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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

       황제. 크리스 카를 테세우르. 방년 21세.

       한창 때다. 이제 혼인할 나이이고 후사를 보기에 적절했다.

         

       하지만 크리스에게 가장 문제인 점이 무엇인가.

       그건 황제가 게이가 아니냐는 소문이 돌 정도로 여자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였다.

         

       황제가 그 사실을 들었다면 길길이 날뛰었겠지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황제가 없는 곳에서만 도는 이야기이기에 알 리가 없었다.

         

       아직 결혼 생각이 없는 건. 마음에 드는 상대가 없어서 라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대상이 없는데. 어떻게 혼인을 하고 애를 낳는단 말인가.

       그래서 남색을 즐기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긴 했지만, 소문은 소문에 불과했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탈모약 복용으로 인해 남성 구실을 못한다는 사실이 퍼진다면.

       황제에 대한 유언비어가 나돌 수 있다.

         

       그건 제국의 이미지에도 치명적이고 대를 잇는 것에도 치명적이다!

       황제와 혼인 각을 재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귀한 자제들도 아. 그건 좀? 하고 고개를 돌릴 게 뻔했다.

         

       어떻게든 그런 일은 막아야 한다…!

       황가의 피는 이어져야 하며, 후사를 잇는 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황제가 탈모약을 복용하는 건 리스크 있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가.

       머리털을 살릴 수 있다는데.

         

       “부작용은 그것뿐인가?”

       “음… 건강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신경 쓸 수준은 아니고. 부작용에 걸릴 확률은 1할 이하야.”

       “오….”

         

       1할 이하면 해볼 만한데?

       황제가 크게 관심을 보였다.

       반대로 탈모약의 부작용 얘기를 들은 에르샤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확률이 낮더라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아닌가.

         

       그녀는 황제 직속 기사단장.

       황제 전속 호위를 맡음과 동시에 부관의 일을 겸하고 있다.

       그렇기에 황제를 누구보다 옆에서 오래 봐왔다.

         

       외모를 위해서라면 성 기능쯤은 잠시 가볍게 내려놓을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그깟 머리털에 포기하다니!

         

       그러니 사심 하나 없이.

       정말로. 진짜로. 이상한 생각 하나 담지 않고….

       평소에 황제를 유심히 쳐다보기도 하고.

       멋지다 생각하며, 남 몰래 응원하고.

       가끔 깨우러 왔다가 자는 모습을 지그시 관찰하기도 한 그녀였지만.

       이번 충언은 개인적인 감정과는 관련이 없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폐하.”

       “에르샤. 그대가 생각하는 바가 있군.”

       “예.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그래. 얼마든지.”

       “머리가 없더라도 폐하는 멋지십니다.”

       “….”

       “머리가 벗겨지더라도 폐하의 찬란함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

       “…에르샤.”

       “예. 폐하.”

       “잠시 나가 있도록.”

         

       진심 충언으로 인해 에르샤는 밖으로 쫓겨났다.

         

         

       ***

         

         

       에르샤가 나가면서 침묵이 찾아왔지만, 황제는 개의치 않았다.

         

       “방해꾼이 사라졌군.”

         

       이미 황제의 머릿속엔 탈모약이라는 물건에 대한 생각이 가득했다.

       얼마나 바라던 일인가. 탈모를 해결할 수 있다니.

       황제가 펜으로 가볍게 휘갈겼다.

         

       싸인하시오…! 탈모는 극복할 수 있다….

         

       황제의 싸인으로 마무리 된 냅킨 계약서는 서로에게 나눠졌다.

         

       “혹시나 훼손되지 않게. 축복을 걸어드리겠습니다.”

         

       용사의 축복 마무리로 계약서는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보존 되리라.

       주딱은 준비해놨던 나머지 탈모약을 건넸다.

       탈모약 10일 분량에 갤러리 관리 포인트 200을 소모했다.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약이긴 하다.

         

       90일 치에 해당하는 약을 건네자, 황제의 입 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하루에 한 알만 먹으면 되는 건가?”

       “꾸준히 먹다보면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더라고.”

       “그렇단 말이지.”

         

       황제는 곧바로 탈모약을 하나 꺼내 물과 함께 삼켰다.

       아직 연약해진 앞머리는 복구되지 않았지만, 벌써 탈모 증상이 사라진 사람처럼 즐거운 모습이었다.

         

       그래 그거면 된 거다.

       이로써 주딱은 한 시름 덜었다.

       여기에 온 이유가 이것 아니던가.

       괜히 왕국과 여왕을 건드리려던 황제를 탈모약으로 입 다물게 했고.

       갤러리에서 제국과 황제를 고로시 하는 일은 없어졌다.

       밥도 먹었고 이쁜 눈나들도 많이 봤고….

         

       ‘근데 뭐지.’

         

       아직도 허전한 느낌이 사라지질 않았다.

       아. 체스.

         

       “그러고 보니 체스 교류를 하자고 하지 않았나? 아니 이미 했나?”

       “그건… 체스 교류가 아니다.”

       “그게 어떻게 체스 교류여.”

         

       애초에 체스 교류라고 부를 수 있나?

       체스를 두는 척만 하고 가까이 달라 붙은 채로 껴안고 여기저기 손으로 만지기만 했을 뿐이잖아.

       황제도 고개를 끄덕였다.

         

       “체스 대회에 대한 논의와 함께 친선전을 하고자 한다. 그게 원래 체스 교류의 취지였지.”

       “아하.”

       “일단 체스 대회에 대한 내용을 논하고 싶군. 자리를 옮기겠나?”

       “그래. 자리를 옮기자고.”

         

       밥도 다 먹었고.

       체스를 두려면 체스판이 준비된 곳으로 가야겠지.

       주딱이 황제를 따라 이동했다.

       응접실은 식당으로부터 가까운 위치라,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도착했다.

         

       화려한 조명과 고급 진 원목 인테리어의 방.

       황제는 체스 판을 꺼내면서 말을 이었다.

         

       “이후에 제국에선 각 국가의 체스 대표들로 이루어진 대회를 열고자 한다. 주딱 그대의 지속적인 홍보와 도움이 필요하다만.”

       “그 정도야 뭐. 얼마든지.”

         

       체스 기물을 적당히 배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와 나이트랑 룩 때깔 봐. 얼마나 돈을 쳐 바른 거야.

       장인이 손수 한 땀 한 땀 만들어낸 기물에 감탄하기도 잠시.

       누군가 방에 들어와 주딱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번 국가 간 친선전에서 체스를 둘 이는 우리 제국의 휘센 자작이다. 체스 마스터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

       “와. 체스 마스터.”

       “오센 왕국의 대표로 온 귀빈이니. 잘. 상대해주길 바라네. 휘센 경.”

       “예. 폐하.”

         

       휘센 자작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한 수 잘 부탁드립니다.”

       “예.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주딱도 고개를 숙였다가, 어. 하고 중얼거렸다.

       국가 간 친선전…? 왕국 대표…?

       나 그런 거 아닌데. 언제 그렇게 됐지?

       언제부터 왕국의 사람이 된 거지? 그냥 왕국에서 얹혀사는 식충이일 뿐인데?

       정신을 차린 주딱에게 보인 건 사악하게 웃음 짓는 황제였다.

         

       “큭큭큭….”

         

       그저 평범한 친선전이라고 착각하다니.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순진한 주딱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없다…!

       제국의 우월함을 알리기 위한 제물이 되어라.

         

       제국의 압도적인 체스 괴물.

       퍼리 애호가 휘센 자작의 상대는.

       엉겁결에 왕국 대표가 된 주딱이었다.

         

       “아.”

         

       체스 대결이 시작되었다.

         

         

       ***

         

         

       사람 간 사람의 대결에서도 자존심이 훼손된다.

       너 좆밥이잖아. 한 마디면 성인군자도 이마에 핏줄이 돋으며, 다시 해 씨발놈아. 로 이어지는 콤보는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치트키였다.

         

       개인 간의 대결도 그러할 진데.

       국가 간의 대결이나 친선전이라면 그 의미가 더욱 커진다.

         

       단순한 체스 대결이 아니다!

       체스를 빌려서 하는 국력 대결인 것이다.

         

       체스든. 마상시합이든. 뛰어난 인재를 보유했다는 건 그만큼 나라에 여유가 있음을 증명했다.

       천재는 태어나지만, 발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게 국가의 능력이다.

         

       그렇게 보유한 인재로 체스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 선전이 된다.

         

       ‘우리는 이만한 인재가 있는데? ㅋ’

       ‘야 너희는 체스 잘 두는 놈 없냐? ㅋ’

       ‘아 ㅋ 왕국은 역시 좆밥이네 ㅋ’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이런 티배깅을 몇 년이고 우려먹을 수 있으며, 국가 간에 자연스러운 상하관계가 생긴다.

       서열 정리.

       이걸 뒤집으려면 수많은 굴욕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다시 해….’

       ‘어? 뭐라고 개 발린 허접이라 잘 안 들리는데? 말도 좀 짧다???’

       ‘크윽… 다시 한 판만 해주십시오…!’

       ‘좋다! 이 허접 녀석에게 그거 하나 내줘.’

         

       평범한 친선전이 아니다.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체스 대리전이 맞는 표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성사된 체스 시합은.

       왕국 대표로 온 주딱과 제국 대표의 휘센 자작의 대결이 되었다.

         

       이 모든 일을 꾸민 황제는 쿡쿡 웃었다.

       탈모약은 탈모약이고. 체스는 체스.

       왕국을 건들지 않았으니 평범한 체스 교류이다.

       겉으로 보기엔 체스 친선전이니 문제될 것도 없었다. 계약 위반이 아니다.

         

       나중에 코 베인 사실을 따진다면 되물으면 될 뿐이었다.

         

       ‘허허. 여왕. 기껏해야 친선전 아닙니까. 화 푸시고 패배를 만끽하십시오.’

         

       그때 쯤 되면 왕국은 제국 밑 체스 허접이라는 인식이 박히리라.

         

       ‘여왕은 이 사실을 몰랐나?’

         

       체스 교류를 하자는데. 순진하게 그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리 믿었다면 베아트리스의 정치 감각이 떨어진 것이다!

         

       항상 뒤통수를 때리기 위해 모략과 권모술수가 난모 하는 것이 국가 간의 정치!

       제국의 자존심을 위해 희생양은 주딱이 되리라!

         

       “….”

         

       이 모든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용사도 자연스레 긴장했다.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지만…. 뭔가 정치적인 무언가가 오간 것 같지만…. 잘 모른다.

       하지만 평범한 친선전이라 보기엔 흉흉한 기세가 오가고 있었다.

         

       “주딱님 괜찮으십니까.”

       “엥? 뭐가요.”

       “그… 이건….”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까.

       국가…정치…위험…그러니까… 음?

         

       그녀는 설명을 포기했다.

       괜히 설명했다가 주딱이 긴장해서 참패하는 건 아닐까 해서.

       많은 고민이 오간 끝에 결국 용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길 거라 믿겠습니다. 주딱님.”

       “아. 부담되네.”

         

       장난스레 대답하고서, 주딱은 상대를 바라보았다.

       휘센 자작…. 이 사람이 그렇게 체스를 잘 둔다고?

       얼마나 체스를 많이 뒀는지. 손가락에 단단한 체스 굳은 살도 보인다.

         

       ‘응애. 나 무서워.’

         

       진심 체스는 되게 오랜만에 두는데….

       거기에 변형 룰인지. 처음 보는 모래시계도 옆에 있었다.

         

       “이건 뭔가요?”

       “아. 이번 친선전을 기획하면서 새로운 룰을 창안해봤습니다. 규칙의 이름은 쟁탈전. 상대방의 시간이 흐르는 만큼 자신의 시간이 늘어납니다.”

       “기본 시간은요?”

       “10분입니다.”

       “….”

         

       보통 체스는 30분은 주는데.

       10분이면 촉박해서 실수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초보라면 시간에 쫓겨서 제대로 된 수도 못 두겠지.

       어린애 손목을 비틀어서 이겨 먹겠다는 생각이 다분했다.

       괘씸하네.

         

       “승부는 5판 3선. 어떠십니까.”

       “예. 그대로 가시죠.”

       “그럼… 좋은 승부 부탁드립니다.”

         

       휘센 자작이 먼저 폰을 앞으로 전진 시켰다.

       지극히 평범하고 무난한 수….

         

       그가 모래시계를 뒤집자, 모래가 아래로 흐른다.

       모래가 흘러내린 만큼 상대의 모래가 차올랐다.

         

       “흠….”

         

       주딱도 자신의 기물을 붙잡아 천천히 앞으로 내밀었다.

       상대방의 기물에 맞춰서 기본적인 오프닝을 진행했다.

         

       ‘근데 다시 생각해도 진짜 괘씸하네?’

         

       황제는 갤러리를 한다. 주딱이 체스를 하지 않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을 터.

       그러니 체스를 두지 않으니 허접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 빈틈을 노려서 이런 일을 계획했다는 거 아닌가.

         

       ‘황제 너는 안 되겠다. 혼 좀 나보자.’

         

       주딱이 과감하게 활로를 열었다.

       폰으로 진형이 갖춰진 순간, 주딱은 나이트를 집어 들었다.

       나이트로 폰 공격.

       나이트로 폰을 잡는 돌발행동에 당황한 건 관전하던 두 사람이었다.

         

       “?”

       “??”

         

       나이트로 폰을 잡으면서 나이트를 공짜로 헌납했다.

       폰을 잡고 나이트를 주면 말도 안 되는 손해 아닌가.

       체스 승률 13%의 처참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용사라도 그건 알았다.

       나이트가 폰 보다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주딱의 교환은 말이 안 되는 플레이다.

         

       “쿡.”

         

       한편, 황제는 미소를 억지로 참아내려 애를 썼다.

       이건 완전 초보자 아닌가.

       이렇게 이상한 교환을 해주다니.

         

       휘센 자작도 살짝 웃었다.

       시간이 촉박해서 실수를 한 건가? 오히려 좋다.

       이걸 기회로 완전히 승기를 빼앗아주마.

       기물이 하나 더 많은 것을 이점 삼아 싸움을 걸었다.

         

       서로의 수가 얽히며 중앙에서 작은 교전이 일어났다.

       서로 중앙을 지키기 위해 기물이 포지션을 갖췄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폰과 비숍 교환.

         

       전투의 불씨는 옆으로 번져서 한쪽 사이드에서 이어졌다.

       그리고 사이드 싸움이 전개될수록.

       휘센 자작은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 챘다.

         

       “…?”

         

       이대로 진행되면… 위험한 것 아닌가

       남은 시간을 사용하면서, 기물들의 수를 가늠했다.

       싸움이 마지막까지 가면 폰 하나가 빠진 자리로 퀸과 룩이 공격할 기회가 주어진다.

       나이트와 폰 교환의 스노우볼이 이렇게 될 줄이야.

         

       ‘설마… 이 수까지 계산한 것인가?’

         

       말이 안 된다!

       거기서부터 여기까지 몇 수를 뒀는데!

       하지만 설마… 여기까지 읽은 거라면….

         

       주딱을 힐끔 쳐다본 휘센 자작의 손이 멈췄다.

       그의 모래가 하염없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kimdoyunniming님 후원 감사합니닷…!!!!!!!!!!

    공모전이 끝났지만 제 연재는 끝이 나지 않은 레후…
    더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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