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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6

       *** ***

         

       위서련의 채근에 떠밀리듯이 출발한 여행.

         

       그렇게 아무것도 정하지 못하고 출발했지만 사실 갈 수 있는 곳은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천마신교의 움직임이 천하를 노리는 것처럼 보였던 것은 분명 모산대전을 위한 포석이었지만 많은 이들이 여전히 천마신교의 행보에 대해서는 의심을 풀지 않은 상황이다.

         

       사천의 정파들로서는 천마신교에 대한 여론이 수렴될 때까지는 섣부른 접촉은 하고 싶지 않겠지.

         

       그런 상황에서 흑룡기를 줄줄 뿌리는 위서련을 데리고 도박장을 돌아다니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은 선택지다.

         

       적절한 방문 명분이 있는 사천의 정파.

         

       그리고 도박을 할 수 있는 곳.

         

       이 두가지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장소는 사천에 한 곳 뿐이었으니.

         

       바로 당가였다.

         

       소천마와 함께 당가주에게 인사를 한 뒤 객당에 자리잡기 무섭게 당도연은 콧김을 내뿜으며 비천마차를 수리하러 떠났고 당연히 그 뒤에는 동태 눈알이 된 당소열이 따라갔다.

         

       “언니들~!!”

         

       “꺄악! 려아야! 어쩜 이렇게 커졌니!!”

         

       “완전히 숙녀가 되었구나.”

         

       그리고 객당에는 폭풍성장한 려아가 찾아왔다. 이제 아이라기보다는 소녀에 가까워진 모습에 흑묘와 여일예는 난리법석을 피웠고 려아는 혁기린이 안고 있는 서공을 보며 새된 비명을 지르며 기뻐했으며 려아를 처음 보는 일행들과 려아의 통성명이 이루어졌다.

         

       한참을 서로 꺄르륵대던 여성진들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니들! 제가 당가를 안내해 드릴게요!”

         

       “선배! 잠시 나갔다 올게요!”

         

       “어, 그래.”

         

       당가에 도착하자마자 손님들을 내팽개치고 사라진 당도연 당소열과 달리 착실한 려아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우르르 빠져나가는 일행들을 바라보다가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흑묘의 손인사에 고개를 끄덕이는 위서련이 서 있었다.

         

       “함께 안 가셔도 괜찮겠습니까? 당가를 둘러볼 기회일 텐데요.”

         

       “그랬다가는 려아라는 아이에게 퍽 부담이 갔겠지.”

         

       “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잠시 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뭐 흑룡기의 압박감이 보통이 아닌 것은 확실하니까. 보통 사람은 위서련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그 자리를 박차고 도망치거나 비명을 지른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겠지.

         

       꽤나 조심스러운 주제라 생각했지만 위서련은 언제나처럼 거침없이 입을 열었다.

         

       “적어도 수 차례, 시간을 들여 익숙해지게 두어야겠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때 당가를 안내받아도 될 일 아니겠느냐.”

         

       “그렇군요.”

         

       일행들 중 위서련 홀로 남아 있는 모습이 마음에 걸려 도와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내 도움이 필요 없는 모양이었다.

         

       천마에게는 천마만의 사람 사귀는 방식이 있다는 뜻일까.

         

       위지천이 내 딸의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야영장에 찾아왔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정말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생각밖에 들지는 않았지만…뭐 그냥 존중하기로 했다.

         

       위서련은 위서련만의 방식으로 천하를 보고 친구를 사귀겠지.

         

       그 과정에서 구르거나 깨지기도 할 것이고 더 나아지기도 할이다.

         

       무엇 하나 특별할 일 없는 일이다.

         

       무림초출이란 그러한 법이니까.

         

       나는 그저 위서련이 소천마라는 이유로 그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가혹한 상황으로 기우는 것을 저지하기만 하면 되겠지.

         

       뭐 지금까지의 대화로 비루어 볼 때 요 며칠은 위서련도 푹 쉴 생각인 듯 하니 오늘은 나도 내 볼일을 처리해야겠다.

         

       “그럼 저도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혈교의 잔당 문제로 당가와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요.”

         

       비록 혈교의 본거지는 박살났지만 아직 천하 각지에는 혈교의 손에 부림당하는 영물들과 잔당들이 여전히 세를 떨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상황을 한번에 정리할 수 있는 물건이 내 손, 정확히는 비천마차의 짐칸에 실려 있었다.

         

       그 물건은 바로 모산파의 문주, 조진휘가 만든 부적이었다.

         

       영물들이 혈교의 지시를 따르는 것은 모두 혈존의 술법에 걸려 혈존이 자신의 동족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영물이란 돌연변이의 일종이고 백 년, 길게는 수백 년간 홀로 살아온 영물들은 간신히 만난 동족인 혈존의 의사를 무시하지 못하고 따르는 것이다.

         

       조진휘가 만든 부적은 그런 영물들에게 혈존의 사망을 알려주는 물건이었다.

         

       혈존의 사망을 확인한 영물들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그 답은 모산대전을 통해 이미 나와 있었다.

         

       혈존의 죽음을 확인한 영물들 중에는 전투를 택한 영물들도 있었지만 둘을 제외한 나머지 영물들을 도주를 택했다. 그 당시 전투가 한창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천하에 퍼진 영물들은 난동을 부리기보다는 본래 누리던 자신들의 삶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영물이 어찌 행동하는지와 별개로 혈교의 잔당들은 더이상 영물을 부릴 수 없을 테니 천하 각지에 퍼진 혈교의 잔당들은 금세 정리될 것이다.

         

       뭐 모산파에서 제공한 부적을 쓸지 말지에 대한 결정은 무림맹이 내리겠지만 현실적으로 부적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맹의 위상을 위해서나 각 문파의 위상을 위해서, 혹은 배신자인 모산파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다며 부적의 사용을 거절할 수도 있지만 그리 고집부려봤자 남는 것은 없다.

         

       자력으로 혈교의 잔당과 영물을 퇴치했다고 한들 당장은 불가능할 터.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르 마친 끝에 혈교의 잔당과 영물을 쓰러트린들 이미 부적을 쓴 다른 지역은 한참 전에 혈교의 잔당이 소탕되었을 테니 안 좋은 비교만 될 뿐이겠지.

         

       그리고 무림맹 입장에서 술법에 걸린 영물들을 오래 방치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다.

         

       그 이유는 나라는 존재 때문이다.

         

       서공이 날 따랐듯이, 다른 영물이 나를 따를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과연 뇌검낭인 호천안이 무림맹의 아군인가?

         

       맹주와는 물밑으로 여러 협력을 벌였지만 대다수의 무림맹 문파들과 나는 접점이 없다.

         

       그들의 입장에서 나는 혈교의 세작 의혹을 받았던 적이 있고, 천마신교의 성자라는 기묘한 직책을 지닌, 참으로 뭐라 정의하기 힘든 모호한 자였으니 무림맹의 인사들은 이 질문에 애매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영물을 거둘 가능성을 남겨두느니, 영물에 걸린 술을 빠르게 깨고 싶을 것이다.

         

       뭐 무림맹이 어떤 결론을 내리던 부적에 대한 소식은 빠르게 전해야 할 일이니 당가를 통해 정보를 전달할 생각이다.

         

       “흠. 그 부적 건인가? 그렇다면 오래 걸리겠군.”

         

       “예. 뭐 설명도 곁들여야 하니 아무래도 말이 길어지겠지요.”

         

       “그래 알았다. 다녀오도록.”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리 태연히 나를 배웅한 위서련.

         

       그리고 내가 당가주님과 함께 부적에 대한 모든 설명과 일처리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위서련은 객당에서 사라져 있었다.

         

       *** ***

         

       당가 도박장.

         

       와글와글!

         

       당가 도박장에는 역대 어느 시기보다 많은 이들이 모여 서로의 암기와 독단지를 걸고 도박 승부에 임하고 있었다.

         

       독과 암기를 많이 소모하는 직계는 물론이고 방계들까지 우글거리는 상황이었는데 이는 여러 가지 요소가 맞물린 결과였다.

         

       정철의 등장에 이어 발호한 혈교. 안 그래도 암기와 독을 제조할 시설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혈교까지 등장했다. 진법대가 없는 당가는 혈교의 우선 공격대상은 아니었지만 혈교를 믿고 날뛰는 사파 잡졸들이나 혈인들과의 충돌은 적지 않았으니 당가의 암기의 사용량은 폭증할 수밖에 없었다.

         

       모산대전으로 인해 혈교와의 분쟁은 종식되었으나 그렇다고 텅 빈 암기함과 홀쭉해진 독 주머니가 다시 빵빵해지는 일은 없었으니 도박장에는 그 빈 주머니를 채우고자 하는 이들로 가득 찬 것이다.

         

       실전에서 깨달은 바를 몸으로 체득하거나 연습하고 싶은데 암기가 없어 도박장에 온 당씨, 독이나 암기 주머니가 텅 빈 상황에 심리적으로 불편한 당씨, 아니면 그냥 오랜 긴장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길이 끊겼던 도박장을 다시 찾은 당씨까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덜컹!

         

       그런 도박장의 문이 힘차게 열리며 들어오는 섬찟한 기운!

         

       장내에 있던 이들 중 고수가 아닌 이들이 없었으니 모두가 흠칫하며 도박장의 문을 바라보았다.

         

       “흐음. 이곳이….”

         

       그곳에서는 소천마 위서련이 도박장을 살피고 있었다.

         

       돌연 등장한 소천마 위서련에 도박장에 모여 있던 당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뇌검낭인 호천안 일행과 소천마 위서련이 당가에 방문했다는 것을 모르는 당씨들은 없었으나 도박장에서 위서련과 마주할 것이라 생각한 이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가까이 있던 당씨들 중 한 사람이 머뭇거리며 위서련에게 말을 걸었다.

         

       “소천마께서는 이곳까지 어쩐 일이신지요?”

         

       “당가의 고수들이 도박을 벌이는 장소가 있다 하여 찾아와 보았다.”

         

       당씨들의 머릿속에 소천마 위서련이 연회 중에도 주사위 도박을 즐겼다는 소문이 떠올랐다. 그냥 사파인들과 안면을 트기 위한 방편이라 생각했거늘 소천마는 아무래도 도박을 즐기는 자였던 모양이었다.

         

       도박장을 구경하러 온 것이거나 아니면 당가 사람들의 도박을 구경하기 위해 온 것일까.

         

       “역시 당가인가. 한눈에 보아도 승부를 벌일 만한 이들이 한가득이로군.”

         

       그러나 위서련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당씨들의 짐작과는 다른 말이었다.

         

       당장이라도 도박판에 뛰어들 기세의 위서련. 그런 위서련들을 보며 당씨들은 당혹스러운 시선을 주고받았다.

         

       갑작스럽게 소천마와 도박을 해야 한다니? 당씨들 입장에서는 퍽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소천마는 이 당가의 귀빈. 그런 귀빈을 이런 도박판에 앉히는 것은 중원의 사회적 통념상 도무지 귀빈에게 어울리는 대접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소천마와 도박을 하더라도 당가의 누군가가 소천마가 머무는 객당에 찾아가 도박을 청하거나, 격식 있는 자리를 마련해 승부를 보는 것이 옳았다.

         

       그런 생각을 떠올린 당씨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일단은 이 자리에 있는 소천마에게는 양해를 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으음. 소천마께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이 당가의 도박장에서는 규칙이 있습니다.”

         

       “무슨 규칙 말인가?”

         

       “이곳에서 도박이 벌어지는 이유는 당가에서 생산된 독과 암기의 주인을 정하기 위한 것. 당연히 판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당가의 독과 암기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아아, 이것 말인가?”

         

       ‘그러니 도박을 즐기고 싶으시다면 추후 자리를 마련해보겠다’는 말을 하려던 당씨는 위서련이 품에서 꺼낸 암기함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당가의 비전 표식이 그려진 상급 암기함!

         

       결코 타인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될, 당가의 암기제작기술의 집합체인 상급암기함이 어째서 저자의 손에 들어가 있단 말인가!

         

       “그, 그것을 어디서 나셨습니까?”

         

       “도박판에 간다 하니 당소열이 주더군.”

         

       이런 미친.

         

       차마 소천마 앞에서 욕설을 내뱉을 수 없었던 당씨들이 속으로 당소열을 욕했다. 저걸….그냥 줬다고? 제정신인가?

         

       반사적으로 머릿속에 그런 생각을 떠올린 당씨들은 애초에 당소열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이마를 치며 탄식했다.

         

       이래서야 당가의 암기를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위서련과 도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래, 누가 내 상대가 되어줄 참인가?”

         

       의기양양하게 암기함을 흔들어 보이는 위서련의 모습에 당씨들을 위서련을 상대할 자를 선출할 수밖에 없었다.

         

       *** ***

         

       “그대가 나의 상대인가?”

         

       “…당 근이라 합니다. 당소열의 동년배지요.”

         

       당소열이 친 사고는 동년배가 수습하라는 논리에 떠밀려 위서련의 도박 상대가 된 당근. 당소열이 친 사고를 수습하는 일에는 이골이 난 그는 곧바로 도박판에 앉았다.

         

       “당가의 비전 암기가 걸린 판이니만큼 결코 허투루 상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각오하시지요.”

         

       당근의 패기 넘치는 말에 위서련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후후후! 바라던 바다! 어디 한번 제대로 붙어보자꾸나.”

         

       시작은 야바위였다.

         

       “그럼.”

         

       시작을 알리는 말과 동시에 당근의 팔이 움직였다.

         

       그 팔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쾌속정확. 범상치 않은 속도로 잔을 섞으면서도 잔에서는 주사위의 부딪힘이 새어나오지 않으니 위서련은 그 잔의 움직임을 쫓으면서 감탄했다.

         

       역시 당가!

         

       기본적인 잔 섞기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실력이었다.

         

       위서련이 잔을 섞는 당근의 실력에 감탄하고 있을 때 당근 역시 위서련의 반응을 살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위서련의 미세한 눈의 움직임을 살폈다.

         

       ‘실전 경험이 별로 없으시군.’

         

       당근은 주사위의 움직임을 쫓아 움직이는 위서련의 눈을 바라보며 그리 생각했다.

         

       위서련은 분명 실력있는 도박사였다.

         

       기술을 사용하며 잔을 섞고 있음에도 위서련의 시선은 주사위가 든 잔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당근은 계속해서 따라붙는 시선 자체가 미숙함의 증거처럼 느껴졌다.

         

       그라면 기술을 간파하여 주사위가 어느 잔에 들어 있다는 걸 알고 있어도 티를 내지 않았을 테니까.

         

       파바박!

         

       ‘빠르게 끝내야겠군.’

         

       당근의 잔놀림이 순식간에 빨라졌다. 그저 당도연과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도박판에 끌려 나온 당근은 승부를 오래 끌 생각이 없었던 탓이었다.

         

       탁!

         

       위서련이 흐름을 놓친 순간을 포착하여 정확하게 잔을 놓은 당근.

         

       “흠. 왼쪽이다.”

         

       당근은 말없이 오른쪽 잔을 들어 보였다. 그 잔속에서 보이는 주사위에 위서련이 고개를 끄덕이며 오십 개의 가전 중 한 개를 내밀었다.

         

       “그럼 이제 내가 가지.”

         

       공수가 교환되고 위서련이 잔을 잡았다. 당씨들은 위서련의 잔 섞기가 시작되는 모습을 보며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위서련의 눈썰미보다 당근의 잔 섞기 실력이 우위인 것은 확인된 상황. 그렇다면 위서련의 잔 섞기 실력은 어떠할까?

         

       파바바박!

         

       눈을 부릅뜨고 힘차게 섞이는 잔을 함께 쫓는 당씨들. 일견 보이는 위서련의 실력이 범상치 않자 장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이내 조금씩 그 긴장감이 빠져나갔다.

         

       파바바박!!

         

       위서련의 실력은 도박사로서 부끄러움이 없는 수준이었지만 아무래도 당근의 눈을 속일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중앙이요.”

         

       “그렇다.”

         

       가전 하나가 당근에게 넘어갔고 그 광경을 바라보던 당씨들은 적잖이 안심했다.

         

       그래, 당소열 그 망둥이가 아무리 사고뭉치라 하여도 당가의 비전암기를 생각없이 넘기지는 않았겠지! 다 도박장에서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 여겼기에 벌인 일이겠지!

         

       순배가 오가면 오갈수록 명확해지는 승패에 당씨들은 하나 둘 판을 떠났다.

         

       비전암기가 걸린 중요한 일이었으나, 그렇다고 손님인 위서련이 지는 것을 서서 구경하고 있는 것도 영 애매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평소와 같이 암기를 도박을 벌이길 한참.

         

       당씨들의 머릿속에는 하나 둘 의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거…이미 승부가 날 때가 되지 않았나?

         

       슬쩍 당근과 위서련의 판을 훔쳐보니 위서련에게 남은 가전은 열 개 남짓. 판세를 살핀 당씨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신의 판에 집중했다.

         

       그러나 그 뒤로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위서련이 도무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당씨들은 다시 위서련과 당근의 판을 훔쳐보고는 깜짝 놀랐다.

         

       “왼쪽이다.”

         

       “…맞았습니다.”

         

       위서련의 가전이 스무 개로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그 광경에 놀라 당근을 바라본 당씨들은 두 번 놀랐다.

         

       도박을 시작할 때만 해도 평온하기 그지 없었던 당근의 얼굴. 그런 당근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당씨들이 다시 위서련의 도박판으로 몰려들었고 이내 다시 한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파박! 파바바박! 파바박!

         

       아까와는 전혀 다른 위서련의 잔놀림!

         

       기술의 완성도는 훌륭했으나 전혀 날카롭지 않았던 위서련의 잔놀림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바뀌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어느 당씨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성장…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고작해야 몇 시간. 몇 시간의 도박만으로 어찌 이런 성장을 이룩할 수 있단 말인가!

         

       “왼쪽!”

         

       “틀렸다.”

         

       그러나.

         

       몇 시간 전과는 전혀 다른 위서련의 실력에, 당씨들은 그러한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게…소천마?”

         

       이것이 천마라는 이름을 짊어진 자의 재능인가? 남들이 수 개월, 어쩌면 수 년에 걸쳐 이룩할 성과를 고작해야 몇 시간만에 손에 넣는 괴물이…천마라는 존재인가?

         

       모두가 위서련의 성장세에 압도되어 홀린 듯이 판을 바라보았다.

         

       “과연, 이런 수였군.”

         

       위서련이 실시간으로 강해지는 모습에 모두가 숨을 삼켰고.

         

       “그대는 이 수를 받아낼 수 있겠는가?”

         

       더이상 위서련을 당해낼 수 없음을 절감한 당근의 고개가 떨구어질 때 모두가 탄식을 흘렸다.

         

       “…졌습니다.”

         

       이윽고 승패가 가려지고 당근의 패배 선언을 들은 위서련은 눈을 질끈 감으며 지난 날을 회상했다.

         

       천하 각지의 도박사를 만나 제 실력을 키우고 승부를 가리겠다!

         

       그런 웅심을 품고 천마신교를 나온 지도 벌써 수 개월. 진짜 실력 있는 도박사와 짜릿한 승부를 가리기는커녕 잔챙이들조차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는 날의 연속이었는데, 드디어 오늘 진짜 승부를 맛보았다.

         

       승부를 맛보기만 하였는가?

         

       아니었다.

         

       실력을 키웠고, 또한 승리까지 쟁취했으니 천하의 위서련이라 할지라도 감격에 젖을 수밖에 없었다.

         

       “좋은 승부였다.”

         

       위서련은 고개를 떨군 당근에게 나름대로의 위로를 건네며 전리품을 품 안에 쑤셔 넣었다. 말 그대로 배로 묵직해진 품 안의 무게에 위서련은 미소 지었다.

         

       위서련은 자신을 기이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당씨들을 둘러 보았다.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실력을 지닌 이들. 이들과의 승부는 과연 어떨까? 위서련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당장이라도 새 판을 벌이고 싶은 충동이 들었으나 위서련은 애써 그런 자신을 다독였다.

         

       이미 당근과의 일전으로 심력을 크게 소모한 상태. 이런 상태로 새 도박을 시작한들 이길 확률도 낮았고 무언가 얻기도 힘들 뿐이었으니까.

         

       “내일 다시 오겠다.”

         

       그러니 위서련은 아쉬움을 남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위서련이 떠난 뒤.

         

       당가에 비상이 걸렸음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죄송합니다.

    너무 오래 쉬어버리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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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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