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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1

       광기가 가득 서린 그녀의 말을 들은 백우진은 순간 머리가 아찔해짐을 느꼈다.

         

       자신을 두 차례나 자기가 쓴 세계로 들여보낸 삼류 작가 NovelGod.

         

       그가 미친 놈이라는 사실 정도는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그런 거였어.’

         

       그 삼류 작가가 왜 천마를 끌어들였는지 이제야 이해가 됐다.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정확하게 일치한 거다.

         

       ‘양쪽 모두 새로운 세계를 원하고 있다.’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둘의 바람은 같았다.

         

       새로운 시작.

         

       천마는 과거의 기억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온전한 무(無)로부터 다시 연인과의 인연을 쌓아 올리고자 하였고.

         

       삼류 작가는 제 바람과는 다르게 흘러간 세계를 지워낸 뒤, 그 위에 또 다른 세계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렇게 새로이 쓰인, 그리하여 만들어진 세계에는.

         

       “그대와 내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자신과 그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터다.

         

       “…….”

         

       심지어 그녀가 바라는 것처럼 지금까지의 기억은 모두 잊은 채로.

         

       그것은 정말.

         

       “…미친 생각이군.”

         

       미치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발상이었다.

         

       백우진은 모른다.

         

       이 세계의 시작이 어떠했는지.

         

       원래 존재하던 세계를 글의 배경으로 삼아 입맛대로 바꾸어 갔는지.

         

       아니면 그의 글이 시작됨에 따라 이 세계가 창조되고, 숨이 불어 넣어졌는지.

         

       사실 그러한 전후 사정은 크게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그가 이야기를 쓰기 시작함으로써 이 세상이 굴러가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가 마음에 들지 않다며 지우려는 세계를 자초한 건 전부 그라는 것.

         

       ‘자기 능력 부족으로 말아먹은 주제에.’

         

       그래 놓고선 갑자기 세상을 지우겠다니.

         

       신이라서 뻔뻔함의 수준까지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것일까.

         

       백우진이 이를 악문 채 속으로 분노를 삭이고 있을 때.

         

       천마는 더없이 행복에 겨운 눈동자로 하늘 위에 걸린 태양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온 어둠의 때.

         

       “어둠에 삼켜진 태양은 거대한 통로가 된다.”

         

       갑작스레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인상을 찡그리는 백우진.

         

       “…통로?”

         

       통로라니.

         

       일식은 단순히 태양이 달에 의해 일시적으로 가려지는 현상이 아니었던가?

         

       그런 그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입가에 화려한 미소를 그린 천마가 말을 잇는다.

         

       “그자…, 신의 말로는 저것을 일컬어 ‘휴지통’이라고 부른다더군.”

         

       휴지통.

         

       백우진에게는 더없이 익숙한 이름이었다.

         

       그가 살던 원래 세상인 지구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그곳에 불필요하게 용량만 차지하고 있는 내용물들을 한데 모아 지우는 프로그램.

         

       “…그래, 그랬었지.”

         

       이제야 간과하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이곳은 결국 그가 만든 세상이고, 일식 또한 얼마든지 그 개념이 달라질 수 있음을.

         

       태양이 온전히 어둠에 삼켜지기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상황.

         

       백우진은 검을 뽑아 들었다.

         

       “요컨대…, 널 멈추면 된다는 거군.”

       “후후…, 그래.”

         

       그녀 또한 검을 뽑아 들었다.

         

       세상의 빛을 온통 빨아들일 것처럼 까맣게 칠해진 검의 끄트머리가 백우진에게로 향한다.

         

       “태양이 온전히 어둠에 삼켜지기 전에 날 죽이면 네 승리. 그렇지 못하면 나의 승리.”

         

       실로 간단한 이치 아닌가?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땅을 박차는 백우진.

         

       빛살과도 같은 속도로 거리를 좁힌 그의 검이 천마의 목을 노렸으나.

         

       카앙-!

         

       그녀의 손짓 한 번에 손쉽게 가로막힌다.

         

       단 한 차례의 격돌로 천마는 느꼈다.

         

       “주저하지 않게 되었구나.”

       “응.”

         

       자신을 베려 할 때마다 붙잡곤 했던 지긋지긋한 미련이 마침내 그의 곁에서 자취를 감추었음을.

         

       이는 더 이상 제 목숨을 취하는 데에 그는 주저하지 않음을 의미했다.

         

       “네가 세계를 부수는 걸 지켜보느니, 차라리 내 손으로 끝내주는 게 맞겠지.”

         

       세계가 부서지고, 모든 인류가 사라지고 다시 생겨나도 변하지 않는다.

         

       그들 모두를 제 손으로 죽여 없애고, 세계를 부수었다는 사실만큼은 남는다.

         

       모두가 없는데 그것을 누가 기억하냐고?

         

       신이 있지 않나.

         

       이 모든 걸 꾸미고서 즐겁다는 듯이 지켜보고 있을 그 건방진 존재 말이다.

         

       그가 존재하는 이상 모든 행동은 고스란히 어깨에 짊어지게 될 터.

         

       “그 무거운 짐을 진 채로 살아가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거야.”

         

       생명의 무게가 이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는 걸 알기에.

         

       백우진은 실로 그리 생각했다.

         

       더 이상 주저하지 않게 된 건 그러한 까닭이었다.

         

       그런 상태로 살아가게 하느니, 차라리 제 손으로 그녀의 미련을 끊어내기로.

         

       이를 들은 천마는 그것이 기껍다는 듯, 환하게 웃어 보였다.

         

       “죽이려는 이유조차 애잔하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려면 그 정도 이유는 돼야지.”

       “후후…, 이런 나라도 여전히 사랑하는 것이냐.”

         

       그녀가 자조적으로 웃으며 묻자, 백우진은 생각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즉답했다.

         

       “네가 내 첫 여자였으니까.”

         

       이 세상 모든 처음은 더없이 각별하고, 그렇기에 더 기억에 남는 법.

         

       그중에서도 사내의 첫사랑은 정도가 몇 배는 더 심했다.

         

       평범한 첫사랑조차 그럴진대, 숱한 고난과 시련 속에서 싹틔운 첫사랑은 오죽할까.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이 더없이 슬프지만, 더 큰 슬픔을 막기 위해 참아야 했다.

         

       “흡…!”

         

       시간이 없다.

         

       백우진은 초장부터 전력으로 나가기로 결심한 뒤, 고스란히 기운을 풀어냈다.

         

       발밑에서부터 드리우는 세계.

         

       심상이 덧씌워진 기존의 세계는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이는 제단의 파괴를 막는 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리라.

         

       사막의 모래 속에서 솟아오른 녹슨 검들이 그녀에게로 향한다.

         

       백우진 또한 그 틈에 섞여 천마를 향해 검을 내지른다.

         

       카앙!

         

       카카캉!

         

       이윽고 그녀의 등 뒤에서 솟아난 검붉은 검들이 백우진의 검을 모조리 틀어막는다.

         

       “…….”

       “…….”

         

       더 이상의 대화는 무용하다는 듯, 말없이 검격을 주고받는 두 사람.

         

       천마는 내심 감탄했다.

         

       ‘벌써 이렇게까지 성장했을 줄이야.’

         

       그의 성장 속도가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화산파 앞에서 만날 때만 해도 여유가 제법 있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그 여유 한 줌 느끼기 힘들 만큼 상대의 공격이 더 매섭고, 무거워졌다.

         

       ‘허나 아직은 이르다.’

         

       본격적으로 내공의 운용을 시작한다.

         

       정해진 인체의 흐름을 역행하는 운기행공이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역천(逆天)의 기운을 자아낸다.

         

       천마신공(天魔神功).

         

       파괴력만 놓고 보면 인세에 다시 없을 신공절학이 그녀의 손끝에 피어오른다.

         

       매섭게 들끓는 기운들이 백우진에게로 쏟아진다.

         

       “윽…!?”

         

       겹겹이 쌓아 올린 검들을 무참히 파괴하고 침투하는 마기.

         

       가장 적절한 때를 노려 가한 기습이었다.

         

       천마는 이 공격이 그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선사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읏차…!”

         

       백우진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그녀의 마기를 받아냈다.

         

       닿는 모든 걸 파괴하는 마기를 막아설 기운은 오직 같은 마기뿐.

         

       모두의 눈을 피해 끊임없이 수련한 천마신공.

         

       순행과 역행을 반복하여 만들어 낸 백우진만의 마기가 그녀의 기운과 닿아 상쇄되었다.

         

       이를 본 천마의 눈이 부릅뜨였다.

         

       “…천마신공?”

       “맞아.”

         

       그녀는 과거 마경으로 드나들던 백우진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늙은이에게 배운 건가.’

         

       마경에는 자신이 미치는 게 두려워 도망친 늙은이가 있다.

         

       전대 교주였으나, 모든 영광을 뒤로한 채 마경에 숨어 있는 도망자.

         

       아무래도 그에게서 천마신공을 배운 모양.

         

       “…심지어 나름의 개량까지 마쳤군, 그래.”

         

       그가 익힌 천마신공은 원류라고 할 수 있는 그녀의 것과는 사뭇 달랐다.

         

       그녀의 마기가 오로지 역행을 통해 만들어진 파괴의 기운이라면 백우진의 것은 조금 달랐다.

         

       순행과 역행.

         

       그것이 동시에 운용되어 묘한 조화를 자아내고 있다.

         

       마기의 성질을 띤 자연지기인지, 자연지기의 성질마저 품은 마기인지.

         

       한 가지 확실한 건 저 오묘한 기운이 백우진에게 더없이 잘 맞는다는 것이었다.

         

       “아주 강력한 무기를 숨겨두고 있었어.”

       “숨겨둔 건 아니야. 완성한 지 얼마 안 됐거든.”

         

       처음에는 이런 걸 원한 게 아니었다.

         

       그저 너무나도 날카로운 천마신공의 기운을 조금이나마 상쇄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그런데 백유성의 안배를 익히는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이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파괴와 조화.

         

       뒤엉키기엔 너무나도 다른 두 기운을 하나의 공간에서 운용할 수 있게 된 것.

         

       그것이 가능해진 순간 백우진의 모든 무공은 성장했다.

         

       하나의 묘리를 풀어내기에도 숨 가쁜 초식 하나에 여러 묘리를 품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말인즉.

         

       극도의 쾌(快)를 중시하는 초식에 중(重)의 묘리마저 선보일 수 있다는 뜻.

         

       더없이 묵직하면서도 빛살과도 빠른 검.

         

       상대하기에 이보다 섬뜩한 것이 또 어디 있을까.

         

       「백뢰단천(白雷斷天).」

         

       더없이 빠르고 무거운 일격.

         

       그야말로 섬광과도 내리꽂아 닿는 모든 걸 파괴하는 벼락에 한층 가까워진 검격이 천마를 향해 쏘아졌다.

         

       제 눈으로도 쉬이 쫓기 힘든 속도에 놀란 그녀가 다급하게 검을 들어 올린다.

         

       가까스로 검격을 막아낸 순간.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그녀의 몸이 주르륵 밀려난다.

         

       콰르르륵!

         

       두 발로 깊은 고랑을 만들어 내며 가까스로 버틴 천마의 입에 흐르는 한 줄기 피.

         

       백우진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공격을 시도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머릿속에 드리운 어둠이 짙어진다.

         

       ‘시간이 없어.’

         

       태양이 온전히 어둠에 삼켜지기 전에 그녀를 죽이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양의 내공을 미친 듯이 뽑아내며 공격을 이어 가기를 수십 차례.

         

       다급한 그와 달리 차분한 태도로 공격을 막아내던 천마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그려진다.

         

       “애석하게도 시간이 다 되었구나.”

         

       그와 동시에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는 천마.

         

       그런 그녀를 쫓기 위해 신법을 운용하려던 백우진은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철그럭!

         

       “큭…!”

         

       몸이 당장에라도 부서질 것처럼 떨리고, 고통이 밀려온다.

         

       단시간에 너무나도 많은 내공을 끌어다 쓴 탓이었다.

         

       검을 지팡이 삼아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고 있던 그때.

         

       천마가 두 팔을 들어 올리며 나지막한 음성으로 읊조렸다.

         

       “오라.”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땅에서부터 무언가가 솟구친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건 각기 다른 색으로 빛나는 다섯 개의 구슬, 오행신주(五行神珠).

         

       그것을 제 손바닥 위에서 아름답게 굴려대던 그녀가 말을 잇는다.

         

       “잘 보거라.”

         

       손을 들어 올리자, 다섯 개의 구슬이 하늘로 솟구쳐 날아간다.

         

       짙게 내려앉은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던 다섯 구슬은 마침내 거대한 통로가 되어버린 태양 너머로 삼켜지고.

         

       쿠구구구…!

         

       세상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낮에 이래저래 일 좀 보고 지쳤는지 밤에 의자에서 까무룩 잠들었다가 새벽에 깼네요;

    다음 편은 좀 더 빨리 완성해서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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