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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

    <52 – 교수님은 웃고 있다>

     

    월요일 1교시(9시~11시)

    -마하바라타 교수(변신술사, 드래곤 가디언)(1학년 학생부장)

    -강의명 : 상급반 홈룸

    -강의분류 : 공통, 상급반

     

    월요일 2교시(11시~13시)

    -브론즈 디 이스트라다 교수(의적, 인간)

    -강의명 : 안목 키우기(1,2학년)

    -강의분류 : 모험학부, 교양강의

     

    점심시간(13시~14시)

     

    월요일 3교시(14시~16시)

    -위어드 교수(드루이드, 드라이어드)

    -강의명 :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

    -강의분류 : 마법학부, 교양강의

     

    월요일 1, 2, 3교시를 나란히 강의로 채운다.

    주말을 술로 지세는 대학생이 아니고서야 아카데미 학생에게는 자연스러운 시간표!

     

    ‘동아리 컨텐츠까지 즐기려면 강의는 되도록 요일 몇 개에 몰아서 듣는 편이 좋지!’

     

    월요일 몰빵메타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어머. 디는 월요일 4교시까지 풀타임으로 강의를 듣는 건가요? 터프한 스케쥴이네요.”

    “아카디아 언니도 시간표 다 채웠잖아요.”

    “저는 17살이고 오크노디양은 11살이죠. 17살에게 이 정도는 거뜬하답니다.”

     

    동시간대 다른 강의를 듣고 온 아카디아.

    그녀와 마주친 4교시 강의는 뜻밖에도 기사학부의 교양강의 <원거리 병기숙달>이었다.

    아카디아는 무근본 패션만큼 무근본 기능치 습득으로도 악명이 높은 조연캐릭.

    매 회차마다 가지고 있는 기능이 제멋대로다.

     

    -아카디아 전회차에는 선상검술이랑 사격술 가지고 있어서 채용했는데 전투기능 다 어디감? 쇼핑기능은 뭐고 댄스기능은 왤케 높음?

    -ㅋㅋㅋ뉴비쉑 무투가 아카디아로 꿀 빨다가 사교계 아카디아로 통수 맞았네

    -아카디아는 매 회차마다 주력기능이랑 보조기능이 지 맘대로 바뀌어요. 쇼핑이랑 댄스 높으니까 암시장 이벤트랑 사교계 이벤트엔 쓸모 있을 듯ㅎㅎ

    -얘 데리고 배 탔는데 선상이벤트에서는 그럼 뭐 하고 있어요?

    -무?희 같은 거? 시키면 될?듯

    -응원단장 아카디아ㅋㅋ

    -치어리더 아카디아ㅋㅋ

     

    아카디아 고른 뉴비가 달라진 기능에 당황하면 다같이 찾아가서 조리돌림을 하는 것은 고인물들의 정기컨텐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아카디아 언니는 뭐 다룰 줄 알아요?”

    “후후. 듣고 놀라지 마시라. 저는 무려 ‘총’을 다룰 줄 안답니다!”

    “오.”

     

    무투가 아카디아 당첨이다.

    …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다.

    이 사람, 이번 회차에서 친화력이 엄청 높았잖아.

    A그룹 여학생들의 정신적 지주 노릇도 하고 있고.

    <정치>나 <지휘> 관련 기능도 있을 텐데.

    지휘관 아카디아인줄 알았더니 무투가 아카디아까지 겹치면 기능이 너무 많지 않아?

     

    ‘다다익선은 총량이 늘어날 때나 좋은 건데.’

     

    NPC들의 기능은 총량은 대체로 고정되어 있다.

    누구는 기능경험치 총합 3000으로 시작하고, 누구는 기능경험치 총합 10000으로 시작한다.

    그런 총량의 한계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은 정해진 기능경험치 총량을 넘지 못한다.

     

    ‘다재무능 아카디아만은 곤란해!’

     

    무엇 하나 특화되지 못한 캐릭터를 고인물 플레이어들은 망캐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 *

     

     

    <원거리 병기숙달>강의의 교수님은 생김새부터 활 잘 쏘게 생긴 반인반마의 수인이었다.

    아쉽게도 이족보행 우마무스메는 아니고 사족보행 켄타우로스다.

    대륙사에 이름을 떨친 영웅을 여럿 배출한 켄타우로스들은 영웅의 종족으로도 유명한데, 이 교수님도 기골이 장대한 여장부시다.

    다각다각

    살아 숨쉬는 영웅이나 다름없는 교수님이 말발굽 소리를 내며 강의실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는 학생 한 명이 중얼거렸다.

     

    “저 덩치로 화장실은 어떻게 들어가지?”

    “!!”

     

    학생들이 심각한 얼굴로 고뇌에 빠졌다.

    상상의 나래에 빠진 것은 오크노디도 마찬가지였다.

     

    ‘게임에서는 신경 쓴 적도 없지만 진짜 궁금하네. 화장실은 어떻게 가는 걸까?’

     

    전용 화장실이 있나?

     

    “대륙의 어린 동량들이여. 만나서 반갑다. 앞으로 몇 달간 그대들에게 원거리 병기숙달 강의를 가르칠 이브닝슈터 교수다.”

    “진짜 화장실은…”

    “…마굿간이 가장…”

    “…역시 특수설비가…”

     

    교수의 인사에도 앞선 화두가 너무 충격적이었던 나머지 정신을 차리는 것이 늦은 학생들.

    이브닝슈터 교수는 표정변화 한 번 없이 활을 쥐고는 화살 없이 시위를 매겼다.

     

    <이브닝슈터>

    <속사>

    <매직애로우>

     

    파바바바밧

    딱딱딱!

     

    “악!”

    “윽!”

    “아얏!”

     

    엄청난 속도로 날아든 마법화살에 이마를 맞고 눈물을 찔끔 흘리는 학생들.

    간발의 차이로 피해 심장이 조마조마한 내게 이브닝슈터 교수가 ‘이걸 피해?’ 하는 시선을 보냈다.

    어디 이것도 피해보시지 하고 열댓 발쯤 집중공격을 날리지는 않을지 두려웠지만 다행히도 다른 학생들의 타격감이 좋았는지 활을 거두었다.

     

    “이처럼 원거리 병기에 숙달되면 강의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을 혼쭐낼 수도 있고, 경계를 게을리 하는 적을 혼비백산 시킬 수도 있지.”

     

    화가 풀린 교수님은 강의를 시작했다.

     

    “이번 강의에서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원거리 병기 활용법을 배울 것이다.”

    “활, 총, 석궁, 슬링, 블로우건. 어떤 병기로든 목표달성에 필요한 기술과 지혜를 습득한다.”

    “목표를 달성한 자는 시험에 합격. 즉시 퇴실해도 좋고, 강의가 끝날 때까지 남아서 개인훈련을 계속 이어나가도 좋다.”

     

    넓은 야외훈련장.

    훈련 도중 오사에 의한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브닝슈터 교수님의 강의에는 강의진행을 돕는 교관들이 여럿 배정되었다.

    내가 쪼르르 달려간 궁수들이 모인 줄에는 아쉽게도 아카디아는 없었다.

     

    “갸하하! 원거리무기는 역시 총이지. 쏴도 되나? 다 쏴버려도 되나?”

     

    대신 총 든 미친년인 사략해적 지고쿠도 없지.

    역시 활을 들기를 잘했어.

    그리 안심하고 있는데 다른 줄에 선 학생 한 명이 나한테 손짓을 했다.

     

    “암살자가 무슨 활이야? 같이 비도나 던지자!”

    “…싫어. 활 들 거야.”

     

    가면을 쓴 암살자 즈앙이 두 눈 가득 서운한 티를 내었다.

    흥. 누굴 암살자 취급을 해?

     

    “자, 궁수조는 활을 들고 라인 앞에 서라. 초심자를 위해 숙련된 교관의 시범이 있겠다.”

     

    활을 쥐고 겨냥하는 자세부터 호흡법과 조준을 하는 방법 등등 기초교육이 짧게 이어졌다.

     

    “기초자세에 숙달되지 못한 훈련생은 기초훈련을 계속하고, 숙련자들은 마법고글을 장착하여 눈앞에 표시되는 표적을 적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론 집사 조나의 훈련장에서 단기간에 집중훈련으로 향상시킨 궁술 경험치는 기초 따위에 발목 잡힐 정도로 저조하지 않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의 덩치와 팔 힘이 허락하는 선에서 작은 크기나 적당한 크기의 만만한 소재로 만든 가벼운 활을 고르는 것과 달리.

    내가 고른 활은 무식할 정도로 무겁고 장력이 높은 <대기사 살상영역>이라고도 불리는 드로우 웨이트 45kg이상급 장궁을 집었다.

     

    “저 꼬마 좀 봐.”

    “제 몸무게만한 활을 들잖아.”

    “활보다 애가 더 가벼운 거 아니야? 킥킥.”

     

    제국귀족들은 대놓고 비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가문의 연례행사마냥 열리는 수렵대회에서 활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 그들의 눈에는 내 행동이 우스꽝스럽게 보일만도 했다.

    교관도 내 선택에 당황하며 한소리 했다.

     

    “오크노디 1년생. 너무 무거운 활을 고를 필요는 없다. 이번 표적은 철갑옷으로 무장한 중무장 기사표적이 아니다.”

    “이 정도가 딱 익숙해서 그래요.”

     

    주우욱.

    활을 당기니 팔 근육도 팽팽하게 당겨진다.

    그래 이거지.

    역시 활은 장력이 높아야 제 맛이야.

    쪼만한 숏보우나 끼적거리고 있어봐야 화살쏘개 소리나 듣지, 그걸 어디다 써먹나?

     

    슈슉-

    핑-.

     

    과녁에 맞아 위아래로 흔들리는 장난감 같은 화살과 달리, 내가 시위에 매긴 화살은 장력이 당겨지는 소리부터 확실히 달랐다.

    꽈드득, 하고 감기는 화살이 목표를 겨냥했다 싶자 활을 쏘았다.

     

    쐐애액-

    투쾅-!

     

    표적지를 명중하다 못해 부숴버렸다.

    상반신이 있던 자리가 반으로 접혀 떨어져나간 광경에 옆에서 거들먹거리던 제국귀족학생들의 눈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아까 뭐라고 했어요? 집중하느라 못 들었는데.”

    “아, 아니. 너 활 잘 쏜다고.”

    “괴물인가…? 진짜 오크혼혈 아니야?”

     

    넋 나간 학생들의 꼴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해졌다.

    헤헹.

    활 들고 있을 때에는 나한테 까불면 큰 코 다친다고.

     

     

    * *

     

     

    “교관님. 혹시 발리스타는 없습니까?”

    “선상의 꽃은 함포인데 어째서 대포가 없죠? 제 포격술도 보여드리고 싶은데요!”

    “갸하하! 쏜다, 쏜다, 쏜다!”

     

    다른 조를 맡은 교관들이 터무니없는 학생들에게 시달리며 표정이 썩어가는 사이.

    활을 쥔 학생들을 맡은 궁술교관은 사격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미리 눈여겨보았던 장소부터 후다닥 달려갔다.

     

    “와. 이게 뭐냐. 개박살이 났네.”

     

    화살을 쏜다고 퍽퍽 부서질 정도로 내구도가 약한 표적대도 아니건만.

    표적대의 상반신이 아주 갈가리 찢어졌다.

    실제 사람이 맞았다가는 갑옷이야 단숨에 뚫고 갑옷 안의 상반신을 갈가리 찢어놓을 위력이다.

     

    “이브닝슈터 교수님. 이것 좀 보시죠.”

    “파워샷Power shot이군. 학생들을 가르치라고 붙여놨더니 교관이라는 자가 제 연습을 하고 있었나?”

    “제가 아닙니다.”

    “그럼 이걸 학생이 쐈다고?”

    “오크노디 1학년이 쏜 표적입니다.”

     

    1년생이 쏘았다는 표적지의 흔적에 이브닝슈터 교수는 고뇌에 잠겼다.

    부모동반 사냥대회에나 나가서 활 몇 번 끼적여대는 솜씨로 보일 위력이 아니다.

     

    “981기 상급반은 영웅의 자질이 많이 보이는군. 신궁의 후예와 비도술의 고수, 사격의 달인에 이어 괴력의 궁수라.”

     

    이브닝슈터 교수는 만족스레 웃었다.

     

    “다음 강의는 난이도를 조금 올려도 되겠어. 3주 뒤의 강의를 미리 앞당기도록 하지.”

     

    강의난이도가 껑충 올라갔다.

    오크노디와 같은 강의를 들은 죄로 시달리게 될 학생들만 불쌍해지는 소식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교수님을 웃게 만든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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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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