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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2

       오행신주(五行神珠).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각각의 기운을 담고 있는 다섯 개의 구슬은 그녀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그걸 알기에 백우진은 오행신주 모두가 그녀의 손에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 무던히도 애쓴 것이고.

         

       그 노력 덕분에 목행신주와 수행신주를 손에 넣을 수 있었지만, 늘 의문이 뒤따랐다.

         

       ‘생각보다 반응이 시원찮았지.’

         

       백우진과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목적 하나만을 위해 모든 걸 버린 그녀였다.

         

       그런 목적을 이루는 데에 필요한 물건을 빼앗긴 사람치곤 그 반응이 미적지근했다.

         

       그래서 그것이 늘 의문이었는데, 조금 전 그녀가 보인 행동을 통해 마침내 답을 찾았다.

         

       “…누구의 손에 있는가는 크게 중요치 않았던 거였어.”

         

       그러자 천마가 입가에 비뚜름한 미소를 그려내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늦었지만 정답이다.”

         

       누구의 손에 쥐어져 있는가는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건 봉인의 유무였다.

         

       의식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오행신주의 봉인이 풀려 있는가, 아닌가.

         

       “봉인만 풀려 있다면 어디에 있든 상관없었어.”

         

       백우진의 손에 있든, 아니면 이역만리 떨어진 땅에 숨어 있든.

         

       봉인이 풀린 오행신주는 이곳에 모일 운명이었다.

         

       그것이 신의 바람이자, 안배였기에.

         

       그 탓에 기운이 살짝 빠질 뻔했다.

         

       ‘헛고생했구만.’

         

       저 말인즉, 목행신주와 수행신주를 얻기 위해 했던 모든 노력이 사실 그녀를 방해하는 게 아니라 돕는 행위였다는 것 아닌가.

         

       너무나도 간단히 오행신주를 손에 넣은 그녀가 느긋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오행신주는 이 세상 모든 형태의 근원….”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달려드는 백우진.

         

       뒤늦게 깨달았다.

         

       오행신주가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그녀의 말대로 이 세상 모든 게 저 다섯 기운이 서로 뒤섞여 만들어졌다.

         

       그리고 저 구슬들은 신이 직접 인간에게 선사한 것.

         

       ‘단순히 힘이 담긴 구슬 따위가 아니었던 거야.’

         

       저건 권능이다.

         

       사용자의 능력만 뒷받침된다면 능히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도 있는 신의 권능.

         

       그녀는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려는 거다.

         

       오행신주를 전부 새까만 구멍 속에 밀어 넣음으로써.

         

       신이 휴지통이라 명명한 저 구멍이 이 세계를 존재해선 안 될 쓰레기로 인식하도록.

         

       달려가는 백우진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그것만은…!’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그러나 왜일까.

         

       고작 오 장도 채 되지 않는 거리가 왜 이리도 멀게 느껴지는지.

         

       죽을힘을 다해 가며 그녀에게 다다랐지만.

         

       “소용없다.”

         

       그런 그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간단히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것만으로 그녀의 손아귀를 맴돌던 다섯 구슬이 형형색색의 빛을 내뿜으며 하늘로 솟구친다.

         

       “아…….”

         

       눈으로 좇는 것조차 힘들 만큼 빠르게 멀어져 가는 구슬을 보며 망연자실하는 백우진.

         

       그런 그를 보며 천마는 미소 지었다.

         

       “후후, 별미구나.”

         

       마왕이 이끄는 군세가 제국의 심장이라 여겨지는 수도를 처참하게 짓밟는 상황에서도 절망 어린 표정을 짓지 않았던 그였다.

         

       그런 그가 이번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허망해하고 있으니 어찌 신선하지 않을까.

         

       눈 깜빡할 사이에 하늘의 끝에 다다른 다섯 구슬이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것들이 남기고 간 형형색색의 꼬리마저 어둠에 삼켜져 사라질 즈음.

         

       푸확!

         

       어떠한 미동도 없이 그저 하늘 위에서 아가리만 벌리고 있던 구멍에서 천지를 요동케 하는 소리가 들려온 뒤.

         

       쿠구구구구…!

         

       세상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후, 후후후…, 드디어 시작되었구나.”

         

       참고 있던 감정이 마침내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졌다.

         

       그것은 승리한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극한의 쾌감이었다.

         

       상대가 백우진인 만큼 그 어떤 순간에도 방심하지 않던 그녀조차 이번에는 확신했다.

         

       제아무리 그라고 해도 시작된 멸망을 막을 수는 없을 거라고.

         

       이는 신이 보증한 사안이었다.

         

       오행신주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이 세계를 구성하는 힘 자체가 약해진다고 했다.

         

       하여 작은 위기에도 크게 요동치는 불안정한 세계가 되고, 휴지통은 그것을 말끔히 빨아들여 삭제할 거라고.

         

       천마는 힘없이 서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의 뺨을 애정 어린 손길로 쓸어내리며 속삭였다.

         

       “자…, 이제 모든 걸 내려놓거라. 넌 할 만큼 했어. 누구도 너를 욕할 순 없을 테지.”

         

       포기를 종용하는 목소리.

         

       그와 동시에 땅과 땅 사이를 도도하게 흐르고 있어야 할 물줄기가 거대한 인력에 하늘을 거슬러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곳곳에 치솟아 세상을 야금야금 잡아먹으며 몸집을 키우던 화마(火魔)가 그 뒤를 따른다.

         

       “내 품에 안겨 조금만 쉬렴. 눈을 감고, 그저 내 가슴 너머로 느껴지는 심장 박동에 귀를 기울인 채로….”

         

       팔을 뻗어 백우진의 머리를 제 가슴으로 천천히 끌어당기는 천마.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변했음에도 달라지지 않은 그녀의 감촉, 냄새, 숨결.

         

       두근! 두근!

         

       딱 기분 좋은 속도로 뛰는 심장의 힘찬 박동에 알 수 없는 평온함이 찾아온다.

         

       그러는 와중에도 백우진의 눈은 그녀의 어깨너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

         

       장정 다섯이 두 팔을 벌려 안아도 채 두를 수 없는 아름드리나무가 뽑혀 속절없이 하늘을 유영하다 사라진다.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던 피 묻은 쇠붙이들이 뒤를 따른다.

         

       채앵! 챙!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허공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딪치고, 깨져 가면서.

         

       끝내 어떤 결말도 맺지 못한 채 허망하게 자취를 감춘다.

         

       이렇듯 하늘에 보여선 안 되는 온갖 것들이 춤을 추듯 날아올라 사라진다.

         

       마침내 가장 낮은 곳에서 세상 전체의 디딤돌이 되어주던 대지마저 떠오르기 시작할 즈음.

         

       발 디딜 곳이 점점 사라져 가는 인간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이, 이게 대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역류하는 세상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

         

       “다들 아무거나 꽉 잡아요!”

       “절대 놓치지 말아요!”

       “서로의 손을 놓아선 안 됩니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단단하게 뿌리 내린 나무에.

         

       심혈을 기울여 다진 땅 위에 세운 거대한 전각에.

         

       그리고 서로에게.

         

       손과 손을 맞잡고 하늘로 솟구치는 동료의 몸을 강제로 잡아 끌어내린다.

         

       “으, 으으…, 하늘이 진노하신 거야.”

       “너무나도 많은 피를 흘린 땅에 벌을 주시려는가….”

         

       만물이 하늘로 솟구쳐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다.

         

       이 기괴한 현상은 그야말로 신이 내린 천벌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을 정도.

         

       모두가 저마다의 죄를 부르짖으며 구원을 바라는 사이.

         

       “다들 정신 차리세요!”

       “악착같이 버텨요! 버텨야만 해요!”

       “조금만 버티면…!”

         

       주변 사람들을 독려하며 천근추의 수법으로 억지로 땅에 발을 붙이고 서 있던 백우진의 조원들이 하나 같이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백 공자가 해결해 줄 거예요…!”

       “천광검신이 위에서 싸우고 있어요!”

       “우리 조장이 곧 해결해 줄 테니, 굳게 믿고 사는 데에만 집중하시오!”

         

       멸망이 시작된 상황에서도 그들은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백우진.

         

       그라면 이 기막힌 광경조차도 잠재울 수 있으리라고.

         

       그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자신들 또한 포기해선 안 된다고.

         

       그들의 처절한 신뢰의 외침은 애석하게도 백우진의 귀에까지 닿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온갖 멸망의 소리로 들끓는 상황에서 육합전성을 사용해도 닿지 않을 판국에 내공 한 자락도 담기지 않은 그녀들의 말소리가 들릴 리 없지 않은가.

         

       모두가 그를 믿으며 악착같이 버티는 동안, 백우진은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토록 안기고 싶어 했던 그녀의 품에서.

         

       멸망의 소리보다 가까운 심장 박동에 귀를 기울인 채.

         

       그렇게 멈춰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게 멈춰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젠 어쩔 수 없나.’

         

       그의 생각만은 여전히 활발하게, 또 지극히 혼란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솔직히 여기까지 했으면 할 만큼은 다한 것 같은데.’

         

       도저히 막을 수 없어 보이는 멸망 앞에서 합리화를 시도하고.

         

       ‘이대로 싹 쓸려 나가면 날 욕할 사람도 없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어이없는 말을 뇌까려 보기도 하고.

         

       ‘아니, 근데 진짜로 방법이 없나?’

         

       또 그런 와중에 이 멸망을 막을 방법이 없는지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무언가 있을 것 같아서는 아니고, 그냥 습관이었다.

         

       발악하는 걸 일상처럼 해오다 보니 다 끝난 마당에 추악하게 발버둥 치는 것뿐.

         

       멍한 눈동자를 또르륵 또르륵 굴려 가며 저도 모르게 그녀의 품으로 점점 더 깊게 파고드는 사이.

         

       이윽고 체념에 가까워진 감정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

         

       멸망 그리고 죽음이 확실시된 상황.

         

       뭘 해도 이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반대로.

         

       ‘…어차피 죽을 테니, 뭘 해도 상관없다는 말도 되지 않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백우진은 진정으로 미쳐 보기로 하였다.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늪처럼 자신을 빨아들이던 그녀의 품으로부터 멀어지는 일이었다.

         

       갑작스럽게 제 품을 박차고 나가는 백우진을 향해 아쉬운 눈길을 던지는 천마.

         

       “…갑자기 왜 그러지? 이대로 함께 눈을 감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

         

       그녀가 아쉽다며 토로하자, 백우진이 상황과는 맞지 않게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그것도 나쁘지 않기는 한데, 내 취향은 아니라서 말이야.”

         

       사랑하는 이의 품에서 죽어가는 것?

         

       나쁘지 않은 일이다.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 느낀 것이 서로의 온기라면 그보다 만족스러운 건 또 없을 테니.

         

       허나 달가운 마음과는 별개로 백우진의 몸은 그것을 원치 않았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발버둥 치다 제대로 죽음을 느낄 새도 없이 숨을 거두는 것.

         

       그것이 그가 정해놓은 결말이었다.

         

       한 줌의 후회조차 할 수 없는 무결한 죽음.

         

       그는 그녀를 향해 해맑게 손을 흔들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인사를 건넸다.

         

       “죽는다면 다음 생에 보자구.”

         

       동시에 천천히 힘을 뺐다.

         

       구멍에서 생성된 인력에 서서히 떠오르는 몸뚱어리.

         

       이를 본 천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지금 무슨…!”

         

       그런 그녀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솟아오른 그의 눈은 검은 구멍을 향해 있었다.

         

       삼류 작가가 휴지통이라 명명한 이 세계의 끝.

         

       백우진은 결심했다.

         

       ‘저기가 내 무덤이다.’

         

       그곳을 제 무덤으로 삼으리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너무 늦게 연재하게 되어 송구합니다.

    다만, 더 송구스러운 말씀을 드리자면 이따금 연재가 늦어질 수도 있을 듯합니다.

    여러분도 느끼시겠지만,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한 글자, 한 글자 쓰는 게 조심스럽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글을 쓰는 중간중간 독자님들이 원치 않는 스토리로 실망을 드린 바 여러 차례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다른 걸 다 떠나서 마무리가 최악인 것만큼 죄스러운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따금 연재가 늦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물론 그 기간이 하루를 넘지는 않을 것이고, 최대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만,

    혹여 어쩌다 하루 연재가 되지 않으면 얘가 또 혼자 삽질하고 있구나,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완결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셔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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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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