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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

       

        

        

        

        

        

       “아니, 시발. 이게 무슨….”

        

        

        

        시발.

        

        대한민국의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한 번 즈음은 입에 담아본 단어이자, 동시에 삼라만상과 희노애락을 모두 표현 가능한 마성의 말.

        

        자고로 한국인이라면 그 한 마디만을 듣고도 상대방이 그 단어에 어떤 감정을 실었는지를 아주 간단하게 구분해야만 했고, 실제로 대다수가 그것이 가능했다.

        

        채팅창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방금의 욕은 어이라는 감정의 완전한 상실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

       -피아노줄로 목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발뭐야이게임너무무서워!!!!!!!!!

       -이게 사람새1기가 할 수 있는 발상이냐 ㅆㅂ거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열~ 빡빡이 에이전트나 할 법한 발상~

        

       

        

        원초적인 한숨.

        

        그러나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여 방금 판의 플레이 영상을 복기하고 있었다. 초반부는 볼 필요 없었고, 배속이 걸림과 동시에 화면은 죽기 몇 분 전의 상태를 조망한다.

        

        관전 모드.

        

        하늘에 떠있는 시선은 자신과 적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한 눈에 보여주고 있었다.

        

        

        타고 있던 차량에 수십 발의 총격이 가해지며 보닛에서 화염이 피어오른다. 속도를 줄이고 내린 과거의 자신이, 집 안 2층에 유유자적 덫을 설치 중인 상대방에게로 향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적은 방아쇠에 낚싯줄을 묶은 후, 옆 방으로 슬그머니 들어간 후 줄을 당겨 허공에 탄환을 쏟아붓고 있었다.

        

        

        

       “참나, 와…시발, 그냥 들이박지 말고 도망을 가야 했었네. 어흐….”

        

        

        

       -어지럽다 어지러워

       -승급전 수준 돌아버렸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토 회쳐버린거 보면 쟤도 어지간한 미친놈이네;;

       -속보)뉴비들 카토방송보고 다크존 대거 때려치는중

       -방금 논리대로라면 저건 약간 잘하는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는 사이에도 화면은 계속해서 움직인다.

        

        적은 어느새 2층 진입로 곳곳에 낚싯줄을 쳐놓는다. 심지어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한 번도 아니고, 확실히 넘어지도록 네 줄 이상을 엮어 두 번 교차한다.

        

        인간 형태의 존재를 확실히 넘어뜨리기 위해 고안된 형태였다.

        

        

        그 다음은 뻔했다.

        

        계단을 밟으며 조심스레 올라온 카토가 근처 기물에 단단히 고정된 낚싯줄에 다리가 걸려 넘어지고, 묵직한 소음과 섞인 낮은 목소리의 비명이 공간에 퍼져나간다.

        

        그와 동시에 보이는 적의 아바타.

        

        목조차 움직일 수 없이 죽어버렸기에, 실질적으로는 카토조차 상대방을 보는 것이 지금이 처음이었다.

        

        

        섬세한 이목구비와, 어쩐지 그에 어울리지 않는 듯한 긴 뱀 꼬리.

        

        완전히 무장한 상대방은 손에 낚싯줄을 휘감은 채 조심스레 다가와, 꼬리로 두 다리를 감고 움직임을 봉쇄한 후 교살을 시작한다.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유려한 목소리와 함께, 두 손에 말아쥔 낚싯줄을 한 손으로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홀스터에서부터 권총을 꺼내어 머리에 겨눈다.

        

        탕.

        

        그렇게 승급전은 종언을 맞았다.

        

        

        

       “…뭐냐, 이거?”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리 내뱉은 카토였지만, 그는 알까.

        

        그것이 시작이었다는 것을.

        

        

        

        

        

        

        

        

        

        

       -[알림 : TIER 2로 승급하였습니다!]

        

       -[알림 : 현 시점부터 아시아 예선전 참가 신청이 가능해집니다. 대회 랭크 기준 메인 로비에서 참가 신청서를 제출하실 수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10일 정도만에 여기까지 올라왔네요. 많은 분들이 응원해줘서 그런 것 같습니다. 모든 시청자 분들께 감사합니다.”

        

        

        

       -유진우승!유진우승!유진우승!유진우승!유진우승!유진우승!유진우승!유진우승!

       -응원(별로신경안씀)

       -10일만에 언랭에서 마스터를 찍는 응원 있으면 나도 좀 받아보자 ㅆㅂ

       -선생님 구라치지마십쇼 방송 안키고 돌렸으면 더빨리 올라갈거면서

       -우리는 ‘유진’의 시대에 살고있다!우리는 ‘유진’의 시대에 살고있다!우리는 ‘유진’의 시대에 살고있다!

        

        

        

        티어 2.

        

        열흘보다는 조금 더 걸렸었나, 아니면 그것보단 좀 더 걸렸었나. 사실상 이거다! 하는 목표조차 없이 반쯤 무지성으로 등반을 이어나갔기 때문에, 얼마가 걸렸는지 신경을 안 쓴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다크 존, 에이펙스 프레데터의 승급전은 기본적으로 특정 판수 내에 특정 RP를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걸어왔던 발자취에 따라서 일정량의 RP를 채우기 위해 필요한 판수는 늘거나 줄었고, 나 같은 경우에는 적다 못해…채팅창의 말을 빌리자면 이게 가능한가 싶은 정도의 수준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되어 내게 주어진 승급전 판수는 세 판이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아래에 주어지는 간략한 정보에 따르면, 한 판당 7킬 이상씩 3연속 1등을 해야지만 필요한 RP를 확보할 수 있다나 뭐라나.

        

        아이러니하게도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12시간 36분.

        

        오늘의 토탈 방송 송출 시간이었다.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며 다른 유저들을 쓸어담고 다녔던 평소와는 다르게, 요즘은 조금 더 조심스럽게 플레이한 탓에 판당 걸리는 시간이 좀 더 늘었다.

        

        체력적으로는 아직 견딜 만했으나, 정신적으로는 그다지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깊게 숨을 들이쉬며 다크 존을 종료하고 프라이빗 부스로 환경을 전환했다.

        

        푹신하기 이를 데 없는 의자에 몸을 깊게 파묻으며 입을 열었다.

        

        

        

       “다크 존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상당히 피곤하네요.”

        

        

        

       -처음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다봤다 ㅅㅂ 토할거같아

       -구라안치고 내가 본 모든 방송인들 중 등반속도 제일빠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어떻게 이 티어까지 1등만 꼬박꼬박 하는거임? 사람인가?

       -12시간 연속게임 후 유진어록)상당히 피곤함

       -확실한 건 이사람은 전례없는 미친놈임ㅋㅋ

        

        

        

        천천히 흐려지는 채팅창을 뒤로 하며 천장을 쳐다보고 있자니 드는 한 가지 생각.

        

        그러고 보니, 내가 여태까지 내 시청자들이랑 교류 방송 같은 걸 해본 적이 있었나…확실하게 단언하긴 좀 어려운데, 글쎄다. 했다고 해도 되고 아니라고 해도 되긴 하겠지.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그런 애매한 상황이란 것이었다. 유어스페이스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타 스트리머들의 저스트 채팅에 비하면 글쎄올시다.

        

        근데 또 뭘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보면 그것도 아리송하고.

        

        

        

       <날바나나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어어 자나?

        

       “…아뇨, 안 자요.”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평소보다는 조금 가라앉아있었다.

        

        잠시 고민한 후, 그냥 평범하게 털어놓기로 했다.

        

        

        

       “…별 건 아니고, 생각해보니 여태까지 여러분들이랑 제대로 된 교류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이건 제가 뭘 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런 거지, 여러분들과 대화하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지마라 유진단들아 이건 터미네이터의 계략이다

       -뭐지?갑자기 인간미과시?무엇을 의미하는것이지?????

       -ㅋㅋㅋㅋㅋㅋㅋ절라기엽내

       -교류? 오늘 아바타 쓰리사이즈까지 알아낸다 딱대라 ㅋㅋㅋㅋㅋ

        

        

        

        …무섭다, 무서워.

        

        그동안 다들 그저 내 게임플레이에 집중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더니, 사실 그냥 참고 있었던 건가. 이렇게 득달같이 달려드는 걸 보니 흡사 가스밸브를 확 하고 열어제낀 느낌이다.

        

        잠시 양해를 구하고 물을 마시러 갔다. 매 시간마다 한 번씩 스트레칭을 하고 수분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몸이 금방 지친다. 한 자세로 계속해서 누워있으면 욕창에 걸리듯이.

        

        몸과 꼬리에 분무기로 물까지 알차게 뿌려준 후 침대에 눕고 프라이빗 부스로 돌아오자 어느샌가 눈 앞에 질문들이 한가득 넘쳐난다.

        

        하나하나 확인해보도록 하자.

        

        

        

       <Q : 아바타 쓰리사이즈 제발알려주세요>

       -[현 질문에 누적된 비용 : 323,000원]

        

       “…시작부터 아주 질문이 개판이네요. 꼭 이런 걸 궁금해해야만 합니까?”

        

        

        

       -거 선생님 아바타 아닙니까 저희집 죤슨도 화내고 있는데 알려주십셔 좀

       -에휴 ㅋㅋㅋㅋㅋ나도 5만원 누적했지만 니들이랑다르다는걸 알아둬라

       -다르긴 다르시네요 남들보다 돈많은 변태새1끼님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놈들 투성이야 아주

       -선생님 그렇게 매도해주시면 저희가 아주 ㅗㅜㅑ입니다

        

        

        

        볼 필요도 없이 이런 질문은 걸렀다.

        

        게다가 이건 아바타인 동시에 내 신체인데, 이걸 알려줄 이유가 없지. 아직까지는 내 현실 외모를 누구한테도 밝힌 적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해야만 했다.

        

        질문을 뒤로 넘겨버리자 걸린 돈이 조금씩 치솟기 시작했지만, 당연하게도 무시했다.

        

        이후 다음 질문.

        

        

        

       <Q : 키랑 몸무게가 어떻게 되세요>

        

       “…키는 171cm네요. 몸무게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아니 몸무게는 웨안뒈???????????????

       -시잇프알 유진씨 이렇게 계속 비싸게 굴거야? 현금술맛좀 볼래?

       -응 방송은 취미야~ 돈안줘도 장땡이야~ 꼬와도 어쩔수없어~

       -차라리 둘다 입꾹닫하면 몰라 하나만 말해주니 존나감질나네 시발거 ㅋㅋㅋ

       -선생님 목말라 죽을거같애!!!!!!

        

        

        

       “오해하실까봐 말씀을 드리자면, 제 신체가 꽤 특이한 편이라 몸무게까지 말씀드리면 제 신상과 관련하여 노출 문제가 생겨요. 그 부분 양지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자 뜨는 질문.

        

        

        

       <Q : 선생님 발현자신가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방금 대답으로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헐쒸밥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

       -다들 지금부터 키보드에서 손떼!!!!!!!!!!!!!!!!!!!!!!!!!!!!!!!!

       -아니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저는깨끗하고착한채팅만했습니닫ㄷㄷㄷㄷㄷ

       -10분의1만 법정에서 봐도 400명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부분까지 굳이 숨길 이유는 없었다.

        

        소수의 채팅들 중 발현자 관련 사칭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것도 없었다. 내가 사칭을 했다면 알아서 법의 철퇴를 맞고 사라지겠지.

        

        질문을 더 받을까 하다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문답만으로 이 시간을 때울 수는 없을 것 같아, 적당히 나머지 질문들을 끊고 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디, 뭐가 좋을까.

        

        …아, 그게 있었지.

        

        

        

       “그러고 보니, 최근에 하모니에게 연락이 왔네요. 그냥 평범한 안부랑…그 뭐야, 점프 마스터였나? 선생님도 한 번 해볼 때가 됐다면서 그런 걸 추천해주더라구요. 꼭대기에 있는 예쁜 여자 캐릭터를 구출하는 게임이라네요.”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똥믈리에가또ㅋㅋㅋㅋㅋㅋㅋㅋ

       -안돼시1발 선생님 그런게임은 하는거아니에요진짜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하 녹차고양이쉑 또 트리키에 독풀고다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시바 녹냥이치고는 많이 참았다 했다 이 무친련 진짜

        

        

        

        뭐라고 해야 하나.

        

        조금 나쁘게 말하면 살충제를 맞은 벌레 같은 리액션이었고, 좀 점잖게 말하면…감전된 듯한 느낌이었다. 어쨌거나 둘 다 스트리머를 상대로 할 만한 반응은 아니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니, 상당히 궁금해진다. 도대체 어떤 게임이길래 이들이 이렇게나 싫어하는 걸까 – 사실 싫어한다고 하는 것보단 올 것이 왔다 같은 느낌이긴 한데.

        

        게다가 시청자가 고통받는다고 하기보단 게임을 하는 내가 고통을 받는 것에 가깝겠지.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들의 반응은…사방팔방에 이런 걸 추천하고 다니는 하모니에 대한 장난 섞인 원성이겠지.

        

        

        어쨌든, 이들의 이러한 격렬한 성토는 되려 나로 하여금 그 게임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단초가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하모니를 방패삼아 입을 열었다.

        

        

        

       “…그래도 기왕 게임을 추천받았으니, 내일 방송을 켜게 된다면 한 시간 정도 플레이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참으로 다양한 반응 – 주로 그 길을 건너지 말라는 시청자들의 절규 – 들을 뒤로 한 채, 오늘의 방송을 마무리지었다.

        

        생각해보니 크게 소통을 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런 느낌도 괜찮지 않을까.

        

        대강 그런 엉성한 느낌으로, 하루가 끝나간다.

        

        알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실 이런 류의 게임은 남이 하는 거 구경하면 제일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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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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