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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4

       

        

        

        

        

        

        

       “남들 다 쉬고 있을 때 열심히 싸돌아다니다가 이제서야 집에 오게 됐네. 팔자 한 번 사납다고 해야만 하는지, 이걸….”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더라구요. 복귀를 환영해요, 부분대장 올리비아.”

        

       “네가 나를 그 웃기지도 않는 호칭으로 불러주고 있는 걸 보아하니, 여기에 또 다른 내가 있었다는 소문이 확실히 사실은 맞나 보네.”

        

        

        

        작전이 끝난 후 6시간, 태스크포스 레이저가 맨해튼에 당도했다.

        

        이들은 사바나에서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을 즈음부터 해당 도시 인근에서 동향을 살피며 요새화된 도시의 취약점이 어딘지를 열심히 분석하고 있었으나, 맨해튼 본부가 사바나 한가운데에 메카 유진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불 붙은 망아지 작전을 시행하는 순간 짐을 싸야 했다.

        

        그동안 구축해놓았던 은신처나 네트워크를 통째로 갖다버릴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그들이 보낸 3주~1달 가량의 시간은 사실상 물거품처럼 사그라든 시간에 더욱 가까웠다. 흔하게 있는 일이었지만 미안하지 않은 건 아니긴 했다.

        

        하지만 올리비아 –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세계의 – 는 생각보다는 그리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

        

        

        

       “흙 파먹는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었고,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거든. 버려진 밭들 투성이인 동네에서 하루 종일 드론만 만지작거리는 게 뭐가 재미가 있었겠어. 너희들만 재미를 본 건 꽤 꼴받는 일이지만 거기서 복귀시켜준 건 불행 중 다행이지.”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

        

       “저런, 막내. 여기서는 ‘너희들만 재미를 본 건 꽤 꼴받는 일이지만’이라는 부분에 포인트를 맞춰줬으면 하는데.”

        

       “앗.”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망아지 작전에 태스크포스 레이저를 투입하기도 좀 그랬지.

        

        당장 수술칼 역할을 맡은 우리조차 인명 피해를 우려해 직접 사람을 투입하는 대신 전부 RCE를 쓰기도 했거니와, 그렇다고 해서 시선 돌리기용 화력조로 투입할 필요도 없었다. 그건 레일건-해안포에 실은 순항 미사일이랑 폭격으로 해결하면 되었으니까.

        

        아무튼 부분대장 올리비아 역시도 그 점을 실로 잘 알고 있었고, 이미 지나간 일에는 그닥 신경쓰지 않겠다며 덧붙인 뒤 이어 말했다.

        

        

        

       “다른 세계의 내가 있다기에 한 번쯤 봐보려고 일부러 더 빨리 올라왔던 건데, 벌써 눈치채고 도망쳤구만. 하기야 서로 만나게 되면 모양새가 좀 이상하긴 하겠지.”

        

       “그렇긴 하네요.”

        

       “아무튼 그건 그렇고, 태스크포스 분할 전까지는 같이 자주 다녔으면서 대거 팀만 너희 집 탐방을 시켜준 건 꽤 괘씸하네. 나중에 내가 한 번쯤 찾아가고 싶다고 말해도 아무 이상 없겠지?”

        

       “으브브브, 알겠으니 그만…!”

        

        

        

        올리비아는 울분 아닌 울분을 내 볼 꼬집기로 풀었고, 나는 최대한 빠르게 내가 살고 있는 세계로 놀러갈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할 때까지 볼따구 주무르기 형벌을 당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나를 구해주는 사람은 딱히 없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여기서 엄숙히 말하건대, 오메가의 새로운 이름을 바이올렛으로 명명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물개들 작명 센스는 다 그렇게 구식이냐? 그러니까 수상함에 맨날 죽은 사람 이름만 붙이지.”

        

       “본 기체에게도 동형기이자 새로이 들어온 막내에게 이름을 지어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당사자의 의사는 어디로 팔아먹고─”

        

        

        

        총체적 난장판.

        

        그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말대로, 11월이 단 이틀밖에 남지 않은 추운 뉴욕이었지만, 휴게실 내부는 오메가의 호출명을 뭘로 정할지에 대한 안건으로 인해 무슨 불지옥마냥 화끈해지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했다 – 본질적으로 진과 레인, 그리고 오메가는 그 시작점부터가 달랐다는 점을 먼저 고려해야 했다.

        

        진과 레인은 사실 저쪽 세계의 내가 로렌티나, 그리고 내 제자들과 합작하여 멱살 잡고 끌고 온 애들이었고, 그리하여 추후의 호출명을 정하는 건 나 혼자서, 혹은 약간의 편의를 봐준다면 제자들 및 저쪽 세계의 로렌티나의 의사 정도만 물어보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들은 내 의사를 존중했고, 그리하여 감마 타입은 진으로, 엡실론 타입은 레인으로 명명할 수 있었다.

        

        

        오메가는 아니었다.

        

        

        

       “애초에 우선순위를 논하는 게 가능할 리가 없지. 경우의 수를 따져보자고. 우리 메카 막내들이 없었다면 오메가 구출 작전을 시작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거고, 망아지 작전 이전에 히든 팩토리에 직접 들어가 다 까부수고 나온 대거 팀이 없었으면 작전 성립도 안 됐겠지.”

        

       “그것도 그렇고, 지금 오메가의 의사가 깡그리 무시되고 있잖아. 그냥 편하게 이전에 부르던 대로 오메가라고 해도 괜찮지 않나?”

        

       “그건 당사자가 싫대. 나도 그건 반대고. 코드네임만으로 부를 거면 진이랑 레인도 진작 그냥 감마랑 엡실론이라고 불렀어야지.”

        

        

        

        단 한 명을 구출하기 위해 여러 발의 토마호크 미사일과 수송기 몇 대, 전자전기, 정찰기, 그 외에도 대량의 인력 자산과 군사적 자산이 투입되었다. 굳이 비용적 측면을 논하지 않아도, 이번 작전은 수많은 인력들이 한데 모여 수많은 연습을 거듭해 만든 정교한 수술이었으니까.

        

        그 사이에서 누가 작전에 얼마나 더 많이 공헌을 했느냐에 대한 비율을 실제로 측정하는 건 불가능하기도 했거니와, 구태여 신경쓸 필요조차 없기도 했다.

        

        바로 그 때문에라도,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출발선에 서서 완전히 평등한 상태로 무슨 이름이 좋을지를 논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 셋째, 마음에 드는 이름은 있나요?”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는데. 근데 오메가라는 콜사인으로 더 이상 불리고 싶지 않은 건 맞아. 그 멍청한 놈들이 나한테 불가능한 일을 싹 떠넘긴 것도 모자라서, 싫다고 말하자마자 건물 옥상의 새장에 날 가둬버렸거든.”

        

       “그렇다면 잘 된 일이로군요, 지금은. 그렇다면 당사자의 고견을 들어보도록 하죠. 무언가 원하는 이름이라도 있는지?”

        

       “…의식이 생겨난 것도 1달이 채 안 되는데, 글쎄….”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이름을 지어줘야 하는 게 맞겠구만.”

        

        

        

        결국 결론은 그렇게 되나.

        

        나는 멍하니 저 소형 아비규환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별 건 아니었고 나중에 내가 이름을 짓는다면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생각은 자연스럽게 과거로 뻗어나갔고, 과거 진과 레인의 이름을 어떻게 지었는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진은…그냥 내 이름의 뒷글자를 따왔고, 레인은 비가 올 때 만났기에 레인이라고 지었다. 전자는 누군가의 이름을 따서 지은 거고, 후자는 당사자를 만났을 때의 날씨를 따서 지었으니…사실 어느 쪽으로 하더라도 메리트가 없는 건 아니었다.

        

        가령 전자라고 하면…로렌티나의 이름을 따온다고 치면, 셋째를 티나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었다. 상당히 평범하면서도 괜찮은 이름이다. 반대로 후자라면…말 그대로 쾌속으로 진행된 작전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명을 해야만 할지도.

        

        

        

       ‘전자는 티나, 후자는…뭘로 하면 좋으려나 모르겠네. 속도와 관련된 게 뭐가 있더라….’

        

        

        

        화살처럼 쏘아졌다고 해서 애로우라고 부르면 되려나.

        

        다른 단어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누군가의 이름으로 붙이기에는 조금 애매한 것들 뿐. 그렇게 멍하니 있었을까, 어느새 저쪽은 셋째에게 붙이고자 하는 이름을 목록화하여 홀로그램으로 띄우고 있었다.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내가 이름조차 붙이지 않은 채 진이랑 레인을 대거 팀에 대면시켰더라면 상당히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슬그머니 일어서서 예정 이름 목록에 티나와 애로우를 집어넣은 순간, 오메가가 아까보다 눈을 조금 더 크게 뜨면서 이를 확인했다.

        

        그러자 다들 한두 명씩 가까이 다가와서 내 작명-안목을 품평하기 시작했다.

        

        

        

       “티나, 그리고 애로우라. 생각보다 괜찮은데?”

        

       “라이트가 훨씬 예쁘구만. 세계 최초로 하늘을 날아본 친구니까 라이트 형제의 이름을 따서 붙여야지 않겠어? 얼마나 상징성이 있어.”

        

       “후, 누가 모리슨 입 좀 막아봐라. 저 사람이 추천한 이름도 싹 다 지워버리고. ”

        

       “이건 모함이야-!”

        

        

        

        그 말과 함께 모리슨은 그대로 방 바깥으로 끌-려나가지는 않았으나 강제로 방 한쪽 구석탱이에 처박혔다.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티나는 어디서 따왔는지 대충 알 것 같고, 애로우는…어떤 느낌인지는 알 것 같긴 하지만 조금 애매한데. 난 전자가 더 나은 것 같다.”

        

       “우리 막내, 갑자기 절 생각해주다니 상당히 감격스럽군요!”

        

       “앗, 어우, 그냥 생각난 게 그거라서 그래요. 레이피어 씨의 이름을 잘라서 붙여도 괜찮을거고.”

        

       “레이 혹은 피어라. 하지만 레이피어는 지금 여러모로…고통받고 있으니 내버려두자고.”

        

       “아.”

        

        

        

        생각해보니 지금쯤 블러드문, 조금 알기 쉬운 말로 하자면 한 달에 한 번씩 오는 마법의 주간인가.

        

        물론 기어 덕분에 호르몬 분비 및 신체 기량 저하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해결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건 당연히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번 작전에도 참가하지는 않았고.

        

        아무튼 그건 그렇고, 다들 사람의 이름을 잘라서 넣는 방안에 조금씩 흥미를 보이고 있긴 했다. 하지만 몇몇을 제외하고는 그닥 신통한 방안이 나오지 않았고, 불과 30초도 지나지 않아 금세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부분대장 올리비아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나도 하나 의견 내도 될까?”

        

       “재밌겠네. 물론 가능하지.”

        

       “듣자 하니, 저 친구가 꽤…자유분방한 모양이든데. 불합리한 게 뭔지도 잘 알고 있는 것 같고. 난 저렇게 자기주도적인 사람이 꽤 마음에 들더라.”

        

       “이미 뭐라고 이름을 붙일지 정해놓은 것 같은데. 내 말 맞지?”

        

       “물론.”

        

        

        

        그리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매버릭.”

        

       “…난 이걸로 해야겠다.”

        

       “괜찮은 것 같은데?”

        

       “우리 셋째 막내 생각을 들어보자고.”

        

        

        

        그렇게 한순간 시선이 한 군데로 쏠린 순간 모두가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오메가가 웃고 있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나 그걸로 할래.”

        

        

        

        진, 레인, 그리고 매버릭.

        

        센트럴 파크 HQ의 트리플-비얌이 쿼드-비얌이 되는 순간이었다.

        

        참 기묘한 세상이었다.

        

        

        

        

        

        

        

        

        

        

        

        

        

        

        

        

        

        

        

       “메카 막내가 또 들어왔다고요? 도대체 무슨 연유로?”

        

       “물론 궁금하겠지. 하지만 내가 순순히 알려준다고 했었나?”

        

       “이 망할 닭대가리 자식이.”

        

        

        

        …이렇게 될 거라고 대충 감은 잡고 있었지만, 한국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아군 놀리기부터 배우다니. 말세가 따로 없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니, 이번에 시행한 불붙은 망아지 작전에 대한 안건이었다. 대충 다들 눈치를 챘겠지만, 이번에 시행된 작전의 유일한 지인-참가자가 올리비아였고, 이 수리부엉이는…작전이 끝나자마자 그새 입이 근질거렸는지 로건과 로렌티나를 호출했다.

        

        그 후에 할 일이라곤 하나밖에 없었다.

        

        

        

       “아니, 글쎄. 거기서 뭔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려면 일단 이번 작전이 왜 시행됐는지를 알아야만 하는데,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막내, 지금 당장 한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니 그리 알아둬요. 3일 내로 저 망할 자식을 그릴용 꼬챙이에 꽂아버릴 거니까 각오하시길.”

        

       “기운도 좋아라. 어차피 일주일도 안 되서 막내랑 같이 미국으로 올 거 알면서 쓸데없이 기운 빼지 마.”

        

       “앗.”

        

        

        

        그 말대로.

        

        요 며칠 사이에 갑작스럽게 할 일이 폭풍처럼 불어났고, 그 때문에 며칠 동안 왔던 연락을 비교적 소화하지 못했었는데, 최근 다시금 이를 확인해본 결과 아니나 다를까 허가가 떨어졌다. 비밀서약서를 작성하고, 대회 촬영을 막는 등의 여러 조치가 있을 예정이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올리비아의 참관 허가가 수락되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이전에는 NSA 소속이었으니 비밀서약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알 거고, 기억도 돌아왔으니…상부는 오히려 올리비아 외의 다른 일반참관인들을 더 불안 요소로 보지 않을까.

        

        아무튼 이미 확정된 일이기도 했으니 더 이상 신경쓸 필요는 없었고.

        

        말이 이어졌다.

        

        

        

       “포트 베닝에서 네 명이 모두 모이게 생겼구만. 아주 말세도 이런 말세가 없어.”

        

       “아쉽게도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저는 컴페티션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못 만나겠군요. 대회에선 얄짤없이 채점할 거니 그렇게 아시길.”

        

       “다른 조보다 깐깐하게 보는 거면 몰라도. 너한테 요행을 바랄 바엔 막내가 데리고 다니는 두 꼬맹이가 새로운 뱀 발현자가 되는 게 훨씬 빠르겠다.”

        

       “하하, 물론이죠.”

        

        

        

        조지아, 포트 무어. 제75레인저연대의 본거지이자 보병학교, 기초군사학교, 저격수 학교 등등을 비롯한 미군의 중심 중 한 곳.

        

        11월 초의 기온은 평균 10도에서 24도 사이. 비가 많이 오지는 않고, 이 즈음이면 꽤 흐린 날씨가 종종 보이기도 하는…말 그대로의 깡촌. 북쪽에는 여러 군 기지를 수용하고 있는 콜럼버스라는 비교적 큰 도시가 있고, 조금만 더 위로 올라가면 애틀랜타가 있다.

        

        로건은 포트 무어로 향하기 전 짤막한 휴가를 받을 예정이었고, 추후 나와 올리비아가 미국에 도착하는 대로 만나게 될 것이었다. 아까 말했듯이 로렌티나는 불가능했지만.

        

        

        당연하겠지만, 로렌티나는 끄응…하고 침음성을 내뱉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젠장, 같이 놀기도 벅찬 스케줄이 야속하군요. 그나마 대회가 종료된 당일과 그 다음날 정도까지는 어떻게든 가능하겠지만…막내는 컴페티션이 끝난 주에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야 한다고 했죠?”

        

       “그렇죠. 가서 제자들이 아시아 예선전 하는 거 구경해야 하니까요.”

        

       “그렇다면야.”

        

        

        

        뭐어, 시간이 있고 기회가 있으면 추후 언제든지 볼 수 있을 테니 그닥 문제가 될 건 없겠지.

        

        아무튼 그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몇십 분 동안이나 계속되었지만, 아쉽게도 이쪽과는 다르게 상어랑 북극곰은 또다시 별개의 스케줄을 수행해야만 했다.

        

        그리하여 마지막 문답이 이어진다.

        

        

        

       “출국까지 며칠 안 남은 걸로 아는데, 그 전까지는 계속 스트리밍하며 시간 보낼 생각이신지?”

        

       “음…아쉽게도 그건 아니네요.”

        

       “아쉽게도?”

        

        

        

        그와 동시에 올리비아와 마주치는 시선.

        

        나는 한숨인지 뭔지 헷갈릴 숨을 내뱉으며 덧붙였다.

        

        

        

       “출국 전 이번 아시아 예선전 관련해서 인터뷰를 몇 번 해야만 하거든요.”

        

       “그리고 거기 나가기 전에 입을 만한 옷은 내가 골라주기로 했지.”

        

       “…막내 표정이 영 뭐하다 싶더니, 저 닭대가리한테 붙들린 채 옷입히기 인형이 되어버려서 그랬던 거였군요.”

        

       “그럼 그렇지. 수고해라, 막내.”

        

       “아니, 그러고 그냥 가요!?”

        

       “그렇다고 해서 널 구해줄 수도 없잖니.”

        

        

        

        젠장.

        

        젠장!

        

        그렇게 멀티-통화는 픽 하고 끊어졌고, 그 뒤에 남은 것은 오로지 싱글벙글 미소를 지은 채 내게 뭘 입히면 어울리려나 고민 중인 한 마리의 수리부엉이만이 있었다.

        

        세상천지가 복잡기괴했다.

        

        

        그리하여 나는 고개를 슬그머니 돌린 뒤 덧붙였다.

        

        

        

       “…당신, 사실 디자이너 일 계속 하고 싶었던 거죠?”

        

       “…응.”

        

        

        

        그녀는 꽤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럴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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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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