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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8

       

        

        

        

        

        

        

        

       “…회수, 회수라…이건 회수가 아니라 거의 납치잖아, 이 미친 놈들아.”

        

       “당사자와 합의된 납치니까요, 뭐어. 제반 사항 때문에 이런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기도 했고.”

        

        

        

        미국 최남단에서의 하루가 저문다.

        

        호텔 방 발코니 바깥으로 보이는 바다 위에는 여전히 십수 척 가량의 보트가 떠있었고, 하늘은 수평선으로 가까워질수록 아주 옅은 보라색에서 오렌지색, 그리고 붉은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말 그대로 하늘 위에 물감을 푼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어쩌면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아름다운 광경을 눈 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로건은 홀로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재생되고 있는 1분 30초 가량의 결실 – 요컨대, 불붙은 망아지 작전 – 을 몇 번이나 돌려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실로 기묘한 타임어택 그 자체인 작전이었다.

        

        하지만 북극곰은 최소 나보다도 한참 제대로 된 오퍼레이터였고, 해당 작전의 결행을 위해 필요했던 수많은 행간들을 빠르게 추측하기 시작했다.

        

        

        

       “미사일 지원, 폭격, 레일건, EC-130H, 드론. 그런 건 부차적인 거지. 폭격 후 돌입이랑 풀톤 회수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는 게 이 작전의 핵심일 거고…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잘 맞췄군. 작전 결행 당일까지 아주 그냥 시뮬레이션 룸에서 살았겠어.”

        

       “물론 그랬죠. 한 24시간 정도 논스톱으로 돌리니까 어느 정도 쓸만한 근삿값이 나오더라구요.”

        

       “대단해. 대단하구만, 이 미친 놈들…딱 우리만 할 수 있고, 우리만 할 법한 작전이야.”

        

        

        

        여기서의 ‘우리’는 당연하게도 이카루스였다.

        

        날 포함하여 그 자리에 있는 세 명 – 매버릭은 저쪽 세계로 돌아갔다 – 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 그대로였다.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이렇게 과감한 작전을 펼칠 수 없을 것이었다. 그 자부심만은 내가 평생이 지나더라도 결코 잊지 않을 것이었다.

        

        로건이 납치라고 표현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하이재킹 같은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눈을 몇 번 감았다 뜰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순식간에 이뤄지는…뭐라고 해야 하나. 배 위에서 뜰채로 물고기를 휙 하고 낚아채도 이것보단 길지 않을까 하는 느낌.

        

        언젠가 말했듯이, 저쪽 세계의 기네스북이 그대로 있었다면 가장 짧은 작전으로 등재되지 않았을까. 그나마 옛날 FPS 게임에 있었던 마일하이 클럽 미션이 이것과 비견될 정도일 확률이 높았고.

        

        

        로건의 극찬이 몇 번이나 이어짐에 따라 올리비아의 표정이 마치…칭찬을 받아 신난 강아지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머리 위 귀깃이 쫑긋거리고, 자부심이란 이름의 숨결이 폐부 안에 빵빵하게 들어차자 안 그래도 거대한 흉부가 무지막지하게 커졌다.

        

        하지만 그 다음 안건이 문제였다.

        

        

        

       “…그래서. 그것 말고도 꽤나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뭔가요?”

        

       “메카 막내들은 아닌 것 같은데, 왜 작전구역에 너처럼 보이는 애들이 한가득 있는 거냐?”

        

       “아, 그거…저쪽의 로렌티나랑 로건, 오웬스랑 서킨스까지 포함한 대거 팀 절반이예요.”

        

       “푸웁-!”

        

        

        

        어우, 하마터면 얼굴에 음료를 뒤집어쓸 뻔했네.

        

        날아오는 권총탄도 반사신경으로 피해낼 수 있는 몸뚱아리여서 실로 다행이었다. 로건은 내 말을 듣자마자 마치 스프링클러마냥 1층의 바에서 주문했던 트로피칼 펀치를 죄다 뿜었고, 그 순간 위기를 감지한 내 이성이 신경 가속에 가까운 속도로 몸을 테이블 밑으로 밀어넣었다.

        

        그리하여 알콜-음료는 내 몸에 한 방울도 묻지 않았고, 다시금 시간 감각이 원래대로 되돌아오자 – 로건은 조금만 더 심하면 병원에 보내버려야만 할 것 같은 기세로 콜록대기 시작했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로 심한 기침이었다.

        

        대략 30초나 되는 긴 시간 후 로건이 간신히 남은 음료수를 입에 몽땅 털어넣어 목을 축였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사람이 뭘 마시고 있을 때 그런 말을…이 망할 자식아, 노리고 했지!”

        

       “대답 듣기도 전에 음료수 마시고 있었잖, 끄윽…!”

        

       “내가 뿜었는데 그건 핑계지, 막내.”

        

        

        

        결국 헤드락 엔딩이었다.

        

        아무튼 신나게 얻어맞은 다음에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에 대한 설명 시간이 찾아올 수밖에 없었고, 나는 내가 저쪽 세계에서 들었던 – 올리비아도 모르는 – 것들을 그대로 말해주었다.

        

        해당 기체가 대략 5대 정도 생산되었을 즈음 신성미합제국 초대 황제님께서 DARPA 및 그와 연계된 병기개발부에 분노-브레스를 우렁차게 뿜어내었고, 앞으로 최소 십수 년에서 수십 년간 쓰일 휴머노이드를 오퍼레이터 얼굴로 하는 게 말이나 되냐며 쓰나미를 일으켰다.

        

        그리하여 헨리가 전시상황과 거국내각이란 두 개의 검을 붕붕 휘둘러 개소리를 일삼는 친구들의 목을 싸그리 따버리긴 했지만,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생산된 기체를 그대로 폐기하기에는 이미 상당한 비용을 소모한 시점.

        

        바로 그 때문에 해당 기체는 ‘사람이 들어가기엔 위험한 작전지역’에 투입되어야만 하는 태스크포스의 예비 목숨으로서 어쩔 수 없이 쓰이게 된 것이었다.

        

        

        거기까지 들은 로건은 헛웃음을 토해냈고, 핵심을 꿰뚫는 한 마디를 툭 하고 던졌다.

        

        

        

       “거긴 얼마나 돈이 없는 거냐, 도대체?”

        

       “그러게나 말이예요.”

        

        

        

        미국을 뒷받침하는 기둥들이 죄다 무너져 주저앉았는데, 아직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경제의 연착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는 하지만, 그걸 정면에서 체감해야만 하는 당사자들은…글쎄올시다.

        

        당연하겠지만, 결론은 하나로 수렴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또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만큼, 큰 문제 없이도 공짜로 투입 가능한 그림자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사실 정도.

        

        그 즈음에서 외부로 발설할 수 없는 안건은 전부 끝났으므로, 발코니 의자에서 일어난 나는 호텔방 안쪽에서 충전 중인 드론캠을 들어올렸고, 힐끔 올리비아를 쳐다보았다. 당연하게도 그녀 역시 그닥 신경쓰지 않았다.

        

        

        부웅 하는 소리와 함께 드론캠이 날아올랐고, 화면이 켜졌다.

        

        이젠 스트리밍 출연에도 상당히 익숙해진 로건과, 원래부터 카메라 앞에 곧잘 서는 일을 하던 올리비아. 방제에 이 둘이 들어가는 순간 시청자들이 견딜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어느덧 오후 8시가 넘어 깜깜해진 시점에서 방송이 켜졌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저는 지금 미국의 최남단인 키 웨스트에 와있습니다. 아마 한국은 지금쯤…오전 9시 정도려나요. 여긴 오후 8시 즈음입니다.”

        

        

        

       -유하

       -이궈궈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찍 일어나는 새가 비얌방송을 쟁취한다!!!!!!!!!!!!!!

       -뭐야 오른쪽에있는사람 설마 올리비아임?????????

       -거봐 윾진마냥 저 사람도 자기 몸 VR에 그냥 복붙했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슈퍼카의 제로백이 2초에서 3초 사이라고 기억하는데, 내 방송이 켜졌을 때 10만 명이 들어오는 속도 역시도 그와 상당히 비슷했다.

        

        상당히 치열하게 돌아가고 있던 트리키 EU, 혹은 미국 방송 시청자 랭킹이 급격히 변동을 시작했다. 마치 로켓처럼 치솟아오른 내 방송이 불과 1분도 지나지 않아 시청자 수 89만 명을 유지 중이던 한 다크 존 스트리머를 꺾어버리고는 120만 명 선에서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았고, 내가 캠을 보며 멘트를 치던 와중 올리비아가 내 뒷목 옷깃을 잡고는 침대로 끌어당겼다.

        

        거의 샌드위치마냥 포개지다시피 하는 와중, 올리비아는 내 허리에 팔을 감고는 덧붙였다.

        

        

        

       “우리 막내 덕분에 그램 팔로워가 자꾸자꾸 느는데, 스트리밍까지 켰단 건 내가 합법적으로 막내에게 빌붙어도 된다는 소리일까?”

        

       “올리비아가 운영하는 쇼핑몰을 전부 인수합병하면 저한테 빨대를 꽂아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그게 되겠니?”

        

       “끄악, 먹은 것도 없는데 하임리히법을 하면 어떡, 꾸엑…!”

        

        

        

       -적대적 M&A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달 20억의 여자 ㄷㄷㄷ

       -퍄퍄퍄퍄퍄퍞ㅍ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비얌머리통에 올리비아눈나 미드닿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들아 잘생각해라 이거 클립따는순간 족될수도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얌-수리부엉이 샌드위치가 되어 삐걱거리는 침대 위에서 엎치락뒤치락 중인 나와 올리비아, 그리고 그걸 바보들 바라보듯 구경하는 로건까지.

        

        방송 시작치곤 상당히 와일드했다.

        

        저무는 하루 속에서 새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투웅!

        

        

        

       “…굿 샷. 1분 11초입니다.”

        

       “다이렉트 힛. 실력 안 죽으셨군요, 로렌티나 준위님.”

        

       “맨날 하던 일이니까요.”

        

        

        

        크리스토퍼 “스펙터” 로렌티나, DEVGRU CWO-3. 다르게 말하면 Chief Warrant Officer 3. 한국어로 조악하게나마 번역하면 준위 – 실제로는 그 이상이었지만 – .

        

        17살이 되자마자 곧바로 SEAL에 지원한 뒤 수석으로 합격, 그 이후로 무려 40살인 현재가 될 때까지 무려 23년간 물개-특수부대로서 살아온 로렌티나는 이미 해군의 전설이자 동시에 네이비 씰, 그리고 DEVGRU에 존재하는 유일한 여성 오퍼레이터였다.

        

        바로 그 때문에라도 그녀는 미군 특수부대 내에 은밀하게, 그리고 마치 거미줄처럼 자신의 인맥을 뻗어놓았고, 그리하여 스나이퍼 컴페티션을 진행하며 심사위원으로 오게 된 교관들은…전부 그녀가 한때 가르쳤거나, 알고 있거나, 혹은 같이 다녔던 후임 혹은 동기였다.

        

        

        그리고 그녀는 현재 한참 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들과 최종 난이도 테스트를 시행 중이었다.

        

        

        

       “한 10년 전만 하더라도 맨날 표적지만 쐈는데, 기술의 발전이 좋긴 좋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실전에 가까운 형태의 미션을 컴페티션에서 할 수 있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실전에 가까운 호위 미션, 시가지 작전팀 엄호, 험지 돌파, 헬기 저격, 해상 저격, 요새 잠입, 초장거리 저격, 타깃 색적, 특수장비 조종까지. 스탠다드하지만, 어느 것들은 예전에는 불가능했지요. 지금이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긴 합니다만, 우려스러운 점이 없는 것도….”

        

       “몇몇은 타국 오퍼레이터들에게 밝히긴 좀 그런 민감한 기기일 수 있다. 맞죠?”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 말대로.

        

        특히나 작년부터 개발되어 특수부대에 제한적으로 납품되기 시작한 무소음 저격 드론 및 저격 터렛은 더더욱 그랬다. 폭탄을 떨어뜨리고 소구경 기총을 사격할 수 있었던 정도의 성능 정도였던 여태까지의 물건들과는 차원이 다른 성능이기 때문이었다.

        

        로렌티나는 그 말을 듣고 있는 와중 작게 웃을 뻔했으나, 그것을 살그머니 참아냈다. 해당 저격 드론 및 터렛의 정체가 뭔지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 작년, 막내가 DARPA에 방문한 이후로 정말 오만가지 것들이 양산되기 시작했으니까.

        

        듣기로는 내년 초부터는 ‘펄스’라는 신기술이 특수부대에 제한적으로 보급된다고 들었는데, 그것의 원류와 원래 성능이 어떤지를 아는 로렌티나로서는 기가 찰 뿐이었지만.

        

        

        

       “남미, 유럽, 캐나다, 러시아, 동아시아…꽤 사방팔방에서 많이 오긴 하지만, 그 친구들에게 가르쳐줘봤자 제대로 된 시제품이 나오기까지는 한참이나 걸리겠죠. 아마 아무리 짧아도 타국이 비슷한 걸 만들기까지는 1년 6개월에서 2년은 걸릴 거예요. 성능은 한참 뒤떨어질 거고.”

        

       “너무 낙관적인 거 아닙니까, 선배님.”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야죠, 크로울리. 항상 시선을 넓게 가지라고 했을 텐데요.”

        

        

        

        바이포드를 접고 탄창을 분리하며, 약실에 있는 탄환까지 전부 빼낸 로렌티나가 덧붙였다.

        

        

        

       “오히려 해당 기술이 군용으로 나왔다는 점에 주목해야지요. 그 무엇보다도 경직되고, 검증된 기술만 받아들이는 군대에 납품되기 시작했다는 건 이미 효용성과 실용성, 안전성과 신뢰성 전부를 검증받았다는 소리예요.”

        

       “생각해보니 그도 그렇네요. DARPA 친구들이 도대체 뭘 만들어낸 건지.”

        

       “최신 기술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SOF – 특수부대 전반 – 에서조차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냐는 말이 들린다는 소리는…반대로 생각하면 그 정도로 유출 방지와 보안에 만전을 기울인 거라고 생각해야 마땅하죠. 다른 나라의 친구들이 베낄 즈음이면 그보다 한참 진보된 물건이 도입된 지 오래일 거고.”

        

        

        

        물론 절반 정도는 틀린 말이었다. 애초에 6년 가량 저쪽 세계의 현실에서 수없이 검증을 마친 기술이기도 하고.

        

        오히려 상어의 생각은 다른 방향으로 쏠려있었다. 대략 6개월 전 국방부 장관이었던 자넷 G. 하퍼가 내려가고 고든 맥헤이븐이라는 사람이 새로이 올라왔지만, 이 사람은 과거 기억에는 없었다. 다시 말해 DARPA는 자체개발이 아니라 다시 개발업체를 뽑는 곳으로 되돌아갔단 소리.

        

        그리고 저렇게 멀쩡하고 성능도 좋은 저격 드론과 터렛이 튀어나왔단 것은 DARPA가 막내가 운영하는, 혹은 기술을 건네준 기업체를 선정했다는 소리. 아마도 또 이카루스겠지. 아마 수없이 많은 자회사 중 하나인 이카루스 디펜스 컨트랙터, 즉 방위산업체 쪽일 것이다.

        

        말은 이리저리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또 유진의 배가 빵빵해진다는 소리였다.

        

        

        

       ‘코스요리 기준 평생 뉴욕에서 삼시세끼를 얻어먹어도 남을 돈이 또 막내의 호주머니로 흘러들어가려나….’

        

        

        

        당연하겠지만 오히려 그 편이 훨씬 나았다.

        

        괜히 뭔지도 모를 것들이 SOF에 납품되어 한참을 씨름하다가 ‘성능 미달’ 혹은 ‘치명적 결함 발견’ 같은 멍청한 이유로 회수당하는 꼬라지보다는 몇 년을 써왔던 이카루스 CAG – Combat Assistant Gear, 전투보조장치 – , 즉 스킬이 들어오는 게 몇 배는 좋았으니까.

        

        문제가 있다면 이런 보조장치를 다루는 관제유닛의 연산처리 성능이 여전히 저열하다는 점이었지만…그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초소형 핵융합로이자, 동시에 절반 정도는 양자컴퓨터인 이카루스 기어는 아마 30년이 지나도 따라잡을 수 없는 슈퍼컴퓨터급 연산능력을 지녔으니까.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다음은 크로울리라고 불린 다른 심사위원의 차례였다. 그는 네모난 건박스를 열었고, 말 그대로 십수 개의 파츠로 분리되어있는 총기를 꺼내어 후다닥 조립한 뒤, 스코프를 올리고 바이포드를 단 후 아모 박스에서 탄환 하나를 꺼내었다.

        

        잘그락 하는 소리와 함께 약실로 밀려들어간 총알. 그 후 스코프를 통한 색적이 이어진다. 476m 지점에 있는 사람 모양 휴머노이드 한 대가 오늘의 목표였고, 그는 박스 한쪽에 있는 캐스트럴을 작동시켜 풍향과 풍속을 분석한 뒤 팔목에 매단 사표를 확인했다.

        

        그렇게 15초 가량이 지나고, 타앙.

        

        깡 하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에서 불꽃이 일었고, 한 발의 탄환이 옆구리를 스쳐지나간다.

        

        단 한 발로 휴머노이드의 머리를 산산조각낸 로렌티나와는 비교적 대조적인 결과였다.

        

        

        

       “…1분 29초. 커트라인이 1분 50초였으니, 조금 더 여유롭게 했으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초시계를 못 쓰니 어쩔 수 없이 긴장을 하게 되네요. 현장에서 미션 발표했을 때 다들 어떤 표정을 짓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데….”

        

       “전혀 새로운 미션은 아니니 의외로 능숙하게 해낼 수도 있지요.”

        

        

        

        총기 조립, 풍향 계산, 심신 안정화 등등. 저격수의 필수 덕목을 동시에 측정하기에는 더없이 완벽한 미션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거기에서 조금 더 나아갔다. 본래라면 2인 1조로 행하는 게 평균적인 해당 미션이었지만, 이번에는 혼자의 힘으로 목표를 찾아내고, 스스로 풍향을 계산하며, 조준을 안정시키고 쏘아야만 했다. 일종의 심화학습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한 명이 끝나는대로 새로운 휴머노이드가 투입되고, 누군가는 측정을 위해 뒤에서 초시계를 들었으며, 누군가는 총기 박스를 열고는 최대한 빠르게 자신의 본분을 다한다.

        

        그리고 이번 2036 인터내셔널 스나이퍼 컴페티션은 이런 식으로…참가자의 기량을 한계까지 끌어올리지 않으면 점수를 획득할 수 없는 미션들로 가득 차있었다.

        

        

        물론 그 중 절반 가량이 로렌티나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1분 42초, 목표 명중까지 3발.”

        

       “하필이면 SVD라니, 운이 안 좋았군요.”

        

       “1분 50초를 넘기지 않은 것도 기적이었죠, 망할. 조립해야 하는 총기까지 랜덤으로 뽑는 건 그렇다고 쳐도, 그 안에 동구권 총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창피하군요.”

        

       “적진에서 적성국 총을 노획해서 쓸 수도 있으니까요. 이유는 얼마든지 붙일 수 있죠.”

        

       “그게 타당해서 문제란 겁니다, 준위님. 다들 곡소리 꽤 나겠군요. 스페츠나츠 친구들은 그나마 좀 살 만할지도.”

        

       “그렇다면 NTW-20 같은 걸 가져다놔야만 할지.”

        

        

        

        당연하겠지만, 상어의 말 한 마디에 다들 경기를 일으켰다.

        

        그 후로도 대략 15분 가량 이어진 미션 검증이 끝나고, 이들은 총기를 다시 분해한 뒤 웨펀케이스에 집어넣고는 원래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러던 와중 이어지는 말.

        

        

        

       “그러고 보니, 이번에 준위님 지인들도 오지 않습니까? 로건이랑 유진 말입니다. 그 친구들은 번외 참가자였죠?”

        

       “그렇지요.”

        

       “그 친구들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번외가 아니라 정식 참가자로 집어넣었으면 일주일도 아니고 3일만에 우승자가 가려질 걸요.”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네.

        

        그런 생각이 로렌티나의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사이에도, 몸만 컸지 아직도 천진난만한 – 물론 상어 기준에서였다 – 이들은 제멋대로 상상을 펼쳐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또다시 이어지는 말.

        

        

        

       “일반참관인이었나 하는 그 양반도 온다고 들었는데. 자기가 어딜 초대받았는지 알긴 하려나 모르겠습니다.”

        

       “스트리밍 안 본 티 좀 그만 내, 이 새끼야. 총 하나는 기똥차게 쏘는 양반이더만. 패션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전에는 뭔가 수상쩍은 일 하고 다녔겠지.”

        

       “CIA SAC?”

        

       “글쎄. 그럼 이미 이야기가 어디선가 샜겠지. 허구한 날 델타랑 협업하는 공작관 놈들인데.”

        

       “준위님은 뭐 아는 거 없습니까?”

        

       “꿈 깨시길.”

        

        

        

        올리비아를 데려다놨다면 아마 비얌이랑 로건을 합쳐놓은 것만큼의 성과를 혼자서 뽑고 다니지 않았을까. 눈도 독보적으로 좋은 닭대가리 자식이 도대체 몇 미터에서 적을 맞추고 다닐지 감도 잡히지 않았으니까.

        

        대략 그리 생각하며, 로렌티나는 어제 오후 8시 가량 유진과 올리비아, 로건이 키 웨스트에서 잠시나마 켰던 스트리밍을 떠올렸다.

        

        

        

       ‘하와이에 갔을 때 로건이 느낀 감정이 이거였나.’

        

        

        

        하지만 로건과 다르게, 로렌티나는 자기만 빼고 놀러갔냐며 얼마든지 땡깡을 부릴 수 있는 철면피였다.

        

        대회 시작까지 4일이 남은 미국의 하루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마 본격적인 대회는 다음 주부터…

    일요일에 연재가 없을수도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일요일에도 정상연재할 것 같습니다

    우리소설아직영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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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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