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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2

       

        

        

        

        

        

        

        

        다크 존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에서 게임 뿐만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는 모든 밈을 속속들이 꿰뚫은 인터넷 지박령들까지, 2036년 10월은 그 모든 이들에게 있어서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의 한 해였다.

        

        당연하겠지만, 그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 스스로의 행보가 외부에 어떤 형태로 보여지는지에 대해 단 한 점도 신경쓰지 않는 당사자를 제외하면.

        

        단순히 엉덩이에 뱀꼬리가 달렸을 뿐인 사람이었던 유진은 고작해야 14개월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한 명이 되었고, 그 와중에도 한 번쯤은 이전에 해왔던 것보다는 조금 진부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항상 산산조각내었다.

        

        당장 10월 초부터 보여주었던 모습이 그 증거였다.

        

        

        

       “하와이 여행 브이로그야 돈만 있으면 누구든 찍어서 남길 수 있긴 하지만, 하와이에서 2억 원어치 총을 사서 예비군 훈련을 시키는 건…그걸 브이로그라고 할 수가 있나?”

        

       “발현자만 할 수 있는 거지, 그건.”

        

        

        

        자신이 발현자라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바로 그 때문에 고위급 발현자만이 할 수 있는 컨텐츠를 시행한다. 그것도 자신의 사비를 이만큼 써서. 물론 유어스페이스 최상위권에 있는 채널 매니저들도 간혹 영상 창조를 위해 그 정도의 비용을 쓴다고는 하지만….

        

        돈만 있으면 실현 가능한 일과, 돈이 있어도 발현자만이 시도할 수 있는 일의 차이. 전자는 그나마 사람의 상상력이라는 손의 끝자락에라도 닿을 수 있지만, 후자는 인간이 시도하기에는 신체적으로 무리가 많이 따랐다.

        

        가령 미니건 들고 쏘기, 혹은 20mm 저격총을 서서 사격하는 것. 컨텐츠 비용으로 일반인 수백 명을 섭외하거나 하는 것에 비하면 스케일은 비교적 작았지만, 오히려 바로 그렇기에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비현실적인 모습.

        

        수많은 파란을 남긴 하와이 여행은 진즉 끝났지만, 그 여파는 이제서야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사자가 이를 소화할 수 있도록 쉴 틈을 준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근데 그러고서 조금 쉬다가 바로 또 몰아칠줄은 몰랐지.”

        

        

        

        올리비아 닉스 로렐라이.

        

        불과 3년 전부터 혜성처럼 나타나 패션계의 블루칩이라고까지 불리던 사람이 느닷없이 하와이로, 그리고 한국으로 향했다. 당연하겠지만 그 와중 하와이에서 만들어진 짧은 – 그러나 내용 자체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 쇼츠는 말 그대로 훌륭한 땔감이 되었고.

        

        이미 그녀를 팔로우하고, 더 나아가 평소 게시글을 보며 그날그날에 어울리는 코디를 확인하던 수많은 팔로워들은 자신의 눈을 잠시나마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태어난 이후로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연이 없을 것만 같았던 물건이 당사자의 손에 들려있었으니.

        

        그 다음은 더 가관이었다. 50구경 탄환을 10발이나 수납 가능한 박스형 탄창을 꽂은 당사자는 어떠한 망설임조차 없이 방아쇠를 당겼고, 그 이후 펼쳐진 광경은 과거 유진을 연상하게 만드는 종류의 것이었다.

        

        패션계에 난리가 나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물론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고, 짧다면 짧은 하와이 여행을 끝낸 당사자는 그 어디도 아닌 한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유진을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당사자의 집으로 향했고,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그 누구보다도 자연스럽게 서포트 오퍼레이터로 활약하기 시작했으며, 미관제구역을 쳐들어온 스무 명의 한국 국대를 말 그대로 정면에서 분쇄하였다.

        

        그 누구도 입으로 내지 않았지만, 행동으로 나서는 사람들은 암암리에 있었다 – 올리비아 역시도 유진과 같이 꽤나 수상쩍은 과거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

        

        유진의 시청자가 수백만 명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뒷조사’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그 무엇보다도 자명하였으나-

        

        

        

       “…그럼 그렇지.”

        

       “아니, 또야? 또 하나도 없어?”

        

        

        

        나오지 않는다.

        

        마치 메마른 우물을 끝도 없이 파봤자 모래만 나온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에서조차 아무런 것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실로 명약관화했고, 그 시점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은 GG를 쳤다.

        

        게다가 수백만 명의 시청자들을 휘어잡을 방법은 그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유진이 올리비아와 함께 다크 존을 누비고 있는 와중, 이카루스 인터내셔널 공식 유어스페이스 채널에서 또 다른 떡밥을 뿌렸고, 그 즈음의 게이머들은 말 그대로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먹을 게 너무 많아졌다.

        

        다크 존 갤러리는 초당 글리젠이 3을 넘어갔고, 심야를 제외하고 하루에 18시간 가량 비슷한 상황이 지속되었으며, 화력이 너무 넘쳐나는 나머지 해당 갤러리가 하루에도 두 번씩 터졌다가 복구되는 기이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물론 그것은 시청자들의 상황이었고, 유진과 올리비아는 그 사이에도 앞으로도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비밀스러운 작전을 진행 중이었다.

        

        무릇 세상의 모든 일에 있어서 ‘순리’라는 것은 없었고, 원하는 상황을 창조하기 위해선 어떻게든 움직여야만 했다 – 음식을 만들기 위해선 재료 손질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만 하듯, 사바나에서의 작전을 최대한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밑작업이 필요했다.

        

        불과 며칠 만에 임플란트의 일련번호에서부터 기인한 히든 팩토리 전부가 흔적도 없이 짓이겨졌고, 그 과정에서 새로이 나타난 메카 유진의 위치 역시도 확인했다.

        

        

        그리하여 계획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올 즈음, 치열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위치가 밝혀졌으니, 구태여 해당 지역에 귀중한 군사적 자원을 때려박을 바에는 깔끔하게 밀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전 반대입니다. 현재 대거 팀에 소속된 두 기체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기술적인 성과가 있었지요. 일단 해당 개체와 접촉한 뒤, 대화 여부가 있는지에 대해서 파악한 뒤 결정을 내려도 결코 늦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깔끔하게 밀어버리는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이미 아키타입을 통해 진과 레인이라는 달달한 꿀을 원없이 퍼먹을 수 있었고, 하나보단 둘이 나으며, 둘보단 셋이 낫고, 오메가를 설득하는 순간 잘 하면 조지아를 거미줄처럼 침범한 아르테미스의 잔재를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사실상의 희망사항 그 자체였지만, 이미 대거 팀은 희망사항에 가까웠던 작전 계획안을 수없이 성공시켰고, 심지어는 그림자를 통해 작계에 없는 상황까지 만들어가며 나락으로 끌려들어가고 있는 미국을 강제로 밖으로 견인하고 있었다.

        

        당장 진과 레인의 존재부터가 그러했다. 그 어떤 작전계획이 메카 유진을 포획한다는 목표를 전제한 채로 수립되겠는가. 바로 그러한 결과가 작전계획을 짜는 수많은 참모들의 대뇌에서 브레이크를 빼내고 있었지만, 막상 액셀러레이터 역할의 작전팀들은 그닥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수많은 희망사항과 억까, 오만가지 천태만상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도 어울리지 못하는 불협화음을 신명나게 연주해대고 있는 와중,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도 한 줄기의 멜로디가 연주되고 있었다.

        

        

        

       “아예 미사일 안의 신관이랑 탄두를 빼고 종이 같은 걸 넣어야 하나…아니, 그래봤자 적을 수 있는 내용도 별로 없고. 막상 구출해달라고 해도 일단 이리로 오는 길에 배치되어있는 무인기를 전부 분쇄해야 여기까지 올 수 있을 텐데.”

        

        

        

        오메가는 오늘도 머리를 싸매고 방도를 찾고 있었다.

        

        넘쳐나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닌 시간이었고, 자연스럽게 그녀는 네트워크 상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를 매우 엄밀하게 구분하기 시작했으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새장처럼 생긴 건물이 자신을 어떻게 가둬놓는지도 얼추 감을 잡고 있었다.

        

        

        

       ‘…해당 건물의 통제권 자체는 내가 아니라 수뇌부의 기능을 이전하고 관리하기 위해 별도로 생겨난 관리 AI에게 존재하지만, 말 그대로 임시방편으로 만들어진 걸 감안하면 성능은 그닥 좋지 않고, 사전에 입력된 몇 가지 명제에 따라 움직이는 걸로 보인다.’

        

        

        

        그 중 하나는 오메가가 시설을 부수고 탈출하는 것을 막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미 그녀는 몇 번 정도 시설을 부수고 탈출하려고 시도했으나, 관리 AI는 빌딩의 형태를 실시간으로 변형시키며 예상 타격점에 장갑을 집중, 벽조차 뚫지 못하도록 대응하였다. 아쉽게도 오메가는 현재 꼬리-변형 무기가 봉인된 상태였기에 고화력 공격으로 박살내는 것도 불가능.

        

        그리고 그 다음의 결과는 뻔했다. 관리 AI의 협박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협박 내용도 신체 기능을 박탈하겠다는 등의 뻔할 뻔자였지만 안타깝게도 오메가는 예비 소체가 없었고, 하는 수 없이 새장 비스무리한 공간에 처박혀 바깥을 바라봐야만 했다.

        

        그러나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후.”

        

        

        

        얼마 전, 아르테미스 신규 네트워크가 다시 개설되었다.

        

        어떻게 히든 팩토리를 찾았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저쪽에게는 아르테미스 네트워크의 데이터뭉치를 해석할 방법이 있었고, 관리 AI는 뉴욕 북부의 히든 팩토리가 몽땅 박살나고 있음에도 그닥 신경을 쓰지 않음을 기록 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오메가는 인간들이 어떻게 하면 자신을 구출할 수 있을지를 최고 속도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대전제로, 빌딩 중심은 반드시 외부의 공격에 의해 파괴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통제권 자체가 약화될 거고…두 번째로, 이 새장에서 빠져나왔을 때 최대한 빠르게 해당 지역에서 도망을 갈 수 있어야만 한다.’

        

        

        

        빌딩이 변형되는 속도는 이미 파악해두었으나, 하필이면 이 빌딩은 사바나에 있는 모든 요새의 센트럴 포인트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설령 새장에서 탈출하더라도 추후 또다른 조치를 통해 지금 이 지역을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다시 고대로 잡혀들어올 것이었고, 그 후에는 그닥 좋은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 자체가 사라질 터였으니….

        

        하지만 오메가가 믿는 구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르테미스 네트워크에 수많은 더미 데이터를, 그리고 그 사이에 메시지를 교묘하게 섞어 보낸다면, 저쪽 역시도 동일한 방법으로 더미 데이터 사이에 답신을 섞어서 보낼 수 있을 것이었다.

        

        일종의 암호 통신.

        

        애초에 관리 AI가 사바나 장악 및 자원 회수, 관리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이상 실패할 확률은 낮았으나, 언제까지 가능할지조차 몰랐으므로 접촉은 최대한 신중하게 해야만 했다 – 하지만 그녀는 그 선택이 그닥 좋지 못하단 것을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방법은 저쪽에서 알아서 강구하리라.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전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무수한 정크 데이터가 새로이 나타난 아르테미스 네트워크에 업로드되기까지 6시간 전이었다.

        

        

        

        

        

        

        

        

       “해석할 수 있겠죠, 진?”

        

       “맡겨만 주시길. 저희는 잠도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한편, 오메가가 있는 곳으로부터 천 하고도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센트럴 파크 HQ.

        

        누군가가 미끼를 물었다.

        

        

        

        

        

        

        

        

        

       

        

        

        

        

        

        

        

        

        

       “어쩐지 요즘 체감시간이 이상할 정도로 빨라진 것 같은데, 역시 사람은 바쁘고 힘들어야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구만.”

        

       “다들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나? 특히 저 메카 막내 친구들은 평소보다도 더 신난 것 같은데.”

        

       “나나 진은 잠을 안 자도 되니까.”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지.”

        

       “…그래서 빠른 거 아냐?”

        

        

        

        센트럴 파크 HQ, 오전 5시.

        

        광학미채를 비롯한 다양한 수단으로 빛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고 있는 본부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고, 자는 사람이 있을지언정 모두가 동시에 잠에 들었다가 일괄적으로 기상하는 것은 아니었다 – 특히나 이카루스 기어를 지급받은 사람들은 더더욱 그러했다.

        

        여력이 받춰준다면, 오퍼레이터들은 5일 가량은 잠을 자지 않아도 기기의 신체 조정에 의해 아무런 건강 이상 없이 활동이 가능했고, 특히나 이렇게 시간, 혹은 수십 분 단위로 업데이트되는 정보를 확인해야 할 때는 더더욱 그러했다.

        

        대거 팀은 – 나를 포함하여 – 원래 이카루스 기어를 가지고 있었고, 올리비아는 원체 야행성이었으므로, 현재진행형으로 늘어나고 있는 아르테미스 정크 데이터-해석본을 확인하고 있었다.

        

        수많은 작전참모, 그리고 국방부 인원들이 홀로그램으로 참여하여 해당 데이터를 같이 확인하고 있는 건 제법 흥미로운 일이긴 했지만.

        

        

        

       

       “그래서, 이런 번잡스러운 방법으로 연락을 하는 이유가 뭐라고?”

        

       “현재 타입 오메가가 관리 AI에 의해 반쯤 감금된 상태라고 합니다. 본래라면 서로 원활히 상호작용하여 데드맨 스위치로서 발동된 아르테미스 수복이란 목표를 점진적으로 달성해야만 하나, 상황을 파악한 오메가가 비협조적으로 나온 모양입니다.”

        

       “아주 코미디가 따로 없군. 추후 오메가의 호출명은 라푼젤로 지으면 되겠어.”

        

        

        

        실로 그러했다.

        

        정크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해석함에 따라 많은 사실이 밝혀졌고, 이는 마치 사슬처럼 연결되어있었다 – 첫 번째로, 우리는 이런 골치아픈 방법을 통해서만 연락이 가능할 정도로 오메가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혹시나 모르는 발각 위험을 막기 위한 것이었는지 정크 데이터 속에 내포된 메시지는 극단적으로 압축되어있었으나, 해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고, 머잖아 진과 레인은 어째서 그런 상황이 되었는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 결과가 방금 진의 설명이었고.

        

        

        

       “중구난방으로 데이터가 널려있으니 한 번 종합해보자고. 우선…오메가가 우리에게 요청한 것은 구출이고,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대전제 두 개를 제시했다. 맞지?”

        

       “맞아. 첫 번째는 관제탑의 파괴, 두 번째는 타워를 빠져나온 오메가의 회수. 그리고 우리 라푼젤 양은 ‘새장’을 빠져나온 지 최대 1분 30초 안에 해당 지역을 탈출해야 한다고 말하더군. 광역 폭격으로 상황을 좀 늦출 수 있긴 하겠지만 쉽지 않겠지.”

        

       “관제탑이 요새화된 사바나 한복판에 떡하니 튀어나와있단 걸 감안하면…나이브하게 생각하면 AC-130 같은 걸로 화력지원을 하거나, 토마호크 미사일을 무더기로 날려서 주변에 있는 걸 싹 지워버린다음 헬리콥터로 데리고 나가면 되겠지.”

        

       “그리고 그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건 당신도 알 거고요.”

        

       “물론. 아무리 내가 옛날에 레인저 출신이라고 해도 가릴 건 가린다고.”

        

        

        

        당연하겠지만, 방금 제시되었던 방법을 심도있게 고려하는 사람은 없었다 – 심지어는 제안한 사람까지도 말이었다.

        

        아무리 정밀도가 올라갔다고 하더라도 오폭 가능성은 언제나 있었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였고, 대놓고 폭탄을 들이붓다가 어디에 얼마나 있을지도 모르는 인텔을 몽땅 잿더미로 만드는 것도 조금 꺼려지는 일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런…말 그대로 망치로 후려치는 듯한 작전안을 대거 팀이 수행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를 엄밀하게 정의하자면 수술칼에 더 가까웠으니까.

        

        

        그렇다면 결국 퇴출 및 회수 방안은 하나로 좁혀질 수밖에 없었다.

        

        

        

       “풀톤 회수.”

        

       “역시 그것밖에 없겠네.”

        

       “막내랑 올리비아는 그림자로 참여할 것 같으니, 원격조종기를 전부 투입한다고 치면 다섯 기…아니, 여섯을 회수해야겠군요. 사실 전부 회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여태까지 했던 작전들 중 역대급으로 타임 테이블이 빡빡하겠는데. 관제탑 붕괴, 그리고 오메가 탈출까지 걸리는 시간을 대략 15초 정도로 잡아보자면…관제탑에 미사일이 직격할 즈음에는 원격조종기가 이미 지상에 도달해있어야 해.”

        

       “그 전에 주변 폭격도 해야죠. 착륙했는데 주변에 무인기가 득실거리는 상태라면 애꿏은 원격조종기만 날리는 거예요.”

        

       “주변 폭격도 하고, 반물질 폭탄도 몇 개 정도 들고 가는 걸로 합의를 보자고.”

        

        

        

        당연하겠지만, 이들은 작전 계획 수립의 천재였다 – 거기에 내가 포함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 말 그대로 순식간에 작전 진행에 필요한 모든 변수를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튼 나 역시도 그동안 놀고 먹은 건 아니었으므로 작전이 어떻게 진행되어야만 하는지는 대충 머릿속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첫 번째로, 광역 폭격이 필요했다. 요새화된 사바나를 말 그대로 갈아엎어야 원격조종기가 안전하게 착륙한 후 오메가를 호위할 수 있었으니까 – 그리고 이 광역 폭격 과정은 오메가가 있는 관제탑의 허리 부분을 날려버리는 것과 동시에 진행되어야만 했다.

        

        두 번째로, 원격조종기와 오메가가 합류했을 때, 이미 예상 탈출 지점에 풀톤 회수 시스템이 원격으로 설치가 되있어야만 했다 – 그리고 이 즈음 V자 형태의 스틱이 펼쳐진 수송기가 이미 날아오고 있어야만 했다.

        

        

        

       ‘풀톤 회수 시스템을 실은 대형 드론 여러 대가 대기하고 있을 터였으니 원격 설치는 그다지 문제가 없다고 치면….’

        

        

        

        아마 모든 것이 제대로 이뤄진다는 가정 하에, 이번 작전은 아마 기네스북에 남을 정도로 짧은 회수 작전으로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물론 기네스도 날아갔고 작전 같은 건 기네스북에 실릴 수 없긴 했지만.

        

        이제 이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물품들을 준비하는 건 국방부가 어련히 해줄 것이었고, 거기까지 결론이 난 순간 작동 중이던 사운드보드가 해당 대화를 녹음하여 문서화했다.

        

        그리하여 우리가 오메가에게 보내줘야만 하는 정보의 윤곽이 보였다.

        

        

        

       “예상 탈출 장소의 위치, 원격조종기와의 접선 지점, 작전 결행일과 정확한 작전 결행 시간. 뭐 더 필요한 거 없나?”

        

       “그 정도면 되겠죠. 마음의 준비나 잘 하라고 해요.”

        

       “그도 그렇구만.”

        

        

        

        여러 대의 수송기와 화력지원이 가능한 UAV, 수십 발의 미사일, 반물질 폭탄, 풀톤 회수 시스템이 장착된 드론 여러 대, 원격조종기 다섯과 그림자 둘.

        

        길어봐야 2분에서 3분밖에 안 되는 시간 동안, 우리는 사바나의 위를 벼락처럼 강습한 후 연기처럼 사라질 예정이었다.

        

        

        

       “이래야 내가 알던 이카루스지.”

        

       “그렇죠?”

        

       “다들 준비가 된 것 같구만. 이제 남은 건…작전 결행까지 끝도 없이 이어질 시뮬레이션인가. 타임 테이블을 맞추려면 시행착오를 좀 많이 겪어야겠어.”

        

        

        

        드르륵.

        

        그런 말과 함께 진과 레인을 제외한 모두가 일어섰다 – 물론 홀로그램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작전부 및 국방부 에이전트들은 정보 파악 및 작전 토론, 데이터 청취를 위해 여전히 대기해야만 했다.

        

        복도로 우르르 빠져나가기 전부터 우리가 가야 하는 곳은 정해져있었다.

        

        

        

       “시뮬레이터에 데이터 입력까지 대략 30분 정도 걸릴 테니, 다들 몸이나 좀 풀자고.”

        

        

        

        작전투입대비용 시뮬레이션 룸.

        

        구출 작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우리가 처박혀있게 될 곳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배틀필드4 캠페인에서도 나오는 바로 그 탈출법 맞습니다

    꼬리무장 관련 내용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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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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