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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

       

       

       

       

       “무식아.”

       “왜. 서은우.”

       “너 진짜 한빛예고 괜찮겠냐?”

       “야, 그거 누가 들으면 너 때문에 그 학교 가는 줄 알고 오해하겠다?”

       “엥? 아니었음?”

       “오우, 소름 끼치는 소릴 막 내뱉네.”

       

         

       차무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의 오랜 친구인 차무식은 올해 나와 함께 한빛예고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것도 같은 영상제작과에.

         

       듣기로는 2차 모집에 지원하고 가볍게 합격했다고 한다.

         

         

       “그럼 왜 한빛예고에 가는 건데?”

       “어차피 미래에 무한신문에 종신할 몸인데 미리미리 연예계 쪽에 인맥을 쌓아두는 게 어떻겠냐고 아빠가 말해서 바로 대가리 박았다.”

       “그럼 왜 하필 영상제작과인데?”

       “아오, 오늘따라 궁금한 것도 많아요. 야, 생각해봐. 내가 잘나신 연예과 학생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겠냐?”

         

         

       아니, 절대 불가능이지.

         

       애초에 실기 면접부터 떨어질 확률이 100프로였다.

         

         

       “그래. 조금 슬픈 사실이지만 표정을 보니까 대충 이해했나 보네. 아마 다른 과를 가도 마찬가지겠지. 무난하게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니고, 음악을 잘하는 것도 아니니 당연히 그중에서 그나마 만만한 영상제작과로 시선이 가는 것 아니겠어?”

       “웬일로 일리 있는 소리를 다 하네.”

       “아니, 이 새끼가?”

         

         

       순간 차무식의 두 눈에서 불꽃이 튀는 것 같았지만 대충 시선을 피하며 무시했다.

         

       어쨌든 내겐 좋은 소식이긴 했다.

         

       생판 모르는 남들 사이에 있는 것보다 친한 놈이 하나라도 있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하겠지.

         

         

       “후… 어쨌든 요즘 매스컴 쪽은 영상제작과 같은 과를 유심히 지켜보는 추세거든. 927 작가의 뒤를 이을 차세대 스타 작가의 탄생!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린 순간 그날은 기사 다 본거지 뭐.”

       “음, 그 정돈가? 내 생각에는 몇 년 뒤에 927 같은 작가가 더욱더 많아질 것 같은데.”

       “오, 설마 그중에서 한 명이 너냐?”

       “……?”

       “그래. 우리 잘난 서은우 씨가 아니면 그 누가 927 작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냐. 그러니까 나도 친구 덕 좀 보자. 나중에 잘 나가면 네 기사 내가 독점으로 따 간다?”

         

         

       차무식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었다.

         

         

       “……그러던가.”

         

         

       나는 녀석을 따라 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뭐… 그 정도야 해줄 수 있겠지. 아마 언젠가.

         

         

       “자, 이제 슬슬 강당으로 가볼까?”

         

         

       녀석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밖을 보니 약간 서서히 날리기 시작한 눈과 함께 학부모들의 수많은 차가 주차되어있었다.

         

       ……오늘은 중학교 졸업식이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몇 년간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을 시작으로 플라이 하이, 마지막으로 이태원 레볼루션까지 927 작가로서 3개의 작품을 만들며 다양한 인연과 추억을 쌓았다.

         

       그리고 문뜩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나는 아마 전자 쪽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플라이 하이 때 백준영 대표님이랑 작업한 걸 빼면 딱히 고생한 적이 없거든.

         

       고생은 드라마 제작에 힘쓴 스튜디오엔믹스랑 배우분들이 다 하셨지 뭐.

         

       특히…….

         

       나는 내 모든 작품에 출연한 한 소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쓴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중학교 2학년 때, 카페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나고 나서부터가 시작이었다.

         

       아미 지금쯤 나랑 똑같이 졸업식을 진행하는 중일 것이다.

         

       참고로 이제 슬슬 그녀에게도 짧은 작별의 인사를 건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정식 은퇴 발표는 3월 초중반이니 그전에 미리 알려주는 게 그동안의 관계를 생각해서 예의겠지.

         

         

       “야, 서은우! 뭐해! 빨리 안 가면 너 졸업장 못 받는다.”

         

         

       뭐… 일단 이 문제는 졸업식이 끝나고 생각하기로 하자.

         

       나는 차무식을 따라 다급히 강당으로 향했다.

         

         

         

       ***

         

         

         

       같은 시각.

         

       본 졸업식이 시작하기 전, 설소영은 교실에 앉아 창 밖에 내리는 눈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원래라면 그녀는 이 졸업식이 끝나고 며칠 뒤에 영광고등학교에 입학해야만 했다.

         

       영광고는 설소영의 아버지인 설한용과 어머니인 이화영이 처음 마주한 장소이기도 한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학교.

         

       그만큼 재벌 2세 3세들이 대거 재학 중이며 영광고등학교의 졸업장만 있다면 원하는 어디든 취업이 가능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돌고 있을 정도.

         

       당연히 설소영의 입장에서도 한국 최고 고등학교의 입학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애초에 마땅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학교도 없었고.

         

       설소영은 이미 배우라는 꿈을 이루었고, 학교에서 더 이상 배울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나마 학력 적인 부분을 고려해 가장 높게 쳐주는 영광고를 진학할 생각이었다.

         

       다만, 결국 그녀는 한빛예고를 선택했다.

         

       어떠한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곳으로 가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가…….

         

       설소영은 천천히 눈을 감으며 그날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날은 한빛예고의 2차 모집 마감이 며칠 안 남았을 때의 일이었다.

         

       스튜디오엔믹스의 유연정 국장, 그녀가 꼭 해야 할 얘기가 있다며 갑작스레 면담 요청을 해왔다.

         

       설소영의 입장에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일단 그 면담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사전에 나눈 약속대로 유연정의 집무실에 방문한 설소영.

         

       이렇게 직접적으로 둘이서만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라 방안에는 약간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소영 양.”

         

         

       그리고 그 어색한 기류를 먼저 깬 쪽은 먼저 이 면담을 하고 싶다고 말한 유연정이었다.

         

         

       “혹시 한빛예술고등학교에 대해 알고 있나요?”

         

         

       설소영의 입장에선 상당히 의외인 질문이었다.

         

       분명 다음 드라마와 관련된 내용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고등학교 얘기라니…….

         

       질문의 대답 여부와는 상관없이 설소영은 한빛예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이태원 레볼루션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박하준. 그가 재학 중인 학교가 바로 그곳이었고 촬영 도중 쉬는 시간에 그에게서 종종 한빛예고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왜 갑자기 저런 질문을 해오는 거지?

         

         

       “혹시 관심이 있나 해서요. 저는 개인적으로 소영 양이 그곳에 입학했으면 하거든요. 듣기로는 송하율 이사장에게서 입학 권유도 받았다고 들었는데……”

       “거절했어요. 딱히 별다른 메리트를 못 느껴서.”

       “네. 아마 그렇겠죠. 거기서 배우는 과정은 지금의 소영 씨에겐 큰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설소영은 뭔가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눈앞에 앉아있는 여자의 속셈을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조차 자신이 한빛예고에 갔을 때의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표정을 보아하니 마땅한 이유를 설명해 드려야 납득하실 것 같군요.”

         

         

       설소영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유연정은 마치 예상했다는 듯 쓴 미소를 지었다.

         

         

       “그럼 혹시 소영 양은 927 작가님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렇기에 유연정은 그의 가명을 설소영의 앞에서 언급하기로 결심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927 작가를 이 판으로 다시 데려올 아주 중요한 보험이니까.

         

       다만, 그것을 위해선 저쪽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유연정은 곁눈질로 설소영의 반응을 살폈다.

         

       아직 나이는 어려도 설소영은 이제 어엿한 배우다. 표정 관리 같은 건 지금의 그녀에게 식은 죽 먹기와도 같겠지.

         

       하지만 927 작가의 이름이 언급된 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그녀의 표정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분명 동요였다.

         

       유연정은 올해 있었던 청상예술대상을 떠올렸다.

         

       마치 첫사랑에 빠진 소녀가 용기 내어 고백하는듯한 설소영의 수상 소감.

         

       유연정은 그것을 들으며 과연 저 고백이 누구에게 향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들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동요를 보니 단번에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소영 양은 927 작가님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나요? 제가 만약 소영 양이었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그와 만나고 싶을 것 같은데.”

       “……그건 마치 한빛예고로 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네요.”

         

         

       유연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그저 싱긋 웃었다.

         

       설소영은 저 웃음의 의미를 알고 있다.

         

         

       “그리고 일부러 그런 사실까지 알려준 걸 보면 분명 제게 원하는 것이 있는 것 같고요.”

       “빙고. 역시 얘기가 빠르네요. 제가 소영 양에게 원하는 건 딱 하나에요.”

         

         

       나중에 927 작가를 설득할 일이 있을 때 자신을 도와 그의 설득을 최대한 도와달라.

         

       이것이 유연정이 설소영에게 원하는 것이었다.

         

         

       “소영 양이 927 작가님과 가까워진다면 설득이 더 쉬워지겠죠. 뭐… 저도 마음 같아서는 그분의 정체를 소영 양에게 알려 드리곤 싶은데 그러면 그분에게 진심으로 미움받을 것 같아서요.”

       “유연정 국장님.”

         

         

       그때 순식간에 싸늘해진 설소영의 목소리에 순간 유연정의 눈이 커졌다.

         

         

       “하나만 물어볼게요. 그 설득은 누구를 위한 설득인가요?”

         

         

       유연정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설소영과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였다.

         

       지금 설소영의 눈은 누가 봐도 그리 호의적인 눈이 아니었다. 여기서 자칫 잘못 대답하면 오히려 큰 화를 입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유연정은 직감했다.

         

         

       “……지금은 그저 스튜디오엔믹스, 소영 양, 927 작가님을 포함한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만 해둘게요. 일단 확실한 건 그 상황이 찾아오지 않는 것이 가장 베스트겠죠.”

         

         

       유연정의 대답을 들은 설소영은 잠시 고민하였다. 이윽고, 그녀는 눈앞에 있는 유연정에게 이렇게 선언했다.

         

         

       “알겠습니다. 단, 모두를 위한다는 그 말이 거짓이거나 927 작가님에게 해가 된다고 판단이 되면 오늘의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생각할게요.”

       

       

       유연정은 소녀의 단호한 선언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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