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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

       방송이 끝나고 편집자가 보낸 영상을 확인하던 데케이 종운은 시장에서 처참하게 발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야. 발악이란 발악은 다 하고서 지니까 정말 추하네.

       

       이 정도면 시청자들도 좋아하겠는데?

       

       실력 방송을 지향하는 종운이지만 정작 마이튜브에서 잘 나가는 영상은 그가 고통을 받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평소 여러 방송을 다니면서 오만 패악질을 부린 덕택에 악역 이미지가 잡혀버린 것 같았다.

       

       덕분에 욕도 꽤 많이 듣고 사는 중이지만 종운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어쨌건 재밌게 봐주기만 하면 그만이지.

       

       이번에 십선을 할 때 정말 토가 나올 정도로 힘들었는데 영상이 재밌게 나온 걸 보니 보람이 있네.

       

       종운은 편집자에게 수정사항 몇 가지를 전달한 후 자신에게 온 연락을 확인했다.

       

       시청자에게서 온 것도 몇 개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무적인 연락이었다. 광고라던가 합방이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대충 쳐낼 것을 쳐내며 확인을 하던 중 그는 예전에 같은 팀에서 지냈던 형에게서 온 문자를 발견했다.

       

       수일이 형 요새 바쁘지 않나? 분명 얼마 전에 프로팀 코치로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지금 시즌 중이니까 한창 정신없을 때 아닌가.

       

       – 뭔 일 있어요?

       

       일단 답을 보내놓기는 했지만 바로 답이 돌아올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예전부터 읽고 느끼기만 하던 인간이다.

       

       하루 만에 답이 돌아오면 빠른 거고 어쩔 때는 일주일이 지나서 대답을 하기도 하는 게 이 사람이다.

       

       이번에도 비슷하겠지. 내일 저녁이 되어서 확인을 해보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

       

       – 야.

       

       내가 도대체 뭘 보는 거지? 수일이 형이 10초만에 대답을 했다고?!

       

       꿈인가? 내가 방송을 하다 지쳐서 잠에 들었나?

       

       – 야!

       

       일단 꿈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대답은 해야겠다.

       

       – 네. 형.

       – 대체 화령이라는 사람이 뭐하는 사람이냐?

       

       화령? 내가 아는 그 화령님을 말하는 거 맞겠지?

       

       – 천마 유저분이요?

       – ㅇㅇ

       – 그 분은 왜요?

       – 그 유저가 방금 전에 우리 2군 유망주를 불태워주셨거든.

       – 아 그래요?

       

       종운은 놀라지 않았다.

       

       화령이 상식에서 벗어난 일을 저지르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이던가.

       

       혼자서 외신도 때려잡는 그 괴물같은 유저가 2군의 유망주를 박살내는 것 정도는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 그야 화령님이니까요.

       

       당장 종운 자신만 해도 빡세게 준비를 하면 2군 프로를 상대로 비빌 자신이 있었다.

       

       자신을 박살내버린 화령이 2군 프로를 압도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 영상 보면 그런 말 못할 걸?

       – 그 사람 또 뭐 했어요?

       

       종운은 수일이 보내 준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의 주인공은 화령과 카리스포라는 유저였다.

       

       어. 얘 광전사 하는 애지?

       

       기억난다. 예전에 대회 열었을 때 나와선 우승하고 꼭 프로가 되고 말겠다 했던 놈인데. 진짜 프로가 됐나 보네.

       

       근데 왜 검성이지? 카리스포 쟤 장인 유저라서 다른 건 못 할 텐데.

       

       몇 가지 궁금증을 품은 채 영상을 킨 종운은 대놓고 봐주겠다 선언하는 화령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쟤가 본캐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2군 프로인데 발도 안 떼고 손 하나만으로 상대를 하겠다니.

       

       다른 사람이 했다면 패작하느냐는 소리를 들을 만한 선언이었지만 저 말을 한 것은 화령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한 말이 허세가 아니라 진심이라는 걸 증명했다.

       

       화령은 카리스포가 내지르는 연격 중에서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하품이라도 할 듯 지루한 얼굴로 검성의 연무를 받아낸 것이다.

       

       카리스포는 필사적이었지만 최선을 다한다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종운은 이를 악 문 카리스포의 얼굴을 보며 진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도 지난 번 십선을 할 당시 저런 식으로 당했다.

       

       하지도 않던 편사를 들고 와서는 자존심이고 뭐고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화령 때문에 얼마나 맘고생을 했던가.

       

       자존심이 작살 났을 텐데도 카리스포는 최선을 다했다. 그는 익숙치 않은 검성이라는 캐릭터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보여줬다.

       

       아마 어지간한 마스터 권 유저라면 카리스포에게 양학을 당했을 것이다. 그만큼 카리스포는 강했다.

       

       단지 상대가 더 강했을 뿐.

       

       그러다 대전이 10초가 남았을 무렵 화령이 의도적으로 카리스포를 떼어냈다.

       

       뭐지? 시간을 끌려는 건가? 그러지 않아도 이길 텐데 왜 거리를 벌렸지?

       

       종운의 의아함은 순식간에 해소되었다.

       

       염력에라도 당한 것처럼 카리스포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당황한 카리스포가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쳤지만 무언가에 묶이기라도 한 듯 그의 발버둥은 미약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높이가 되었다 싶을 무렵 카리스포의 몸 위에서 불이 붙었다.

       

       그 광경을 보며 종운은 저도 모르게 중세 시대의 마녀사냥을 떠올렸다.

       

       아니 잠깐만.

       

       – 불태웠다는 게 비유가 아니라 진짜였어요?!

       – ㅇㅇ.

       

       카리스포 쟤 괜찮으려나.

       

       아무리 아피스 유저가 죽음에 익숙하다고는 해도 저건 좀 그렇지 않나?

       

       나 같으면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은데.

       

       – 너무 화려하게 죽어서 커뮤에서 걔 놀리는 사람도 없어. 프로가 아마추어한테 졌는데 동정밖에 안 받고 있다니까?

       – 저렇게 당했는데 어떻게 까요.

       

       적당히 져야 놀리지. 저런 식으로 지면 놀리기도 미안해진다.

       

       – 그러니까 다시 물을게. 이 화령이라는 유저 뭐 하는 사람이냐?

       –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세요?

       – 우리 애들이 네가 제일 잘 알거래.

       

       일단 알려진 사람 중에서 화령하고 제일 가까운 사람이 엔리. 그 다음이 나니까 틀린 말은 아닌데.

       

       왤까. 짬을 맞은 듯한 이 기분은.

       

       종운은 미묘한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선배를 위해 얌전히 설명을 시작했다.

       

       – 형. 제 마이튜브 안 보시죠?

       – 그거 볼 시간이 어디있냐. 요즘 다른 팀 분석하는 것도 바빠 뒤지겠는데.

       – 최근에 화령님 영상만 몇 개 올렸으니까 그거 보고 와요. 그럼 대충 알 거에요.

       

       수일이 그럴 시간이 없다며 투덜거렸지만 종운은 단호했다.

       

       인간이라는 카테고리에서 한참 벗어난 화령이라는 유저는 말로 설명을 한다고 설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결국 수일은 종운의 설득에 못 이겨 화령의 영상을 보러 떠났다.

       

       그렇게 10분이 지나고, 20분이 흐르고 30분이 떠나갔음에도 수일은 돌아오지 않았다.

       

       한 시간하고도 반이 지나 이 사람 자러 간 거 아냐? 라는 의심을 종운이 품을 즈음 종운의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수일이었다.

       

       “형. 뭐하다 이제 전화를.”

       “야. 이거 영상 조작된 거 없지?

       “무슨 영상이요?”

       “화령에 관한 영상. 전부 다.”

       

       몇 년 동안 전화 한 번 안 걸던 사람이 갑자기 전화를 걸고는 한단 소리가 이거야?

       

       “제가 미쳤다고 조작을 합니까. 그거 다 생방송에 나온 거에요.”

       “이게 진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이 형 진짜 화령님 영상을 본 적 없나 보네.

       

       현대인이 되어서 말야 너무 사회생활만 하지 말고 인터넷 생활도 좀 하고 그래야지.

       

       “쩔죠?”

       “이 사람 정체가 뭐냐? 어디 팀 소속 프로라던가 그런 거야?”

       “일반인이요. 아피스를 한 달 전에 시작한.”

       “농담이냐?”

       “농담 같아요?”

       

       종운도 자신이 하는 말이 놈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자신이 여태 겪은 여러 참패도 농담이 될 테니까.

       

       그렇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화령에게 게임을 추천해 준 엔리가 보증하기로 그녀는 VR자체를 처음 해보는 사람이었다.

       

       “아니 그럼 이게 단순한 재능이라는 걸 믿으란 소리냐?”

       “안 믿으면 뭐가 달라져요?”

       “…”

       “형. 화령님은 실제로 존재하는 유저에요.”

       

       그 괴물은 믿고 싶지 않다고 해서 사라지는 허상 같은 게 아니었다.

       

       “프로 할 생각은 없으시다냐.”

       “몰라요. 저도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에요. 저 그분한테 얻어맞기만 했는걸요.”

       “그래? 일단 아피스로 연락을 넣어봐야겠네.”

       

       글쎄요. 형이 연락해도 아마 안 볼 걸요?

       

       종운이 아는 바 내에서 화령에게 연락을 넣은 프로 구단만 해도 벌써 몇 개가 됐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헀다.

       

       프로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령은 프로의 길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소문이 돌 지경이었다.

       

       허나 엔리에게 이야기를 들은 종운 만큼은 실상을 알고 있었다.

       

       화령은 그저 귀찮아서 쌓이고 쌓인 알람을 확인하지 않을 뿐이었다.

       

       수일이 연락을 보낸다 해도 그 알람 더미의 일부가 될 뿐 화령이 그 알람을 확인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이럴 때면 종운은 엔리와의 인연 덕택에 화령의 실제 전화번호를 받은 일이 천운이라고 느꼈다.

       

       적어도 자신은 돌아오지도 않을 연락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를 필요가 없으니까.

       

       “이만 전화 끊을게.”

       “고생하세요.”

       “그래.”

       

       수일과의 전화를 끊은 후 종운은 화령이 자신이 보낸 연락을 확인했는지를 체크했다.

       

       답장이 돌아와 있었다.

       

       – 대회 참가하겠습니다.

       

       “아자!”

       

       화령을 처음 만난 그 날부터 구상했던 대회에 주인공이 참가를 약속했다.

       

       흥행보증수표를 얻은 종운은 방금 전까지 슬며시 찾아오던 졸음이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

       

       “돈이 있어도 당장 캡슐을 구할 수는 없다고요?”

       

       방송을 끝마친 후 바로 헤어지기가 아쉬워 엔리와 같이 식사를 하던 중 내가 VR캡슐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엔리가 부정적인 답변을 건넸다.

       

       “평범한 VR기기랑은 다르게 캡슐은 양산이 안 되거든요.”

       

       지금 당장 구매를 예약해도 캡슐을 수령하는 건 몇 달 뒤의 일일 것이라는 그녀의 설명에 좌절감이 차올랐다.

       

       그렇다는 소리는 몇 개월 동안 게임을 킬 때마다 현기증에 골치를 앓아야 한다는 것 아니더냐.

       

       허어.

       

       엔리가 시켜 준 치킨으로 아쉬움을 달래려 했으나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에 VR을 구매할 때 캡슐도 같이 예약을 할 것을 그랬구나.

       

       닭을 모두 해치웠을 즈음엔 이미 한 밤이 되어 있었다.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었다. 어차피 주말이 끝나면 다시 어학당에서 만날 것이었기에 아쉬움은 없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입구를 지키는 경비가 나를 불렀다.

       

       “아가씨. 502호 사는 분 맞죠?”

       “네. 맞습니다.”

       “이거 아가씨 앞으로 온 택배입니다. 가져가세요.”

       

       택배?

       

       최근에 내가 무언가를 구매한 적이 없을 텐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상자였지만 일단 송장에 따르면 내게 온 것은 맞았다.

       

       보낸 곳은 (주)S… 에에잇. 영어로 적어 놓지 말란 말이다. 알아먹을 수가 없지 않으냐.

       

       집으로 돌아와 택배상자를 뜯어보니 안에는 편지 하나와 곰방대 하나. 그리고 곰방대에 넣어 피라는 듯한 담뱃잎도 함께였다.

       

       곰방대의 모양새는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이었다.

       

       언제였지.

       

       무림에 있을 적에 본 것은 아니고 그렇다 해서 평소 엔리가 건네주던 것과도 다르다.

       

       기억을 돌이키던 나는 문득 얼마 전 치료를 해주었던 빙궁의 여아를 떠올렸다.

       

       기억났다.

       

       그 아이에게서 빼앗는 곰방대가 이런 모양새를 하고 있었지.

       

       편지를 연 순간 내 기억이 맞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것은 그 ‘복수’라는 게임을 만든 곳에서 보내 준 선물이었다.

       

       처음으로 히든 엔딩을 본 사람에게 주는 보상이라며.

       

       오랫동안 그 엔딩을 본 사람이 나오질 않아 본의 아니게 오래 묵혀 두었다며.

       

       드디어 클리어를 해 준 사람이 생겨 너무 감사드린단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사용해도 좋고, 전시해도 좋습니다. 사진으로 찍어 올려도 되고 ,영상을 만들어도 됩니다. 무엇이든 바라는 대로 써주세요. 이건 구원자를 위한 보상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빙궁의 아해를 구해 준 보답이라는 소리 아니더냐.

       

       후흐. 재밌구나.

       

       곰방대에다 잎을 넣은 다음 베란다로 향했다. 삼매진화로 불을 붙으며 느긋이 곰방대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복수’라는 게임을 만든 이들이 뭘 하는 이들인지는 모르겠다만 담배를 선택하는 능력은 나쁘지 않구나. 마음에 든다

       

       이 곰방대도 그렇다.

       

       기념을 위해 만든 것치고는 상당히 제대로 된 물건이 아니더냐.

       

       좋구나.

       

       안 그래도 마침 오늘 곰방대의 필요성을 느꼈는데 이게 선물로 도착할 줄이야.

       

       도시의 밤을 즐기며 흡연을 하던 중 스마트폰이 울렸다.

       

       데케이에게서 온 문자였다.

       

       그는 공손한 어투로 자신이 얼마 안 있어 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내가 그 곳의 참가자가 되어주면 좋겠단 이야기를 전했다.

       

       가만 데케이가 보낸 글을 읽던 중 한 가지 글귀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대회에서 1등을 하면 VR캡슐을 주겠다고?

       

       이거야 원.

       

       당장에 내게 필요한 것을 주겠다는데 참가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좋다. 놀아주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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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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