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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5

       

        

        

        

        

        

        

        

       “꽤나 많은 사람들이 패션이란 걸 오해하고 있지. 팔다리 긴 모델들이 광대마냥 옷 같지도 않은 걸 입고 F/W, S/S 런웨이를 걷는 게 패션의 시작이자 끝인 줄 알아. 완벽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만 핵심에선 한참 빗나갔지.”

        

       “….”

        

       “언뜻 보면 이상하게 보여도, 과장스러운 연출을 통해 핵심적인 특징을 강렬하게 부각시킴으로서 해당 패션쇼를 관람하는 수많은 인플루언서나 아티스트에게 일종의…아이디어를 불어넣는 거야. 사실 이건 오트 쿠튀르랑 프레타포르테 간의 차이를 알면 이해가 더 쉽긴 한데, 그건 나중에.”

        

       “부디 저 같은 문외한도 이해하기 쉽게 말해주시겠…아야.”

        

        

        

        쭈우욱.

       

        그런 하찮은 의성어가 날 법한 상황이 거울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물론 거울에서 보인다는 건 내가 거울을 앞에 두고 있고, 올리비아의 손길에 의해 여러모로 다듬어지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 와중 이 부엉이한테 볼따구를 잡혀 볼이 쭈욱 늘려지고 있단 소리기도 했고.

        

        아무튼 패션과는 예전부터 하등 인연이 없었기에, 나는 멍한 표정으로 이 양반이 뭔 소리를 하고 있는지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으나, 실로 다행스럽게도 기억이 돌아온 올리비아는 나조차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말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게 무어냐 하니,

        

        

        

       “쉽게 말하자면 이런 거지. 오트 쿠튀르는 일종의…NGSW이라고 생각하면 돼. 옛날에 진행했던 차세대 제식화기 개발사업 있잖아. 그리고 프레타포르테는 이 NGSW에서 제시된 사항을 모티브로 제출된 시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아하. 이제야 뭔지 조금 알 것 같네요.”

        

       “그렇다고 해서 오해하면 안 되는 게, 방금 말했던 두 패션쇼 간의 관계가 신형 총기사업마냥 수직적이고, 의존적인 건 아니야. 둘 다 독립적인 패션쇼거든. 그래도 무슨 느낌인지는 대충 알겠지?”

        

       “덕분에요.”

        

        

        

        대충 뭔 소리인지는 알 것 같다. 듣다 보니 어려운 내용도 아니었고.

        

        아무튼 이래저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올리비아가 대충 어디에서 활약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고…이 양반은 그냥 어지간한 건 거의 다 하고 있었다. 이카루스 기어로 검색해보니 재작년과 작년에는 아주 전 세계를 활보하고 다니셨단다.

        

        내후년 즈음에는 무슨 협회에도 들어갈 자격이 생긴다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나로서는 비교적 평범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는데, 이 양반이 간만에 신난 걸 보니 또 이래저래 말하기도 뭐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에 혼입된 기억이 앞으로의 내 작업에 무척 거대한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되긴 해.”

        

       “밀리터리 룩이라도 선보이려는 건가요?”

        

       “그것도 있긴 하겠지만, 그보다도 더 강렬한 기억은 얼마든지 많지. 가령 모든 오퍼레이터들이 과거 작전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던 공통적인 광경이라든가-”

        

       “…눈 펑펑 쏟아지는 뉴욕이로군요.”

        

       “그렇지.”

        

        

        

        간단하게 말해서, 선혈과 눈의 조화.

        

        그렇게 말하니 어쩐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죽어버린 도시는 그 어떤 색깔로도 다시 빛날 수 없었고, 음울한 회백색만이 우리를 반기는 모든 것이었으며, 그 위에 눈이 덮인 순간 빅 애플이라고까지 불렸던 뉴욕은 백색 사막이 되었다.

        

        그 사이에서 가장 강렬하게 눈에 띄는 게 무엇이 있겠는가. 심지어는 도심 작전을 위해 옷도 어반 카모로 맞춰 입고 총기 도색조차 어반 카모로 뒤덮었으며, 총구 불꽃이 새어나가지 않게끔 맨날 소음기까지 끼고 다녔다.

        

        그렇다면 보이는 건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

        

        

        피였다.

        

        

        

       “백색과 적색. 그 끔찍한 컬러링의 조합은 아마 어떤 디자이너가 와도 제대로 구현해낼 수 없을 거야. 나를 제외하면.”

        

       “그 기억을 통째로 트렌드화시키겠다구요?”

        

       “그렇게 해서 졌다면 몰라도, 중국이랑 러시아의 팔다리를 모조리 분지른 뒤 기어이 이기긴 했잖아? 그렇다면 그건 과거의 상흔이 아니라 힘겨웠지만 영광된 기억이지. 그럼 문제가 있나?”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네요.”

        

        

        

        하여간 이 양반은 이상한 곳에서 본질을 꿰뚫고 있단 말이지.

        

        물론 그것만으로 끝이 아니긴 했다.

        

        

        

       “그건 그렇고, 진이랑 레인, 매버릭은…만약 아르테미스 개발디자인부서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난 그 사람을 내 파리 워크숍 직원으로 처박았을 거야.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진짜 천재적인 디자인 아니니?”

        

       “그거 제 데이터 훔쳐서 개발된 거잖아요!”

        

       “…그럼 막내한테 저작권비를 주면 되나?”

        

       “한 대 맞을래요, 진짜?”

        

        

        

        기어코 내 주먹이 나가게 만드네, 이 사람이.

        

        의자에 앉아있었기에 주먹은 쓸 수 없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의자 뒤로 뻗어져있던 꼬리가 올리비아의 옆구리를 짝 하고 후려쳤고, 그녀는 끼야앙 소리를 내며 펄쩍 뛰어올랐다. 왜 이렇게 세상은 내 얼굴을 가지고 뭔가 돈벌이를 할 생각을 하는 것일까.

        

        아무튼 그러는 와중에도 내 모습은 점차…매우 단정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 양반은 패션 디자이너라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코디네이팅 스킬 또한 기가 막혔고, 평소 비교적 자유분방하게 뻗어있던 내 긴 머리카락은 무슨…요조숙녀마냥 차분하게 정돈된 상태였다.

        

        그 와중 줄자를 가져와 내 팔다리 길이 등등을 재던 올리비아가 입을 열었다.

        

        

        

       “과거엔 오트 쿠튀르가 장인이 수제작한 고급 의류를 의미했지. 지금 하는 건 수제작은 아니더라도 엇비슷한 무언가고. 신체의 전반적인 비율, 팔과 다리의 길이와 비례, 어깨의 높이, 피부톤, 목 길이, 이목구비 비율과 눈동자 색깔까지 전부 고려해서 네게 어울리는 옷을 찾는 거야.”

        

       “…뭔가 이렇게 말하면 조금 웃기긴 한데, 사격술 배우는 거랑 비슷한 것 같네요.”

        

       “맞아. 실제로도 꽤…많은 공통점이 있지. 위로 갈수록 디테일한 부분을 파고든다는 점에선 특히 그렇긴 한데, 사실 이건 어느 곳이든 다 그런 것 같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 신체를 열심히 수치화하던 올리비아는 이를 허공에 띄워놓은 뒤 어디서 수치표 비스무리한 걸 그 옆에 띄워놓고는 뭔가 열심히 대조를 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중얼거릴수록 옆에 떠오르는 여러 옷들. 나에게 입히려는 것 같긴 한데 – 그리 생각하자마자 이어지는 말.

        

        

        

       “곧 나가는 프로그램이 공식적인 자리란 걸 감안하면 비즈니스 캐주얼이 적합할 거고, 인상이 날카로울수록 와이드 슬랙스보단 비교적 타이트하게 떨어지는 검청색 세미정장 바지가 좋겠지. 옷깃 없는 흰 블라우스 위에 옅은 베이지색 세미 포멀 재킷까지 하면 기본은 할 거야.”

        

       “…아주 신나셨네요.”

        

       “신나지 않을 리가 있겠니? 그리고 이 벨트랑…집에서 가져온 목걸이랑 팔찌까지 차면 훌륭하게 포인트를 넣어줄 수 있지. 그게 사실 제일 중요해. 그나저나 이 뱀 모양 팔찌, 굉장히 세련됐는데…보아하니 막내가 직접 산 건 아닌 것 같고. 어디서 났니?”

        

       “로렌티나가 길거리 리프팅으로 받아온 420만원으로 사온 물건이라는데요.”

        

       “미치겠네.”

        

        

        

        그러게나 말이다.

        

        집에 처박혀 먼지만 쌓일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결국 이렇게 쓰는 날이 생기기는 하는구나 싶었다. 어쨌든 써먹을 기회가 생겨서 다행이라고 해야만 하는지.

        

        진즉 얼굴과 머리카락은 세팅이 끝났으니, 남은 건 올리비아가 추천해준 옷으로 갈아입는 것뿐. 그리하여 옷을 다 갈아입고, 포인트를 준답시고 착용한 벨트와 팔찌, 목걸이까지 전부 착용하고 나오니 가까이 다가와선 옷매무새를 정돈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발이었지만…내가 살다살다 굽이 들어간 것까지 신게 될 줄이야. 그다지 굽이 높지 않은 슬링백 구두였기에 평소처럼 걸어다니는 건 그닥 문제가 없었긴 하지만.

        

        

        어깨를 툭툭 친 올리비아가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다녀오라고. 남들이 네 변신을 무엇보다도 잘 볼 수 있도록 말이야.”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은데….”

        

       “네가 무슨 상류층 사교회 데뷔를 할 것도 아니고, 패션으로 승부를 볼 것도 아니고…아, 불가능한 건 아니니 언제든 말해. 신체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검은색 레이스 원피스도 있거-악!”

        

       “아유, 진짜.”

        

        

        

        그리하여 성공적으로 올리비아를 응징하였다.

        

        때마침 프로그램 시작까지 그렇게 오래 남지 않은 시점. 몇 번 걸어다닌 끝에 그리 불편하지는 않다는 점을 확인하고는 복도로 나갔고, 때마침 밖에서 나를 기다리던 다이스, 그리고 하모니와 마주했다.

        

        구둣굽의 높이가 대략 5~6cm 가량이었지만, 하모니와 다이스 역시도 나와 비슷한 걸 신고 있었기에 키 차이는 이전과는 그렇게 드라마틱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두 명은 그것으로도 족한지, 날 보자마자…무슨 박수를 쳐대며 기뻐하기 시작했다.

        

        

        

       “거봐요, 진짜 꾸미면 이렇게 멋있는 사람인데 왜 여태까지 안 꾸미고 다녔어요!?”

        

       “유진 씨. 월에 20억 넘게 번다는 소문도 있는데, 그냥 올리비아 씨를 전속으로 고용하고 같이 다니면 안 돼요?”

        

       “…또 뭔 바람이 불어서 갑자기 이렇게 칭찬 퍼레이드를 하는 거예요?”

        

        

        

        어지간한 건 다 보는 내 눈썰미로도 뭐가 달라진 지 잘 모르겠는데 이런 반응이라, 확실히 나는 이쪽에는 보는 눈이 없는 모양이었다.

        

        패션이란 참으로 심오했다.

        

        

        

        

        

        

        

        

        

        

        

        

        

        

        

        

        

        

        

       “오늘따라 굉장히 많은 분들이 열광적인 성원을 보내주고 계신데, 이것도 한참 전부터 장안의 화제였던 유진 씨 덕분이 아닐까요?”

        

       “글쎄요. 평소에는 이렇게 날뛰지는 않았는데…왠지 모르게 오늘따라 다들 반응이 꽤나 열광적이네요. 이유는 대충 알 것 같습니다만, 평소 입던 스타일과 드라마틱하게 차이가 있다고 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은데도 다들 좋아하네요.”

        

        

        

       -와캬퍄헉농쭉빵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택티컬주머니? 진짜 성능미쳤다….

       -와 커리어우먼룩ㅋㅋㅋㅋ미쳤나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올리비아!

       -이야 괜히 120만인플루언서가 아니구마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유진이랑 만난 이후로 금세200만을 찍었다

        

        

        

        가장 유명한 E스포츠 토크쇼 중 하나인 별이 쏟아지는 밤의 이야기.

        

        작년에는 VR에서 열렸고, 다이스와 미카엘 등과 함께 나와서 여러가지 제약을 몸에 건 채로 카토를 비롯한 여러 일반인 은둔고수를 신나게 두들겨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로부터 1년 하고도 2개월 가량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불과 몇 주일 후면 제4회 파이널 챔피언십을 위한 아시아 예선전이 열릴 예정이었고 – 나는 따라가지 않지만 – , 다크 존의 현 상황이, 혹은 현 시점에선 파이널 챔피언십 준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종합하여 알려주는 이 프로그램은 국대라면 한 번쯤 거쳐가야만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번 년도에 선수로서 나가지 않는 내가 여기 얼굴을 비출 수 있는 걸 보면 그리 라인업을 까다롭게 잡는 건 아닐지도 몰랐다.

        

        아님 말고.

        

        

        아무튼, 한 번 간단하게 물꼬를 트자 여기저기서 말이 쏟아진다.

        

        

        

       “우리 선생님 꾸미니까 예쁘죠?”

        

       “여태까지는 하나도 안 꾸미고 다녔던 것처럼 말하시네요.”

        

       “그치만 하와이에서도 화장 거의 안 하고 다녔잖아요.”

        

       “아하하. 저도 당시 스트리밍은 봤는데, 그게 안 꾸미고 다녔던 거였다고요? 진짜 놀랄 노자네요.”

        

        

        

       -하긴 그랬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동안 왜안꾸미고다님 ㄹㅇ?????

       -?? : 얼굴에 묻는 화약연기랑 모래먼지가 곧 메이크업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사람이라면 진짜 이렇게 말할 거 같아서 무섭네 ㅋㅋㅋ

       -아니 근데 아이라인 그리고 화장 좀 하니까 진짜 정신나갔는데 ㅋㅋㅋㅋ

        

        

        

        아주 내 얼굴에 금칠을 해라, 금칠을.

        

        이리 말하니 나중에 상어나 북극곰이 꾸미면 어떻게 되려나 싶긴 한데, 로렌티나는 몰라도 로건은 아마 경기를 하고 도망치지 않을까. 듣기로는 치마 쪽으로는 눈길도 안 준다는데, 그리 생각해보면 조금 아쉬운 느낌도 든다고 해야만 할지…물론 그걸 꾸민다고 하긴 좀 그랬지만.

        

        좌우지간 하모니와 다이스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마…내가 로건을 바라보며 하는 생각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역시 역지사지는 지성인들이 만들어낸 최고의 무형-발명품 그 자체였다.

        

        

        아무튼, 오늘 나온 이유는 별 건 아니었다.

        

        시청자들에게도 미리 설명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차분히, 그리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번 말해야만 할 필요성이 있었다 – 이번 년도에는 내가 파이널 챔피언십에 나가지 않는 만큼 작년처럼 우승을 담보할 수는 없다는 그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게 정상이었다. 적어도 이번 년도에는 내가 나가지 말아야만 했다. 결국 나와 일반인 사이에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신체적 차이가 있었고, 파이널 챔피언십에서 이런 신체적 우위는…막대한 어드밴티지로 작용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나와 로건의 스타성에 의해 이 사실이 가려졌지만, 그게 이번 년도에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물론 역보정을 걸고 임한다면 도의적으로도 문제가 없었지만 그건 너무나도 귀찮은 일이었고.

        

        내년 쯔음이라면 다시 참가할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 사실을 좌라락 읊어주자 다들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지었으나, 그 와중 이어지는 말.

        

        

        

       “그렇다면 유진 씨가 빠진 자리는 어떻게 메우실 예정인가요?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다이스가?”

        

       “뭐어, 이번 년도에는 하모니도 있죠. 작년에 함께 뉴욕에 간 미카엘과 갬빗, 잉크도 있고, 다이스의 제자인 블루밍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결코 방금 언급한 친구들에게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유저들이 바글바글합니다.”

        

       “하하, 굉장히 자신 넘치는 말씀이시군요. 그 말대롭니다. 실적이 있으니 더더욱 믿음이 가네요. 특히 이전엔 평범한 스트리머로 활동했던 하모니 씨를 최정상급 프로게이머로 재탄생시킨 분이니만큼…사실상 이젠 종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신탁을 내려줄 수는 없겠네요. 대신 신자들을 단련시키는 무투파 신일지도….”

        

        

        

       -비얌교창설wwww

       -비얌교신자들(폭발광)

       -?? : 충분한 힘과 실력은 신탁과 구별할 수 없다

       -이게 그 자기실현적 예언인가 하는 그건가보구마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는 파이널 챔피언십 1등을 할 것이다(본인의 실력으로)

        

        

        

        아주 다들 신나셨구만.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여론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이스와 하모니는 불안감을 표출하기보단 내가 없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플레이할지를 논하고 있었다.

        

        그건 상당히 다행이었다. 저 두 명을 비롯한 국대 친구들이 필요할 때는 내 그늘 밖에서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법을 알고 있고, 내가 없는 상황을 대비하여 마음의 준비를 했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그 또한 기량 상승이라 할 수 있겠지.

        

        그리 생각해본다면, 마음 놓고 미국으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와중 연이어 들어오는 질문들.

        

        

        

       “그건 그렇고, 스나이퍼 컴페티션이라고 하니 갑자기 생각난 겁니다만…지난 번 하와이에서 다이스와 하모니 씨가 굉장히 우수한 저격 실력을 뽐냈던 걸로 기억하는데, 유진 씨가 충분히 교육을 시킨다는 가정 하에 두 분이 그런 곳에 나가면 괜찮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체력이 모자라서 안 됩니다.”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칼에 잘라버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안 되는 건 안 된다

       -그치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총만 잘쏜다고 되는게아닌데 ㅋㅋㅋ

       -다이스랑 녹냥쉑 충격받은표정 ㅋㅋㅋ

        

        

        

        저격수에게도 가장 큰 덕목은 체력이고, 여자의 몸으로 그걸 감당하긴 어렵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다른 부분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단 뜻이고, 요컨대 저 둘이 탄도학과 사표를 비롯하여 저격 교범을 본격적으로 학습하기 시작하면 충분히 훌륭한 무력을 가진 제자들이 탄생한다는 소리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또 재밌을 것 같은데.

        

        

        어느덧 내 시선은 다이스와 하모니를 향하고 있었고, 그 두 명은…뭔가 불안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왜, 왜 그렇게 보세요, 유진 씨.”

        

       “아뇨, 단지….”

        

        

        

        그 순간 이어지는 말.

        

        

        

       “미국으로 같이 출국할 생각 없어요?”

        

       “아이, 뭔 소리예요!?”

        

       “이거 봐요. 카토 씨만 들들 볶는 게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희한테도 마수를 스멀스멀 뻗는다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재확보에 진심인 비얌wwwww

       -로렌티나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는 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6개월 정도 지나면 스트리머에서 부사관으로 직종변경할듯ㅋㅋㅋㅋㅋㅋ

       -돌겠네 진짜 ㅋㅋ

        

        

        

        어쩐지 나, 혹은 내 제자들을 바라보던 레이피어의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출국까지 며칠도 안 남은 날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담주는 다시 일요일에 쉽니다

    추후 공지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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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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