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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8

        

         

       미국.

       진성이 용병 생활을 할 때 많이 활동했던 나라였으며, 파도파도 신기하고 묘한 일들이 가득했던 나라이기도 했다.

         

       미국 곳곳에 퍼져 있는 연구소들.

       이상한 단체들.

       다른 대륙에서는 보기 힘든 미치광이들.

       이상한 신념으로 무장한 채 활동하는 이들까지.

         

       그야말로 회귀 전 미국은, 용병이 활동하기 좋은 곳이었다.

         

       그리고 세간에서 용병이 활동하기 좋은 곳을 이렇게 부른다.

         

       마경(魔境).

         

       사람이 살기 힘든 곳.

         

       그리고 놀랍게도 이 미국의 혼돈은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이들뿐만이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디딘 이들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들도 넘쳐흘렀으니.

         

       그 중 하나가 바로 저것.

         

       인공위성들이었다.

         

       ‘인공위성들이 참 많았지.’

         

       우주 개발에 진심이었던 나라였기 때문일까?

       미국은 인공위성이 참 많았다.

       정말로, 정말로 많았다.

         

       그냥 많은 것이 아니라, 종류별로 어마어마한 숫자를 가지고 있었다.

         

       통신용, 첩보용, 특수 목적용, 군사용, 전투용, 폭격용…

       가진 목적도, 기능도 가지가지.

         

       그리고 지금 진성이 바라보고 있는 위성은, 그 많은 목적들 중에서도 ‘특수 목적용’으로 쏘아올린 위성이었다.

         

       ‘SSS.’

         

       풀네임은 ‘Star Shield System’.

       줄여서 ‘SSS’, 혹은 ‘트리플 S’라고 부르는 물건이었다.

         

       저 위성의 효과는 강력한 관측 방해.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이 감청할 수 없는 수단으로 행해지는 관측의 방해’를 목적으로 띄워올린 위성이었다.

         

       ‘감청할 수 없는 수단’.

       다르게 말하면, 이능력.

         

       저 위성은, 일정 범위 내의 이능력으로 행하는 관측에 영향을 끼친다.

       맨눈으로 바라보는 하늘의 모습을 조금씩 왜곡시킨다. 천문 관측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면 매연이나 위성군을 위장해 관측 결과물을 망친다.

       도시는 매연을 방패로 삼아 매연을 뚫고 별을 관측할 수 없도록 장막을 드리우며, 시골은 유명한 별과 별자리를 제외한 별들을 가리거나 별빛을 왜곡시킨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부가적인 효과일 뿐이었다.

         

       점성술을 이렇게 꼼꼼하게 막았는데 이게 어째서 부가적인 효과인가 싶지만….

       이 위성을 띄운 진짜 이유는 그냥 단순히 점성술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스타 실드 시스템의 진짜 목적은 미국이 쏘아올린 수많은 위성들을 가리기 위함이었다.

       말 그대로, 인공위성을 가리는 방패의 역할인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방패 뒤에는 실체가 있어야만 한다.

       텅 비어버린 공간을 가리는 방패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장전된 총알이 겨누고 있는 형국이라.’

         

       장막의 뒤에 존재하는 것은 언제든 쏘아질 준비를 하고 있는 총.

       그것도, 미국이 쥐고 있는 총이다.

         

       ‘미국은 음모론이 참으로 많았지.’

         

       미국은 음모론이 참 많은 나라였다.

         

       음모론이라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교육과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이기 때문일까?

         

       물론 그 이유도 분명히 있었다.

       미국은 엘리트주의(Elitism)가 상당히 강한 나라.

       똑똑한 사람은 상상 이상으로 똑똑하고, 멍청한 사람은 상상 이상으로 멍청한 경향이 짙다.

       그렇기에 음모론같은 그럴듯한 이야기에 현혹되는 것 역시 이상하지 않으리라.

         

       하지만 음모론이 불처럼 번져나간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 음모론들이 모두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미국 정부가 사람을 납치해서 세뇌한다는 음모론이 돌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것은 사실이었다.

         

       과거 미국 정부가 흑인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한다는 음모론이 돈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이 역시 사실이었다.

         

       음모론.

       허무맹랑한 이야기.

       도시괴담처럼 들리는 이야기.

       그냥 어린애가 지어낸 것 같은 우스운 이야기.

         

       하지만, 그 중에는 진실이 있었다.

       모두를 경악하게 만든 끔찍한 진실들이.

         

       CIA가 마약 밀매를 통해 자금을 마련한다는 음모론을 들은 적이 있는가?

       제약 회사에서 고아를 대상으로 불치병을 옮긴 뒤 불법적으로 신약 실험을 했다는 음모론은?

       FBI가 불법적으로 해밍웨이를 사찰해서 정신병에 걸리게 만들었다는 음모론은?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은 사실이었다.

         

       진실임이 밝혀졌으며,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에 음모론이 퍼지게 만든 이유이며, 근거였다.

         

       거짓 속의 진실.

       허무맹랑해보이는 이야기 속에 숨겨진 끔찍한 현실.

         

       이것이 바로 미국에 팽배해 있는 음모론들의 근원이며, 미국을 음모론의 나라라고 부르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음모론은 회귀 전에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사라지고, 실제로 밝혀지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밝혀지는 것을 반복하며 계속해서 쭈욱 명맥을 이어왔다. 마치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관념적인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수많은 음모론들 중, 이런 것이 있었다.

         

       『 미국엔 외계인을 상대하기 위해 만든 군대가 존재한다. 』

         

       『 태양계는 미국의 영역이다. 』

         

       『 우주에는 미국이 만든 비밀병기가 존재하며, 그것은 핵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

         

       『 달의 뒤편에는 미국이 만든 비밀기지가 존재한다. 』

         

       『 달의 속은 비어있으며, 그곳에는 미군의 첨단 시설이 존재한다. 』

         

       정말 허무맹랑한 이야기들.

       듣자마자 ‘유치원에 다니는 너네집 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든?’이라며 비웃음을 날릴만한 이야기들.

         

       실제로 비웃음을 당할 만도 하다.

       달의 속은 비어있지도 않고, 달의 뒤편에는 군사 시설이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은 태양계는커녕 화성까지도 제대로 진출하지 못했고, 외계인은 없다.

         

       그런데….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 중, 진실이 하나 존재한다.

         

       『 우주에는 미국이 만든 비밀병기가 존재하며, 그것은 핵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

         

       위성병기.

       문명을 마비시키고 박살내는 힘을 가진 끔찍한 병기들.

         

       진성은 그것이 저 위에 떠다니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확신했다.

         

       증거는 없다.

       실제로 사용되어 위용을 보였던 회귀 전과는 다르게, 그 끔찍한 병기들은 자신이 사용될 날을 기다리며 저 위에 숨을 죽이고 있을 테니까.

       다만 방패가 있으니, 그 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 존재가 있음은 당연한 일이니.

         

       ‘흐름.’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회귀 전과는 달라진 이 흐름의 끝에는, 저 장막의 뒤를 엿볼 수 있는 곳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드리워진 장막 뒤편에 존재하는 비밀스러운 것에 대해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리하면 참으로 좋은 일이겠구나.”

         

       그런 예감이, 들었다.

         

         

         

         

        * * *

         

         

         

         

       “주술 의식을 했다고 들었는데?”

         

       진언을 읊었던 다음 날.

       루카스가 그에게 찾아왔다.

         

       “그렇습니다.”

         

       “어떤 주술 의식이지?”

         

       “악한 것을 물리치고 정화를 하는 의식이지요.”

         

       “incense? 같은 것을 쓴 걸로 아는데.”

         

       CCTV로 본 것일까?

       아니면 건물 밖에서 진성이 있는 층을 본 것일까?

       건물에서 일하는 다른 직원들에게 들었거나, 다른 건물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들었을 수도 있다.

         

       루카스는 꽤나 자세히 진성이 행한 의식에 대해 알고 있었고, 진성은 그러한 루카스의 물음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동양에서는 향이라고 부르는데, 종교 의식에서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기도 하지요.”

         

       “대충은 알고 있지. 부따(Budda)를 믿는 부디스트(Buddhist)들이 쓰는 물건.”

         

       루카스는 눈을 반짝이며 진성에게 의식을 설명해달라는 듯 눈치를 주었다.

       그리고 진성은 냉장고에서 캔커피 두 개를 꺼내 하나를 루카스에게 건네고는, 천천히 자신이 행한 의식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행한 것은 티벳 불교에서 비롯된 주술 의식이라는 것.

       향에서 피어나는 연기를 매개로 액(厄)과 악한 것을 물리치는 의식이라는 것.

       저주나 살(煞)을 정화하고 없애는 효과가 있다는 등의 이야기였다.

         

       그는 완급 조절을 하며 루카스가 자신의 이야기에 빠져들도록 만들었으며, 중간중간 서양인에게는 낯설 개념들을 쉽게 풀거나 유명한 것에 비유를 해서 이해하기 쉽게 했다. 그리고 거기에 서양인들이 흔히들 동양 쪽에 가지는 ‘신비로운’ 이미지를 조금 첨가하였으며, 미국인에게 잘 먹히는 ‘오랜 전통’을 중간중간 첨가해 믿음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 설명이 끝나자, 루카스는 약간 감탄이 서린 눈으로 진성을 바라보았다.

         

       “허, 이거 내가 저평가된 우량주를 산 모양인데.”

         

       그의 눈에서 보이는 감정은 믿음과 신뢰였다.

       젊다 못해 어려보이기까지 한 진성의 외모에서 비롯된 불신은 어느새 사라졌고, 믿음이 가지만 왠지 믿고 싶지 않은 ‘미신적인’ 것에 대한 미약한 거부감은 씻은 듯 없어졌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제대로 처리가 되었을 것이라는 신뢰가 마음에 자리를 잡았으며, ‘저주받은 것 같은 빌딩을 어떻게든 해달라.’는 첫 번째 의뢰를 순식간에 끝낸 유능한 사람을 보는 것과 같은 시선을 보냈다.

         

       “저평가라…?”

         

       “아, 저평가란 표현이 좀 그랬나? 하지만 뭐,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막 세상에 발을 디딘 사람은 자신을 증명해야만 하는 법이 아니겠나?”

         

       루카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캔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

         

       와그작.

       터엉-!

         

       그리곤 비어버린 캔커피를 구겨버리고는, 저 멀리에 있는 쓰레기통에 집어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캔커피는 정확하게 쓰레기통 안에 떨어지며 소리를 냈다.

         

       “어쨌든 좋아. 믿음이 가는데. 다른 두 개도 확실하게 해달라고. 아, 혹시 필요한 것 있나?”

         

       “순은과 순금 3파운드씩. 수은 2쿼트, 순수한 백랍 1쿼터….”

         

       “오, 이런. 내가 말을 잘못했군. 필요한 게 있으면 문자를 보내면 돼. 바로 구해다주지.”

         

       루카스는 진성이 필요한 것들을 줄줄이 말하자 황급히 그렇게 말했다.

       그리곤 만족스러운 듯 텅 비어버린 공간을 스윽 훑어보고는, 다른 것들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다시 남기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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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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