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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3

    <513 – 전력보강>

     

    수도로 가는 길.

    리프가 무척이나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아가씨. 줄곧 묻고 싶었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하세요!”

    “저희 지금 수도침략하러 가는 길입니까?”

    “아닌데요?”

    “그럼 이 몬스터군세는 다 뭡니까.”

     

    몬스터군세라니 섭섭한 말씀을.

     

    “수집한 예비 탈것이라고 불러주세요!”

    “제 독사탕 제조실력을 걸고 맹세컨대 제도에 존재하는 마차정비소에도 이렇게 많은 탈것이 있지는 않을 겁니다.”

    “동물원이 생각보다 좀 컸죠?”

    “이렇게 큰 규모의 동물들을 끌고 다니면 몬스터의 침략이라고 여긴 제국군이 군대를 이끌고 달려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괜찮아요. 덤비면 야광공룡을 내보내죠 머!”

     

    동물원에서 구출된 야광공룡이 나 불렀어? 하고 콧김을 뿜으며 머리를 들이밀었다.

    모두가 타고 있던 무장요새거북이가 화들짝 놀라 팔다리를 등껍질에 집어넣고 쏙 숨어버렸다.

     

    “바부야! 너땜에 거북이가 놀라서 움직이질 않잖아. 저리 가!”

    “그우우우웅…”

     

    공룡이 울먹거리며 고개를 멀리 치웠다.

    매스각키는 그 꼴을 보며 웃기 바빴다.

     

    “풉풉풉! 순 허접공룡이야. 덩치가 아까워♡ 오크노디한테 230m만 떼어줘♡”

    “헉. 그렇게 많이는 필요 없어!”

     

    동물원과 투기장을 털 때까지만 해도 “황녀님 이러시면 추적자들이 저희를 특정하기 쉽습니다”, “황녀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동물들은 투기장에 팔고 밀항선 수배를” 따위를 말해오던 어중칠검들은 인생 다 내려놓은 얼굴로 낚싯대나 휘둘렀다.

     

    폴짝 폴짝

     

    무장요새거북이의 주변을 따라오던 육지생물이너무좋아상어들이 낚싯대에 매달린 곰인형을 향해 폴짝폴짝 뛰어올랐다.

    저런 걸로 마음의 위안을 얻는 어중칠검이 참 딱하게 보인다.

    낚시는 500회차 넘어간 고인물들이나 건드리는 컨텐츠인데.

    쯧쯧.

    젊은 사람이 벌써 고인물 컨텐츠에 취미 들이면 나중가서 삶이 무료해서 어쩌려고 저러나 몰라!

     

    “우려했던 사태가 발생했군요. 전방에 남부신성도시국가연맹과의 국경선에 포진한 제국군 남부국경주둔군이 보입니다. 총원 1만 7천. 오색마탑의 종군마법사와 무술명가의 달인들도 속해있을 겁니다.”

    “오크노디~ 우리 군세는 2만 8천쯤 되지 않아~?”

    “맞아!”

    “보통은 몬스터가 사람보다 강하지만 제국군 기준으로 전력을 비교하면 우리가 쓸려나가지 않겠어~? 꾸지람 좀 들었다고 눈물이나 찔끔 흘리는 허접공룡 따위를 믿고 돌격하기엔 전력이 부족해♡”

    “그럼 더 모으자!”

    “어디서~?”

    “국경지대에 남부신성도시국가연맹의 시민들에게 지지받지 못할 키메라연구를 하는 키메라실험실이 있어! 거기 가면 5천 마리는 얻을 수 있을걸?”

     

    2학년 2학기가 되면 남부신성도시국가연맹진영 캐릭터의 외출 및 자진퇴학 억까이벤트를 유발시키는 주범, 키메라실험소!

    사악한 실험소의 출입은 본래 15종의 연계퀘스트를 진행한 끝에 <키메라 생체마나파장>을 지닌 실험실의 탈출자의 협력을 얻거나 악의 연구원을 생포 후 세뇌해야만 진입할 수 있다.

     

    ━파칭.

     

    머어, 우리는 야광공룡의 거대한 발로 전부 짓밟아서 일격에 50겹을 다 부쉈지만!

    팔이 여섯 개나 더 달린 거미수인이 일격에 소실된 장막 너머에서 형광색으로 반짝이는 야광공룡을 보며 기함을 내질렀다.

     

    “괴, 괴물이다!!”

    “아니 잠깐만, 저거 오무라이스 시티에서 주력사업으로 미는 동물원의 가장 큰 알을 낳는 동물 아니야? 동물원의 고대몬스터가 왜 여기에 있어!”

    “으아악, 레어메탈아머를 장착한 아머드코뿔소가 돌진한다! 모두 도망쳐어어━!!”

     

    투쾅콰광.

    실험소를 지키던 병력이 줄지어 돌격하는 동물들에게 삽시간에 모두 쓸려나갔다.

    키메라수비병도 초합금격벽도 마법함정도 모두 소용없었다.

     

    “에잇!”

     

    마법함정은 마법회로의 구성을 즉석에서 간파, 회로의 모양을 엉뚱하게 메챠쿠챠 이어버린 내 손장난에 스스로 펑 하고 터졌으니까!

     

    “부소장!! 금화 10만 매를 들여 증설했다는 마법진이 왜 지 멋대로 터지는 거냐!! 너 설마… 우리 연구소를 지킬 최후의 방어수단을 가지고 뒷돈 챙기겠다고 삥땅친 거냐?!”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설계상으로 삥땅쳐도 된다고 암묵적으로 허락된 20%의 증폭술식만 훔쳤단 말입니다!!”

    “미친놈아 우리 예산 부족해서 삥땅칠 몫까지 고려해서 설계 안 했다고!!”

    “그럴 수가!!!”

     

    헉. 이번 회차는 운이 좋아서 최종마법함정이 작동하지 않을 예정이었구나!

    물론 발동해도 가뿐히 막을 수 있는 입장에선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적어져서 딱히 호재라고 인식할만한 건은 아니었다.

     

    “모두의 안전을 책임질 최종함정을 긴빠이치다니, 정말 나빴어요! 나쁜 어른은 혼내줘야 해! 가랏, 어중칠검!”

    “…황녀전하의 호위가 몬스터군단의 군단장 말을 들을 성싶으냐?”

    “그럼 내가 명령할게♡ 저거 베어버려♡”

    “하아. 황녀전하께서 좋지 않은 친구를 사귀어 나쁜 물이 든 것 같아 저 알렉산더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고양이수인들과 놀아주던 낚싯대에 기를 불어넣는 알렉산더.

    뱀처럼 기민하게 날아든 낚싯줄이 삽시간에 부소장과 그를 지키려던 키메라를 수십 토막으로 절단하여 우르르 쓰러뜨렸다.

     

    “냐…?”

    “우리 저런 걸 잡으려고 했냐…?”

    “죽는다냐…!”

     

    겁에 질린 고양이수인들이 몬스터대군 사이로 흩어지자 알렉산더의 얼굴에 아차 하는 후회의 빛이 어렸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다.

    데드캣 선배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하게 사는 것처럼 한번 겁을 먹은 고양이 수인들도 알렉산더의 앞에 제 발로 나타나는 일은 없으리라.

     

    “하인리히 소장님!”

    “다,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오크노디라고 해요!”

    “오, 오크노디 님… 귀하는 어디서 오신 분이며 저희에게 무엇을 바라시는 겁니까…?”

    “음, 글쎄요.”

     

    아카데미 소속이기도 하고 재단 소속이기도 한데.

    아참.

    생각해보니 그런 거 없어도 난 조직이 있었지!

     

    “저는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에서 왔어요!”

    “…예?”

    “장학생들은 이름이 마음에 안 든다고 <비밀장학결사>라고도 부르더라고요. 치. 그래봤자 심부름을 하는 건 똑같으면서.”

    “예, 예에…”

    “그래서 말인데요. 저희 조직에 가져다줄 탈것도 겸사겸사 구하려고 하거든요! 탈것이 있으면 이속이 빨라지고 그만큼 더 많은 심부름을 할 수 있잖아요?”

    “그렇습니까… 저희 연구소의 실험체 몇 마리를 매각하여 그 자금으로 탈것을 매입해드리는 방향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네에? 왜 그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해요?”

    “혀, 현찰로 바로 드릴까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셈법이 잘못 됐잖아.

     

    “우리 업계에서는 이긴 조직이 진 조직의 전 재산을 얻는 게 국룰이거든요. 소장님 지금 졌잖아요.”

    “허억?!”

    “헉. 설마 아직 숨겨둔 한 수가 남아있나요? 2만 마리의 몬스터 대군에 제국2황녀에 어중칠검 두 명에 저 오크노디가 있는데도 이길 자신이 있어요? 그거 궁금하네요!”

     

    해맑게 웃으며 의자에 앉아 잠자코 기다렸다.

     

    “꺼내보세요!”

    “뭐, 뭘 말입니까?”

    “비밀병기요! 그것도 부수면 저한테 졌다고 납득할 수 있죠? 근데 가급적이면 안 꺼냈으면 좋겠어요. 소장님은 탈것을 양산할 수 있는 소중한 인력이지만 주인한테 이빨을 드러내는 NPC는 배신의 위험성 때문에라도 살려둘 수 없잖아요!”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고 하던가.

    소장님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전부 드리겠습니다… 저희 키메라연구소는 오늘부로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의 산하조직입니다…”

    “얏호! 해냈다. 봐요, 리프. 발이 여섯 개 이상 달린 탈것이 잔뜩 늘었어요!”

     

    리프가 암기세트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뭐해요 리프?”

    “아가씨를 망가뜨린 아카데미 녀석들을 제 손으로 해치우겠습니다.”

    “네에에?! 저 안 망가졌는데요. 완전 멀쩡한데?!”

     

    아무튼 전력은 보강되었다.

    이제 국경선도 거뜬히 넘을 수 있겠지?

     

    “풉풉. 대소동이 되어버렸네? 허접노디가 잔뜩 일을 벌이니까 나까지 즐거워졌어♡”

     

    매스각키는 품에서 한 장의 편지지를 꺼내 1학년 강의듣기로 단련된 <속필>로 서신 하나를 뚝딱 작성하였다.

     

    “알렉산더. 남부방면 국경수비군 군단장한테 가서 내가 보내는 편지라고 하고 건네♡”

    “일단은 명을 따르기는 하겠지만 그런다고 군단장이 길을 열어주지는 않을 겁니다.”

     

    알렉산더는 투덜투덜거리며 편지를 들고 국경 저편으로 먼저 향했다.

    그리고 1시간 뒤.

    활짝 열린 대로에서 여긴 어디? 난 누구? 얘들은 이걸 왜 열어줘? 하는 상태이상 혼란에 빠진 알렉산더와 재회할 수 있었다.

     

    “편지에 뭐라고 쓴 거야?”

    “비키지 않으면 몬스터군단을 사방팔방 흩뿌려서 제국남부방면을 쑥대밭으로 만든다고 했어♡”

    “우왕. 협박경험치 많이 올랐겠다!”

    “다음엔 네가 할래~?”

    “할래할래!”

     

    경험치도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 사이라니 너무 스윗하잖아.

    어쩌면 베스트프랜드의 자리가 즈앙이 아니라 매스각키 황녀에게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챕터보스 수집가 오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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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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