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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

       “아. 아. 잘 들리나요?”

        

       “잘 들리네~ 굿.”

        

       방송을 켜기 전. 레반은 미리 도댓과 디스코스 음성채팅으로 만나 세팅 등을 확인하고 있었다.

        

       “첫판은 부캐로 손풀기 갈까? 마스터 30점 정도 되는 부캐 있는데.”

        

       “네, 좋아요. 저도……마스터 12점 정도되는 부캐 하나 있네요.”

        

       준비성이 철저한 레반의 성격 탓이기도 했지만-

        

       방송 전에, 잠시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 형. 저 여쭤볼 게 하나 있어서요.”

        

       세팅이 마무리되고, 이런저런 신변잡기에 대한 이야기도 끝날 무렵. 방송 시작을 10여분 앞두고, 레반이 가볍게 말문을 열었다.

        

       “응? 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따먹? 아무튼 그 분, 혹시 아세요?”

        

       대수롭지 않게 대화를 이어나가던 도댓은, 잠깐 멈칫하는 듯이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안다고 하긴 좀 그렇고……서로 방송은 본 적 있는 정도야. 왜?”

        

       “이전에 부캐하다 우연히 만났는데, 좀……특이한 것 같아서요. 그 정도 실력있는 도적은 챌린저에서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마스터에서 만났거든요. 그래서, 도적하면 형이니까……혹시 대체 어디서 나타난 사람인지 아시나 궁금해서요.”

        

       그 정도 도적을 본 적이 없다니. 조심스러운 표현이었지만, 명확하게 자신보다 도적을 잘 한다는 의미였다.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었음에도, 친한 동생이자 게임 보는 눈으로 유명한 챌린저로부터 듣는 건 별개 문제였던 걸까. 잠시 침음성을 흘린 도댓이, 이내 씁쓸한 어조로 답했다.

        

       “그러게. 나도 어디서 뭐하다 나타난 분인진 모르겠는데……도적하면 아따먹일거야 곧. 내가 어디가서 도적한다고 말도 못하겠어.”

        

       “아, 그런 뜻은-”

        

       “심지어 내 팬카페에 와서, 가입하자마자 아따먹 그 분 사칭하면서 어그로 끄는 사람도 있었다니까? 모르긴 해도, 도적 유저들 사이에선 벌써 꽤 유명한 것 같던데.”

        

       안타깝게도, 도댓으로서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란 아이디로 가입한 당일에 바로 도적도적거리며 어그로를 끈 사람이, 이예나 본인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책무를 다하라는 이메일을 받은 후에는, 더더욱.

        

       “그래도, 내가 보기에 조만간 훅 뜨고 나면, 여기저기서 파고들어서 밝혀내지 않을까 싶은데. 베타부터 따져도 전세계적으로 도적 유저 몇이나 된다고.”

        

       “그러려나요. 아, 55분이네요. 방송켜서 인사하고 준비할게요.”

        

       “그려~”

        

       * * * *

        

       나오나의 매칭 시스템에 대해 많이는 알지 못하지만, 두 가지는 확실히 안다.

         

        어떤 진영에도 한 쌍 이상의 듀오가 잡히지는 않는다.

         

        그리고 한 진영에 듀오가 있으면, 반드시 상대 진영에도 듀오가 있다.

         

        합리적인 규칙이다. 솔로큐를 가장 선호하는 입장에서, 경험에 비추어볼 때 듀오가 다수인 큐에서 솔로는 정말……불편하더라.

         

        지금으로서는, 정말 고마운 규칙이기도 하다.

       

        듀오로 큐를 돌리면, 도댓레반 듀오와 같은 큐에 잡힐 확률이 상당히 올라가며-

       

        무엇보다, 같은 팀에 걸릴 확률이 없어지니까.

       

       타이밍에 맞춰 큐를 돌리며, 아크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아. 죄송해요. 생각보다 늦어졌네요.”

        

       《괜찮아요! 이제 큐 돌리는 건가요?》

        

       “네네. 가시죠.”

        

       기회는 많지 않다.

        

       레반도, 도댓도, 마스터에서 챌린저 사이에서 게임을 하는 유저들이다.

        

       더군다나, 듀오로 큐를 돌리면 보다 높은 티어 게임에 편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저 둘의 듀오 큐와 함께하려면 챌린저 아이디가 필요하지만- 티어 올리는데 관심을 둔 적이 없는 내게, 그런 아이디가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하지 않던가. 전쟁은 곧 정보전이다.

        

       도댓은 첫 게임은 항상 다이아 상위에서 마스터 하위를 오가는 부캐로 한다. 

        

       그러니,

        

       첫 게임은, 가장 확률이 높은 한 발이다.

       

        익숙한 소리와 함께 큐가 잡히고-

        

       흘긋, 확인한 방송 속 저들 역시 큐에 진입했다. 

       

        [아따먹: 도적 지하 갈게요]

       

       자연스럽게, 키보드를 두들겨 포지션을 공지하고, 채팅을 살펴보았다.

       

        [마쎄왜단종: 탑기사 감]

        [아크: 법사 갈게요]

        [크툰크투운: 아]

        [크툰크투운: 혹시 도적 양보 가능한가요?]

       

        어?

       

        내가……내가 뭘 본 거지?

       

        《아, 어떡하죠? 포지션 겹쳤네요. 예나님 도적만 하신다고 한 번-》

       

        [아따먹: 네, 그럼요!! 남는 데 갈게요! 기사 남았나요?] 

       

       세상에나, 마스터 티어에서도 새싹 도적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이건 못 참지.

        

       * * * *

        

       시들어버린 가지들이 가까스로 매달려 있는 나무들과, 쓰린 갈색으로 말라붙은 풀들이 널브러진 대지.

        

       전장의 중앙에서 물 대신 피를 양껏 머금은 식물들이 이토록 생기없는 모습인 건, 스며든 혈액의 영양분보다 쉬이 스러진 원혼들의 고통이 더 큰 탓일지도 모른다-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 성기사, 도댓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눈 앞의 적에, 전투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

        

       조금 전, 적들의 명단에서 발견한 의외의 이름. 아니, 익숙한 이름과 의외의 역할 때문이었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저 기사 때문이었다.

        

       성기사의 상징과도 같은 광채도, 팀원을 지키기 위한 커다란 방패도 없다.

        

       들고 있는 건 오로지 길게 뻗은 양손 검 한 자루. 방패가 들려있어야 할 기사의 왼 손목에는, 동료를 지키기 위한 방패가 된다는 성기사들의 규율을 모욕하는 듯한 작은 나무조각이 달려있었다.

        

       검방술을 처음 배우는 네 살배기의 버클러보다도 작은 저 나무조각이, 방패라도 된다고 주장하는 걸까.

        

       성기사는 양손검을 휘휘 돌리며 접근해오는 상대를 보며,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었다.

        

       저걸 기사라고 부를 수나 있을까. 먼 옛날, 라우프리터(Raubritter)라고 불리우던 도적기사가 분명 저런 모습이었으리라.

        

       눌러쓴 검은 투구에는 페이스가드조차 없었다. 직선적인 공격이나 화살 따위야 피하면 그만이라는 거겠지. 흡사 두건을 둘렀을 뿐인 것처럼 보이는 투구의 밑에서 형형하게 빛나는 안광에, 어딘가 광기가 서려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저 괴상한 방어구 취향은 투구 뿐만이 아니었다. 온 몸에 중갑옷을 둘렀으면서, 양 손을 감싼 건틀릿은 판금 특유의 빛깔을 자랑하고 있었으니까.

        

       ‘휘둘릴 필요 없다. 휘둘릴 필요 없어.’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성기사는 왼팔의 방패를 굳건히 세운 채 몸을 뒤로 숨겼다. 안정적인 자세에서 왼팔의 방패를 앞으로 들이밀고, 오른팔로는 검을 높이 치켜들며 접근해오는 상대에게 검끝을 향했다.

        

       ‘와라.’

        

       선공은, 내어줄 생각이었다.

       

       저 도적의 정신나간 수준의 반사신경은, 이미 지난 결투재판에서 익히 겪은 바였다.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영역 싸움으로 이끌어나가며 상대의 수를 파악한다.

        

       그렇게 건들거리며 다가온 도적기사가 천천히 거리를 재는 듯이 검을 흔들거리는 것에 맞춰, 스텝을 밟던 찰나.

        

       -콰앙!

        

       엇박자로 땅을 박찬 도적기사의 검이, 나무를 패듯 방패를 내리 찍었다.

        

       조금이라도 반응이 늦었다면, 왼팔이 떨어져 나갔을 일격. 

       

       이동속도와 공격속도에 올인하지 않은 이상 물리적으로 보일 수 없는 속도의 움직임이었다.

       

       ‘성기사 전용 특성을, 대부분 포기했다.’ 

        

       마지막 순간에 가까스로 방패를 들어 올려, 그 비정상적인 속도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무리하게 몸을 뒤튼 대가로, 여러 호흡을 잃었다.

       

       ‘후광조차 없는 것을 보고 짐작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나 자책하면서도, 평정을 잃지는 않았다. 애초에, 저 도적이라면 이 정도 변칙적인 수는 던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고- 어떤 형태로든, 선공은 환영하는 바였다.

        

       침착하게, 한 걸음을 앞으로 뻗었다.

        

       상대는 단순한 찌르기에도 많은 힘이 들어가는 양손검을 들고 있었다. 그런 검으로, 저 정도의 힘을 실은 공격을 했다면-

        

       분명, 최소 한번은 연계하고 싶으리라. 그리고, 연계공격을 한다면 그 위치는 정해져 있었다.

        

       성기사는 망설임 없이 전진하며 방패를 좌상단으로 비스듬히 들어올리고, 자세를 굳건히 굳혔다.

        

       예상했던 대로, 머리부터 자신을 양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듯이 내리찍혀오는 상대의 양손검은 다시 한번 방패에 부딪혔다.

        

       하지만.

        

       -퉁!

        

       가벼운 소리.

        

       용기가 담긴 한 걸음의 전진 덕분에, 상대의 공격이 방패에조차 직격하지 못하고 빗맞았다는 뜻이리라.

        

       ‘지금.’

        

       저 오만한 도적기사에겐 방패가 없다.

        

       그리고, 이미 휘둘러진 양손검으론 뒤늦게 수세를 취할 수도 없다.

        

       성기사는 온 몸의 힘을 담아 땅을 박차며 저돌적으로 달려들어, 오른손을 채찍처럼 휘두르며 허리춤을 향한 횡베기를 시전했다.

        

       이 전투를 끝낼, 회심의 일격.

        

       처음부터 수를 심어가며 준비했던. 저 두터운 중갑의 이음매를 단칼에 찢어내며 상대를 거꾸러트릴-

        

       -부웅

        

       성기사의 두 눈이 충격으로 부릅떠졌다.

        

       어느새 뒤로 세 걸음은 물러서 있는 상대에게, 자신의 칼은 닿지 못했다. 애초에 두 번째 공격은 심어둔 함정에 불과했고, 거기에 걸려든 자신의 공격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회피를 시작했단 의미.

       

       하지만,

       

       보고 반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자신의 공격 패턴을 모조리 읽고 있는 것이 아니고서야, 대체-

        

       ‘어떻게.’

        

       고민을 할 시간은 없었다. 상대는 이미 거리를 좁히며 머리 위로 한껏 치켜세웠던 양손을 내리치고 있었으니.

        

       저리도 힘을 실어 내리찍는 일격을 더 이상 막아낼 수는 없겠지만, 흘려낼 수는 있으리라.

        

       황망함에 흐트러져가던 성기사의 눈빛이, 다시 또렷하게 빛났다.

       

       흘려내면 된다. 흘려내고 반격하면, 다시 기세를 잡을 수 있다.

        

       찰나의 타이밍.

        

       단 한 순간을-

        

       -까가각!

        

       내리쳐지는 검이 비스듬히 세워진 방패를 타고 흐르는 소리.

       

       ‘됐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소리에, 성기사는 환희에 가득 찬 표정으로 검을 쥔 오른 손을 힘껏 뻗으려 했다.

        

       눈 앞에 나타난, 주먹을 보기 전까지는.

        

       -퍼억

        

       판금 건틀릿의 무게를 담아 휘둘러진 일격에 안면을 직격당한 성기사가 볼품없이 땅을 나뒹굴었다.

        

       자세를 회복할 기력조차 없었다.

        

       흙바닥에 누운 채로 흔들리는 시야에, 마찬가지로 땅에 널브러진 양손검이 들어왔다.

        

       ‘내가 흘린 게 아니라……그냥 검을 놓은 거였다고?’

        

       경악과 분노로 얼룩진 두 눈이 뒤늦게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보이는 것은, 검은 투구를 눌러쓴 채 자신을 내려다보는 하나의 도적이었다.

        

       어느새 주워 든 양손검을 역수로 쥐고, 쓰러진 자신의 목에 내려찍기 직전인 모습.

        

       《실력은, 도적이 낫네요.》

        

       작별인사처럼, 한 마디가 들려왔다.

        

       -푸욱.

        

       어째서인지, 자신의 바람을 의심하던 전 여자친구를 연상케 하는 목소리-

       

       아니, 휴가를 내고 쉰 날, 대기업에 면접 보고 온 것 아니냐고 의심하던 사수 선배를 연상케 하는 목소리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파페포포님, 2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익명의 독자님, 1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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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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