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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

       

       51.

       

       “왜? 마법 처음 봐, 아가씨?”

       “어…. 어….”

        

       젊은 마녀는 입을 다무는 것을 잊어버린 듯이 행동하는 에실리아를 보고, 배꼽을 잡고 폭소를 터뜨렸다.

        

       “뭐야, 진짜 마법 처음 보나 보네? 이 아가씨 좀 봐. 정말로 마법 처음 봐? 아무리 마법사 수가 적다고 해도 그렇지. 대도시 가면 적어도 한 두명 정도는 있을 텐데? 뭐 어디 종교도시에서 평생을 보내시기라도 했나?”

        

       비록 마지막 말은 농담이었지만, 날카로운 사실을 꿰뚫은 그녀의 말에 에실리아는 벌어진 입에서 비명을 뱉어낼 뻔 했다. 그녀는 간신히 입안에 공기를 담아 볼을 부풀려, 비명을 막음과 동시에 자신의 기분 또한 설파할 수 있었다.

        

       마녀 역시 농담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입꼬리를 더욱 크게 올리고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러고서는 남아있는 다른 사람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마녀는 실망하고 말았다. 남자는 딱히 특기할 만한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비록, 볼을 잔뜩 부풀린 여자 역시 챙이 넓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하관의 다양한 움직임으로 움직임만큼 다채로운 기분을 보여줘 마녀를 즐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남자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는 것뿐, 저 여자와의 공통점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마녀는 약간 맥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힘 센 양반께서는 이런 걸 많이 봤나 봐? 마법이라면 몰라도 마법사의 공방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텐데.”

        

       그제야 남자는 마녀가 기대하던 반응을 보였다.

        

       “공방? 이곳이 공방인가?”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말에 마녀는 또 실망감을 느껴야 했다.

        

       “공방에 부속되어 있는 실험실이 아니었나?”

       “아아, 됐어! 내 쥐똥만한 공방이 우리 잘나신 힘 센 양반을 만족 못 시킨다는 거 충분히 알았으니까 거기 까지만 해. 젠장. 마법사 자존심 다 구기네.”

        

       물론 데스나이트의 말은 마녀를 폄하하려는 목적이 아닌, 단순한 호기심으로 인한 질문이었다. 어쨌거나 그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마법을 부리는 자는 대륙 하나를 소모하려고 한 마녀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마법 부리는 자는 자신의 실력을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의 공방을 가지는 법이다. 공방이라는 말에 호기심을 느낀 제르피에드는 고개를 들어 전체적인 풍경을 눈에 한번 담았다. 자신과 계약했던 마녀의 공방을 아주 작게 축소시킨 것 같았다. 물건의 질도 대폭 낮추고, 청소하는 걸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형태로 말이다.

        

       다른 곳을 보려고 우측으로 머리를 돌린 순간, 시야에 갑작스럽게 드러난, 천장에 걸린 빈 유리병들에 몸을 살짝 움찔했다. 공방의 높이는 젊은 마녀에게는 여유가 있었지만, 데스나이트에게 있어서는 한 번 뛰면 곧바로 천장에 머리가 닿을 듯한 높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젊은 마녀는 이제서야 보여준 만족스러운 모습에 깔깔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자신의 웃음을 보고도 무반응한 모습에 금방 재미를 잃었지만. 그래도 제법 웃음을 터뜨린 게 젊은 마녀는 만족스러웠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출발하기 전에 한 가지 확인해둘게 있어.”

        

       그 말에 에실리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여기가 목적지가 아니었나요?”

       “뭐? 저 힘 센 양반이 말한 것처럼 이런 쥐똥만한 곳에서 무슨 이야기를 해. 나도 내 공방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아. 여기는 잠시 숨 좀 고르려고 들른 곳이고, 지금부터 갈 곳은 내 집이야. 그래서 말인데-.”

        

       젊은 마녀는 말을 잇다 말고 오른손의 검지를 내밀어 데스나이트와 성녀를 가리켰다. 그녀는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자를 좀 벗어 주셔야겠어!”

        

       그녀의 말에 두 사람은 몸을 움찔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정반대의 형태였다. 에실리아는 그 말에 놀라 몸을 떨었고, 제르피에드는 긴장으로 몸을 살짝 경직시켰다. 두 사람의 반응을 본 젊은 마녀는 살짝 실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이거 왜 이래? 나도 이렇게 얼굴까지 드러냈잖아. 내가 인도적 차원으로 너희들을 도와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정체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집안으로 들이는 멍청한 년은 아니거든? 적어도 대강이나마 너희들에 대해 알아야 너희들을 내 집으로 들이든가 말든가 하지.”

        

       에실리아는 잠시 손을 위쪽으로 들어올리다가 허공에 그대로 멈춰 머뭇거렸다. 자신들을 구해준 것은 감사했으나 모자를 이대로 벗어 얼굴을 드러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제르피에드도 마찬가지였다. 이곳 임펠리어는 그들이 방문한 곳 중 현재로서는 가장 위험한 곳이었다.

        

       약 한달 반 가량의 기간동안 에실리아와 함께 하면서 성녀의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을 꽤나 맞이했지만 그것은 모두 급습이나 마신의 신전 아래 공동 같은 적들의 은거지에서였다. 아무리 골목길이었지만 마을에서 대낮에 이런 식으로 대놓고 공격을 시도한 곳은 성녀를 호위한 이후 처음이었다.

        

       아무리 눈 앞의 젊은 마녀가 자신들에게 우호적이라고 할지라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제르피에드는 모자의 챙 끝을 손으로 더듬으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

        

       지금 당장 자신들 발끝에 있는 마을의 위협과 추후 알 수 없는 미래의 위험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어쩔 수 없이 선택은 전자였다. 지금 당장 에실리아가 죽기라도 하면 모든 게 끝이니까.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마녀의 말을 따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고는 허리를 숙여 방금 생각한 바를 에실리아에게 속삭였다. 그것을 들은 에실리아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섬주섬 모자를 벗었다.

        

       “와.”

        

       에실리아의 맨 얼굴을 보자, 마녀의 짧은 감탄이 터져 나왔다. 에실리아는 부끄러운 듯 몸을 움츠렸다. 분명 시간 상으로는 그리 많이 지나지 않았지만, 어쩐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반응이었다. 처음 보는 반응은 아니었다. 자신의 서로 다른 색의 눈동자를 드러내면 저런 반응을 대부분 보이고는 했으니까.

        

       “눈동자가 되게 예쁘네.”

       “…너무 빤히 보지 마세요.”

        

       성녀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그것이 부끄러웠던 에실리아는 모자로 자신의 얼굴을 반쯤 가렸다. 그 모습을 본 마녀가 깔깔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거하게 웃음을 뱉은 젊은 마녀는 제르피에드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제르피에드가 모자를 벗는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아까와 같이 마녀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오…….”

        

       비록 그 형식은 완전히 달랐지만, 에실리아의 입에서도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너무, 빤히, 보지, 마세요.”

        

       역시나 그 형식은 완전히 달랐다. 그래도 성녀의 말을 듣고 젊은 마녀가 폭소를 터뜨렸다는 것은 똑같았다. 눈가에 매달려 있던 자그마한 눈물 한 방울을 훔친 젊은 마녀는 휙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공방 한쪽에 있는 벽의 일부분들을 더듬었다.

        

       -쿠구궁!

        

       곧 돌벽이 신음을 하더니, 그다지 매끄럽다고 보기는 힘든 소리를 내며 옆으로 갈라졌다. 에실리아는 입을 떡 벌렸지만, 이미 전 계약자의 공방에서 비슷한 것을 질리도록 본 제르피에드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마녀가 그 갈라진 틈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몸을 완전히 틈 안으로 들여보낸 그녀는 머리만 쏙 내밀고는 둘에게 말했다.

        

       “뭐해? 얼른 따라와.”

        

       둘이 그 틈으로 걸어 들어간 후, 기다리고 있던 젊은 마녀는 다시금 벽의 어딘가를 더듬었다. 일전과 비슷한 소리를 내며 벽이 닫히자, 사방에는 어둠이 가라앉았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마녀는 익숙한 듯 다른 벽의 어딘가를 더듬었다.

        

       우웅 하는 독특한 소리와 함께 양 옆의 벽들이 발광했다. 하늘의 별을 따, 벽에 박아 놓은 것 같은 모습에 에실리아는 두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마녀는 그 모습을 보며 킥 웃었다.

        

       “어때, 대단하지? 마력의 파장을 서로 맞춰 공명 시킨거야. 이거 맞춘다고 제법 시간 좀 들였지.”

       “제법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 것 같군. 이 정도의 개수의 구체에 모두 동일한 계수의 마력을 집어넣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을 터. 대단하군.”

       “그럼, 그럼. 하나 하나에 마력 다 동일하게 넣느라 진짜 고생 지팡이 부러지게 했… 너 마법사야?”

        

       복도를 걸어가던 마녀가 눈이 휘둥그래지며, 제르피에드를 쳐다보았다. 눈이 휘둥그래진 것은 에실리아도 마찬가지였다. 호위기사에게서 마법에 대한 구체적인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제르피에드는 두 여성의 관심을 가볍게 옆으로 치웠다.

        

       “그냥 떠돌다가 어깨 너머로 들었을 뿐이다.”

        

       그렇게 일축하며 제르피에드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젊은 마녀가 질문을 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치기로 했다. 그의 예상은 정확했다. 마법을 부리는 자 특유의 탐구 정신이 막 마녀에게서 발동되려고 하던 참이었으니까.

        

       “이 마을은 대체 뭐하는 곳이지?”

       “뭐야? 알고 온 거 아니었어? 아니, 잠깐 알고 있을 리가 없나? 하긴… 들어온 자는 대부분 끌려갔으니까…. 젠장, 하도 여기에 오래 살았더니 이제는 별개 다 헷갈리네.”

        

       젊은 마녀는 한 손으로 턱을 받친 채, 시선은 천장으로 고정시켰다. 그러고서는 대각선으로 긴 다리를 껑충껑충 놀리며 왔다 갔다 거리면서 앞으로 이동했다. 마치 어린 소녀가 장난을 치듯 걷는 모습 같았지만, 마녀가 꽤나 장신이라 그런 모습은 퍽 독특해 보였다. 몇 번 그 행동을 반복하던 마녀는 갑자기 딱 멈췄다. 동시에 턱에서도 손이 떨어져 나갔다. 그녀는 고개를 뒤로 휙 돌리며 말했다.

        

       “너희, 얼마나 알고 있어?”

       “뭐를 말이지?”

        

       “아무것도 모르나? 아무것도 모르면 당장 여기서 나가. 나가는 것 까지는 도와줄게. 나가서 남쪽으로 쭉 내려가. 남쪽으로 내려가서 대도시에 닿으면 그래도 안전할 거야. 여기 계속 있다가는 아까 같은 일을 또 당할거니까.

        

       이방인들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곳이거든. 아니 호의적이지 않다고 하기 보다는 의견을 같이 하지 않으면 아예 동격으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봐야겠지. 너희라면 충분히 남쪽까지 갈 수 있을거야. 아까 싸우는 것 봤어. 되게 빠르던데? 힘도 강하고.

        

       전에 내가 도와주려고 했던 애들은 거의 다 바로 잡혀서 제대로 도와줄 기회도 없었거든. 너희 잡으려는 애들도 밥줄이 걸려있으니까. 그러니까, 내 집에 도착하면 약간의 물건을 챙겨줄 테니까 당장 나가. 절대 잡히면 안돼. 잡히면… 죽느니보다 끔찍한 꼴을 당하게 될거야.”

        

       “마탑에서 말인가?”

        

       젊은 마녀는 경악하는 소리를 냈다.

        

       “뭐야?! 알고 있었어?! 아니, 알고 있는데 여기에 들어온거야?! 너희 미쳤냐?! 아니, 잠깐, 잠깐! 그것보다 여기가 마탑과 관련된 마을이라는 건 어떻게 안거야!?”

        

       제르피에드는 차분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추측했을 뿐이다. 이곳 임펠리어로 오는 길에 노인들을 모아 놓은 장소를 발견했다. 건물 내에 아무것도 없이 모포와 노인들만 있는 황량한 곳이었지. 그곳의 노인들은 마탑을 거의 우상처럼 대하더군. 마탑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상한 소리를 하면 곧바로 태도가 돌변할 정도로. 그런 일을 겪은 터라 애초에 마탑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은 마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구토를 할 것 같은 표정으로 혀를 내둘렀다.

        

       “젠장할… 배양장이야…. 배양장이 서쪽에도 있었나? 에하르도로 타 대륙인들이 유입되는 방향이라 대부분은 북쪽에 있을텐데….”

       “그러는 너는 어떻게 이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거지?”

        

       그 말에 젊은 마녀는 피식 웃었다. 어느새 발광하는 벽의 빛은 조금씩 옅어져 가고 있었다. 천천히 벽의 한쪽에 몸을 기댄 마녀는 등으로 벽을 밀듯이, 움직였다. 쿠르릉 거리는 소리와 함께 벽이 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돌아간 틈으로 보이는 것은 한 집안의 풍경이었다. 마녀는 소개하듯이 팔 한쪽을 활짝 내밀었다.

        

       “내 집에 온 걸 환영해. 손님이 오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말이야. 아무튼 환영해. 아, 아까 어떻게 이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냐고 물었던가?”

        

       마녀는 더더욱 입꼬리를 올렸다. 마치 강제로 들어올리는 것 같았다. 언뜻 그것은 괴상해 보이기 까지 했다.

        

       “나도 한때는 마탑의 일원이었거든.”

        

       말이 울적함에 휘감겨 바닥으로 추락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봐주신 Ilham Senjaya님 감사드립니다!!

    이번화는 뭔가 그래도 썼다고 생각했는데 그다지 내용 진전이 없었네요ㅠㅠ

    시험이 끝나 헤이해져서 그런가… 다음화에서는 더 많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Death Knight Became The Saint’s Bodyguard

The Death Knight Became The Saint’s Bodyguard

데스나이트는 성녀의 호위기사가 되었다
Score 3.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Betrayed by her own Order*, the Saint begged the death knight to become her guard—the death knight who could destroy the world. *tl note: she was betrayed by the church, not her own doing. Author Notes: Contains Authentic fantasy, and wholesome love. I hope this brings you the reader a little bit of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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