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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5

    <515 – 신앙의 증명>

     

    “아참. 애들 밥 주는 걸 깜빡했당! 이를 어쩐다? 갈릭장군님의 군단의 군량미를 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민가를 약탈해야겠다!”

    “넘겨라!! 군량미를 당장 넘겨라!!”

    “애들이 멀리서부터 뛰어와서 다리가 아프다는데 이를 어쩐담? 짐말을 빌려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민가를 약탈해야겠다!”

    “넘겨라!! 짐말을 당장 넘겨라!!”

     

    전장에서 영웅담을 날조할 정도로 허영심이 큰 갈릭 후라이드치킨 장군은 그 커다란 욕심만큼이나 생존욕구도 비대했다.

    가신들도 지금이라도 갈릭장군의 멱을 따서 돌아가야 하지 않나 고민하고 있을 정도!

     

    “끼융… 끼유웅…”

     

    투두두두둑.

    물론 가신들의 영웅심리는 머리 위에서 비처럼 침을 쏟고 있는 굶주린 야광공룡을 보고 뚝 그쳤다.

    다들 심심할 때 집어먹는 간식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싶지는 않았던 까닭!

     

    “어차피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제국은 넓어. 누군가는 분명 우리를 막아줄 거야.”

    “그렇겠지? 후라이드치킨 가문에는 그 유명한 신창도 계시고.”

    “그래, 게다가 다른 삼대공신가문도 있지.”

     

    외부에서 습격이 시작되거든 내부에서 호응을 빙자한 도주극을 벌일 생각으로 가득한 갈릭장군의 가신들.

    그들의 야심한 계획과 달리 수도까지 200km를 더 나아가는 동안 어느 군단도 우리들의 앞을 가로막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삼대공신가문의 갈릭장군이 인근 군단을 규합하고 저지하려 시도했다가 개박살이 났다며?”

    “듣기로는 창칼 한번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처참하게 무너졌대.”

    “재단의 후계자가 암흑마나의 비의를 깨우쳐서 갈릭장군의 정신과 영혼을 파괴했대. 몬스터군단에 갈릭군단의 말과 소, 병기, 군량미, 훈련교관, 서기가 함께 하는 것이 그 증거래.”

     

    증거가 너무 많아서 누가 봐도 빼박 암흑타락을 당했구나! 하고 확신할 수준이었다.

     

    “허접갈릭도 영락없이 쿠데타에 합류했네♡ 반역죄인♡ 반역군단 군단장♡ 단두대에 목 매달릴 운명은 이제 피할 수 없어♡”

    “어흐흑. 도대체 제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이런 비참한 꼴을 겪게 만드시는 겁니까!”

    “허접황태자의 편을 들어서 우리 앞을 가로막았잖아~? 줄을 잘못 서니까 이러지. 킥킥.”

     

    열심히 군단과 함께 이동하고 있자니 하늘 저 위에서 구름을 가르며 비공정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하나에 불과했던 비공정이 점점 늘어나더니 어느덧 열 대도 넘게 하늘에 깔렸다.

     

    “흐응~ 고위전력을 소집하는 비공정이네. 허접오라버니도 이제야 정신이 들었어. 다음엔 정말로 교전을 피할 수 없을 거야♡ 허접장군처럼 허접하게 당하기 싫은 장군들도 협상테이블을 마련하지 않을걸?”

    “그건 곤란해! 우린 탈것을 구했을 뿐인데 왜 멋대로 괴롭히는 거야? 제국은 참 나빠!”

    “킥킥. 허접노디가 너무 무서워서 그런 거 아니야~? 야광공룡만 해도 저렇게나 덩치가 큰걸.”

    “야광공룡은 거대 티토소가야! 빛나는 몸을 보여주겠다고 밀실에 가두고 키워서 낮에는 눈 뜨고 걷지도 못하는 바부인데 왜 무서워하지?”

     

    매스각키 황녀는 키득키득 웃음을 그칠 줄 몰랐다.

    아, 이런 즐거움.

    대체 얼마 만에 느껴보는 걸까?

    황궁에 머무르던 시절 오라버니의 치졸한 괴롭힘은 겪을 때마다 짜증이 느껴졌는데.

    저렇게나 필사적으로 응수하는 오라버니를 어린애 취급하며 비웃는 오크노디의 여유로운 모습에 속이 다 시원해졌다.

     

    “허접노디~ 어제 치킨은 왜 안 먹었어?”

    “독류 음식은 등급별로 순서대로 먹어야 내성수치가 최대치로 올라가! 코카트리스 고기는 아직 먹을 순서가 아니야!”

    “별걸 다 알고 있네. 흐응. 날 즐겁게 해준 답례야. 특별히 칭찬해줄게♡”

     

    그런데 오라버니가 조금 화가 많이 났나 보다.

    비공정이 늘어선 창공 저편에서부터 구름이 파도치듯이 밀려났다.

    쿠구궁.

    묵직한 기류와 함께 마나의 기압이 변화한다.

    대체 몇 겹의 역장이 동시에 펼쳐졌는지 하늘이 총천연색으로 제멋대로 빛나기 시작했다.

     

    <소속 : 선험의 신, 정의의 임마누엘Immanuel>

    <정언추종신교의 교황>

    <고유영역전개 – 선험영역>

     

    <소속 : 조화의 신, 인내의 벨제붑belzebub>

    <전식포만신교의 교황>

    <고유영역전개 – 조화영역>

     

    <소속 : 번개의 신, 성광의 마데우스Matheus>

    <벽력성천신교의 교황>

    <고유영역전개 – 성광영역>

     

    연이어 등장하는 12선신을 모시는 교황들의 광채가 비공정을 가득 채우다 못해 하늘 저 멀리서 지평선을 가득 채우며 번쩍였다.

     

    “헉! 티토소가가 3배?!”

    “티토소가는 사도랑 동급이야~? 카넬레 시의 꼬맹이 주제에 출세했네♡”

     

    평온한 우리와 달리 어중칠검과 리프의 표정은 체한 사람처럼 납빛이 되었다.

     

    “용사급이 셋이라니. 성한 몸으로도 부담스러운 놈들이 튀어나왔군.”

    “결국 이렇게 되었군요. 예상했던 결과이기는 하지만 속이 쓰리군요.”

    “신력의 폭풍이 옵니다. 아가씨. 지면에 발을 딛고 확실히 영역을 전개하십시오.”

     

    리프가 내 어깨에 손을 얹고 급히 영역을 펼치기 무섭게 창공을 가득 메운 신앙영역이 지상을 향해 내려앉기 시작했다.

    마치 운석의 추락과도 같은, 아니 신력의 바다가 지상으로 쏟아지는 것처럼 장엄한 광경!

     

    그런데 말이다.

     

    신성중앙제국은 유일신 태양의 소페미아를 국교로 미는 나라다.

    그런 곳에서 12선신이라는 존재는 어디 동네 잡신이나 다름없을진대 굳이 그런 신들을 모시는 교황들을 불러온 이유가 뭘까?

    나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소페미아 교단은 원정 나갔구나!”

     

    그렇다.

    예정된 이벤트보다 명백히 빠른 침공.

    혁명가도 아닌 일개 아카데미 1년생과 제국 2황녀의 합작.

    어설픈 습격부대만 보내고 어중칠검급 전력을 모조리 쏟아붓지 않았던 오산.

    이 모든 사실은 하나의 행운에 힘입어 굉장한 기회로 이어졌다.

     

    지금 제국은 빈집이다.

     

    소페미아 교단은 수도에 나타나지 않았다.

    황태자에게 붙은 어중칠검급 식객들도 없다.

    전부 다른 이벤트를 벌이고 있으니까.

    남부방면군 4개 연합군단.

    내륙지방군 4개 연합군단.

    도합 8개의 군단을 돌파했기에 열리는 기회.

    본래라면 남부신성도시국가연맹의 연합군을 일으켜 대규모 전쟁이벤트 <합종연횡>을 일으켜야 성립가능한 제도침공이 성큼 앞으로 당겨졌다.

    그 결과가 제국에서 막대한 대가를 지불하여 초빙한 세 명의 교황과 신성영역이다.

     

    즉, 저거만 넘으면 제도까지의 길이 뻥 뚫린다.

     

    “야광아, 밥값 할 시간이야!”

    “끼유웅…?”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고개를 묻던 야광공룡이 나 불렀엉? 하고 모기향처럼 둥글게 꼬았던 목 사이로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나는 야광이의 몸체에 손을 얹고 이동 도중에 틈틈이 새겼던 마법진을 발동했다.

     

    <마법진 – 생명연성진법>

    <매개체 : 마나100% 소진 후 육체소모 시작>

     

    야광공룡의 거대한 몸체에 축적된 마나가 스스로도 다룰 줄 몰랐던 방식으로 마법진을 따라 힘을 제공하기 시작한다.

    낯선 감각에 당황한 야광이가 몸부림을 치려고 들었지만 마법진에는 <부동>의 술식도 포함됐다.

    작업 도중에 움직이면 못써요!

     

    “흐으음~~ 좋아! 처음은 너로 정했다!”

     

    추출된 에너지가 쏘아지며 가장 먼저 노린 상대는 번개의 신을 모시는 벽력성천신교의 영역이었다.

    성급한 번개처럼 다른 영역들과 박자를 맞추지 않고 먼저 돌출된 영역에는 <기도술>을 통해 번개의 신에게 신앙을 증명하지 않는 모든 존재에게 천뢰가 내리치는 고위저주 <신벌>이 가득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기도술의 기도판정이 번개의 신을 만족시키는 행위라는 사실이다.

     

    ━━━

    [벽력성천신교 신앙 얻는 법]

    ①뭐든 남보다 빠르게 저지른다.

    ②스트레스를 크게 발산한다.

    ③뭐든지 참지 않는다.

    ━━━

     

    신속발산.

    다른 말로는 급발진.

    그렇다.

    성광의 마데우스는 급발진의 신.

    이 신을 믿는 벽력성천신교의 수녀, 아카데미 1년생 니세가 무거운 사슬갑옷에 휘장을 두르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생활을 하는 이유도 같다.

    스트레스를 발산하면 신앙을 얻으니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생활을 하는 것!

    하지만 그건 신앙습득의 노하우가 부족한 수녀이기에 고른 스트레스 빌드다.

    고인물은 내가 스트레스받지 않고 남이 스트레스를 받게 만든다.

     

    “끼애애애앵!!”

     

    마나가 빨려나가는 고통에 서럽게 울부짖는 야광공룡.

    거대종 야광공룡이 서럽게 터뜨리는 스트레스에 당장이라도 천벌을 수천 다발 쏟아부으려던 성광영역이 당황한 것처럼 우뚝 멈춰 섰다.

     

    “가소로운 짓을 저지르는구나, 재단의 다크프린세스여. 네 불쌍한 마물을 괴롭힌다 한들 힘이 있어도 악행을 저지르지 않고 자중하며 도인행세를 해온 본 교황의 스트레스를 능가할 수 있겠느냐? 교황의 권력이 높은 만큼 인내해온 스트레스는 범인들의 것과는 격이 다르다.”

     

    “저딴 게 교황~?”

     

    매스가기조차 어이없어할 외침이지만 교황이 참아왔던 스트레스와 이를 발산하며 발휘하는 영역전개의 출력이 범상치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타고나기를 악으로 태어난 이가 선신의 힘을 바라며 절제하니, 이를 높이 여긴 선신 성광의 마데우스가 큰 힘을 하사하는 것은 당연지사!

     

    “흥, 웃기지 말아요. 우리 야광이가 겪어온 스트레스는 당신의 욕망보다 훨씬 순수하고 안타깝다고요!”

     

    하지만 양보다 질이라는 말도 있듯이 신앙표현도 화술을 곁들이면 점수를 더 딸 수 있다.

     

    “야광이는요. 생후 1800개월이 지났는데도 태어나서 빛을 보는 게 처음이에요! 그랬던 애가 자기를 구출해준 사람을 어미처럼 따르다가 배신당한 충격이 얼마나 크겠어요? 세상이 무너지는 충격이라고요! 교황아저씨의 1800개월의 인내는 야광이의 1800개월의 인내가 보답받아야 할 순간에 배신당한 충격을 이길 수 없어요!”

     

    적극적인 열변이 먹힌 것일까.

     

    [그 말이 옳다.]

     

    어디선가 장엄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성광영역이 갑자기 방향을 뒤바꾸어 다른 신성영역과 충돌했다.

    히히.

    나 잘했지?

    칭찬을 바라고 돌아보는데 어중칠검들도 리프도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황녀전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 아이는 여기서 죽여야 하는 거 아닌가?”

    “히스클리프, 당신의 주장은 대체로 들을 가치가 없지만 오늘만큼은 저 역시 동감이군요.”

    “아카데미 녀석들, 교내에 독연이 퍼지거든 내가 터뜨린 독이라고 생각해라…”

     

    힝. 이 정도로는 칭찬받기엔 아직 부족했나 봐.

    다른 몹들도 제물로 써야겠다!

     

    “허접노디. 그러다가 벽력성천신교에 귀의하는 거 아니야~? 신성한 힘을 마구 빌려쓰고 있는데♡”

    “괜찮아! 신앙은 야광이가 증명했으니까 나랑은 관계 없지!”

    “그러네♡ 풉풉. 허접잡신♡ 믿음도 없는 다크프린세스한테 이용당해버려♡”

     

    역시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건 매스각키뿐인가보다.

    우린 오늘부터 베프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불쌍한 야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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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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