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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6

       

        

        

        

        

        

        

        

       “마이애미까지 가는 직항은 없네. 아쉬워라.”

        

       “부모님이 출국 전까지 최대한 빠르게 전용기 한 대를 배속시켜주겠다고는 하는데, 처음에는 너무 황당해서 뭔 소리인가 했지만…아무튼 뭐, 차차 해결될 것 같긴 해요.”

        

       “…그거 이카루스 법인으로 운용하는 거야?”

        

       “아뇨, 부모님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물건이죠.”

        

        

        

        청담 펜트하우스, 출국 하루 전.

        

        하늘은 먹물이라도 쏟아부은 듯 까맸고, 올리비아는 이제 슬슬 한국어 스피킹 능력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동안 딱히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이 양반을 집에만 처박아두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당장 지난 번 토크쇼를 위해 같이 스튜디오로 가지 않았는가.

        

        그렇다고는 해도 대외적 활동보다도 훨씬 중요한 일이 많이 있었으므로, 더 많이 돌아다니지 못했던 건 조금 아쉬울 수도 있을 듯했다.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이카루스 법인 하에 있는 비행기였으면 오히려 더 일이 쉽지 않았을까.

        

        요즘 들어 싱크탱크와 하나둘씩 협업하고 있는 게 많아지고 있는 모양이고, 부모님은 내가 해당 기업의 실질적인 소유자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오만가지 명목으로 나를 전용기에 태워 미국으로 직배송시키는 게 가능했고.

        

        부사장과 경영관리팀장이자 이사회의 일원 정도의 위치, 즉 회사의 완전한 주인이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한 위치에 있는 부모님이 저 정도의 막대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건…뭐어, 언젠가 말하긴 했지만, 이카루스의 CEO인 헨슬로우는 일종의 바지사장이었다.

        

        현 이카루스의 운영과 관리 대부분은 나를 이 세계로 옮겨주었던 수상쩍은 두 명이 소속된 재단인지 뭔지에서 관리되고 있었고, 이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부모님을 열심히 서포트하는 중이었으니까.

        

        

        다시 돌아와서.

        

        나로서는 올리비아를 데리고 좀 더 한국을 싸돌아다니고 싶긴 했는데, 어쩌다보니 일이 꽤 꼬이게 되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번 스나이퍼 컴페티션 일반참관인으로 올리비아를 꽂아넣은 이유는…이 양반이 기억 혼선 때문에 하도 센티멘탈하게 굴어서 그런 것도 적잖아 있었다.

        

        그런데 그 노스탤지어인지 뭔지가 불붙은 망아지 작전 한 번에 싸악 치유될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단 말이지.

        

        결국 올리비아에게 필요한 건…남들에게는 없었던 일종의 유니크한 경험이었다. 그걸 아예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확신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으니 이 사단이 난 거였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간만에 북극곰이랑 상어 다시 보러 간다고 생각하면 되기야 하겠지만.’

        

        

        

        어차피 미국은 가야만 했다.

        

        그 과정에 몇 가지 추가사항이 주렁주렁 달리긴 했지만 딱히 큰 문제는 없을 거고. 그리 생각하니 놀랍게도 마음이 꽤 편안해졌다.

        

        

        

       “옛날이랑 완전히 반대의 상황이 됐네. 엄마 타이틀은 슬슬 막내에게 물려줘야겠어.”

        

       “저 이제 고작해야 20대 중반이거든요.”

        

       “남을 치유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불러도 되지 않을…알았으니 꼬리로 때리는 건 그만둬, 앗, 아야, 아파!”

        

        

        

        20대 중반이 30대 후반의 사람의 마망이 된다니, 그건 좀 굉장히 끔찍한 소리인데.

        

        이 박살난 화제를 시급히 돌려야만 했기에, 나는 재빨리 머리를 회전시키며 다른 이야기를 꺼낼 준비를 했다. 가령 내일 출국한 이후 도착할 예정인 마이애미에서 11월 3일까지 뭘 하고 다닐지, 그리고 컴페티션이 시작되면 뭘 하게 될지 등등.

        

        그리하여 이어지는 말.

        

        

        

       “올리비아가 컴페티션 나갔으면 아이언사이트로도 다른 참가자들을 압도적으로 찍어눌렀을 수도 있겠는데요.”

        

       “…불가능한 건 아니긴 하지. 그래도 난 아이언사이트 저격은 별로 안 좋아해. 거리가 멀수록 변수도 많아지는데, 그걸 맨눈으로 보정하기는 꽤 귀찮거든. 아무튼 재미있을 것 같긴 하네.”

        

       “그렇죠. 간만에 바람 쐬러 나가는 건데 어떻게 안 즐겁겠어요.”

        

        

        

        비록 신체적인 제약이 조금 있어, 이런 스나이퍼 컴페티션 때 무조건 끼어있는 종목 중 하나인 길리슈트 착용 후의 은신기동, 그 후의 저격 같은 건 불가능하지만…이카루스 기어의 힘을 빌리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고.

        

        그래도 다른 것들은 어지간하면 다 가능했다. 흔들리는 선박 위에서 목표물 맞히기, 헬리콥터 위에서 목표물 사격, 지도 한 장 주고 산을 누비며 목표물을 제거하고 기지에 침투하기 등등과 같은 고전적이면서도 어려운 미션들까지.

        

        언제나 그렇듯, 손과 발의 끄트머리부터 정수리까지 전부 아드레날린으로 절여버릴 수 있을 정도의 위험천만한 미션이다.

        

        

        그리 생각하고 있자니 건너편에서 한 마디가 날아온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넌…야전 체질이야.”

        

       “그렇죠. 사실 발현자 중에서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게 말하는 것치곤 막내는…처음 만났을 때는 꽤나 낯을 가리지 않았나?”

        

       “몸뚱이가 이렇게 바뀌었는데 어떻게 대놓고 다른 사람이랑 친근하게 말을 걸 수가 있었겠어요, 더군다나 그 당시엔 영어도 잘 못했는데.”

        

        

        

        어느새 시작된 과거 이야기.

        

        나와 올리비아는 촛불 몇 개가 켜진 테이블을 앞에 둔 채 와인을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고, 그에 따라 내 과거 이야기도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과거의 그녀가 엄마라는 별명이었던 이유는 그닥 거창한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막내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준 게 누구였을까?”

        

       “눈 앞에 있잖아요. 그리고 꽤…지극정성이긴 했죠, 그 말대로. CQB 트레이닝도 지극정성으로 시켜서 문제였지.”

        

       “뭐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과거 상황을 탓하렴. 로렌티나도 자기 할 일 많은데 너까지 가르치느라 머리가 부서지는 줄 알았댔지. 그나마 로건이랑 오웬스가 합류하니 좀 나아졌고.”

        

       “다 배우기도 전에 전쟁터에 끌려가서 총질한 것만 35번이 넘거든요.”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태까지의 지인들은 전부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된 것도 아니고, 이들도 나를 단순한 선의로서 이것저것 가르쳐준 건 절대 아니었다.

        

        다크 윈터 사태 당시엔 우수한 전투병력들조차 말 그대로 탄환처럼 빠르게 소모됐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해야만 했으며, 그러한 병력 징집의 최전선에 내가 강제로 서게 된 것뿐이었다.

        

        바이러스 판데믹이 점차 퍼져가는 3개월 가량 동안 맨해튼에만 600명 가까이 되는 발현자들이 나타났-으나, 그 중 나처럼 눈에 띄게 변한 부분이 많고, 이전보다 훨씬 신체능력이 상승한 사람이 고작해야 몇 명밖에 없었다는 점도 있긴 했지만.

        

        

        

       “그건 그렇고, 다크 윈터 사태 이후로 6개월 동안 사살했던 변이자들도 꽤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거기서 죽은 친구들의 신체적 변이가 여기까지 이어지지는 않더라.”

        

       “그건 꽤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막상 예시를 찾으려고 하니까 잘 기억이 안 나는데…라이커 중에서 대가리에 고양이 귀가 난 놈들이 몇몇 있었던 것 같긴 하네요.”

        

       “HVT가 꽤 여럿 있었지. 금속 명칭으로 호출명을 딴 놈들. 기억 안 나?”

        

       “아, 니켈이랑 크롬, 타이탄 같은 애들 말하는 거군요.”

        

        

        

        HVT, 한국어로 풀어서 이야기하면 고가치 표적 정도.

        

        라이커 섬에서 탈옥한 죄수들 중 꽤나 골치아픈 놈들이 몇몇 있었고, 그 중에서는 EM급으로 추정되는 개체도 한 명 정도 식별되었기에, 내 기억상 네이팜탄을 대거 장착한 프레데터가 섹터 일부를 불바다로 만들여 갱단을 가둬버렸던 때가 있었던 것 같다.

        

        양동 작전을 시행하던 오퍼레이터들이 빠져나온 이후 해당 갱단을 섹터째로 불살라버렸고.

        

        

        

       “여기도 있나 싶어서 얼마 전에 잠깐…NSA에서 근무할 때의 네트워크를 토대로 이것저것 뒤져본 적이 있었지. 딱히 찾아낸 건 없었지만. 아무래도 죽거나 하면 연관성이 사라지는 것 같아.”

        

       “…그런 거 말해도 돼요?”

        

       “난 막내의 입이 충분히 무거우리라고 생각해.”

        

        

        

        아쉽게도 그 말에 반박할 수는 없었다. 이 양반 뿐만이 아니라 상어랑 북극곰과 함께 여태까지 시시콜콜하게 떠들었던 내용들 중 일부만 세상에 풀려나도 좀…많이 상황이 심각해질 터였으니.

        

        그리고 나도 딱히 떠들어댈 생각은 없었다.

        

        

        술기운이 조금씩 올라올수록 오만가지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아쉽게도 그동안 있었던 일은 너무나도 많았고, 24시간은 이 모든 이야기를 전부 나누기에는 너무나도 짧았다.

        

        몸에 알콜이 들어갈수록 기억도 점차 흐릿해졌다. 불과 어제 있었던 인터뷰의 반향이든, 여전히 신명나게 불타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상황이든 전부 생각의 범위 밖으로 나가버리고, 와인 네댓 병이 완전히 동날 즈음 눈 앞의 모든 것이 둥실둥실 떠다녔다.

        

        과연 내일은 무슨 일이 있을까. 그것이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리고-

        

        

        

        

        

        

        

        

        

       “마, 막내애…나 이러다가 뼈가 으스러질 것 같아….”

        

       “…앗.”

        

        

        

        기억이 끊긴 이후로 8시간 후, 오전 11시.

        

        나는 올리비아를 말 그대로 꼬리로 칭칭 감고 있었으며, 그녀는 마치 레슬링 도중 바닥을 탭하는 심판처럼 나를 신나게 치고 있었다.

        

        나는 역시 술에 손도 대면 안 되는 케이스가 틀림없었다.

        

        

        

        

        

        

        

        

        

        

        

        

        

        

        

        

        

        

        

        

        

        

        

        

        

       “여기가 호텔인지 슈퍼카 전시장인지를 모르겠구만.  이딴 걸 끌고 가서 건네주면 등짝이 배긴다며 투덜댈 게 눈에 선한데….”

        

       “죄송합니다. 현재 렌트 가능한 차량 중 대부분이 숙박객 분들에 의해 렌트된 상황이라…잭슨빌과 올랜도의 이카루스 레지던스에서 여분의 차량이 있는지를 확인해보겠습니다.”

        

       “아닙니다.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으니 이 둘로 가지고 가죠. 자율주행은 가능합니까?”

        

       “네.”

        

       “그럼 문제는 없겠네요.”

        

        

        

        손짓 한 번에 홀로그램이 손목에 감겨들고, 그 상태에서 위로 손짓한다.

        

        그 순간 정면에 있는 검은색 슈퍼카 한 대의 시저 도어가 하늘로 치솟듯 스르륵 열린다. 로건은 이제는 그닥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운전석에 앉았다. 그동안 운전하던 대형 SUV와는 달리 끔찍할 정도로 낮은 차체였다.

        

        자동으로 시동이 걸리자마자 들려오는 우렁찬 엔진 소음. 그러나 로건은 그닥 감흥이 없는 듯한 표정으로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했고, 그 순간 아무도 타지 않은 또 다른 차량이 로건이 설정한 목적지와 동시에 연동을 시작했다.

        

        

        

       ‘고급지기만 하고 편한 구석이 없구만….’

        

        

        

        로건은 팔을 쭉 뻗으며 깊게 하품했고, 그 순간 마이애미 특유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모습을 드러낸다. 두 대의 차량 – 로건이 탑승해있고, 추후 조수석에 올리비아가 타게 될 아벤타도르와 막내가 탑승할 센테나리오 한 대 – 가 웨스트팜비치 공도로 뛰쳐나온 것이다.

        

        마이애미가 아닌 웨스트팜비치. 후자는 마이애미 국제공항으로부터 북쪽으로 대략 110km 가량 떨어져있었고, 로건은 대략 1시간 가량 걸릴 예정인 그 시간 동안 여유롭게 드라이브를 즐길 예정이었다 –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대의 차량은 I-95 고속도로에 진입한다.

        

        

        

       “그 상어 자식이 막내랑 하와이에서 스포츠카를 타고 돌아다녔다고 했나.”

        

        

        

        누구는 산골짜기에 처박혀 휴머노이드 대가리에 총알을 처박고 다녔는데, 혼자서 호사란 호사는 다 누리고 있었다 이거지.

        

        하지만 이제는 완전한 상황의 전환이 이뤄진 지 오래였다. 로렌티나는 지금쯤 스나이퍼 컴페티션 심사위원 사전 교육을 받느라 한창 정신이 없을 예정이었고, 11월 3일까지는 대략 5일 가량이 남았으니, 그 전까지는 비밀 통신이 아니면 대화도 못 할 확률이 높았다.

        

        그 생각만으로도 로건은 기분이 짜릿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최고급 가죽과 카본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기이한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에 손을 올려두고, 로건은 자신의 뒤를 졸졸 따라오는 또 다른 슈퍼카가 잘 있는지를 확인한 뒤 – 자율주행을 끄고 본격적으로 액셀러레이터를 밟기 시작했다.

        

        

        

       ───부우우웅!

        

        

        

        가변 플랩이 열리고, 스트라다 모드가 자동으로 종료되며 스포츠 모드로 전환된다.

        

        도로 자체에 차량이 별로 없는 것도 모자라 대부분의 차량은 시속 120km 가량으로 달리고 있었고, 이는 최근 풀린 속도 제한을 아슬아슬하게 충족하는 것이었다 – 그리고 로건은 그 이상으로 밟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금씩 올라가던 속도는 정확히 시속 128km에서 멈춰섰고, 로건은 그것이 제한 속도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뒤에 붙은 무인-운행 차량이 멀쩡하게 잘 따라오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아무리 자율주행이 보편화됐어도 수시로 확인해야만 했다.

        

        아까도 얼핏 말했듯, 목적지는 마이애미 국제공항.

        

        지금쯤 전용기 안에 안락하게 앉아서 뉴올리언스 언저리를 날고 있을 두 명의 얼굴이 눈 앞을 아른거리고 있었다.

        

        

        

       “스나이퍼 컴페티션이 끝나자마자 디즈니월드로 끌고가겠단 말을 들으면 그 상어 자식이 무슨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네.”

        

        

        

        그리 킬킬거린 로건은 묵직한 배기음을 들으며 계속해서 공도를 달렸다.

        

        속도가 속도였기에, 불과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마이애미 국제공항의 인근에 도달할 수 있었고, 그녀는 사전에 안내받은 특수한 루트로 공항 내부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 PS 마이애미. 일반인들과는 그닥 연관이 없는 전용기 터미널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두 대의 슈퍼카가 이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본래라면 사람으로 가득한 공항 터미널이지만, 도로 끝에서 로건을 맞이한 건 네 명 가량의 인력들. 어지간한 리무진조차 너끈히 스캔할 수 있는 대형 탐지기를 통과하고, 잠시 대기한 끝에 보이는 너른 공항 활주로.

        

        

        

       “이제 대놓고 돈을 사방에 뿌리고 다니는구만, 우리 막내.”

        

        

        

        아니, 오히려 이제서야 막내가 움직이고 있는 돈의 규모에 걸맞게 되어가고 있는 건가.

        

        그리 생각한 로건은 저 멀리서부터 슬금슬금 격납고를 향해 들어오고 있는 한 대의 걸프스트림 항공기를 눈에 담았고, 항공기의 이동 루트와는 저만치 떨어진 곳에 차량을 대기시킨 뒤, 그것이 완전히 멈춘 후에야 다시금 액셀을 밟고는 근방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그 순간,

        

        

        

       ───파직!

        

        

        

       “이 무슨….”

        

        

        

        전용기의 문이 열리는 순간 터져나오는 지향성 EMP, 그리고 펼쳐지는 광학미채.

        

        격납고 곳곳에 설치된 캠이 일순간 무력화되고, 다시 멀쩡해진 순간 광학미채로 인해 비틀린 광경을 어딘가의 CCTV룸으로 송출하는 사이, 어안이 벙벙해진 로건의 눈 앞에 내려온 계단을 타고 한 명씩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닭대가리라고 부르지만 실력은 그 누구보다도 출중한 수리부엉이 발현자인 올리비아, 그리고 여태껏 현실과 가상현실을 오가며 눈에 새겨질 정도로 많이 본 비얌-막내.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와우, 그러니까…아키타입이 세상을 넘나들 수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이렇게 직접 다른 세계에 발을 디디니까 또 색다른데.”

        

       “그보다 먼저 인사를 나눠야만 하는 사람이 있겠죠, 매버릭. 이쪽 세계의 로건이에요.”

        

        

        

        어디선가 많이 본 디자인.

        

        그러나 청록색과 파란색으로 발광하는 것이 아니었다. 신체 곳곳의 이음새와 관절에서 빛나는 불빛의 색은 보랏빛이었고, 인공 안구 역시도 마치…자수정을 연상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색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진과 레인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지만, 그 생각을 끝마칠 겨를조차 없이 슬그머니 내밀어진 메카-셋째의 손이 로건의 앞에 내밀어졌다.

        

        로건의 논리회로가 점차 정지해가는 순간, 사고뭉치 막내가 한 마디 덧붙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서로 안면을 트면 다시 저쪽으로 돌려보낼 예정이거든요.”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이 망할 놈아.

        

        그리 생각하며 로건은 눈동자만을 데구르르 굴려 올리비아와 유진의 표정을 확인했고, 그 두 명은 ‘바로 그 표정이 보고 싶었다’는 듯한 면상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아하니 둘이 진즉 짰을 것이었다. 그녀 자신의 반응을 보고 싶어했기에 이런 일을 벌인 거겠지.

        

        셋째-매버릭조차 조금씩 버거워하는 어마어마한 악력이 동반된 인사를 마친 로건이 입을 열었다.

        

        

        

       “…우리 두 친구들이 제법 격한 입국 인사를 받고 싶어하는 건 잘 알겠다.”

        

       “헉.”

        

        

        

        로건은 두 명을 차량 뒤에 매달고 풀악셀을 밟는 흐뭇한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돌리며 방긋방긋 웃는 표정으로 다가갔고, 유진과 올리비아는 허허로이 웃으며 운명을 받아들였다.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 매버릭을 뒤로 한 채, 두 명은 북극곰의 전력-헤드락을 감내해야만 했다.

        

        일상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북극곰을 놀리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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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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