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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19

    <519 – 황제와의 대면2>

     

    ━━━

    [죽음이 두렵지 않은 자]

    당신은 삼대거악조차 최대의 목적으로 삼은 토벌대상 <황제 히우그마그>와 대면했습니다.

    정신이 나간 걸까요?

    아니면 고작 1학년의 미숙한 몸으로 그의 앞에 나서고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는 걸까요?

    객기이든 확신이든 이제는 증명이 필요합니다.

    히우그마그가 당신을 죽이지 못할 이유를 만드십시오.

    그러지 못한다면 그는 절대로 당신을 황궁에서 살아서 벗어나게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카데미의 응애를 엄마 잃은 천애고아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신은 살아야만 합니다!

    ━━━

     

    중대한 이벤트는 반드시 알림이 동반된다.

    황제와의 대면.

    그리고 생환.

    고작 살아서 나가는 일에도 그만한 도박이 필요한 행위가 바로 생존이었다.

    그 정도로 황제는 위험한 대상이다.

     

    “아바마마도 참 짓궂어♡ 허접오라버니가 사람을 부릴 줄 모르는 걸 알면서도 저렇게 많은 잡다한 것들을 붙이니 더 기고만장하잖아♡”

    “매스각키여. 그러는 너는 어중칠검을 잘 써먹었다고 생각하느냐?”

    “허접오라버니의 습격대장에게 동귀어진을 허락해서 부상을 입는 허접이지만, 그런대로 아껴서 잘 썼지~? 이제 돌려줄게♡”

     

    매스각키는 수중에 들어온 황제의 검을 자진해서 반납하였다.

    붙여주는 것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따르는 이들을 내치지 않는 황태자 파케 히우그마그와 상반되는 태도에도 황제는 어떠한 평가도 하지 않았다.

     

    “먼 길을 오느라 고생이 많았군. 내 아들의 무례함에 대한 사과를 겸하여 복귀기념만찬을 열어주지.”

    “자리에 앉으시지요.”

     

    착석과 동시에 모든 오물을 제거하는 생활마법 <클린>을 빙자한 스캔이 전신을 훑었다.

    기능창을 열람하는 스캔의 힘을 나는 <암흑전기생성>을 발휘하여 퍽 터뜨렸다.

    의자에서 하얀 김이 피어오르자 시종장이 눈을 껌뻑이더니 허허 웃었다.

     

    “자리가 좋지 않았나 봅니다. 불편한 경험을 선사하여 송구스럽습니다. 이쪽의 의자에 앉아보시지요.”

    “넹!”

     

    말단부의 의자가 아니라 차원문 몇 개를 지나친 뒤의 자리에 앉았다.

    물론 이번에도 암흑전기생성의 술식파괴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캔장치가 퍽 하고 터졌다.

    비슷한 짓을 두어 번 반복하자 황제가 말했다.

     

    “되었다. 자리란 앉기 편한 곳에 앉으면 그만이지. 원하는 곳에 머무르도록 하라.”

    “음~ 그럼 전 여기가 좋아요!”

     

    쪼르르 달려가서 의자의 실체를 짐작하고 착석을 꺼려하던 리프의 손을 잡아끌었다.

     

    “아가씨?”

     

    리프는 우리집 메이드니까 내가 지켜줘야지!

    황제가 힘을 발휘해도 차원문을 찢고 달아날 수 있는 <암흑속성 차원문>이 설치된 15번째 문의 근처에 있는 자리에 리프를 앉혔다.

    그러고는 냉큼 리프의 무릎 위에 앉아 스캔장치를 퍽 하고 터뜨리니, 내 의도를 깨달은 리프가 엄하지 않은 목소리로 타일렀다.

     

    “아가씨. 공적인 자리에서 이리 어리광을 부리시면 곤란합니다.”

    “하나도 곤란하지 않은 얼굴로 그런 말을 하면 리프야말로 곤란해요! 그런 태도가 남자들을 얼마나 애간장 태우는지 알아요? 솔직히 말해봐요. 조나도 그렇게 꼬신 적 있죠?”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이 좋은 우리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매스각키가 제 옆의 히스클리프와 알렉산더랑 눈이 마주쳤다.

     

    “황녀전하께서 원하신다면 제 무릎 위에 앉으셔도 됩니다.”

    “빈약한 알렉산더와 달리 거검술을 익힌 제 신체는 더욱 단단하고 거대합니다. 제 대퇴사두근은 황녀님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허접♡ 꿈도 야심 차♡”

     

    히스클리프가 무뚝뚝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황녀의 심기를 읽고 예의상 한번 권했기에 무덤덤했던 알렉산더와 달리, 히스클리프는 내심 정말로 기대했는지 조금 실망한 기색이었다.

     

    “제국만찬을 들라하라.”

     

    황제의 선언에 시종장이 허허 웃었다.

     

    “여러분은 무척이나 운이 좋으십니다. 제국의 모든 귀족가문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만찬이 열렸으니 이는 다시 없을 기회임이 분명합니다.”

     

    시종장의 말이 맞았다.

    제국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의 적.

    멸망루트를 보고 싶은 게 아니고서야 제국귀족들 또한 자연스럽게 적이 된다.

    그들의 가문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귀족 요리는 당연히 외부인이 함부로 먹을 수 없는 것.

    미식과 다양한 경험이 보장되는 신분 덕분에 <식품도감>의 효과를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는 제국 귀족들은 더욱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음식을 원하는 대로 취할 수 있다.

    먹어보지 않은 음식을 먹으려는 것은 식품도감의 수집 조건을 짐작하는 이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원작에서는 귀족들의 관계도를 파악하기 위해 열리는 황제의 음험한 취미였었지!’

     

    친한 가문의 음식은 먹을 필요가 없다.

    서로가 신뢰의 증표로서 각자의 요리를 대접하고 도감수집을 완료했을 테니까.

    반대로 사이가 먼 가문의 음식은 모처럼 기회가 온다면 먹어두지 않으면 손해다.

    식사 자리 하나에서도 간단하게 관계를 파악할 수 있으니 참 영리한 발상이었다.

     

    “폐하. 앞선 무례에 사죄를 드리며 감히 착석을 청해도 괜찮겠습니까?”

     

    가신 하나가 죽고도 없는 용기를 쥐어 짜내어 황궁에 남은 황태자 파케 히우그마그가 조심스레 물었다.

    황제는 면류관 너머로 표정조차 보이지 않는 얼굴을 끄덕였다.

    얼굴이 보이지 않음에도 그가 파케의 청을 귀찮고 심드렁하게 여기고 있음은 쉬이 알 수 있었다.

     

    으득.

     

    파케는 그 사실에 분해하면서도 가신들과 함께 자리를 지켰다.

    딴에는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작정인 요량이지만 만찬자리를 지킨 선택은 매스각키에게 정보를 허락하는 헛된 짓이었다.

     

    “여기에 제국 전역의 귀족들과 그들의 대표가문음식이 적혀있으니, 추가로 원하는 음식이나 식음료가 계시거든 직접 골라 주문하실 수 있습니다.”

     

    시종장의 손짓에 나온 시종들이 메뉴판을 건넸다.

     

    “아가씨. 고위 귀족의 음식과 한미한 가문의 음식은 조심하십시오. 위험한 마계종 식재료를 가공했거나 뒤늦게 명성을 얻고자 무리한 가공에 도전하여 사람이 먹지 못할 음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곳에서 취하는 음식은 <원류>에 가까움을 명심해야 합니다.”

     

    리프의 충고는 시의적절했다.

    갈릭 후라이드치킨의 요리조차도 마계종 코카트리스의 극독이 든 마늘치킨이었지.

    독내성을 열심히 올린 나도 곧장 덥썩 먹었다간 최대효율의 상승을 얻지 못할 정도로.

    기능경험치 1000점을 찍고 극의에 달한 <마나제어술:완전재현>으로 섭취한 음식의 위험 성분을 거를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부가적인 상승효과가 반감되어 미리 먹으면 아까울 음식이 한둘이 아니다.

     

    “그걸 감안해도 지금이 아니면 못 먹을 음식이 있어요! 이건 꼭 먹어야 해요.”

    “아가씨께서 찾으시는 음식이 무엇입니까?”

     

    리프의 물음에 대신 답하기라도 하듯이 황태자 파케와 그를 따르는 고위관료들이 일제히 하나의 음식을 반복해서 주문했다.

     

    “굴라시Goulash.”

    “굴라시로 주시게.”

    “굴라시로 하겠습니다.”

     

    굴라시는 남부방면군 군단장 중 하나의 이름.

    동시에 마계종 식물몬스터를 썰어 독이 충분히 중화될 정도로 매운 향신료를 넣고 끓인 수프요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충 속셈은 이해가 간다.

    매스각키를 도와 국경지대의 무혈입성을 허락한 군단장이 황태자에게 반기를 들었다고 여기고 그의 가문의 음식을 이 기회에 먹어 치우겠다는 거지.

    통일된 메뉴만을 말하는 것은 파벌 구도를 가늠할 재료를 하나라도 덜 주기 위함이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헛수고다.

    내가 노리는 음식은 역시 하나밖에 없으니까.

     

    “민트초코아이스크림 주세요!”

     

    음습한 기대감을 담아 어떤 허접한 음식을 주문할지 지켜보겠다며 이쪽을 응시하던 관료 집단이 대경실색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아가씨. 그건 메뉴판에 없는 음식입니다. 잘못 주문하신 건 아니신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리프가 중재를 시도했다.

    물론 나는 더욱 강한 어조로 말했다.

     

    “민트초코아이스크림이 아니면 싫어요!”

    “흐응~? 인중에 민트초코를 바르는 건 싫으면서 먹는 건 괜찮아~? 그게 <삼대역적가문> 중 하나의 음식인 건 알고 찾고 있는 거야~?”

    “당연하지! 가문은 떠났어도 그 요리도 제국의 일부였다는 사실은 변함없잖아?”

     

    그 증거로 메뉴판에 암흑마나를 불어넣으면 이렇게 숨겨진 페이지가 나타나며 삼대역적가문의 음식이 떠오르기도 한다.

     

    “참으로 도전적인 선택이군. 제국의 산해진미가 역적의 음식 하나만도 못하다는 것이냐?”

    “쫌 그렇긴 해요. 가문요리야 매스각키만 잘 키우면 다 먹을 수 있는데 역적가문은 제국 밖으로 떠도는 음식이라 구하기가 힘들잖아요?”

    “점점 살려두고 싶지가 않구나.”

    “혁명가를 골로 보낸 걸로 통치자는 제안은 씨알도 안 먹히겠죠?”

    “재단의 아이여. 그것은 네가 죽어야 할 이유를 한 가지 더했을 뿐이다.”

    “그럼 이렇게 해요. 유일신 소페미아의 신앙이 조금 더 커질 수 있게 주류24신 중 일부의 신격에 손상을 입혀드릴게요. 대신 앞으로는 저랑 매스각키를 괴롭히지 말아요!”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황제는 혁명가의 탄생을 방조하였던 자.

    수많은 난민의 발생에도 그들의 목숨을 자원으로 삼고 신물을 손에 얻으면 그만이라 여기는 이.

    자연히 그의 행보를 불편히 여기는 신들과는 적대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선신들의 적이 되는 것이 두렵지도 않으냐?”

    “그럼 전부 악신으로 타락시키죠 머!”

     

    이미 오는 길에도 급발진의 신, 성광의 마데우스를 악성향으로 바꿨잖아?

     

    “크하하하! 선악의 구분을 논할 계제는 진즉에 지나쳤다 이건가. 그 자신감, 마음에 들었다. 황궁에 남아라, 재단의 아이여.”

    “제가요? 왜요?”

    “제국의 4황녀가 될 기회를 주마.”

    “넹??”

    “널 양녀로 받아주겠다는 말이다.”

     

    헉!

    머야 이게.

    나 이런 이벤트 몰라.

    그럼 매스각키가 내 언니가 되는 건가?

    매스각키랑 야요이랑 삼자매 게임플레이?

     

    “아가씨. 군침 흘리지 마십시오. 아가씨는 이미 이사장님의 딸이지 않습니까.”

    “아얏!”

     

    새 이벤트에 군침을 흘리는 내 옆구리를 리프가 힘주어 꼬집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흑막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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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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