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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

        

       

       

       수련장에 아른거리던 전류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멜리나는 손끝에 모인 마력을 갈무리하고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궁금한건 더 없느냐?”

       

       멜리나의 말에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이제 없어요.”

       “그러면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자꾸나.”

       “네.”

       

       올리비아는 그을린 벽을 수복하며 남몰래 안도했다.

       

       [남은 시간 : 23분 00초]

       

       솔직히, 처음에는 식겁했다. 그나마 수업이 끝날 즈음에 빙의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정말로 큰일날 뻔했다.

       

       ‘진짜 위험했어.’

       

       하마터면 ‘바뀌는’ 모습을 보여줄 뻔했다.

       

       올리비아는 마도서를 정리하는 멜리나를 힐끗 쳐다봤다. 

       

       [멜리나 디비아에]

       – 레벨 : 95

       – 호감도 : 45

       – 직업 : 시간과 공간의 대마법사

       – 칭호 : 제국의 수호자, 금색 마탑주, 황제의 술친구

       

       그동안 단서 속 시간은 총 12일이 흘러 있었고, 그동안 멜리나의 호감도는 45까지 올라갔다.

       

       호감작은 순조로웠다. 

       

       다 좋은데…….

       

       [남은 시간 : 19분 32초]

       

       멜리나가 근처에 있는 탓에 타이머가 도무지 멈출 줄 몰랐다.

       

       평소였다면 정리고 뭐고 진작에 끝내고도 남았을텐데, 도대체 무슨 수업을 했는지 수련장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 돼 있었다.

       

       이것이 단서의 단점이었다. 몰살 회차의 올리비아가 도대체 무얼 하던 중이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남은 시간 : 17분 21초]

       

       ‘……왜 끝날 기색이 없냐?’

       

       입술이 말라갔다.

       

       ‘암시장 들러야되는데.’

       

       동부 연합과의 전쟁을 억제할 수 있는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시간이 1분만 있어도 암시장까지 갈 수는 있다. 멜리나가 옆에만 없으면, 타이머의 시간은 차감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랬다간, 저번처럼 정문에서 멜리나가 기다렸을 경우 대처할 수 없다.

       

       최소 10분은 남겨두어야, 그런 변수에 대비할 수 있다.

       

       [남은 시간 : 15분 37초]

       

       올리비아는 멜리나의 의심을 살까, 침착을 가장하며 마력을 운용해 벽을 수복해나갔다.

       

       화아아아악.

       

       물론 그렇다고 해서 벽이 수복되는 속도까지 느리게 할 생각은 없었다. 마치 얼룩이 벗겨지는 것처럼, 거대한 벽이 순식간에 원상태로 돌아왔다.

       

       멜리나가 감탄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오, 평소보다 훨씬 빠르구나.”

       “하하…….”

       

       올리비아가 머쓱하게 웃었다.

       

       멜리나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고작 이런 수업을 들으려고 단서를 사용한게 아니다.

       

       물론 단서를 사용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멜리나의 호감작 때문이 맞지만, 적어도 지금만큼은 호감작보다 동부 전선에 관한 정보를 얻는 쪽이 우선이었다.

       

       왜냐고?

       

       이런 수업 한 번 듣는다고 호감도가 올라가봤자 얼마나 올라가겠나. 한 달에 수업을 한 번 하는 것도 아닌데.

       

       단서의 사용 횟수가 한정되어 있는만큼, 어떻게 해야 최대 효율을 뽑을 수 있는지 항상 염두해두어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정보를 얻는 쪽이 최고 효율이다.

       

       ‘다음에 들어올 때는 50 넘어가겠네.’

       

       호감도가 50이 넘어가는 그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기억을 덮어씌우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정리를 마친 올리비아가 멜리나에게 종종걸음으로 다가갔다.

       

       “오늘도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항상 그랬던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이제 이 인사를 멜리나가 받아주기만 하면, 둘의 하루 일과는 마무리된다.

       

       물론 멜리나는 밀린 업무를 마무리해야 하고, 올리비아도 오늘 배웠던 내용을 복습해야 되겠지만. 

       

       그런거야 뭐, 몰살 회차가 알아서 할테니까.

       

       하지만 그 날은 무언가 달랐다.

       

       “…….”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한참 동안 기다리던 올리비아가 고개를 슬쩍 들고 물었다.

       

       “저, 그……. 스승님?”

       “왜 그러느냐?”

       “……인사 안 받아주시나요?”

       “받아줄 생각이다. 내 제자의 인사인데, 당연히 받아줘야지.”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멜리나의 눈은 가늘었다.

       

       “그런데 말이다, 너는 내가 갔으면 싶으냐?”

       “네?”

       “내가 갔으면 싶으냐고 물었다.”

       

       분명 멜리나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뭔가 이상했다.

       

       여기서 한마디라도 잘못했다간 바로 골로 간다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올리비아는 최대한 순진한 얼굴로 말했다.

       

       “그런게 아니라, 스승님 요즘 하실 일이 많으시잖아요. 수업은 몰라도 자습은 저 혼자서도 할 수 있고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걱정해줘서 고맙구나. 하지만 오늘은 괜찮다. 일을 미리 끝내뒀거든.”

       “…….”

       

       멜리나는 여전히 눈동자로 ‘싫으냐?’ 라고 묻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모범 답안이 뭔지 알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저도 스승님과 더 같이 있고 싶어요.’가 정답이다. 평소였다면 일말의 망설임없이 이쪽을 선택했을것이다. 

       

       하지만…….

       

       ‘느낌이 이상해.’

       

       올리비아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멜리나의 상태창을 다시 한 번 살펴봤다.

       

       [멜리나 디비아에]

       – 레벨 : 95

       – 호감도 : 45

       – 직업 : 시간과 공간의 대마법사

       – 칭호 : 제국의 수호자, 금색 마탑주, 황제의 술친구

       

       역시나 호감도는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다는 뜻은, 멜리나는 아직 올리비아와, 몰살회차의 올리비아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정말로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서라고?’

       

       아니, 그럴리가 없다. 만약 정말로 그런 의도였다면, 저렇게 의미심장한 뉘앙스로 말하지 않았을것이다.

       

       올리비아는 잠깐 시간을 두고 생각했다.

       

       곧 결론을 도출해냈다.

       

       ‘……의심 단계인가?’

       

       올리비아의 자아가 두 개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

       

       아직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는 단계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키엘도 올리비아의 자아가 두 개라는 확신을 가지기 전까지는, 호감도가 갈리지 않았으니까.

       

       “제자야, 나랑 같이 있기 싫으냐?”

       

       그래서 저렇게 돌려 말하는 것이다. 자아가 바뀌는 기점이 언제인지, 알아보려고.

       

       ‘……의심받을 짓은 안했던 것 같은데.’

       

       진리의 편린을 넘겨줄 때를 빼면, 정말 진심으로 멜리나의 제자처럼, 그러니까 몰살회차의 올리비아처럼 행동했다.

       

       ‘……행동이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보면 키엘도 단순한 분위기 차이로 몰살회차의 올리비아와 자신을 구분했었다. 키엘도 했는데, 멜리나가 못할 이유가 없다.

       

       언행은 따라할 수 있지만, 분위기까지 따라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걸로도 부족하다. 의심은 할 수 있을지언정, 굳이 자아가 바뀌는 것까지 확인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멜리나에게, 올리비아는 이미 진리에 도달한 마법사니까.

       

       진리는 멜리나에게 미지의 영역이다. 

       

       그런 마법사가 자아까지 바꿔가며 제자 노릇을 한들 굳이 신경쓸 필요가…….

       

       잠깐만, 설마……?

       

       

       

       ****

       

       

       

       멜리나는 생각에 잠긴 올리비아를 씁쓸한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티는 내지 않고 있었지만, 멜리나는 지난 몇 주간 의문에 빠져 살았다. 

       

       이미 진리에 도달한 마법사가 도대체 왜 자신의 제자 따위가 되고 싶어하는지.

       

       진리에 닿는 것과, 멜리나의 제자가 되는 것.

       

       둘의 등가가 성립되지 않는다는건, 촌동네 마법사 지망생들도 안다.

       

       그리고 멜리나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렇기에 진심으로 올리비아의 스승이 되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어떻게든 등가를 맞출 수 있을테니까.

       

       왜 그렇게 등가에 집착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법사라면 어쩔 수 없었다.

       

       등가(等價).

       

       그건 모든 마법의 기초였기 때문이다.

       

       마력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냐에 따라, 마법의 위력이 결정된다. 적게 사용하면 위력이 약해지고, 많이 사용하면 위력이 강해진다.

       

       분에 넘치는 마법을 사용하면, 생명력을 잃는 것 또한 같은 원리였다.

       

       등가를 맞추기 위해서, 마법사에게 그만큼의 부하가 가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등가 교환이고, 마법이다.

       

       그리고 올리비아 또한, 마법사였다.

       

       진리까지 도달한 마법사라면, 이 등가의 원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것이다.

       

       저울이 기울어진만큼, 반대쪽에 부하가 가해진다는 간단한 원리를 모를리가 없다.

       

       전에는 이 사실을 알고도 별 상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세 번째 진리의 편린을 엿보고, 깨달은 것이 있었다.

       

       고작 편린에 불과했기에, 그 깨달음은 안개가 낀 것처럼 희뿌했지만, 그럼에도 느낄 수 있었다.

       

       진리의 가치를.

       

       기뻤다. 황홀했다. 어찌 이런 경지가 있을 수 있는지 놀라움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한 가지 끔찍한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리 전심으로 스승 노릇을 다한들, 저울은 영원히 저쪽으로 기울어져 있을 거라는 사실을.

       

       모든 장기와 신체부위를, 모든 감정을, 심지어는 영혼까지 전부 바쳐도.

       

       멜리나가 무슨 짓을 해도, 절대로 등가는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멜리나는 어떠한 부하도 받지 않았다.

       

       그녀의 모든 것을 바쳐도 진리의 편린 하나의 값어치조차 없었기 때문에.

       

       부하를 받아야 할 사람이, 부하를 받지 않았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

       

       올리비아가, 그녀의 제자가 대신 받고 있었던 것이다.

       

       ‘왜?’

       

       멜리나는 나름대로 추론을 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올리비아가 그 부하를 대신 짊어질 이유가 없었기에.

       

       그리고 끝내, 한가지 답안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 저를 제자로 받아주세요.

       

       생각해보면, 올리비아는 한순간도 제게 존대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정말로.’

       

       가슴 속이 울렁거렸다.

       

       올리비아가 현자로서의 면모를 평소에는 봉인하다시피 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그 면모가, 진리의 편린을 넘길 때만 깨어난다는 것도.

       

       오늘이 그 날이었다.

       

       그렇기에 옆에 꼭 붙어서 확인해보고 싶었다.

       

       ‘……정말로 내 제자였느냐?’

       

       멜리나의 눈이 환한 금빛으로 빛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진짜로 이런 일이 저한테도 일어날줄 몰랐어요 ㅠㅠㅠ

    매일 핸드폰으로만 쓰다보니 이런 끔찍한 일이 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

    자동저장 외않되…

    죄송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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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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