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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4

    <514 – 완전 남자다>

     

    리프는 지난밤 무리에 새로 합류한 자이언트 머드골렘의 쿵쾅쿵쾅 걸음 소리에 잠이 오지 않아 심란한 마음을 담아 유서를 작성했다.

     

    ━━━

    집사에게.

     

    당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싶어 서신을 남깁니다.

    아가씨는 너무 일찍 거물이 되었습니다. 혁명가 놀이라도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규모의 군세 때문에 이젠 사방에서 주목을 받느라 쉽게 도망도 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제국수도, 제도를 향해 진행경로 상의 몬스터부족을 모두 흡수하며 물경 10만 대군을 이끌고 진격하고 있습니다.

    뒤에서는 언제라도 몬스터군단을 공격할 준비를 끝마친 제국 남부방면군 정예군단 및 지역방위군 방위군단을 포함, 다섯 개의 군단이 대동하고 있습니다.

    일이 잘못되거든 제가 아끼는 독초밭의 허브를 대신 돌봐주십시오. 아가씨가 장성할 때까지 내성작에 사용할 1280종의 독초들이 있습니다.

    저희가 죽거든 아가씨와 제 몫까지 제국 놈들에게 그 독을 사용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가씨를 이토록 망가지게 만든 기프트 아카데미 녀석들에게도 반드시 피의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이상. 당신과 함께 아가씨를 돌보던 메이드가..

    ━━━

     

    즉석에서 마주치는 각 몬스터 부족의 가장 강한 개체에게만 암흑마나를 주입 시키고 복종하도록 만드는 방식을 매번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대부분은 몬스터군단의 규모에 놀라 호다닥 제 집에 숨거나 고개를 조아리며 군세에 복종했으니까.

    아가씨와 황녀가 직접 나서는 경우는 지금 와서는 자체적으로 암흑마나를 배출하려고 애쓰는 야광공룡이나 자이언트 머드골렘처럼 거대종뿐이다.

     

    ‘소량의 암흑마나로도 거대종을 길들일 정도로 농밀한 암흑마나. 아가씨를 처음 보았을 때도 느끼기는 했지만, 이 정도의 마나제어술까지 익힐 줄은…’

     

    솔직히 몰랐다.

    그때 그 시절에는 길거리마법사한테 당하기나 하는 허접아가씨로만 보였다.

    지금은 어떨까.

    아무리 봐도 저 재능, 저 실력.

    아카데미에서 배웠다고 해명될 수준이 아니다.

    아가씨가 정말 이사장이 길에서 주운 고아인지도 의문이 들었다.

    <훈련의 탑>에서 보였던 두 사람의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녀관계 그 자체였으니까.

    성격도 하는 짓도 쏙 닮았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앞에 주둔한 군단은 황태자에게 충성을 바친 삼대공신가문의 일원, 후라이드치킨 공작가의 가주의 동생, 갈릭 후라이드치킨이 지휘하는 군단입니다. 갈릭군단은 인근 3개 군단을 대동하여 강변 너머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싸우지 않고 지나갈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가 보네. 어떡할래, 허접노디? 강에 주둔한 적을 치는 건 병법에서도 상대하기 어려운 포진인데~?”

    “까짓것 함 싸우지 머!”

    “…진짜로 싸우려고? 제국의 군대라고? 한 번 싸우면 바로 혁명가의 뒤를 이어서 제국의 새로운 주적이자 삼대거악으로 지정된다고~?”

    “플레이어가 큰일을 하면 삼대거악도 되고 신들의 이단자도 되고 그럴 수 있지!”

     

    제국 무서운 줄 모르는 대담한 성정과 신이 난 모습도 마찬가지다.

    이 자리에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이사장의 실물을 아는 누구를 데려다 놓아도 “그 아비에 그 딸이군”, “세상에 끔찍한 악이 또 하나 늘었군”이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을 모습!

    실제로 ‘한판 붙기 전에 뭐하는 놈인지 면상이나 한 번 보자’를 고상하게 표명한 전령이 방금 도착하기도 했다.

     

    “함께 가겠습니다.”

    “그러세요!”

    “물론 나도 갈 거야♡”

     

    매스각키가 가니 어중칠검들도 빠질 수 없었다.

    몬스터군단의 사람은 총출동했다.

    초원에 늘어선 인간군단과 몬스터군단.

    양 진영의 사이에 놓인 테이블에는 식기와 바구니가 놓여있었는데, 뜻밖에도 군침이 싹 도는 마늘치킨 냄새가 맛나게 풍겼다.

     

    “보아라. 이것은 나 갈릭 후라이드치킨이 개발한 마늘치킨이라는 것이다.”

     

    내시수염에 간신처럼 얍삭하게 생긴 남자가 바구니를 덮은 천을 열었다.

    기름을 맛있게 잘 먹은 치킨이 황금빛의 영롱한 자태를 드러냈다.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몬스터대군을 이끌고 제도로 침략하는 중인지는 몰라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 이 자리를 위해 아끼는 마계종 코카트리스의 멱을 따서 만든 치킨이다. 내 호의를 받아들일 용기가 있다면 먹어도 좋다.”

    “싫어요!”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아가씨. 코카트리스의 몸에는 최상급 맹독이 존재합니다. 요리사의 실력이 부족하거나 고의로 독낭과 내장청소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살에 독이 퍼져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프는 곧바로 조언을 건넸다.

    그리고는 조금 뒤에 이상함을 인지했다.

     

    “아가씨. 방금 싫다고 하셨습니까?”

    “넹! 저거 먹기 싫어요!”

    “…식탐 많은 아가씨께서 제가 이유를 말하기 전부터 거절하신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비밀이요!”

     

    아가씨는 먹을 걸 좋아하는 만큼 먹을 수 없는 음식도 민감하게 구분하시는구나.

    리프가 새삼 감동하는 사이, 갈릭 장군은 큭큭 비웃으며 과장되게 팔을 벌렸다.

     

    “보았는가? 기록해라, 서기. 이 갈릭 후라이드치킨의 마늘치킨은 몬스터 10만 대군을 이끌고 진격해온 재단의 후계자와 타락한 황녀조차 두려워 먹지 못할 정도로 두려운 음식이라고!”

     

    사각사각.

    서기의 펜이 바쁘게 움직였다.

     

    “흐응~ 손이 느려♡ 1학년 1학기 수준이네♡”

     

    서기의 <속필>속도를 본 매스각키 황녀가 별난 곳에서 우월감을 느끼며 비웃었다.

     

    “딱히 두려워서 못 먹는 건 아닌데요.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입 냄새가 나잖아요. 그럼 흡혈모기들을 부려 먹을 수 없어요!”

    “들었는가, 서기? 재단의 후계자는 박쥐인간 뱀파이어처럼 마늘이 약점이며 이름에 마늘이 들어간 이 갈릭 후라이드치킨 님이야말로 운명이 점지한 대적자라고 똑똑히 적어라!”

     

    사각사각사각.

    황녀의 비웃음을 의식해서인지 서기의 펜이 좀전보다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 꼴을 본 매스각키 황녀가 풉풉 비웃더니 가방에서 공책과 펜을 꺼냈다.

     

    사사사사사사사사사삭.

     

    “!!!”

     

    서기의 동공이 거칠게 떨렸다.

    진정한 속필은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펜!

    하지만 뒤에서 노트를 내려다보는 어중칠검은 어째서인지 개빡친 사람처럼 이를 꽈득 악물었다.

    저럴 사람들이 아닐 텐데.

    여정을 함께 하며 인생사 초탈한 모습을 종종 보여온 어중칠검이었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은 화를 내는 일이 없고 젠틀한 사람들이었다.

    무엇이 그리도 화가 났을까?

    리프는 슬그머니 그들의 곁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를 악물면서 어중칠검의 고통을 몸소 이해했다.

     

    [풉풉나는너보다글자를빨리쓸수있지롱화났지♡열받았지♡나는서기의감정을지배할수있어♡]

     

    화를 낸 게 아니라 웃음을 참고 있었다.

    진짜 아무 내용이나 적고 있잖아, 이 사기꾼 황녀.

     

    “그럼 아저씨도 이거 먹어보실래요?”

     

    아가씨가 주머니의 가장 밑바닥에 있던 새카만 사탕을 꺼내 들었다.

    눈에 마력시의 푸른광채를 뿜어낸 갈릭장군이 흠칫 놀랐다.

     

    “재단의 후계자 아니랄까봐 참 흉흉한 사탕을 들고 다니는군. 거대종도 단숨에 절멸시킬 극독을 먹으라는 거냐?”

    “헹. 서기아저씨, 지금 것도 기록하세요. 갈릭장군은 아이가 건넨 사탕도 두려워서 먹지 못하는 허접쫄보장군이라고!”

     

    매스각키 황녀에게 자극받은 서기의 손이 종이를 뚫을 기세로 맹렬하게 움직였다.

     

    “그딴 건 적지 않아도 괜찮아!!!”

     

    갈릭장군의 측근들마저 시뻘게진 얼굴로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

    산통이 다 깨지며 해이해진 군 기강에 열받은 갈릭장군이 으름장을 놓듯이 손가락으로 아가씨를 가리키며 사납게 쏘아붙였다.

     

    “지금 즉시 몬스터군단을 해체하고 순순히 제어수갑을 장착한다면 황제폐하께서도 너를 즉결처형하지는 않으실 거다. 이것은 최후통첩이다. 거절하는 순간 즉시 너는 제국의 공적이다.”

    “헤에. 그렇구나.”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는 있는 거냐! 매스각키 2황녀전하 또한 네가 하기에 따라 악의 주구에 꼬드김당한 무고한 이로 그칠지, 악과 결탁한 다크프린세스로 악명을 떨칠지가 정해진다는 뜻이다!”

     

    항복하고 순순히 끌려가거나.

    제국의 공적이 될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거나.

    살벌한 양자선택의 기로에서도 리프는 제국병사들의 인명피해가 없는 지금이라면 순순히 항복하고 풀려날 길이 있다고 생각했다.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이사장.

    오크노디의 ‘파파’에게는 그만한 힘이 있으니까.

    하지만 이 부녀, 아버지도 딸도 리프의 상상을 가볍게 웃돌기는 마찬가지였다.

     

    “에이, 그럼 어쩔 수 없네. 까짓것 가는 길에 조금만 더 놀죠!”

    “무슨…”

     

    놀라 입을 뻥끗거리던 갈릭장군이 갑자기 말을 듣지 않는 몸에 깜짝 놀라 마나연공법을 전력으로 급히 전신에 돌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의 목덜미에 아주 미세한 모기바늘크기의 무언가가 낸 자국으로 역겨운 암흑마나가 투입되었음을.

    그 사실을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아주 교묘한 마비독이 감각을 속였고, 치밀한 마나제어술이 자신의 마나흐름과 동일하게 암흑마나를 일반마나로 감싼 상태로 움직였음을.

    눈치채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목덜미와 척수가 빠르게 암흑마나에 장악되고 몸을 가눌 수도 없는 처지가 되었으니까.

    그가 암흑마나를 몰아내려 몰두하는 불과 1.5초의 틈에 아가씨는 그의 목젖을 손가락으로 툭 건드렸다.

     

    “마늘아저씨가 상남자라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저항하실 수 있겠죠? 물론 하남자스럽게 꼬리를 말고 암흑마나의 해주를 포기하고 순순히 제어수갑을 팔에 차셔도 괜찮긴 해요.”

    “이익…”

    “근데 서기가 보고 있는데 하남자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좀 쪽팔리긴 하겠다. 그쵸?”

    “이이익……!”

    “헉. 상남자가 되시려고요? 우왕. 감동이다. 비록 오늘 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역사는 마늘아저씨를 다크프린세스의 투항권유를 거부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상남자라고 기록하겠죠. 믓찌다! 완전 남자다!”

     

    갈릭장군은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고개를 필사적으로 좌우로 저으며 꼴사납게 살려달라는 표현을 한 뒤에야 살아남았다.

    사색이 된 갈릭장군의 가신들에게 아가씨가 당차게도 외쳤다.

     

    “너희 장군은 이제 인질이에요. 길 열어!”

     

    리프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품에 넣어둔 유서가 필요없어진 것 같아서 구깃구깃 접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허접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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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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