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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2

    <512 – 저걸 우리가 데려오라고>

     

    기프트 아카데미 암흑상단 본부.

    지젤은 좀처럼 아카데미에 복귀하지 않는 오크노디의 소식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

     

    “우리 꼬마아가씨가 밖에서 뭘 하고 돌아다니는지 아십니까?”

    “몰라. 그거 들으려고 왔잖아.”

    “적색마탑의 마법사들과 함께 뭔가 보여주는 마법쇼를 하고 다닌답니다.”

    “…그게 뭔데?”

    “잘은 모르겠지만 상남자 테스트라고도 불리더군요. 남부 신성도시국가연맹에서는 불티나게 티켓이 팔릴 정도로 인기 있는 행사라고 합니다.”

     

    하루 아침에 아카데미에서 사라진 아이가 저 밖에서 행사를 벌일 적에는 꼬마아가씨 특유의 별난 모험심이 발휘되었겠거니 여겼다.

     

    “불꽃쇼의 권리를 매각한 꼬마숙녀가 그대로 실종되었다고 합니다.”

    “미치겠네. 멀쩡히 공부 잘하던 애가 하루아침에 어디로 사라진 거야?”

     

    이사벨은 초조함에 재료 밑손질도 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함을 보였다.

    지젤은 집요하게 정보망을 펼친 뒤에야 오크노디의 다음 동향을 포착했다.

     

    “디스트로이어 교수!”

    “전대용사라는 교수님? 그분이 왜.”

    “그 교수가 꼬마숙녀가 실종되기 전에 베수비오 화산에서 함께 목격되었다는 목격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아무래도 산에서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커다란 사건이 벌어졌던 모양입니다.”

     

    기말고사를 대비해도 부족할 때에 외부 일에 신경을 쓰는 건 좋지 않았지만 애초에 지젤이 기프트 아카데미에 입학한 까닭도 오크노디 때문이었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그는 곧바로 디스트로이어의 동향으로부터 그의 주변인으로 감시의 저변을 넓혀 끝내 정보를 입수했다.

     

    “카넬레 시. 그곳에 디스트로이어 교수와 도적길드의 본부가 있습니다. 오크노디는 도적길드 본부에 함께 머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니 강의 가르쳐야 할 교수가 왜 밖에서 애먼 학생 데리고 그러고 있는 거야? 용사도 그 사람한테 강의 듣는다면서.”

    “이미 공지가 올라왔다고 합니다. 모든 수강생에게는 학점을 공짜로 뿌리고 추후 출석이 자유로운 대체강의가 있을 것이라는군요.”

    “왜 우리 교수님들은 애들 데리고 밖에 나가서 한 달씩 실종되지 않는 거야? 같이 좀 가버리지.”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꼬마숙녀가 실종된 처지에 내뱉기엔 조금 경솔한 발언이 아닌지 싶군요.”

     

    워낙에 별난 괴짜들이 많은 아카데미인데다가 심지어 상대가 전대용사로 이름을 떨친 디스트로이어 교수였기에 지젤은 특별한 강의를 받겠거니 수긍하려 애썼다.

    그러나 혁명군의 첩보를 입수한 직후로는 도저히 그리 웃어넘길 수 없었다.

    물자와 자금의 이동.

    인력과 강자들의 재배치.

     

    “카넬레 시에서 무언가 커다란 사건이 일어나리란 예감이 듭니다… 굉장히 좋지 않은 징조라는 생각을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

    “정 그리 걱정되면 같이 휴학이라도 하고 찾아가는 게 어때?”

    “이사벨은 괜찮습니까? 기프트 아카데미에 재학하는 영광을 내려놓고 휴학이라는 위험한 짓을 선택해도.”

     

    엄중한 입학시험을 거쳐 입학하는 만큼 휴학생들이 다시 복학하는 절차도 마냥 쉽지는 않을 거다.

    최악의 경우에는 영영 아카데미를 떠날 각오마저도 해야 했다.

     

    “상관없어. 어차피 우린 오크노디가 아니면 기프트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없었잖아? 지젤 당신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였겠지만.”

    “오우. 샌님이나 요리사만 멋쟁이 흉내를 낼 셈이냐? 이 손오천님이 있는 것도 까먹지 말라고.”

    “이사벨 씨, 손오천 씨. 두 분의 덕분에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군요.”

     

    지젤은 용기를 얻었다.

    그래, 일이 수틀리면 같이 휴학하고 찾아가면 된다.

    아카데미 1학년이 된 뒤의 우여곡절은 어떻던가.

    사람 하나 구하는 일이야 능히 해낼 수 있겠지.

     

    “그래서 외출허가를 받지 못하거든 휴학신청을 하겠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학년부장 마하바라타 교수는 골치 아프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우정이 돈독한 것도 마냥 좋은 일은 아니군요. 휴학생의 경우, 아카데미의 감시관이 따라붙어 휴학사유가 제출한 그대로인지, 휴학 도중 아카데미 내의 기밀사항을 누설했는지 등의 여부를 면밀하게 분석, 기록, 제출해야 합니다. 수고가 많이 드는 만큼 쉽게 허가가 나오지도 않지요.”

    “그렇다면 아카데미를 그만두겠습니다. 많은 가르침을 받았고 앞으로 받을 가르침은 더욱 많겠지만 지금까지의 가르침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서두르지 마세요. 우선 여러분의 외출 및 휴학사유에 대해서라면, 여러분이 아니라도 이미 아카데미 측에서 신경을 쓰고 있답니다. 그러니 세 분이 뒤늦게 합류해봤자 일만 더 복잡해질 뿐이죠.”

     

    이사벨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교수들이 보호하는 건가요?”

    “교관직을 이수한 경력이 있는 휴학생들에게 포인트를 대가로 감시 및 원거리 경호 의뢰를 맡겼습니다.”

    “휴학생…?”

    “여러분은 이미 만난 적이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르겠군요.”

     

    크라켄 소동 당시 오크노디를 찾겠다고 단체로 우르르 몰려가서 휴학생전용구역을 침범한 경험이 있던 세 사람은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휴학생전용구역 초입에서 안전구역의 진입조건을 빌미로 포인트를 삥뜯거나 노동력을 착취하지 못해 안달이 났던 생산학부 휴학생 선배들.

    그들도 괘씸하긴 하지만 휴학생 전용구역에서 얻을 수 있는 비보를 노리는 선배들의 강함은 다른 휴학생들과도 차원이 달랐다.

     

    “에이. 설마 그 선배들이겠냐? 진심으로 비보를 노릴 정도로 독종들이라서 삼인의 비보도전자라고 불린다면서. 그런 인간들이 한가하게 임무를 받을 리가 없겠지.”

    “역시 알고 계셨군요. 그 세 사람이 맞답니다.”

    “엉?”

    “손오천 씨… 당신은 입을 열면 재앙을 부르는 유형의 사람이었군요. 재앙을 부르는 원숭이손으로 유명한 원숭이수인 아니랄까봐 참…”

    “아니 이게 내 잘못이야?!”

     

    마하바라타 교수가 꺼낸 명부를 보고 세 사람은 기가 막혔다.

     

    ━━━

    검술도둑 제토

    은둔자 이안

    살인마 우르가스

    무결점의 샤를로테

    ━━━

     

    명부에 적힌 사람들이 누구인가.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알고 있다.

     

    휴학생 전용구역.

    3단계 마력재해 <천애단벽>.

    천애단벽의 바닥을 목표로 하는 조사단.

    륭 노사를 원수로 둔 사내.

    연초를 재로 털어내는 자.

    아이린과 록펠, 도로시에게 절대적인 강함이 무엇인지 느끼게 한 자.

    천애단벽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최강의 유실품을 노리는 검술도둑 제토.

     

    휴학생 전용구역.

    5단계 마력재해 <분출하는 용암>.

    13년째 화속성 친화작을 하는 키 작은 소년 선배.

    세 사람과 즈앙에게 마나하트를 뽑아서 주면 도와주겠다는 정신 나간 조건을 걸어대는 광인.

    은둔자 이안.

     

    휴학생 전용구역.

    모든 재해구간을 떠도는 자.

    부족한 실력을 대신하여 유실품을 모아 비보로 향하는 길을 개척하려는 자.

    단신으로 백 개에 필적하는 유실품을 탈환한 살인마 우르가스.

    …그리고 오크노디의 성스러운 수류탄에 당해 유실물은 반 이상 박살 나고 남은 것도 알차게 다 털려버린 황금고블린 같은 선배.

     

    휴학생 전용구역.

    8단계 마력재해 <혼돈의 심부>.

    최강의 휴학생 샤를로테.

    진심으로 비보탈환에 도전하는 다른 휴학생들보다도 심상찮은 내력을 지닌 자.

     

    직접 본 사람도 있고 다른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보만 추합한 사람도 있지만 지젤은 이들 중 누구 하나도 1학년은 상대할 수 없음을 짐작했다.

    아무리 빨라도 1년.

    싱이나 아이린 수준의 상급반 상위권 강자들조차도 저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연 단위의 시간이 필요한 강자가 이들이다.

     

    “이제 안심이 되었니?”

    “충분히 되었습니다.”

     

     

    * * *

     

     

    지젤이 이들이라면 믿을 수 있다고 단숨에 수긍할 정도로 대단한 선배들이 남자 대신 여자를 납치하는 별난 하피가 출몰한다는 산에 도착했다.

     

    “책가방이어울리는단신쇼타와 위험한살인마스타일남자와 보물고블린과 세련된스타일의여검객이다! 여검객만 빼고 남자는 모두 죽이자!”

    “아하하. 보통 하피는 여죽남겁을 외치지 않나? 남죽여겁을 외치다니,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망할 짐승새끼들이 감히 누구보고 보물고블린이라고 지껄이는 거냐!!”

     

    성적취향이 반대로 뒤집힌 암흑하피들의 습격을 보물들의 힘으로 격퇴한 살인마 우르가스.

    그가 손에 장착한 7종 보물세트를 내려다보며 불만스레 혀를 찼다.

     

    “급하게 휴학생들을 삥 뜯어서 충원한 마도구는 역시 수준이 떨어져. 유실물로 일궜던 전투력을 되찾으려면 한참은 더 걸리겠어. 역시 비보를 노리려면 이번 임무를 성공시켜서 포인트로 보물을 사야만 해.”

     

    우르가스가 하피의 머리털을 붙잡아 들어 올렸다.

     

    “그러니 사실대로 말해라. 오크노디가 어디로 갔는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우린 그 녀석을 데려가야 보너스포인트를 얻는다고. 인간은 보너스를 얻지 못하면 아주 흉폭해져. 하피 머리통을 터뜨릴 정도로. 알았으면 빨리 대답해. 오크노디 어딨어!”

     

    하피가 세상 서럽게 울먹이며 말했다.

     

    “어깨가 빠지도록 들고 날랐더니 이속이 떨어진 탈 것은 필요 없다고 버리고 간 녀석 따위 알 게 뭐야! 사마귀인간이 그렇게 좋으면 충간이나 하던가. 흑!”

    “아하하. 하피 다음에는 사마귀인간이야? 정말 재밌는 아이네. 그래서 사마귀인간은 몇 마리 데려갔대? 이번에도 다섯 마리?”

    “자꾸 갈아타기가 귀찮다고 이천 마리를 데려갔어!”

     

    은둔자 이안이 멍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으응? 이천 마리?”

    “가는 길에 동물원과 투기장의 탈 것도 쓸어간다고 했으니 지금쯤 숫자가 더 늘어났겠지. 그런 굉장한 군세에 우리 하피들만 버려두고 가다니. 어리지만 정말 나쁜 여자야… 그래서 더 동경하게 돼!”

     

    말문이 막힌 휴학생들을 샤를로테가 재촉했다.

     

    “멍하니 있지 말고 추격 준비해. 오크노디를 데려가기까지 시간을 더 지체했다간 제국에서 엄청난 소동이 벌어질지도 몰라. 그럼 오크노디를 아카데미로 데려간다는 보너스 달성은 더 힘들겠지.”

    “몬스터 군단을 끌고 다니는 애를 제국군보다 빠르게 쫓아가? 어떻게?”

    “검증된 탈 것이 있잖아. 여기에.”

     

    샤를로테가 가리킨 것은 암흑하피들이었다.

    유기된 암흑하피들은 또다시 탈 것으로 취직될 운명을 깨닫고 날개와 눈매가 힘없이 쳐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군단의지배자 오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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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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