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16

    마나의 사용과 변환을 억제하여 마법을 통제하는 특수기체, ‘마계의 숨’.

    이는 서클의 변칙적인 마나 응용에 의존하는 마법사들을 상대로는 그야말로 천적이나 다름없는 상성을 보여주는 편리한 기체이지만, 문제는 기체에는 눈이 없어 피아를 가리지 않기에 사용하는 쪽도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그런 단점이 별로 의미가 없었다.

    애초에 마법에 크게 의존하는 이들도 아니고, 그들에겐 드워프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특수한 화학반응의 폭발력을 이용해 물리적인 방식으로 납을 투사하는 ‘천둥의 창’이 있었기 때문이다.

    -탕! 타탕!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의 굉음을 연신 쏟아내는 창의 끝.

    십수명에 이르는 검은 로브의 남성들의 창 끝에서 빠르게 뿜어져나오는 납탄은, 그야말로 불로 이뤄진 그물같았다.

    하지만 그 압도적인 화망은 그녀의 몸에 닿지 않았다.

    피탄면적을 줄이기 위해 몸을 낮춰서 빠르게 이동하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아무래도 기체가 그들의 시야를 방해하여 제대로 된 조준을 하기 어려운듯 보였다.

    이는 좌표지정식만 계산하면 반드시 그 좌표를 향하는 마법과는 달리, 드워프의 지팡이는 활이나 슬링처럼 오로지 육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조준해야하는 병기였기 때문이리라.

    또, 그들의 조준실력이 그리 썩 좋지 않다는 것도 한몫했고.

    덕분에 그녀는 그들을 피해 근처의 기둥 뒤로 몸을 숨길 수 있었다.

    -팍, 파팍!

    기둥에 숨은 뒤에도 창의 포화는 이어졌다.

    창에 맞은 기둥은 파편과 먼지가 되어 어지럽게 흩날렸고, 창에서 뿜어진 굉음은 귀를 어지럽게 했다.

    드워프의 지팡이의 일종인가.

    만약 어느 한발이라도 제대로 맞게되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드리라.

    하지만, 그녀에게도 그들과 비슷한 물건 정도는 있었다.

    -찰칵-!

    불길한 쇳소리, 만일을 위해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드워프의 지팡이’였다.

    그녀는 그렇게 잠시 포화가 잦아든 틈을 타, 지팡이 끝을 기둥 너머로 내밀어 응사했다.

    -탕!, 탕!

    그들이 지닌 것과는 비교하면 작지만, 지팡이는 그래도 여전히 큰 소음을 내며 두발의 탄환을 뿜어냈다.

    그렇게 발사된 두개의 탄환중 하나가 그들중 한명의 이마에 정확히 적중했다.

    비록 그들의 것처럼 납을 채운 물리살상용 탄환이 아니긴 했지만, 농축된 마취제를 몸에 퍼트리는 작용을 하는 연금술탄환은 피격대상을 무력화시키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털썩.

    방독면을 쓴 이들은 탄환에 맞은 이가 쓰러지는 모습을 곁눈질로 확인하고서는, 다시 그녀가 숨은 기둥을 향해 포화를 쏟아내었다.

    -타타탕! 타탕!

    그 모습을 보며 세이어는 능청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 애장품이 누구 손에 들어갔나 했더니, 역시 그쪽에 있었나봐?”

    그의 묘하게 짜증나는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가장 먼저 그의 머리에 탄환을 박아넣어주고 싶었으나, 방금 전의 명중도 요행에 기대었던 입장에서 사격실력이 부족했던지라, 그녀는 엄폐물 뒤에 숨은 채 묵묵히 탄을 교체할 뿐이었다.

    저런 싸구려 멘트에 자극받아서는 될 일도 안되는 법이니까.

    그렇게 몇차례 더 탄이 오간 뒤, 계속 발사했다가는 귀가 먹거나 탄환이 먼저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지 세이어는 발포중지를 지시했다.

    그렇게 찾아온 갑작스런 적막함은, 이질적이기 그지없다.

    구석으로 몰린 그녀는 엄폐중인 기둥 뒤편을 슬쩍 확인했다.

    나름 착실하게 수를 줄였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세이어를 제외하고도 두명이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있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상태도 그다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게, 직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옷가지는 너덜너덜해졌지, 피부도 파편과 탄환에 긁혀서 제상태가 아니었다.

    그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대가 검술까지 익혔을 줄은 몰랐는데.”

    “뭐, 나는 목숨만큼 재능도 많은 남자니까. 하하.”

    언제나와 같은 능청스런 대답이었다.

    그에 그녀는 비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문을 베어넘긴 오러소드 이후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주제에 재능을 논하다니.

    보나마나, 몸이 오러에 적응하지 못한게 분명했다.

    ‘오러’또한 신체의 일부, 또는 전체에 마나를 쌓는 방식의 일종이므로 서클과 마찬가지로 ‘안전’하지는 않다.

    즉, 사용자의 실수로 인해 폐인이 되거나 목숨을 잃는 사고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의 단련된 육신의 모습과는 달리, 굳은살 하나 박히지 않은 손을 잠시 흘겨보았다.

    스스로 단련하여 깨닫고 얻어낸 힘이 아니라 그저 육신에 새겼을 뿐인 그에게 그 사고의 위험도는 더 높았을 것이고.

    그래서 그동안 직접 움직이지 않고 부하들을 이용해 자신을 몰아넣은 것이겠지.

    뭐, 사격을 중지시킨 것을 보면 날뛰던 오러도 이제는 진정시킨 모양이다만.

    그녀는 천천히 자신이 숨은 기둥을 향해 다가오는 그를 향해 비꼬듯이 물었다.

    “오늘은 그 관을 짊어진 자가 없군. 있었다면 이 대치도 금방 끝났을것 같다만.”

    그녀에겐 다행스럽고 잘된 일이지만, 이상한 것은 이상한 것이다.

    처음부터 이곳에 그가 있었다면 이런 발악도 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니까.

    ‘그랜드마스터’ 수준으로 추측되는 상대를 정면에 맞닥드리고 대응하겠다는 건, 도박으로도 취급하기 어려운 무리수다.

    오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정도 경지의 인간이라면 신체강화마법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마법사 하나 잡아서 목을 비트는 것 정도는 쉬우니까.

    그러나, 어째선지 그는 오늘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아, 그는 원래 좀 제멋대로야. 남의 부탁은 받아도 명령은 듣지 않는 사람이라. 이번 일은 그에겐 내키지 않았던 모양이지.”

    그의 대답은 꽤나 우스웠다.

    언데드가 부르는 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니.

    일반적으로는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인의 언령이 내키지 않는다, …라니.’

    영혼의 격을 낮춰 상대를 자신의 밑에 두는 흑마술, 그 언령을 통해 되살아난 상태인데도 그저 ‘내키지 않는다’며 무시할 수 있을 정도라면….

     

    아마도, 그는 생전에 엄청난 고집쟁이였던 모양이다.

    하기사 그렇지 않다면 깨달음을 얻어 ‘그랜드마스터’의 경지에 이르지도 못했겠지.

    이에 경외감이 들 정도다.

    그런데, 그 고집쟁이는 어째서 흑마법사의 사악한 꼬드김에 몸을 일으킨 것일까?

    그녀는 그런 생각은 뒤로한 채, 다시금 비꼬는 말투로 말을 건넸다.

    “허, 그대는 부하들에게 어지간히 무시당하는 모양이군.”

    “그러게나 말이야. 기껏 새 생명을 불어넣어준 자식같은 존재에게 무시당하다니, 슬퍼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아.” 

    그에 마치 정말 가슴깊이 슬프다는 듯이 과장된 목소리와 몸짓으로 한탄하는 그의 모습은, 광대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그녀를 향해 마찬가지로 놀리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그런데 뭐, 부하도 없이 홀로 싸우는 당신이 할 말인가?”

    “…….”

    그것은 자신의 사람이 다치지 않기를 원해 혼자서 싸우는 그녀의 입장에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타인의 영면마저 자신 좋을대로 이용하는 흑마법사에게 듣기엔 영 불쾌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하긴, 말싸움으로 수다쟁이를 어찌 이기겠는가.

    마법사는 과묵함이 곧 미덕이거늘.

    그녀는 이내 다가오는 그를 향해 장전된 두발의 탄환 중 한발을 발사했다.

    -탕!

    그러나,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곁에서 그를 지켜보던 부하들 중 한명이 탄의 궤도에 몸을 날려 막아낸 것이다.

    -털썩.

    그렇게 마취탄을 대신 맞은 부하가 힘없이 쓰러졌지만,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기분나쁜 눈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거, 아무래도 휴대성을 중시한 개인화기다보니, 두발밖에 장전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지. 그럼 이제 남은 한발은 본인에게 발사하는 게 어때? 그러면 아프지 않게 끝날텐데.” 

    그는 계속해서 다가왔다.

    사격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지금이라면 반드시 맞출 수 있는 거리였지만, 아직 그에겐 한명의 부하가 더 남아있었다.

    “그 외에 네가 고를 수 있는 건, 조용히 죽거나 시끄럽게 죽는 정도야.”

    어느쪽이든 그 결과가 같으니, 의미없는 선택지다.

    그러나 그녀는 어느쪽도 선택하지 않았다.

    -타앙-!

    그녀는 돌연 천장을 향해 한발을 발사했다.

    그러자, 요란한 사이렌소리와 함께 실내에 바람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바람과 함께 ‘마계의 숨’이 흩어지는 모습에 그는 살짝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환기시스템이지. 내가 방금 파괴한 건, 바로 그 제어장치고.”

    버섯을 이용한 균류를 이용해 시설을 만들 때는, 서버가 존재하는 구획의 일정 범위에 항상 그에 걸맞는 환기 시스템이 마련된다.

    마나를 품은 포자가 인체 내부에 쌓이면 마나심축적증과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을 뿐더러, 생명에 지장이 가는 상황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설계원리는 보안을 위해 컴퓨터의 시스템을 전부 실내정원형식으로 만든 루체스트타워라고 다르지 않다.

    다만, 점검 등의 이유로 환기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을 멈춰야 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 때는 임의로 그 환기시스템의 제어장치를 통해 브레이크 명령을 걸어둘 수가 있다.

    세이어는 그렇게 ‘마계의 숨’을 사용하기 위해 잠시 브레이크를 걸어둔 상태였으나, 방금 전 그녀가 마지막 한발을 제어장치를 향해 발사함으로 그 브레이크가 더이상 갱신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되면 긴급 시스템은 완전히 비활성화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곧장 대기질의 이상을 감지하고 빠르게 공기를 순환시키게 된다.

    제어장치를 정확히 노릴 수 있는 위치로 슬금슬금 자리를 옮겨온 보람이 있었다.

    “이걸로 내 마법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사라졌군.”

    서서히 사라져가는 기체의 영향을 느끼며, 그녀는 엄폐물에서 당당하게 걸어나왔다.

    세이어와 그녀 사이에는 명백한 권한의 격차가 있었다.

    마계의 숨이 없다면, 세이어의 부하정도는 의지력만으로도 육체의 제어를 박탈할 수 있다.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목표에 탄환을 박아넣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탕!

    -털썩.

    지팡이의 소음과 함께 맥없이 고개를 쓰러트리는 마지막 부하의 모습.

    “아, 하하하하하!”

    그런 그녀의 너무나 절도있는 모습에, 세이어는 한바탕 웃어제꼈다.

    “그런데 잊은 게 있는 모양인데, 나 또한 마법사라고?”

    사실 마계의 숨이 억제하고 있던 것은 그녀의 마나 뿐만이 아니다.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기체’이니만큼, 당연히 자신의 마법 역시 마찬가지로 제어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자신 또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 의미가 담긴 그의 말을 그녀는 정정했다.

    “‘흑마법사’지.”

    써먹을 시체가 없으면, 제대로 힘을 쓰지도 못하는.

    그런데 그의 부하들은 이미 근육이 단단하게 마비되어 몸을 다시 일으킬 수 없는 상태이다.

    흑마법으로 부린다해도, 근육의 주박을 풀지 않으면 뼈는 움직이지 못하리라.

    “아아, 그래. 그랬지.”

    그리고, 그 사실은 당연히 흑마법사인 세이어 본인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

    그는 몸에 오러를 두르며 그녀의 주박에서 벗어났다.

    설마 익숙하지 않은 몸에 그런 식으로 오러를 운영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그녀는 반응이 살짝 늦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빠져나온 그가 노리는 것은 바로-.

    ‘슬립’으로 재워둔 경찰들이었다.

    그가 노리는 대상을 알아차린 그녀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잠깐, 경찰을 적으로 돌리겠다고? 제정신인가?”

    경관살해는 중죄다.

    루체스트가 아무리 막나가는 기업이라고 하지만, 에이레스같은 나라의 공권력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다국적 기업인 루체스트에 의해 자국의 경관이 살해당했다면 가만히 있지는 않을 터.

    하지만, 그는 전혀 거리낄 것이 없다는 듯 미소지으며 검을 역수로 쥐어올렸다.

    “내가? 무슨 말이지?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닌걸. 이들의 죽음은 나와 관계 없는 일이야.”

    “뭣-?”

    목격자가 없으면, 과정은 의미를 잃는다.

    오직 결과만이 남을 뿐이지.

    그렇게 검이 ‘슬립’에 빠져있는 경찰을 향해 내리쳐지는 바로 그 순간-.

    “잠깐!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세이어의 검이 난입한 목소리에 의해 멈췄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그 외침을 향했다.

    꽤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숨을 몰아쉬고 있는 다크엘프 여경의 모습은, 놀랍게도 그녀가 이미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시에나?’

    시에나 포르핀드.

    바로 예르나의 친구이자, 한때 루크의 담당 경찰관이었던 그녀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제야 후기에 죄송하다는 말을 쓰지 않을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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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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