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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8

        

       *** ***

         

       호천안 일행이 당가에 머문 지도 어느덧 열흘이 지났다.

         

       “흠.”

         

       위서련은 돗자리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았다. 볕이 적당히 들면서도 사방이 건물로 막혔으니 제법 고즈넉한 곳이었다.

         

       “당가 전체가 새로이 지어졌다 들었거늘 이런 곳이 있다니 놀랍구나.”

         

       “헤헤, 그렇죠?”

         

       위서련은 자신의 칭찬에 뿌듯한 표정을 짓는 려아를 보며 슬쩍 웃었다.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그간 조금씩 얼굴을 마주하며 마음의 벽을 허문 보람이 느껴졌다.

         

       위서련은 려아가 권하는 주먹밥을 한 입 씹어먹으며 옆에서 영초를 오물거리는 서공의 등을 쓰다듬었다.

         

       “어제 거친 말발굽 소리와 도연 소저의 웃음소리가 들리더군요. 비천마차의 수리도 다 끝나가는 모양입니다.”

         

       “고쳐지지 않기를 바랬는데…”

         

       “후후, 도연 소저가 그 꼴을 보고 있겠습니까.”

         

       절로 마음이 편해지는 분위기, 귀여운 려아와 각별한 감촉을 자랑하는 서공의 털가죽, 이런저런 담화를 나누고 있는 호천안 일행들의 대화 소리까지.

         

       그야말로 휴식 그 자체였다.

         

       위서련은 그런 휴식에 취해 천마신교라는 단체에 호기심을 품은 려아의 질문에 느긋하게 대답해 주거나, 호천안 일행의 대화에 끼어들거나, 꾸벅꾸벅 조는 서공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슬슬 시간이 되었군.”

         

       조금 뜬금없는 위서련의 말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모두 위서련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당씨들과의 도박 승부를 위해 도박장으로 갈 때가 되었다는 뜻이리라.

         

       “그러고보니 요새 전적은 좀 어때요?”

         

       흑묘의 질문에 위서련은 당씨들과의 도박 승부를 떠올렸다.

         

       하루 위서련이 이기면 또 다음날은 당씨들이 승리를 따내길 반복하며 이어진 결과는 현재 5대 4. 위서련이 1승을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늘 지지 않는다면 승산을 굳힐 수 있겠지.”

         

       그런 대답을 남긴 위서련은 당가의 도박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익숙해진, 도박장을 향해 가는 길에 접어든 위서련의 마음은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두근거렸다.

         

       압도적인 기술로 위서련을 찍어누르는 방식으로 승리를 따낸 당씨들은 다음날 동일한 방식으로 위서련을 상대했으나 그 결과는 좋지 못했다.

         

       위서련이 심리전에 눈을 떠 쉬이 압도할 수도 없었거니와 준비한 기술의 질도 위서련을 저지하기에는 부족했다.

         

       당연을 마지막으로 위서련과의 도박이 끝이 날 줄 알고 모든 것을 쏟아부었는데 예기지 못하게 승부가 연장되었으니 준비가 미흡했던 탓이었다.

         

       그 뒤로 심기일전하여 다시 한 판을 따냈으나 다음 날 또 다시 한 판을 내주는 처지가 되었으니 그때부터는 당씨들도 그저 고급 기술로 위서련을 찍어 누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씨들의 기술만을 파훼하는데 몰두하던 위서련.

         

       그리고 그런 위서련의 재능만을 견제하던 당씨들.

         

       손쉬운 편법을 택하는 대신 매일 자신의 기량을 한계까지 짜내는 판들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하여 겨룬 아홉 번의 승부 끝에 다섯 번을 이겼으니 오늘, 열 번째 승부를 앞에 두고 있었다.

         

       위서련은 도박장의 문고리를 잡으며 근래의 전적을 떠올렸다. 총 전적 자체는 5승 4패로 거의

       비등하다 할 수 있었으나 당가는 어제까지 내리 2연패를 당했으니 복수의 칼날을 갈고 왔을 터였다.

         

       위서련 역시 연패를 당한 날에는 분해서 밤에 잠을 자지 못했으니까.

         

       당씨들 역시 밤새 씩씩대며 대책을 준비해 왔겠지.

         

       위서련은 당씨들이 무슨 대책을 들고 나왔을지 참으로 기대가 되었다.

         

       위서련은 기대감 어린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도박장의 문을 열어젖혔고, 드물게 얼굴을 굳혔다.

         

       “어서 오십시오.”

         

       늘 당씨들과 위서련의 대결을 펼치던 도박판.

         

       그 도박판에 당도경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도경!

         

       교우관계가 넓다 할 수 없는 위서련이었지만 그런 위서련조차도 당도경에 대해서는 여러 경로로 들어보았다.

         

       투견 당도경이라는 무림의 인물이 아니라 도박사 당도경의 소문.

         

       도박판에 나타나자마자 당가의 모든 암기를 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 젊은 나이에 벌써 가주와 동일한 도박 실력을 갖추었다.

         

       그 도박 실력이 하늘에 닿아 독의 어르신과 즐겨 수를 나눈다더라.

         

       또 흑묘는 무어라 평했던가.

         

       호천안에게 도박을 배운 이는 적지 않지만, 그 중 호천안의 제자에 가장 가까운 이라고 말했다.

         

       무림의 배분, 아니 배분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당가 최고의 도박사라 불리워도 이상하지 않을 강자.

         

       그런 자가 바로 당도경이었으니 천하의 위서련이라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그대가 나의 상대인가?”

         

       “예. 그렇습니다.”

         

       “흐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지?”

         

       위서련의 질문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배분상 위서련을 상대할만한 당씨들 중 최고의 실력을 지닌 당도경이 나선 이유가 무엇일까.

         

       당가에서는 이 도박 승부를 마무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위서련에게는 당도경의 등장이 그리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당가의 암기를 외인의 손에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러니 오늘은 당가의 모든 비전암기를 걸고 판을 벌이고자 합니다.”

         

       이미 암기함이 오고 간지 열흘째이거늘, 이제와서 말인가.

         

       위서련은 당도경의 답이 허울 좋은 핑계처럼 느껴졌으나 굳이 따져 묻지는 않았다.

         

       그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을 뿐, 당도경과의 대결을 마다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좋다! 종목은?”

         

       “골패입니다.”

         

       “흐음. 그대의 주특기는 야바위라 들었는데.”

         

       “맞습니다.”

         

       당도경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도 골패 도박이 승부를 가리기에 적절하다고 여겼을 뿐입니다.”

         

       위서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당신은 주 종목에서 진심을 다할 필요도 없는 손쉬운 상대에 불과하다.

         

       위서련에게 당도경의 말은 그리 들렸다.

         

       “그 말, 후회하게 해 주마.”

         

       위서련의 입가에 사나운 미소가 번지는 것과 함께 두 사람의 도박이 시작되었다.

         

       패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 초반.

         

       위서련은 당도경의 성향을 살피고자 가전을 던졌다.

         

       “두 개 걸지.”

         

       “죽겠습니다.”

         

       “세 개를 걸겠다.”

         

       “죽겠습니다.”

         

       위서련은 담담하게 판을 포기하는 당도경의 태도에 가슴이 묵직해졌다. 이건 뭐랄까, 딱 호천안이 선호하는 방식이었으니까.

         

       호천안은 도박판에서 누구보다도 ‘정보’를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어떤 기술을 사용하고 어떤 심리나 어떤 기회를 노리는가.

         

       상대방에게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판돈을 걸어야 하는 상황을 강요했고, 반대로 자신의 정보를 숨기거나 왜곡시켜야 하는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판돈이 타들어가더라도 개의치 않았다.

         

       비싼 값, 아니 적당한 값이라도 정보를 팔 기회가 온다면 대부분의 도박사들은 망설임 없이 팔아치우는 다른 도박사들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호천안만의 특징이었고 그리고 지금 당도경의 선택에는 그러한 호천안의 특징이 강하게 묻어나고 있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위서련은 강한 심적 압박감을 느꼈다.

         

       호천안과 많은 도박을 즐겼던 만큼 호천안과 자신의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순배가 돌아갔다.

         

       일곱 순이 돌고 패의 숫자가 하나하나 밝혀지기 시작하니 위서련의 머릿속은 터지기 직전이 되었다. 숫자를 알고 있는 패의 위치를 머릿속으로 기억하고 있어야 했으며 당도경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패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했다.

         

       당도경의 손놀림을 10할 모두 파악했다 자부할 수 없으니 미심쩍은 분기는 모두 머릿속에 기억해 놓고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그리 뻗어나간 가능성의 가지들은 이미 머릿속을 꽉 채운 지 오래였다.

         

       그런 위서련의 상태를 파악한 것일까.

         

       당도경은 패 섞기를 마치자마자 판돈을 세게 걸었다.

         

       “세 개 걸겠습니다.”

         

       시작부터 강하게 나오는 당도경. 위서련은 그런 당도경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부지런히 패를 복기했다. 무언가 놓치지 않았다면 당도경의 손 안에 든 패 중 하나는 33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에 대한 패는 정보가 없다.

         

       반면 위서련이 쥔 패는 10과 20으로 족보가 적용되어 50에 해당한다.

         

       ‘아마 당도경도 내가 20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

         

       10은 나온 적이 없었던 미지의 패였고 남은 패를 유추만으로 단정하기에는 변수의 폭이 너무 넓었다.

         

       33이라는 패는 2부터 33까지 존재하는 골패중에서 가장 숫자가 높은 패이지만 족보를 통해 점수를 늘릴 수 없는 패다. 즉 18 이상의 패를 쥐어야만 승리할 수 있다.

         

       20은 숫자 자체는 높다 할 수 없지만 다양한 족보가 존재한다. 여전히 많은 패의 숫자를 모르는 상황에서 무슨 족보가 터져나올지 모를 20을 상대로 승부를 본다라.

         

       “세개 받고 두 개 더 걸겠다.”

         

       “저 역시 두 개 받고 하나 더 걸지요.”

         

       위서련은 따라붙는 당도경의 모습에 실소를 흘렸다.

         

       확률을 엄격하게 따진다면 당도경 쪽이 조금 더 유리하나 사실 지금의 구도는 절반 대 절반에 가깝다. 그럼에도 당도경은 판돈을 올리기를 주저하지 않고 따라붙었다.

         

       위서련에게는 나름대로 익숙한 호천안의 방식이다.

         

       이길 확률은 적지 않다. 그러니 따면 이득이다.

         

       지더라도 정보를 얻는다.

         

       서른 두 개의 패 중에서 열 네 개 밝혀진 시점이다. 패의 절반 정도가 밝혀진 시점에서 위서련이 어느 정도 패를 파악했는지 그 척도를 세울 수 있다.

         

       정보 역시 판돈과 동등한 자산이라는 강력한 믿음 없이는 쉬이 둘 수 없는 수다.

         

       “하나 더 걸고 끝내겠다.”

         

       그러니 위서련도 이번 판을 통해 당도경을 파악하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이자는 호천안과 같은 방식으로 도박을 하는가. 그리고 그리 도박한다면 진짜 호천안과 같이 정보를 귀신같이 다룰 수 있을까.

         

       위서련이 먼저 패를 뒤집었다.

         

       20과 10의 조합을 본 당도경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오해하시는 것이 있는 듯합니다.”

         

       그저 입을 열면서 패를 집어들 뿐이었다. 위서련은 귀로는 당도경의 말을 들으며 눈으로는 패를 쫓았다.

         

       패를 본 위서련의 눈이 커졌다.

         

       뒤집혀진 패는 32와 29였다.

         

       당도경의 손에는 애초에 33이라는 패는 있지도 않았다!

         

       “분명 나는 호 형에게 도박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는 호천안의 제자가 아니라 당가의 일원 당도경입니다. 그렇기에 본인은 야바위가 아닌 골패로 승부를 보고자 나섰지요.”

         

       “하, 그런가.”

         

       위서련은 그제야 골패로 승부를 가리는 것이 적절하다 말했던 당도경의 진의가 자신감이나 오만함의 발로가 아님을 깨달았다. 당도경이 골패를 고른 것은 소천마에 대적하는 한 사람의 당씨로써 호천안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은 종목을 택한 것이었다.

         

       “내 사과하지.”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당도경은 판돈을 챙기며 여상하게 말했다.

         

       “이미 대가는 가져갔으니까요.”

         

       “하하하하! 과연 그렇군!”

         

       위서련은 호탕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과연 당도경의 말대로라고.

         

       도박사는 도박으로 말하는 법이었고 착각으로 인해 크게 판돈을 잃은 위서련은 이미 대가를 치른 셈이었다.

         

       위서련은 골패들을 잡으며 당도경을 바라보았다.

         

       도박사로서 상대방이 보인 약점을 이용하지 않고 친절하게 조언해 주는 것은 과연 어떨까 싶었지만 고요히 불타는 당도경의 눈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그런 수작은 당도경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전의 상대를 꺾을수록 승리의 가치가 드높아진다 믿어 의심치 않는 눈빛.

         

       투지를 불태우는 그 모습에 위서련은 당도경의 별호가 투견이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자각했다.

         

       타타타탁!!

         

       골패를 섞는 위서련의 손놀림이 현란해졌다.

         

       어찌 저런 상대를 만났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최선 그 이상을 보이고 당도경의 인정과 함께 승리를 거두고 말겠다!

         

       위서련의 마음은 그렇게 불타올랐고 고양된 마음은 그대로 손놀림으로 드러났다.

         

       승부에 불꽃이 붙었다.

         

       “가전 세 개를 걸겠다.”

         

       “죽겠습니다.”

         

       순배가 돌면 돌수록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심리전과 기술들이 오갔다.

         

       구경하던 당씨들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위서련이고 당도경이고 서로가 매 순배 자신의 최선을 쏟아내기를 주저하지 않으니 구경하던 당씨들에게는 오가는 기술을 파악하기 위해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섯 개.”

         

       “받고 세 개.”

         

       “받고 세 개.”

         

       “받고 두 개.”

         

       게다가 매 판 최선을 쏟아냈으니 두 사람은 자신의 패에 확신이 있을 때 절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고작해야 도합 가전 백 개 짜리 판이거늘 한번 충돌이 일어나면 한 순배에 스무 개, 서른 개의 가전이 왔다갔다 했으니 승부의 향방까지 쉬이 점칠 수 없었으니 당씨들은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었다.

         

       거침없이 가전이 오가는 불꽃 같은 승부!

         

       시간이 지나도 두 사람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전력으로 순배를 주고 받았으나 길항은 영원할 수 없는 법이었으니.

         

       판은 점차 당도경 쪽으로 기울어갔다.

         

       “세 개를 걸겠습니다.”

         

       “받겠다.”

         

       위서련의 패는 2와 18. 그리고 당도경의 패는 20과 17. 위서련은 패를 확인하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가 쉴새없이 기술을 뽑아냈으니 어디 패 파악이 온전하게 될 리가 있겠는가.

         

       이미 대결은 난타전이 된 지 오래였고 그런 두 사람의 도박은 진흙탕 싸움이 되었다.

         

       그 진흙탕 속에서 당도경은 정타를 날렸고 휘청이던 위서련은 불리한 상태에서 정타를 허용했을 뿐이었다.

         

       이제 남은 판돈은 고작해야 가전 다섯 개.

         

       위서련은 승부를 걸어야 함을 직감하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까지 갈고 닦은 기술들은 물론이요 당씨들을 상대하며 새로이 익힌 기술까지 모조리 써먹은 상태다. 그런데 대체 무엇으로 승부를 건단 말인가?

         

       위서련의 손이 한참이나 멈추어 있었지만 당도경도, 당씨들도 그런 위서련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위서련이 남은 가전 전부를 건 마지막 수를 준비하고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당가의 도박장이 침묵에 감싸여 있었을까.

         

       탁! 탁!

         

       위서련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씨들은 그런 위서련의 패 섞음을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았다.

         

       ‘담대하군!’

         

       ‘숨김이 없다!’

         

       패가 정상적으로 섞이지 않음을 조금도 감추지 않는 손놀림. 마치 그 손놀림은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을 거는 듯했다.

         

       자, 지금부터 움직인다.

         

       어디 한 번 볼 수 있다면 맞추어 보라고.

         

       오만함에 가까운 자신감. 그러나 그렇게 대놓고 움직이는 손은 마치 벽과 같았다. 그 움직임에 당씨들은 탄식을 터트렸다.

         

       아무리 시력이 좋은 이일지라도 커다란 벽 뒤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볼 수 없는 법!

         

       패를 뒤섞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어떻게 섞였는지는 알 수 없는 수!

         

       당도경은 위서련의 수를 보며 직감했다.

         

       지금 펼치는 이 수는 바로 호천안의 것이라고.

         

       그리고 그 짐작의 절반은 사실이었다.

         

       위지천과 뇌정을 걸고 도박 승부를 펼쳤던 호천안. 호천안은 위지천의 편을 들기 일쑤인 위서련에게 자신의 도박기술을 전수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위서련과의 도박을 하며 자신의 기술을 숨기지 않았으니 위서련은 그 과정 속에서 호천안이 사용하는 기술 중 몇 개를 터득할 수 있었으니 지금 위서련이 펼치는 기술은 그러한 것들 중에 하나였다.

         

       탁!

         

       호천안의 기술이 끝나고 당도경과 위서련의 손으로 패가 들어갔다.

         

       “기본으로 걸고, 나머지 전부.”

         

       역시 예상대로 위서련은 자신의 남은 가전 다섯 개를 모두 걸었다. 당씨들의 시선이 모두 당도경에게로 향했다. 당도경은 이번 수를 파훼했을까? 파훼했다면 따라 붙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죽을 터.

         

       당도경은 결정을 내렸다.

         

       “다섯 개. 걸겠소.”

         

       그 말과 함께 당도경은 패를 공개했다. 11 그리고 16. 총 27점. 결코 높지 않은 수에 당씨들의 안색이 흐려졌다.

         

       “하.”

         

       그리고 그런 당도경의 패를 본 위서련은 알 수 없는 탄식을 터트리며 패를 뒤집었다.

         

       9와 17. 25점.

         

       위서련의 패배였다.

         

       “하!”

         

       “명승부였네! 명승부였어!”

         

       “두사람 다 정말 대단하군!”

         

       승부에 방해가 될까 숨을 죽였던 당씨들이 일제히 쌓였던 흥분과 함께 마구잡이로 감상을 토해냈다. 위서련은 당씨들의 손에 등이 두들겨져 점차 찌그러지고 있는 당도경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 수는 어찌 간파했지? 이기는 수를 만들어 낼 수 없음을 어떻게 알아차린건가.”

         

       “마지막에 쓴 기술은 호 형의 것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위서련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도경은 호천안의 기술을 전수받았으니 호천안의 기술을 알아본다 한들 이상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당도경이 호천안의 기술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호천안의 기술을 쓴 이유는 간단했다. 기술을 알아본다 한들 그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류의 기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당도경은 위서련이 둔 수를 간파했으니 이 무적처럼 보이는 기술에도 파훼법이 존재하는 것일까.

         

       위서련은 그 점이 못내 궁금했다.

         

       “호 형의 기술을 파훼한 것이 아닙니다. 사실 패의 숫자를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당도경의 대답은 위서련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소천마께서는 매 판을 따내기 위해 수를 아끼지 않고 최선을 다하셨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다.”

         

       “저는 그런 소천마의 진심을 믿었습니다. 이 기술을 통해 판을 따낼 수 있었다면 진작에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 기술로는 판을 따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령 그 기술이 호 형의 기술일지라도 말입니다.”

         

       “하.”

         

       위서련은 당도경의 답변에 탄성을 터트렸다.

         

       위서련이 훔쳐낸 호천안의 기술은 누구도 간파할 수 없을 정도로 교묘했으나, 마음대로 섞을 수 있는 패의 범위가 너무 한정적이었다. 그러니 위서련은 호천안의 기술을 재현해냈음에도 자신이 원하는 패를 온전히 손에 넣을 수가 없었다.

         

       그저 기술의 겪을 앞세워 당도경을 속여 보고자 했으나 당도경은 이를 위서련을 향한 믿음으로 극복했으니.

         

       “완패, 완패로군.”

         

       위서련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위서련은 품에서 가짜 암기함을 모든 암기함을 꺼내 당도경에게 내밀었다. 당도경은 그 함을 열어 암기를 확인했다.

         

       위서련은 그 광경을 보면서 무언가 마음이 휑해짐을 느꼈다. 당가의 암기를 모두 잃어버렸으니 더이상 당가의 도박장에 드나들지 못하겠지. 이제 당씨들과 승부는 완전히 막을 내린 것이다.

         

       언젠가 패배하며 모든 암기를 잃으면 이렇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 결과가 눈앞에 닥치니 참으로 씁쓸한 일이었다.

         

       그리 쓴맛을 곱씹고 있자니 암기의 확인을 끝마친 당도경이 가짜 암기함을 다시 위서련에게 건네주었다.

         

       위서련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가짜 암기함을 받아들었다. 이걸 왜 돌려주는 것일까.

         

       “당가의 도박장은 당가의 암기의 주인을 가리는 곳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다 들었네만.”

         

       “그렇다면 당가의 암기가 있다면 그걸 걸고 이 도박장에서 도박을 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위서련이 눈을 깜빡였다. 위서련이 사태 파악을 못 하고 있자 한 당씨가 앞으로 나서 도박판에 암기함을 내려놓았다.

         

       “그러니까! 가짜 암기도 엄연히 당가에서 만든 암기고! 같은 가짜 암기를 지닌 자랑 승부를 보면 아무 문제 없다 이 말입니다!”

         

       “아.”

         

       위서련은 그제야 사태를 파악하고 눈앞에서 어깨를 들썩거리는 당씨를 바라보았다. 묘하게 눈이 충혈되어 있는 것이 어째 밤을 샌듯한 모양새였으니 위서련은 이 당씨야말로 연패를 당하고 분해 잠을 자지 못하고 밤새 대결을 준비한 진짜 오늘의 상대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상급 암기도 다 회수했고, 전적도 5 대 5가 되었으니 진짜 승부를 가려봅시다!”

         

       “하하.”

         

       그제야 위서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런 위서련의 미소에 당씨들도 슬쩍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좋다. 몇 사람이건 상대해주마.”

         

       “종목은 주사위요!”

         

       “뭐든지 덤벼라.”

         

       순식간에 다시 도박장이 시끌벅적해졌고.

       

       

       그 소란스러움 밤이 늦을 때까지 그치지 않고 이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십니까.

    기어이 1월 2일날 새해 인사를 드리게 된 불초 못난 작가입니다.

    요새 연재주기가 엉망이기에 설득력이 바락까지 처박힐 말이지마는…

    연말과 새해 첫날만큼은 연재를 챙기며 꼭 인사를 드리고 싶었으나 독크감으로 호로록 쓰러져 버리곤 이제야 주사빨로 살아났습니다.

    독자님들께서는 어떤 새해 첫날을 맞이하셨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작년 한해 이 무고집낭을 봐 주신 점 깊이 드리며.

    갑진년 그저 남은 364일동안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적게 공부하고 높은 점수 받고, 적게 운동하고 득근하시고, 노벨피아만 많이 보시기를 기원해보겠습니다.

    용의 기운을 빌어보고 싶으나 안타깝게도 무고집낭에 나온 용이라고는 저주나 뿌리는 흑룡밖에 등장하지 않았기에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하루 늦은 햅삐뉴이어!

    *

    [미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와! 신년! 첫후원!

    미공개 님께 [행운]의 특성이 함께하시기를!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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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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