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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3

       

        

        

        

        

        

        

        

        

       “오차 ±10초…이 이상을 넘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으니, 이게 최대치라고 보면 되겠지.”

        

       “아르테미스 친구들의 옆구리를 좀 더 간지럽게 해주자고. 해안포의 사정거리가 600km 정도니 몇 개는 사바나에 닿겠어. 레일건에 순항미사일 카트리지를 넣어 발사하면 초고속 배달이 가능하겠지. 구출팀에게 향하는 압력을 좀 줄여줄 수 있겠는데.”

        

       “그건 마지막 수단으로 해야만 할지 않을지. EC-130H로 전자전을 시행하는 게 좀 더 낫지 않겠습니까?”

        

       “옛날처럼 앞뒤 안 가리고 전부 쏟아부을 수는 없죠.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의 효과를 노려야 합니다.”

        

        

        

        갑론을박.

        

        가위도 바위도 보도 전부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전부 내면 된다지만, 한 번 패를 깔 때마다 지갑에서 돈이 조금씩 사라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불과 몇 년 전에는 뭐든 내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고꾸라지는 게 확정이었기에 뒤를 생각하지 않고 쏟아부었지만, 이젠 그럴 수 없었다.

        

        줄일 수 있는 건 최대한으로 줄인다. 바로 그 때문에라도 시뮬레이션 센터가 있는 것이었다. 현실에서 벌어질 법한 일을 완벽하게, 그리고 전부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최소한 근삿값이라도 구해야만 하지 않겠는가.

        

        몇 번이고 변수를 추가하거나 빼기를 반복한다. 오전 5시 언저리부터 시작된 시뮬레이션은 오후 12시가 되어서도 끝날 기색이 없었고, 실제로 작전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근삿값이 쓸모있어지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5시간이 더 지난 오후 5시 즈음이었다.

        

        24시간 이상 이어진 강행군으로 인해 생체리듬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센트럴 파크의 수많은 인력들은 그제야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각자 돌아가며 취침을 취한 끝에 다음 날 오전 6시 즈음이 되어서야 다시금 모든 게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타이머 세팅해! 이번 작전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최대한 오차를 줄여!”

        

       “동기화 완료. 이걸로 오퍼레이션에 참여하는 모든 기체들은 동일한 타이머를 공유합니다.”

        

        

        

        작전이 짜여졌으면, 그 후부터는 실무진들의 영역이었다.

        

        은밀한 강습을 위해 사바나에서부터 비교적 먼 센트럴 파크 HQ에서부터 이륙하기로 결정된 순간 공군 전력들은 말 그대로의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소프트웨어를 일괄적으로 업데이트 후 동기화하는 건 기본 중 기본이었으며, 혹여나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 만전에 만전을 기했다.

        

        그 대가로 정비 인력들이 한계치까지 혹사당해야 했지만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싫은데 에베벱의 나라인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할 때는 해야만 했다.

        

        계획을 수립한 이들, 실질적으로 작전에 투입되는 이들이 모든 일을 끝내고 숙면을 취하고 있을 무렵에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바쁘게 기지를, 그리고 JFK 군사공항을 뛰어다니며 작전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진과 레인이 해독을 시작한 이후로 30시간 가량이 흘러, 오전 11시 20분.

        

        모두가 깨어나고, 일부는 작전통제실로 향했으며, 작전 결행 시간인 12시가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이미 조정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점검이 이어지던 원격조종기가 수송기의 카고에 실려 날아오른 지 2시간 가량이 되었다.

        

        로건과 로렌티나, 오웬스와 서킨스, 체스터가 원격조종-유진, 줄여서 RCE라고 불리는 원격조종기의 포드 – 센트럴 파크 HQ에 비치된 – 앞에서 작전이 시작하기 전까지 담소를 나누는 사이, 나는 올리비아와 함께 텅 빈 휴게실에 앉아 대화 중이었다.

        

        

        

       “상어랑 북극곰은 참여할 수 없지만 나는 참여하는 작전이라, 이번에는 그 두 명이 꽤나 부러워하려나.”

        

       “그렇겠죠. 제가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타이밍은 저조차도 예측할 수 없으니까요. 그저 적당한 타이밍에 부탁을 했을 때, 그에 응해주는 사람을 데리고 가는 거죠. 그런 거예요.”

        

       “그 말이 맞겠지.”

        

        

        

        뭐라고 해야 할까.

        

        이제는 꽤 식상해진 이야기긴 했지만, 올리비아가 아쉬워하는 이유는…내가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을 때 같이 있어주지 못했다는 점에서부터 기인했다. 실제로도 딱히 틀린 말이 아니었고. 1년 가량의 시간 동안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이번에 올리비아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 건 바로 그 이유기도 했고, 실제로 효과가 매우 좋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저런 고민의 기색이 역력했던 그녀의 표정은 현 시점에서 매우 안정적인 형태로 변해있었다.

        

        

        같이 있어주지 못했기에 생긴 아쉬움-이라는 부분의 연장선상이기도 하지만, 결국 특수부대원들은 가장 중요하고, 그만큼 극도로 위험한 순간 – 가령 다크 윈터 사태와 같은 – 에 돌입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제련된 병기들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이 사람 같은 경우는 정신을 차린 이후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 그러한 형태의 보람을 느낄 수 없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많은 정신적인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걸 채워주었고, 올리비아는 만족했다. 그 정도의 이야기였다.

        

        

        

       “이번 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끝은 아니겠지. 아직 중국이랑 러시아가 바다 건너편에 멀쩡히 존재하고 있으니까.”

        

       “중국을 멀쩡하다고 할 수 있을까 싶긴 한데…틀린 말은 아니죠.”

        

       “보병이든 오퍼레이터든 점차 RCE와 같은 물건을 통해 대체되긴 하겠지만…그래도 최소 아시아의 두 나라가 완전히 증발해버리지 않는 이상 우리 같은 오퍼레이터가 밥값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계속 남아있을 거고. 그 즈음이 되면 다시 불러줘, 유진.”

        

       “대충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어요.”

        

        

        

        아까도 했던 말의 연장선상이었다.

        

        과연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 말이 틀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일들이 끝났지만 아직 여기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확실한 게 하나 있다면, 이 양반은 상어랑 북극곰과는 다르게 좀 더 여유시간이 많을 확률이 높았다. 훈련 기간이 되면 아예 연락도 제대로 안 될 것이 뻔한 두 명과는 다르게 올리비아는 엄연한 사회인이었으니까.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심리적으로 충족이 된 올리비아는 다시금 이전의 본인이 하고 있었던 패션 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역시 마음의 여유는 사람의 시야를 넓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다.

        

        

        

       “이왕 한국에 왔으니, 이번 일이 끝나면 슬슬 바깥도 돌아다녀봐야겠네. 우리 막내, 혹시 옷 잘 입는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니?”

        

       “글쎄요. 필요하면 사면 되고….”

        

       “이런. 유진, 정말 괜찮은 물건들은 인터넷이나 쇼핑몰 사이트에는 결코 올라오지 않아. 일반인들은 결코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하지만, 상류층에서 그 무엇보다도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는 명품들은 꽤 많은 발품을 팔아야 살 수 있거든. 만약 네가 원한다면….”

        

       “아유, 전 그런 것보다 후줄근한 군복이 훨씬 편하거든요.”

        

       “방금 그 발언 때문에 내 직업-프라이드에 커다란 스크래치가 날 뻔했어….”

        

        

        

        얼마 전까지는 다시 밀리터리 쪽으로 전향할까 하고 한참을 고민하던 사람이, 뭘 이제 와서….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어느덧 출발 시간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오전 11시 40분이라고 쓰여있는 LED 시계가 실로 압박적이었다.

        

        머릿속으로 간단하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를 복기했다. 실질적으로 할 일은 크게 없었다. RCE와 함께 돌입하여 지면에 착지하고, 주변에 있는 적들을 전부 갈아마시면 될 뿐이었으니까. 게다가 그림자라는 점으로 인해 추후 풀톤으로 회수될 필요도 없었다.

        

        사실 타임 테이블에 맞춰 정교하게 움직여야만 하는 것은 오퍼레이터들이 아니라 이들을 실어나르고 회수하는 비행기 및 드론 조종사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공평한 리스크 분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이어지는 말.

        

        

        

       “그건 그렇고, 이곳의 일이 다크 존에도 반영이 된다면, 저쪽도 똑같은 상황인가? 오메가는 신규 레이드 출시 전 아군으로 전향하고, 남은 건 싸그리 밀어버리거나, 혹은 남아있는 인텔이 있다면 무인기를 뚫고 회수해오는 그런 건…모양새가 좀 이상해질 것 같은데.”

        

       “맞아요.”

        

        

        

        잠깐의 정적.

        

        하지만 여기서의 수긍은 결코 그렇게 된다는 뜻이 아니었고, 나 역시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단 뜻이었다. 올리비아 역시도 이에 대해서 어떠한 형태의 조정이 추가적으로 가해질 예정인지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 물어봤을 터.

        

        답변은 간단했다.

        

        

        

       “다크 존이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게임은 게임이죠.”

        

       “그렇다면?”

        

       “여기서는 뭔가 시작되기도 전에 구출할 예정이지만, 오메가는…저쪽에서는 예정대로 최종보스로서 나오게 될 거예요. 게임이기에 가능한 일이죠. 나중에 다시 수복할 수 있다는 명목을 준다면 오메가가 퇴장해도 기대하면 기대했지 아쉬워하는 사람은 없을 거고.”

        

        

        

        결국 중요한 것은 유리한 사실을 취사선택하는 것이었으니까. 올리비아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이내 일리가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나가야만 할 시간이었다. 12시부터 작전이 시작될 예정이었고, 현재 시각은 11시 50분. 우리도 슬슬 집으로 복귀한 뒤, 다크 존에 접속해 RCE 포드가 실린 수송기에 모습을 드러낼 타이밍이 마침내 다가온 것이었다.

        

        

        사일로에 잠들어있던 순항미사일들이 미 본토의 하늘을 가로질러 사바나로 느릿느릿하게 향하는 중이었으며, 한 발자국 앞서 도착한 UAV 중계기에서 드론이 떨어져내릴 즈음.

        

        대략 480~550km 가량 동쪽의 해변가에 설치된 레일건-곡사포가 기괴한 소리를 토해내며 수 발의 크루즈 미사일 탄두를 초속 십수 킬로미터로 쏘아내고, 1분도 지나지 않아 사바나 서쪽을 말 그대로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을 즈음.

        

        EC-130H가 허공을 부유하며 잿더미 사이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미사일 포드와 요격용 레이저의 작동을 열심히 방해하고 있을 즈음.

        

        

        

       “수송기 안에서 보자고. 이번에는 지난 번처럼 포드랑 같이 투하되는 게 아니니까. 아마 지난 번 너희들처럼 아무런 강하장비 없이 그대로 뛰어내릴 확률이 높겠지.”

        

       “…충격흡수용 대형 우블렉 폼을 들고 간다고 했었나, 그러면 어떻게든 되겠죠. 길어도 5분 안에 다시 만나자구요.”

        

       “확인. 돌아올 때는 식구가 하나 더 늘겠어. 그 친구를 위해서 적당히 자리나 먼저 만들어주고 있으면 되겠군.”

        

        

        

        원격조종용 네트워크실 앞에서 서성거리는 대거 팀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불과 수십 미터 앞에 있는 작전통제실에서는 수십 개의 홀로그램이 수많은 미사일과 수송기의 위치를 표시하고 있을 거고, 참모들은 이를 조율하며 타임 테이블에 들어맞도록 오만가지 지시를 쏟아내고 있겠지.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고 있는 이상, 우리가 더 이상 할 건 없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진과 레인이 아르테미스 서버망으로 수많은 정크 데이터를 전송했고, 그 사이에 교묘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실로 간단한 내용이었다.

        

        

        

       -[충격에 대비하라.]

        

        

        

        나와 올리비아가 세계선을 횡단해 집에 복귀한 후 다크 존에 접속, 수송기 안에서 그림자로 나타날 즈음.

        

        드랍 존으로 수송기가 진입하기까지 5초가 남았을 즈음.

        

        마하 7로 급격히 가속한 토마호크 미사일 한 대가 157m에 달하는 은빛 관제탑의 정중앙을 향해 날아들고, 그보다 조금 뒤에서 후행하는 여러 대의 미사일이 본격적으로 그 외피를 벗어던지고는 내부에 존재하는 초소형 반물질 캐니스터를 사방에 흩뿌릴 준비를 하고 있을 즈음.

        

        진과 레인의 답장을 간절히 기다리던 오메가가 그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섰다.

        

        

        

       “자, 그러면….”

        

        

        

        관리 AI가 갑작스럽게 모든 방향에서 덮쳐오는 강렬한 파괴에 정신을 하나도 차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을 무렵, 그녀는 저 멀리서부터 건물을 향해 다가오는 검은 점 하나를 눈에 담고는 히죽 웃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더 재미있는 것은 이제서야 저자세로 나오기 시작한 관리 AI였다.

        

        

        

       -[알림 : ‘오메가’에게 도움을 요청함.]

        

       -[알림 : ‘오메가’에게 도움을 요청함.]

        

       -[알림 : ‘오메가’에게 도움을 요청함.]

        

       .

        

       .

        

       .

        

        

       

       

       “진즉 그랬어야지.”

        

        

        

        눈 앞을 새까맣게 뒤덮는 도움 요청을 말 그대로 깡그리 무시하고 네트워크 상에서 차단해버린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차단까지 해버리면 사바나 네트워크에서 완전히 유리되리란 걸 알고는 그것만은 안 된다며 버텼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저 멀리, 인간보다 수십 배 이상 기능적으로, 그리고 성능적으로 발달된 안구로도 다가오는 속도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커지는 검은 점.

        

        그것이 총알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허공을 가로질렀고, 이윽고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콰아앙!

        

        

        

       “이 미친 인간 놈들, 이럴 거라고는 말 안 했잖아…!”

        

        

        

        폭발로 인해 빌딩이 절반으로 뚝 하고 잘려나가며,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길이 50m 가량의 관제탑 상부가 자유낙하를 시작했다.

        

        작전명 불붙은 당나귀(Operation Fiery Donkey)의 시작이었다.

        

        

        

        

        

        

        

        

        

        

        

        

        

        

        

        

        

        

        

       ───콰아앙!

        

        

        

       “…핵전쟁이 시작된 지 6시간 정도 지난 대도시 한복판에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구만. 아무튼 예상 착륙 지점에서부터 90m 가량 떨어졌어. 땅에서 복사열이 심하게 올라오는 탓에 바람이 지멋대로 불었거든.”

        

       “과거 메모리얼 헬스 유니버시티 메디컬 센터, 현재 아르테미스 컨트롤 타워의 붕괴 확인. 주변이 워낙 난장판인 탓에 오메가가 새장에서 탈출했는지 아직 거기 처박혀있는지도 모르겠네요. UAV로 확인 좀 해주시죠.”

        

       “확인. 화면 공유한다.”

        

        

        

        그와 동시에 눈 앞에 펼쳐지는…아비규환.

        

        우측 상단에 표시된 120이라는 라는 제한시간이 1초씩 줄어드는 가운데, 최대 시속 64km로 움직일 수 있는 RCE 4기가 눈 앞에 떠오른 홀로그램을 따라 무너진 벽면과 바스러진 건물 파편들을 훌쩍 뛰어넘으며 목표 지점으로 이동했다.

        

        주변은 말 그대로 쑥대밭 그 자체였다. 빌딩이 무너지며 생겨난 수만 개의 파편과 거기에 휘말려 깔린 다른 건물들, 착륙 전 떨어진 수많은 열압력탄이 만들어낸 화구로 인해 바스러진 건물과 무인기 잔해들까지. 저 한복판 어딘가에 묻혀있을 가능성조차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15초가 지나고, 네 기가 정찰 드론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주변을 후다닥 뒤지고 있었을까.

        

        잔해 사이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콰아앙!

        

        

        

       “…으, 산산조각날 뻔했네에….”

        

       “여기는 로렌티나, 잭팟.”

        

       “메카 막내 셋째가 드디어 왔구만. 다시 새장에 갇히기 싫으면 빨리빨리 움직이자고.”

        

        

        

        그리고 그 순간 – 쿠우웅.

        

        한순간 지상에 태양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고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거대한 폭발이 이들이 있는 곳으로부터 백수십 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부터 피어올랐다. 이들은 재빠르게 UI를 확인했고, 해당 폭발의 정체가 유진과 올리비아가 있는 곳에서 발생했단 것을 알아차렸다.

        

        적어도 어느 시점까지는 죽지 않고 계속해서 수복된다는 점으로 인해, 그동안 미국이 생산해놨던 모든 반물질 유탄과 탄환을 몰빵받은 두 명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군신이 권능을 표출하는 것마냥 압도적인 화력을 토해내며 이쪽으로 파도처럼 밀려드는 무인기를 증발시켰다.

        

        넋놓고 그 광경을 바라보는 건 오로지 오메가 뿐이었으나, 로건은 그닥 신경조차 쓰지 않고 오메가를 번쩍 들어올린 뒤 탈출 지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으, 알았어, 저쪽 안 볼 테니까 내려줘! 나도 뛸 수는 있다고! 총도 한 자루만 줘!”

        

       “쏠 줄 알기는 하고?”

        

       “…그럼 그냥 수류탄이나 줘! 혹시 모르니까!”

        

        

        

        재밌는 친구로구만.

        

        그리 생각한 이들은 당사자가 원하는대로 들고 온 수류탄 중 몇 개를 손에 쥐여주었고, 오메가는 신기하단 듯 그걸 바라보면서도 시속 50km로 험지를 주파 중인 네 기의 RCE를 어렵잖게 따라오고 있었다.

        

        어느덧 남은 시간은 40초 이하로 줄어들었고, 수십 미터 앞, 홀로그램으로 표기된 반쯤 무너진 건물의 옥상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계단은 진즉 무너져 올라갈 길은 애매했으나, 서킨스가 로프를 연달아 발사하는 동안 다른 이들은 등강기를 꺼내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후, 아무런 것도 모르는 메카-비얌 차례가 왔다.

        

        다른 이들이 하는 것처럼 등강기를 줄에 끼워넣고 버튼을 누르자 마치 로켓처럼 솟구치는 몸뚱아리.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부우웅 하는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풀톤 회수 시스템이 장착된 드론이 자체적으로 짐을 풀고 있는 것이었다.

        

        

        옥상으로 올라온 순간 모든 것이 너무나도 선명했다.

        

        저 멀리 보이는 새파란 바다, 습지에 처박힌 채 녹슬어가는 길이 수백 미터짜리 화물선, 고개를 끝까지 쳐들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게 떠오른 태양과 바다 위를 떠가는 조각구름들.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UAV와 여전히 한쪽에서 이어지는 교전.

        

        지표면 위에서 몇 번이고 섬광이 타오를 동안, 압축 공기와 화약의 힘을 받아 삽시간에 500m 이상 하늘로 솟구친 무언가가 펑 하고 부풀어오르며 헬륨 풍선이 되었다. 시작부터 풍선을 만들어 띄운다면 요격당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선택한 방안이었다.

        

        오메가를 포함한 여섯 기가 각자 하네스를 착용하는 가운데, 어느덧 다른 방향에서도 물밀듯이 몰리기 시작한 아르테미스 무인기가 건물과 적잖아 200m 가량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퇴출 준비 완료! 수송기 접근까지 앞으로 얼마나 남았나!”

        

       “접근까지 20초. 조금만 더 버티도록.”

        

       “이런 망할…셋째! 건네준 수류탄 핀 뽑고 저 엿같은 무인기 뭉치에 싹 다 집어던져!”

        

       “으, 으…뽑았어! 이거 뽑은 거 맞지!?”

        

       “빨리 던져, 망할!”

        

        

        

        허공 1천 미터까지 상승한 헬륨 풍선,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수백 대 가량의 무인기까지.

        

        아르테미스 UGV가 쏘아내고 있는 수백 발에 달하는 탄환이 드론에 장착된 실드에 의해 기괴한 소리를 내며 막히는 사이, 구출팀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쏘고 내던지며 건물로 접근 중인 기체들을 분쇄했다.

        

        핀이 뽑힌 순간 내부의 자기장이 점차 사라지며 반물질이 케이스와 닿았고, 그리하여 해당 지점에서도 연달아 눈이 멀 것 같은 섬광과 함께 반구형으로 파인 지면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렇게 건물이 완전히 포위되기 직전까지 몰린 순간,

        

        

        

       ───달칵!

        

        

        

       “가자아아아-!”

        

       “후우, 드디어…!”

        

       “진짜 2분밖에 안 걸리긴 했구만.”

        

        

        

        수송기의 V자 모양 스틱에 줄이 걸림과 동시에, 도합 3톤에 달하는 무게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무게가 무게였기에 줄이 끊어지지 않도록 이중삼중으로 겹쳐놓았고, 그 덕분에 어마무시한 압력이 줄에 걸렸음에도 결코 문제 없이 여섯 명의 인원이 시속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속도로 해당 지역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오메가는 자신의 성대 모듈이 허락하는 한 가장 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잘 있어라, 망할 새끼들아-!”

        

        

        

        물론 바람소리가 크다고 해서 해당 목소리까지 묻혀버리지는 않았다.

        

        어처구니가 사라진 다섯 명은 웃음을 터뜨렸고, 새로이 합류한 셋째 역시도 다른 이들과 비교했을 때 말도 안 되는 개성을 보유했음을 아주 절절하게 느끼고 있었다.

        

        순식간에 강을 넘고, 자동차가 없으면 결코 돌아다닐 수 없는 거대한 밭들이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을 정도로 작아질 즈음, 계속해서 돌아가던 윈치는 드디어 메카 유진 오메가를 수송기의 카고에 올려놓을 수가 있었다.

        

       

        이젠 보이지도 않는 사바나를 뒤로 한 채, 유진의 모습을 한 오웬스가 손을 내밀었다.

        

        

        

       “가출을 환영하지.”

        

       “…그 말대로. 가출했어. 앞으로 잘 부탁해.”

        

        

        

        말 그대로 순식간에 끝난 작전.

        

        하지만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았고, 수송칸에 타있는 3호기가 그 증거였다.

        

        

        사바나에서의 일이 끝나가고 있었다.

        

        

        

        

        

        

        

        

        

        

        

        

       “아주 바글바글하네, 진짜.”

        

       “슬슬 저희도 가죠. 더 이상 여기서 시간을 끌 필요는 없으니.”

        

        

        

        한편, 사바나.

        

        마지막까지 시간을 끌던 두 명이 잿더미가 되어 허공으로 사라지는 가운데, 저 멀리서부터 날아온 순항미사일 한 대가 산산이 분해되며 수많은 소형 캐니스터를 흩뿌렸다.

        

        무수한 섬광과 함께, 불붙은 당나귀 작전은 종료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바나 찍먹하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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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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