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2

       대낮의 추격전이 벌어지기 약 10분 전.

       

       베네트는 인파 사이에 숨어가며 마법사를 미행하고 있었다. 팔짱을 끼고 딱 달라붙어서 걷는 모습을 보면, 정장 차림의 여인은 마법사와 상당히 친밀한 관계로 보였다. 연인인가.

       

       아니, 어쩌면 미인계일지도 모른다. 2황자 측에서 파견한 여성 요원이 마법사를 유혹하여, 숙청 계획에 협조하게 하는 건 아닐까. 여태까지의 정보로만 판단하면 이 가설이 가장 유력해 보였다.

       

       분명 몽마를 다루는 흑마법사가 있다고 했었지. 저자를 미인계로 포섭할 수 있다면⋯⋯.

       

       그때, 똑똑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베네트가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한밤의 추적자가 있었다. 신기에 가까울 정도의 추적 능력으로 베네트를 애먹게 했던 여학생이었다. 분명 그날에는, 후드를 뒤집어써서 얼굴을 가렸을 텐데. 어떻게 파악한 거지.

       

       베네트가 경계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때, 그녀는 들고 있던 화이트보드에 글자를 적어 보여줬다.

       

       [오해예요.]

       

       “⋯⋯오해라고?”

       

       끄적끄적.

       

       [비가 오던 날 밤에, 두 사람이 구덩이에 무언가를 묻는 걸 봤어요. 소리가 들려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쫒아가 본 거예요. 두 사람과는 관계가 없어요.]

       

       혹시라도 베네트가 자리를 떠날까, 니오레는 핵심 문장만 짧게 끊어서 적어 보여주었다. 충분한 시간만 있다면, 오해를 푸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마검을 파낸 사람을 추적하려는 2중 함정이 아니라, 우연이었다는 말이야? 너는 그냥⋯⋯ 오지랖을 부린 거고?”

       

       끄덕끄덕. 니오레는 바로 그게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이라는 듯,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름을 적어 보여줬다. 엄지를 치켜들어 자신을 척하고 가리켰다.

       

       [니오레.]

       

       “⋯⋯베네트다.”

       

       [좋아요 베네트. 베네트는 2황자님의 사악한 계획을 막으려는 거죠? 저도 돕게 해 주세요.]

       

       “⋯⋯⋯⋯.”

       

       반대였다. 베네트는 2황자의 계획이 실행되어 아카데미가 혼란과 공포에 빠지길 원했다. 가급적이면 어중간하게 성공해서 양쪽이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입기를 바랐다.

       

       [혼자라면 몰라도, 둘이라면!]

       

       반짝반짝. 니오레는 눈빛을 쏘아 보냈다. 

       

       어디서 이런 착각이 생겨버린 거지. 이걸 이용해야 하는 걸까, 부정해야 하는 걸까. 베네트는 시선을 피하면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벌기 위해 추궁했다.

       

       “⋯⋯얼굴은 가렸을 텐데, 나인 걸 어떻게 알았지?”

       

       [175cm에 체중 70kg 전후. 체형이랑, 발자국이 남기는 흔적이 똑같아서요.]

       

       “⋯⋯⋯⋯.”

       

       속도 차이가 있었음에도 추적당한 이유가 있었다. 괴물 같은 눈썰미였다. 

       

       기만은⋯⋯ 아닌 것 같았다. 니오레에게는, 되짚어보면 2황자 세력이라기에는 어설픈 점이 있었던 것이다. 추적 솜씨와는 다르게 드문드문 얼타던 부분이라거나.

       

       대의나, 정의감 따위를 위해서 목숨을 거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어 왔다. 눈앞의 니오레 역시도 그런 부류인 듯했다. 아마, 베네트가 만류하거나 물러서더라도 혼자서 사건을 파고들겠지.

       

       무능한 일개 여학생 한 명이라면 모를까, 그녀에게는 숙련된 도망자도 추적할 수 있는 눈이 있었다. 어쩌면 변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만약 그녀가 2황자의 계획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입수해서⋯⋯ 3황자에게 전한다면. 그걸로 게임은 끝난다. 황제는 황손간의 과한 다툼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마검으로 누명을 씌우는 건 충분히 과했다.

       

       황제가 움직일 것이고, 아카데미를 뒤집어엎을 폭탄은, 점화도 채 되지 못하고 제거되고 말겠지.

       

       하지만, 중간에서 방해한다면 어떨까. 그녀와 함께 마법사를 조사하는 척하면서, 단서를 빼돌리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하는 것이다. 

       

       여기서 니오레를 죽여 없앨 게 아니라면, 이 방법이 제일 나아 보였다.

       

       “그래, 나도 아카데미에 피바람이 부는 일은 막고 싶었어. 동료가 생겨서 기쁘군.”

       

       “⋯⋯!”

       

       베네트의 속내도 모르고, 니오레는 화사하게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베네트는 마음속으로 혀를 차면서 그녀와 악수했다. 니오레는 맞잡은 손을 위아래로 힘차게 흔들었다.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우선은 동선을 파악해 볼 생각이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따라갈⋯⋯.”

       

       눈으로 마법사의 등을 쫒던 베네트의 시선이, 옆으로 휙 돌아갔다. 니오레는 그 모습을 보고는 함께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걷고 있었다.

       

       “⋯⋯성녀.”

       

       “⋯⋯⋯⋯??”

       

       신입생인 니오레는, 처음 목격한 성녀의 패션에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베네트에게 시선으로 물어보는 것이었다. 저분을 보고 성녀라고 부른 게 맞냐고.

       

       “그래, 아카데미에 성녀가 재학 중이라는 건 들었겠지. 저것이 바로 그 성녀야.”

       

       “⋯⋯⋯⋯.”

       

       “그런 표정으로 봐도, 나도 왜 저렇게 다니는지 모른다. 잠깐⋯⋯ 성녀도 마법사를 쫒고 있는 건가?”

       

       또 변수였다. 비 오듯이 쏟아지는 변수에 베네트는 미간을 찌푸렸다. 성녀는 왜 또 마법사를 추적한다는 말인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협조를 구하죠!]

       

       “잠깐⋯⋯!”

       

       니오레는 성녀의 옆으로 거침없이 다가갔다. 베네트는 한숨을 푹 쉬고,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니오레를 말릴 만한 근거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번 일이 어떻게 굴러갈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다만, 흑마법사로서 최선의 판단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을 뿐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교단 측과 2황자 세력을 충돌시켜, 어쩌면 더 큰 혼란을 얻어낼 수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

       

       성녀 타라는 별생각이 없었다. 알레한드로 교수에게 찍힌 불쌍하고 가엾은 신임 교수에게, 인사 한번 하면 모든 게 해결되리라는 꿀팁을 건네주려고 할 뿐이었다.

       

       마침 저 앞에 보였다. 전해 받은 인상착의와 일치했다. 자색 마탑의 로브를 입은 남자와, 정장 차림의 여자. 보기 드문 조합이니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뒤에는 팬티와 마검의 등가교환이라는 마법을 부린 누군가를 찾아서, 징벌하리라.

       

       화이트보드를 안은 신입생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통통통.

       

       [안녕하세요 성녀님! 신입생 니오레라고 해요.]

       

       “아, 네, 뭐, 으응⋯⋯. 용건이라도 있니?”

       

       말을 못 하는 걸까.

       

       밤색 머리카락을 찰랑이는 여학생. 아카데미 제복을 입고 있지만, 본 기억이 없으니 신입생일 터. 그녀는 뭔가, 사명감으로 타오르는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간혹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뭔가 수상쩍은 흔적을 발견했다며, 지나가던 자신에게 알려주려는 이들 말이다. 그 용기와 준법정신에는 존중을 표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심심하면 듣는 입장에서는 살짝 귀찮았다.

       

       대부분은 허위신고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신입생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배운 게 없으니 헛발질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번에도 아마, 별일은 아닐⋯⋯.

       

       [2황자님이 아카데미에 마검을 숨기고, 누명을 씌워서 3황자님 세력을 공격하려고 해요!]

       

       “구체적이고 자세히 정황을 말해 보렴.”

       

       별일이 맞았다. 아카데미를 불태우고도 남을 건이다.

       

       “⋯⋯내가 설명하지.”

       

       니오레의 뒤로 베네트가 따라붙었다. 성녀 타라는 이 남자를 알고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인물 중 하나였다. 그 알렉손 교수의 제자이니, 믿을 만한 인물이었다.

       

       베네트는 시간 순서로 간단하게 정리해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니오레가 구덩이에 무언가를 파묻는 2인조를 발견한 것. 베네트가 우연히 흔적을 발견하고 마검을 파낸 것, 오해가 얽혀서 추적전을 벌이다가 마검을 발코니에 두고 도망간 것. 

       

       그리고.

       

       니오레는 품 안에서 팬티를 꺼내 공손히 양손으로 돌려주었다. 성녀 타라는 얼떨결에 받았다. 

       

       “⋯⋯⋯⋯??”

       

       [실수로 들고 와 버려서⋯⋯ 죄송합니다.]

       

       야밤의 등가교환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다. 

       

       베네트는 추가로, 자신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자탑 마법사는 2황자에 의한 낙하산 인사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정보들을 종합하여──

       

       “그래서, 마법사가 마검을 숨긴 이유가⋯⋯ 숙청을 위한 것이 아닐까 추측한 거다.”

       

       “일리는⋯⋯ 있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가볍게 입에 담기에는 커다란 건이라서 그렇지. 착각이라도 했다가는 여러 사람이 피 볼 문제이다 보니, 성녀는 방어적으로 신중하게 생각했다.

       

       조사를 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칼을 뽑아 들기에는 시기상조.

       

       마검에 대한 소명을 들어 볼 필요가 있으리라.

       

       “일단은 이야기를 나눠 보고 생각해야겠어. 마침 눈앞에 있으니⋯⋯ 어?”

       

       마법사가 정장을 입은 여성에게 업혔다. 그리고 냅다 도망가기 시작했다. 성녀 타라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전신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쫓아!”

       

       “나는 왼쪽으로 틀겠다!”

       

       [앞질러서 갈게요!]

       

       추적전이 시작되었다.

       

       ===============================================================

       

       사제의 마력은 특별하다. 섬기는 신으로부터 내려받기에, 특정 분야에 특화된 성질을 지니는 것이다. 재생, 회복, 정화, 치유, 온갖 생명을 이롭게 하는 것들에 이점을 받는다.

       

       마탑에 회복이나 재생 학파가 없는 이유였다. 그쪽 분야는 여신교의 사제들이 꽉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사나운 야수의 축복』!”

       

       지구력 상승과 근력 증강 부여. 빛무리가 성녀 타라와 베네트의 몸에 휘감겼다. 베네트는 평소보다 족히 1.5배 상승한 속도에 휘청거리다가, 금세 중심을 잡고 달려 나갔다.

       

       “적응이 생각보다 빠른걸?”

       

       “아카데미를 폼으로 다닌 게 아니니까⋯⋯ 잠깐, 환상 마법인가?”

       

       마법사와 정장 입은 여성의 모습이 잠시 일렁이다가, 두 쌍으로 복제되었다. 마력의 흐름을 읽어봐도 분간할 수 없는 정교한 환영이었다. 환영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알아볼 수 있겠나?”

       

       “모르겠어!”

       

       “몸으로 때워야겠군⋯⋯! 진짜일 경우에는 신호해라!”

       

       타라와 베네트는 하나씩 분담하여 뒤쫓았다. 

       

       ===============================================================

       

       베네트는 도로를 내달리며 끊임없이 머리를 굴렸다. 일부러 놓쳐주는 편이 나은가. 아니면, 자신이 협조할 수도 있노라고 어필하는 게 좋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마법사를 따라잡은 이후에나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마법사는 거리가 좁혀질 때마다 해괴한 마법을 써 왔다. 베네트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기괴한 주문이었다.

       

       “『염력』, 『축제 폭죽』.”

       

       시각적인 화려함뿐인 폭죽이 터짐과 동시에, 가판대에 진열된 사과가 툭 하고 날아왔다. 고작 사과일 뿐이다. 몸으로 받아내도 전혀 문제가 없을 터이나── 후속 마법이 문제였다.

       

       “『빛 번짐』,『텍스처 해체』.”

       

       사과의 형태가 일그러지며, 일정 범위 내의 사물 전체에 번져나갔다. 지면도, 가판대도, 베네트의 피부도, 반질반질한 사과 껍질로 이루어진 반복 패턴으로 보였다. 정신이 아찔해졌다.

       

       스걱-!

       

       베네트는 눈을 질끈 감고, 검기를 뿜어내어 사과가 있던 자리에 참격을 날렸다. 공중에서 사과가 반으로 갈라졌다.

       

       마법의 중심이 파괴되자, 환상 마법은 사라졌다. 

       

       마법사와의 거리는 조금 더 멀어진 채였다. 베네트는 이를 갈았다. 고통이 느껴지는 마법이나, 괴물의 아가리가 다가오는 등의 환상이라면, 무시하고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감을 증발시켜 버리는 기괴한 환상은 그로서도 참아내기 힘들었다. 

       

       “세상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기에 이딴 마법을 쓸 수 있는 거냐⋯⋯!”

       

       마법사는 마법으로 대답했다.

       

       “『척력장』,『다가오는 벽』.”

       

       땅이 흔들리며, 지면이 파도처럼 너울거리며 베네트를 덮쳤다. 저건 환상이다. 그건 확실했다. 하지만 『척력장』마법을 영창하는 것을 똑똑히 들었다.

       

       환상 사이에 숨은 척력장이, 베네트를 밀어내려 하는 것이리라. 환상을 간파할 시간은 없었다. 베네트는 허리춤의 롱소드를 뽑아, 빠른 속도로 수십 번 휘둘렀다. 

       

       마력의 잔흔이 남아 얽혀, 참격의 그물이 만들어졌다. 마력 조작 능력이 경지에 오른 이들만이 가능한, 검막이라고도 부르는 고급 테크닉이었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밀어내는 힘이 조각나, 환상과 함께 흩어졌다.

       

       검막으로 돌파한 덕에 속도가 거의 줄지 않았다. 마법사와의 거리는 차근차근 좁혀져 가고 있었다. 마법사가 으슥한 골목으로 방향을 꺾었다. 베네트는 언제고 칼을 휘두를 준비를 마쳤다.

       

       마법사가 시야에서 사라진 순간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어떤 마법이 날아올지 모르는 일이니까. 

       

       베네트가 긴장한 채로 골목으로 접어들었을 때, 마법사는 막다른 골목에서 멈춰 서 있었다.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기습을 해 올 수도 있겠다. 배후로부터의 습격을 주의했다.

       

       “⋯⋯혼자 남은 건가?”

       

       마법사는 등을 보인 채로 태연하게 말을 꺼냈다.

       

       “어째서 쫓아오시는 겁니까? 저는⋯⋯ 아직 한 게 없는데요.”

       

       “뻔뻔하게도 말하는걸. 마검을 숨겼으면서. 대체 목적이 뭐냐?”

       

       “목적은 언제나 하나뿐입니다. 모두가 즐겁게 놀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거죠.”

       

       “거기에 마검을 어떻게 써먹으려는 건지 정말 궁금하군그래.”

       

       떠 봐야 할까. 주변을 살피면, 성녀도 니오레도 없었다. 자신의 속내를 밝히기에는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베네트는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말을 꺼냈다.

       

       “나는, 다른 두 사람과는 다르다. 적당히 돈만 쥐여 준다면 협조할 수도⋯⋯.”

       

       “당신은, 자신의 믿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슨 뜻이냐.”

       

       마법사의 의미심장한 말에, 베네트는 목소리를 딱딱하게 굳혔다. 

       

       마법사는 몸을 돌려, 새까만 머리카락과, 불길한 색으로 빛나는 붉은 눈을 드러냈다. 아카데미 입학생들과 비슷한 또래의, 젊은 청년의 모습이었다.

       

       마법사는 나지막이 말했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를 하려는 겁니다. 모든 것에는 이면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말이에요.”

       

       “정말 마법사처럼 말하는군. 딴청을 부리는 거라면⋯⋯.”

       

       “곧 알게 될 겁니다. 때가 되면 보여드리죠. 당신도 깨닫게 될 거예요.”

       

       후욱.

       

       바람 앞의 촛불처럼, 마법사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베네트는 눈을 깜빡였다. 투명화나 공간이동 같은 주문은 아니었다. 집중해서 귀를 기울여 봐도, 주변에 마력을 뿌려봐도 감지되는 것은 없었다.

       

       어디서부터 환상이었던 걸까.

       

       베네트는 자신이 마법사를 놓친 것을 인정하고, 골목에서 나왔다. 마찬가지로 마법사를 놓친 듯, 씩씩거리는 성녀와 어벙해보이는 니오레가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마법사의 영문 모를 소리가, 베네트의 머리 한구석에 끈적하게 눌어붙었다.

       

       ===============================================================

       

       세 사람은 일종의 팀을 맺었다. 마법사를 조사하기 위한 임시 동맹이었다. 베네트의 주장으로, 좀 더 확실해지기 전에는 이번 사건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기로 했다. 소문이 번지다 보면, 의도치 않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었으니까.

       

       정치적인 명분이 얽힌 싸움이기에, 까닥하면 역풍이 불 위험성이 있음을 인지해야 했다. 성녀 타라와 니오레도 동의했다.

       

       3황자에게 소식을 알리는 것도 보류해 두었다. 아직 그가 아카데미에 도착하지 않았고, 2황자와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거냐는 말을 들으면 곤란해진다.

       

       그렇다면 어디를, 어떻게 조사해야 의문을 밝혀내고, 결정적인 증거를 수집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성녀가 아이디어를 냈다. 

       

       “오우거를 잡으려면, 오우거 굴에 들어가야 하는 법이니까.”

       

       

       성녀 타라는 학생 거주 구역 광장에 커다랗게 걸린, 선택 과목 리스트의 어느 한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선택 과목 중에서도 눈에 띄는 강의명이 있었다.

       

       『이세계 탐험』/ 담당 교수 : 자색 마탑 마법사 (본인 요청으로 익명으로 표시함)

       

       직관적이면서도, 어떤 수업을 듣게 될지 쉽사리 짐작할 수 없는 강의명이었다. 베네트는 미간을 좁혔다.

       

       “⋯⋯저걸 듣자는 거냐?”

       

       “어.”

       

       [위험하지 않을까요?]

       

       “나 성녀야. 어떤 꿍꿍이가 있건, 내게 함부로 손을 댈 수는 없을 테니까.”

       

       성녀는 팔짱을 끼고 어깨를 으쓱였다. 비록 교단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지만 성녀는 성녀. 여신교를 대표한다는 상징성은 든든한 방패가 된다.

       

       셋은 『이세계 탐험』강의에 신청서를 넣었다.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채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가후기는 좀있다가 추가하겠습니다일단올리고요!

    +(6시 10분)
    쪼끔⋯⋯ 늦었습니다! 그래도 두 편이니, 용서를 구하옵나이다.
    오늘 아침에 이것저것 일이 생기더라구요. 시간이라는 게 많다가 부족하다가 정신이 없네요.
    내일 봐요, 마이 프렌즈. 오늘은 이만⋯⋯ 침대와 한몸이 되어보려고 합니다. 좋은 꿈 꾸세요!

    다음화 보기


           


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