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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7

       태양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어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걸 빨아들이는 아비규환(阿鼻叫喚).

         

       조금 전까지 딛고 서 있던 대지가.

         

       힘껏 들이마시던 공기가.

         

       몸을 감싸 안던 온기가.

         

       그리고 함께 피 흘리던 동료가.

         

       하나둘씩 자취를 감춘다.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된다는 듯이.

         

       아니, 이 세상 자체가 더 이상 존재하면 안 된다는 것처럼.

         

       “하늘이 노하셨다…!”

         

       그것 말고는 도저히 지금과 같은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천마를 지상에 내려온 신이라며 믿고 따르는 마교도들조차도 하늘을 향해 읍소하기 바빴다.

         

       시간이 흐를수록 멸망의 흐름에 체념한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늘의 뜻이 그러하다면….”

       “한낱 인간이 무슨 수로 버틴단 말인가.”

       “무량수불…!”

         

       발악하기를 포기한 이들이 곧장 하늘로 솟구쳐 올라간다.

         

       그들의 나약함은 혼자만의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세계를 빨아들이는 힘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지고 있는 상황.

         

       이 뒤에 존재하는 게 죽음뿐이라면 더 고통스럽기 전에 빨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미련 없이 떠나가는 이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품기 시작할 즈음.

         

       “절대 포기하지 말아요!”

       “악착같이 버티란 말이에요!”

       “고지가 멀지 않았소!”

         

       당선영을 비롯한 백우진의 조원들이 포기하는 이들의 손을 억지로 잡아끌었다.

         

       백우진과 함께하며 그들은 달라졌다.

         

       과거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떠올리면 생각나지 않을 정도.

         

       실력적인 면으로나, 정신적인 면으로나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며 무림의 중심에 우뚝 선 그들.

         

       그런 그들이 백우진에게서 배운 건 사실상 단 하나뿐이었다.

         

       그것은 바로 불굴(不屈).

         

       “하늘이 우릴 버렸다고? 그게 뭐 어떻단 말이오!”

       “우리의 삶은 우리의 것이오!”

         

       온갖 어려움에도 굽히지 않는 정신.

         

       포기하지 않는 이에게 기적은 찾아오기 마련이라고 했던가.

         

       모두가 알지만, 실천하기 힘든 말.

         

       그러나 이것을 실제로 보게 된다면 마음이 달라진다.

         

       백우진은 그들에게 직접 보여주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길은 찾게 되어 있음을.

         

       그것도 몇 번씩이나.

         

       그것을 지켜보며, 때로는 직접 겪으며 성장한 이들의 마음은 한없이 그와 닮게 되었다.

         

       “버텨요!”

       “제발 우리를…, 그를 믿고 버텨줘요…!”

       “그러면 살 수 있어요!”

         

       머리 바로 위에 멸망이 드리워도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만큼.

         

       그리고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등불이 되었다.

         

       대체 저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어찌 저렇게 굳건할 수 있단 말인가.

         

       근거를 알 수 없는 믿음이, 그곳에서 솟아나는 뿌리 깊은 거목과도 같은 굳건함이.

         

       포기를 머릿속에 떠올린 이들의 목덜미를 꽉 붙잡았다.

         

       “그래…, 어차피 죽을 거지만, 조금이라도 더 살아보자고!”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낫다잖아!”

       “난 네놈보다 절대 먼저 안 죽을 거다!”

       “얼씨구? 나도 마찬가지다, 이놈아!”

       “누가 먼저 죽나 내기할래?”

       “좋지! 지는 놈이 아우, 이긴 놈이 형님이다!”

       “오냐!”

         

       정겹게 나누는 우스갯소리 사이에서 피어오른다.

         

       깊어지는 어둠 속에서 꺼져만 가던 희망의 불씨가.

         

       다시금 타오른다.

         

       강해진 인력(引力)만큼 그들의 활력(活力) 또한 다시 살아났다.

         

       이윽고 시작된 팽팽한 줄다리기.

         

       악착같이 버티기 시작한 정사연합과는 반대로 마교는 점점 더 멸망에 휩쓸려 나가고 있었다.

         

       “천마시여….”

         

       그들의 구심점은 오로지 천마 한 사람뿐.

         

       그러나 그녀는 그들의 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럴 때를 대비해 교인들의 믿음을 존속시키는 것이 부교주의 역할.

         

       그러나 장민은 어떠한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정녕…, 우리를 버리시는 겁니까.”

         

       그는 안다.

         

       자기들의 신, 천마가 이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 왔음을.

         

       오직 이날만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음을.

         

       그렇기에 생각한다.

         

       어쩌면 이 세계에 드리운 멸망은 하늘의 분노가 아닌, 천마의 계획일지도 모른다고.

         

       그녀 하나만을 믿고 따르는 교인들이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가는 상황.

         

       그런데도 어떠한 당부의 말 한마디 없다는 건 오직 하나만을 의미했다.

         

       그들이 그토록 믿고 따르던 신이 그들의 곁을 떠났다.

         

       즉, 자신들은 버려졌다는 것.

         

       “하, 하하…, 하하하…! 으하하하핫! 쿨럭, 쿨럭…, 크흐…!”

         

       실성한 사람처럼 웃어젖히는 장민.

         

       부모에게 버려졌을 때도, 하늘에게 버림받았음을 깨달았을 때도 이러한 충격은 없었다.

         

       왜냐.

         

       그들의 곁에는 신이 있었기에.

         

       자신을 버린 부모를, 하늘을 대신하여 그늘을, 쉴 곳을 드리워 준 절대자가 함께했기에.

         

       당대의 천마는 분명 지금까지 천마신교를 이끌어 온 전대 천마들과는 달랐다.

         

       지나치게 강했지만, 패도적이지 않았으며.

         

       다가올 미래를 위해 힘쓰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무심해 보였다.

         

       그것이 의아하면서도 그녀만의 강점이라고 여겼다.

         

       전대 천마들과 달리 맹목적이지 않은 그녀의 성격을 보며 그는 확신했다.

         

       그녀야말로 지금껏 누구도 이루지 못한 대업을 달성할 것이며, 천마신교를 음지가 아닌 양지에 바로 세우리라고.

         

       그녀의 다름이 정답이라고 여겼었기에, 지금 느끼는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째서…, 대체 왜-!”

         

       하늘에 대고 부르짖어도 누구 하나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저 버텨내지 못하고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는 교인들의 모습만 무성할 뿐.

         

       정사연합과 달리, 그들에게는, 장민에게는 더 이상 버팀목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설령 갑작스레 찾아온 멸망이 또 갑작스레 멈춘다고 한들.

         

       “…다 부질없구나.”

         

       마지막 하나 남은 신에게 버림받은 삶이 무슨 의미를 안고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체념한 정신을 따라 몸에 들어가 있던 힘이 서서히 빠져나간다.

         

       부교주 장민이 삶을 포기한 순간, 마교의 죽음은 더 가속화되었다.

         

       교주는 보이지 않고, 부교주는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데 무엇으로 이를 막을 수 있으랴.

         

       그렇게 하나둘씩 휩쓸려 나가기 시작하고, 서로를 부둥켜 안은 채 악착같이 버티던 정사연합의 무인들도 머릿속에 다시금 죽음을 되새기고 있을 즈음.

         

       콰아아아-!

         

       콰콰콰…!

         

       콰아아-

         

       그들을, 세상을 빨아들이던 힘이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힘이 작은 돌멩이 하나 끌어당기지 못할 정도로 약해지자, 여유가 생긴 이들의 시선이 하나둘씩 하늘로 향했다.

         

       그리고 보았다.

         

       “하, 하늘이….”

       “다시 개기 시작했다…!”

       “빛이다!”

         

       태양을 잠식한 어둠이 서서히 사라져 간다.

         

       다시 나타난 태양의 한 자락이 세차게 빛을 흩뿌리며 하늘에 드리운 어둠을 지워 나간다.

         

       마치 기나긴 새벽이 지나고 새로운 아침을 여는 것처럼 찬란하게.

         

       그리고 그들은 또 보았다.

         

       서서히 개어 가는 하늘에 떠 있는 한 존재를.

         

       모두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조원들만은 그 작디작은 점 하나를 보고 알아차렸다.

         

       “가가…!”

       “백 공자!”

       “당신….”

       “용사님!”

         

       호칭은 각기 달랐으나, 전부 한 사람을 의미했다.

         

       백우진.

         

       그들을 지금껏 버티게 한 신뢰의 대상.

         

       아니, 신뢰 그 자체.

         

       그가 쏟아지는 빛과 함께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서서히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서는 백우진.

         

       그가 착지하는 지점으로 사람들이 향한다.

         

       하늘의 분노마저 잠재운 백우진을 칭송하기 위해.

         

       숱한 위험 속에서 살아 돌아온 그를 그대로 끌어안기 위해.

         

       백우진이 마침내 땅에 다다를 즈음.

         

       그러나 누구 한 사람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

       “…….”

       “…….”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땅에 내려선 그의 품에는 한 여인이 안겨 있었다.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품고 있는 더없이 아름다운 여인.

         

       천마(天魔).

         

       중원 무림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적.

         

       그녀가 숨을 거둔 채 백우진의 품에 안겨 있었다.

         

       분명 경사였다.

         

       그녀의 죽음은 곧 중원 무림의 평화를 의미하기에.

         

       그러니 당장에라도 소리를 내지르며 마침내 찾아온 평화를 부르짖어야 하건만.

         

       “…….”

       “…….”

         

       그곳에 모인 누구도 소리를 내지 못했다.

         

       아니, 낼 수 없었다.

         

       땅을 딛고 선 백우진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기운이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말로는 형언하기 힘든, 아주 오묘한 감각이었다.

         

       슬픈 듯하면서 기쁜.

         

       기쁜 듯하면서 서럽기도 한.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이 자리의 누구도 백우진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였다.

         

       정사연합의 무인들을 비롯한 조원들까지 그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건.

         

       사람들 틈에 둘러싸인 백우진이 발을 뗐다.

         

       그러자 그쪽 길을 가로막고 있던 이들이 재빨리 물러나 그의 앞을 터주었다.

         

       그는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묵묵히 트인 길로 걸어 나갔다.

         

       서서히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불안해진 제갈연지가 그를 붙잡으려 했으나.

         

       “백…!”

       “하지 마.”

       “어, 언니….”

         

       당선영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으며 만류했다.

         

       그들도 안다.

         

       백우진과 천마.

         

       두 사람이 과거 어떤 관계였는지.

         

       그렇기에 헤아릴 수 없다.

         

       연모하는 이의 심장에 칼을 겨누고, 마침내 목숨을 빼앗게 된 그의 심정이 어떠할지.

         

       다만, 짐작할 뿐이다.

         

       “…시간이 필요할 거야.”

         

       누구 하나 헤아릴 길 없는 저 마음은 오로지 그의 의지만이, 시간만이 해결해 줄 문제임을.

         

       하여 그들은 멀리 떠나가는 백우진을 붙잡지 않았다.

         

       그렇게 처연하게 걸어 전장을 가로지른 그는 자취를 감추었다.

         

       그것도 제법 오랜 시간 동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일단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올립니다.

    완결이 가까워진 만큼 한 편, 한 편 조금 더 신중하게 쓰려다 보니까 자꾸 글이 늦어지네요.

    지금까지 글을 쓰면서 생각했던 느낌과 자꾸 어긋났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완결만큼은 그런 어긋남을 최대한 방지하고 싶어서 발악하다 보니 이러는 것 같네요.

    뒤늦은 욕심인 걸 알지만, 쉬이 놓을 수가 없네요.

    최대한 마지막까지 발악하고 또 발악해서 한 자라도 더 느낌 있는 글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물론 시간도 최대한 지키고요.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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