 전지가 장착되어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에너지를 뽑아내고, 그 에너지는 설계도에 따라 움직이며 보석으로 향한다. 그리고 보석을 렌즈로 삼아 에너지는 밖으로 투사되고, 산란하며 특정 효과를 발동시킨다.

         

       그 효과라는 것은 조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그리고 지금 저 크리스털 팔을 가진 남자가 사용한 효과는 바로….

         

       ‘인지 왜곡.’

         

       여러 효과를 조합해서 만든 마법.

       통칭 ‘인지 왜곡 마법’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는 마법이었다.

         

       이 ‘인지 왜곡 마법’이라 불리는 마법은 말 그대로 사람의 인지를 왜곡시키는 마법이다. 소리에 힘을 실어 평형감각을 마비시키거나 빛을 조작해 눈을 현혹하고, 환각 물질을 분비하고 특정 주파수를 발산하여 뇌를 건드려 특정한 환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아예 광학 미채 장치와 결합해 군사 시설을 위장하기도 할 정도다.

         

       물론 지금 이 남자가 쓴 것은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하나하나로 따지면 사용하는데 마력이 그리 많이 들지 않는 데다가 큰 효과를 보기도 힘든 마법들을 조합한 것이었다.

         

       신기루, 냄새 입자 흡입, 방음 마력장, 미약한 광학 의태 등….

         

       ‘인지 왜곡’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머쓱하게까지 느껴지는 보잘것없는 마법들.

       하지만 하나하나는 미약하되, 조합을 한다면 사람들의 주목에서 벗어날 수준은 되었다.

       누군가가 분명한 목적성을 가지고 관찰한다면 모르되,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정도의 눈 정도는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기술이 담긴 물건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법사가 이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직접 아티팩트를 만든 것이 아니라면, 주문 제작을 통해서 얻어야만 했을 테니까.

         

       그리고 아티팩트라는 것이 양산형 물품조차도 만만치 않은 가격임을 생각한다면…. 이 주문 제작이라는 것은 정말 명확한 목적이 아니고서야 구매하기 힘든 물건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아니, 어쩌면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들 수도 있었다.

       이러한 물품을 의뢰하기 위해서는 인맥이 있어야 할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쩔쩔매는 것도 그래. 물론 존중은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멍청한 말을 그냥 가만히 듣고 있으면 쓰나.”

         

       그리고 그 말인즉, 이 크리스털 팔을 가진 남자는 돈도 있고 인맥도 있는 존재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어째서 그런 능력 있는 작자가, 굳이 진성에게 접근했는가 하는 의문이다.

         

       등을 기댄 채 자는 노숙자 하나.

       겉보기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동양인 남자 하나.

         

       돈 많고 능력 있는 이가 주목하기에는 보잘것없는 조합이다.

         

       ‘목적이 있군.’

         

       진성은 남자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노숙자에게 경멸의 말을 내뱉는 와중에도 시선은 진성에게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몸 역시 미묘하게 진성을 향해 틀어져 있었고, 기울기 역시 진성 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었다.

       미세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유심히 살펴본다면 구별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오른손은 지팡이를 꽉 잡은 채 몸을 기대고 있다.

       힘이 크게 들어가지 않은 데다가 자세 역시 안정적인 것이 이러한 자세가 매우 익숙한 듯 보였다. 거기다가 손의 체온이 차가워진다거나 땀이 난다거나 하는 일도 없어 보이니 딱히 긴장이나 부자연스러움 역시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일부러 팔 쪽에 힘을 줌으로써 팔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었는데, 이는 무의식적으로 행한다기보다는 의식적으로 행하는 것으로 보였다.

         

       말하자면…. 그래. 몸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읽히지 않기 위해서 행하는, 일종의 습관과도 같은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으리라.

         

       사람의 손과 팔은 얼굴만큼이나 많은 정보를 주는 기관이었으니까.

         

       거기에 진성과 시선을 마주치자 콧구멍이 미묘하게 벌렁거렸는데, 이는 하나의 신호라고 볼 수 있었다. 신경 쓰고 있는 상대와 마주하게 되었을 때 더 많은 정보를 얻고자 하는 본능에서 비롯된 신호라고 할까.

       물론 감정의 영향을 받아서 움직인 것일 수도 있고, 환경의 변화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일단 진성의 판단으로는 저 움직임은 자신에 관한 관심이 있다는 신호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여러 몸짓이 보인다.

       의식적으로, 훈련받은 대로 숨기려고 하지만 미묘하게 숨기지 못한 부분들이 보인다.

       그 부분들이 진성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저 남자는 진성에게 명확한 관심을 보인다고.

       그리고, 진성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말이다.

         

       진성은 그러한 신호를 읽으며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등을 살짝 뒤로 젖혔고, 땅에 닿아 있는 손과 팔에 힘을 주었다. 마치 뒤로 슬쩍 몸을 물러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가면과 같은 느낌이 드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고, 고개를 아주 약간 움직였다가 목에 힘을 줘서 빳빳이 굳혔다. 그리고 눈동자를 의식적으로 움직임으로써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신호를 주었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진성을 ‘처음 보는 사람이 접근해서 경계하기는 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의 정체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게 된 사회초년생’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래. 진, 성, 팍. 세계 최고의 금융 거리에 온 소감이 어떠한가?”

         

       남자는 이러한 진성의 모습에 웃음을 보였다.

       안면 근육이 움직이자 자연스럽게 남자의 얼굴에 만들어진 주름이 움직였고, 그 주름은 마치 그를 인심 좋은 중년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독사의 것처럼 번들거리는 눈알과 기쁨의 감정이 하나도 담기지 않은 무기질적인 웃음은 그를 호인처럼 보이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맹수를 떠올리게 했다.

         

       호랑이나 표범이 웃으면 딱 저런 느낌이 아닐까?

         

       “제 이름을 아시는군요?”

         

       “오, 물론이지.”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슬쩍 시선을 노숙자가 있는 곳으로 돌렸다.

         

       “나는 말이야. 이 빌어먹을 얼간이하고는 좀 다르거든.”

         

       정보의 중요성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안다 이 말이야.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지팡이에서 몸을 기대는 것을 멈추고는 다시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더니, 크리스털 팔의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운 뒤 그것을 진성에게로 날려 보냈다.

         

       표창이라도 되는 것처럼 날아간 명함은 진성의 품 안에 안착했다.

         

       루카스 메타트로니우스 골드스미스(Lucas Metathronius Goldsmith).

         

       특이한 이름이 적혀 있는 명함이었다.

       게다가 각 모서리에 아주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혀있고, 이름에 금박이 씌워져 있으니 더더욱 특이했다.

         

       “진성 팍. 월 스트리트에 온 것을 환영하며, 환대한다. 자네에게 밥을 한 끼 사주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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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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