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2

    “예르나씨? 무슨 일 인가요? 먼저 연락을 다 하시고.”

    “아, 세레나씨. 혹시 지금 시간 되시나요?”

    “괜찮아요, 말씀하세요.”

    세레나의 허락이 떨어지자, 예르나는 속으로 안도하면서 말했다.

    “루크에 대한 얘긴데요.”

    “아. 그러고보니, 루크는 자율출석을 허가받았다고 들었어요. 미안해요, 그 아이가 그렇게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어 할 줄은…….”

    “아뇨, 아뇨. 그런 얘기가 아니라요.”

    예르나는 음성통화중인 세레나에게는 보이지도 않을것을 알지만, 반사적으로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사실은…….”

    예르나가 세레나에게 건넨 말은, 루크가 악기를 배우고싶어하는데 괜찮은 학원을 아느냐는 질문이었다.

    세레나는 그런 정보를 알고있으리라 생각했으니까.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예르나의 주변엔 세레나뿐이었다.

    그리고 세레나라면 교양도 있으실테니까.

    “아. 루크가 악기를 배워보고 싶다고 하나요? 그러면 잘됐네요. 음악동아리에 들면 되겠다.”

    세레나가 밝은 목소리로 발랄하게 말했다.

    “음악동아리요?”

    “네에. 티그아카데미는 동아리도 꽤 잘 되어있답니다? 웬만한 음악학원보단 나을 거에요. 그게 아니라도, 음악실은 언제나 열려있을 테고요. 게다가, 무료인걸요. 어떻게봐도 좋지않나요?”

    “아…….”

    하긴, 티그아카데미는 시설로는 거의 요 주변에 따라올만한 아카데미가 없는 명문아카데미다.

    웬만한 음악학원보다 시설이 좋다는것은 허언이 아닐것이 분명하다.

    예르나가 고민하는 듯 보이자, 세레나는 말을 이었다.

    “루크가 아카데미를 너무 싫어하는게 아니라면, 동아리만 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은데, 어떤가요?”

    “……생각해볼게요. 조언, 감사드립니다.”

    ———–

    그런고로.

    루크는 또 교복을 차려입고는 버스에 앉아 가방을 끌어안은채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다.

    “허허. 이거, 생각보다 아카데미에 자주 오게 되는군. 그렇지않은가?”

    -……!

    파이도 그런 것 같은지, 살짝 끄덕이며 루크를 흘겨보는 모양새다.

    ‘그것 봐, 사실 좋잖아?’라고 하는 듯한 표정.

    루크는 그런 파이의 시선을 피하기위해 창 밖을 살피면서 생각했다.

    ‘뭐, 아카데미 자체가 싫은것은 아니지만.’

    싫은것은 자신을 아이취급하는 시선과, 수준이 맞지 않는 수업, 그리고 아이들과의 세대차이가 견딜 수 없었던게다.

    오히려 그 외의 모든 부분에서 아카데미는…….

    많은 도움이되고 있었다. 당장은.

    루크는 슬쩍 하늘을 바라보며 대충 말했다.

    “흐음, 아무래도, 내일은 비가 올 것 같구나.”

    -…….

    그러자, 파이는 마치 ‘말 돌리는거야?’라는 듯이 루크의 어깨주변을 콕콕찌르며 뾰족한 소음을 냈다.

    “…….”

    하긴, 자연 그 자체인 정령이 내일의 날씨를 모를리 없나.

    루크의 말돌리기는 실패했다.

    ——

    아무튼, 아카데미에 도착한 루크는 당당하게 음악실의 문을 두드렸다.

    지금은 방과후인 시간이니, 수업도 없을 터.

    “어, 들어오렴.”

    안에서 들려온 소리에 루크는 드르륵, 하고 문을 옆으로 밀어 열었다.

    안쪽엔 음악선생이자 루크의 담임인 그 여교사가 앉아서 악기들을 조율하는 중이었다.

    “어머, 루크아니니?”

    그녀는 루크의 등장에 조율하던 현악기를 내려놓으며 인사를 건넨다.

    루크도 고개를 끄덕인다.

    “엠마, 반갑군.”

    “이야기는 들었어, 악기를 배워보고싶다면서? 잘 생각했어.”

    그녀는 루크가 반에 적응하지 못한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루크가 악기를 배우러 왔다는게 꽤나 고마웠다.

    어쩌면, 루크도 학교가 그리 싫지만은 않았던 모양이지.

    “학교가 힘들었다면서 이렇게 동아리까지 든다고 하니, 선생님은 살짝 감동이라고 할까…….”

    “하하……. 그렇게까지 말할건 없다네.”

    학교가 힘들었던 건, 루크에게 흥미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루한 수업, 곤란할뿐인 친우(?)관계, 불편한 시선…….

    그런것만 없다면 아무렴.

    그래도 루크가 스스로 동아리에 든다고 말한게 감동이었는지, 엠마는 안경을 살짝 들어올리며 눈가를 꾸욱 꾸욱 눌렀다.

    눈물이라도 나오려고 했던걸까.

    “특별히 배우고싶은건 있어?”

    “글쎄…….”

    루크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이 시대의 악기는 무엇이 있는지 알수가 없으니.

    기본적으로 북과 피리, 리라, 트럼펫, 실로폰 등의 그 기원이 오래된 악기는 대충 알지만, 피아노라던가 바이올린, 기타나 플룻같은 비교적 현대에 가까운 악기에대해선 문외한이었다.

    “그럼, 하나씩 만져볼래? 악기는 많으니까.”

    “그게 좋겠군.”

    “그럼 한개씩 만져보고, 마음에 드는게 있다면 이야기해주렴. 선생님은 잠깐 동아리 신청서류를 가지러 갔다올테니까.”

    “그러도록 하지, 정말 고맙다.”

    엠마가 자릴 비우자, 루크와 파이는 넓직한 음악실에 가지런히 놓여진 수많은 악기들을 보며 조금 압도당했다.

    “아, 저기 저번에 그 연주자들이 쓰던 것들도 있구나.”

    바이올린, 피아노, 기타. 루크는 이름을 모르지만.

    루크는 그중에서도 꽤나 인상적이었던 바이올린을 들어보며 살짝 감탄했다.

    “이런 형태라니, 하나같이 악기가 아니라 예술품같군. 그렇지않느냐?”

    파이는 그런 루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이올린을 바라보던 파이는 루크에게 한번 켜보라는 듯, 바이올린의 음율을 흉내냈다.

    “한번 연주해보라는겐가? 흐음…….”

    루크는 일전의 기억을 더듬어 바이올린을 어깨 위에 얹어보고는 턱으로 바이올린을 고정하려했으나…….

    “흐음. 뿔이 방해로군. 이건 안되겠구나.”

    자꾸만 뿔이 악기에 닿아 덜그럭거리는 소음이 들어간다. 

    흠집이 생길라, 루크는 조심스레 다시 그것을 내려놓았다.

    뭐, 이것 말고도 악기는 아직 많았다.

    루크가 다른 악기로 시선을 돌리자, 파이는 루크의 시선을 따라 먼저 악기에 다가갔다.

    기타, 저것도 거리의 연주자가 만졌던 악기다.

    악기를 이모저모 살피던 파이는, 결국 악기를 향해 몸을 비볐다.

    -띠리링-

    -………!

    “파이?”

    정령이 본래 물질계에 존재하는 물체를 다룰수 있었나?

    뭐, 실제로 물질계에 완전히 영향을 끼칠 수 없는건 아니겠지만, 악기에 관해선 영향을 줄수도 있다는 걸까.

    “아, 아니 그게 아니로군.”

    마력시로 확인한 결과, 그것은 그저 몸에 마나의 농도를 높여 표면의 마력장벽을 굳혀 현을 퉁긴것 뿐이었다.

    그저 별것 아닌 마나의 활용이었던모양.

    -띠리링, 띠링, 팅–.

    “흐음.”

    악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게 신이 났는지, 파이는 마음껏 기타의 줄을 튕겨댔다.

    그런데, 역시 정령이라서그런지, 대충 줄을 튕기는 것 같은데 듣기에 나쁘지 않았다.

    루크는 그런 파이가 신기해, 작게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파이, 꽤 잘하지않느냐?”

    -…….

    얼결에 칭찬을 받은 파이는 ‘헤헤, 그런가?’라고 하는 듯 쑥쓰럽다는 표정으로 루크의 곁으로 날아온다.

    “그럼, 이것도 가능한가?”

    파이는 루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엔 피아노가 있었다.

    ——-

    피아노의 모양은 거리의 연주자들이 썼던 것과는 크게 다른 모양새기는 했다. 그때는 마력회로로 소리를 내는 현대마법으로 비슷한 음과 연주법을 흉내낸 마도기기였고, 지금 이 피아노는 실제로 건반을 누르면 현을 쳐서 소리를 내는 클래식 피아노.

    루크는 의자에 앉은채 손가락으로 건반을 툭, 눌렀다.

    뚱……. 하는 소리가 고요한 음악실에 퍼진다.

    파이도 몸을 이용해 건반을 내리눌렀다.

    이번엔, 띠잉–하는 높은 음이 난다.

    루크와 파이는 서로를 보고는 살짝 웃는다.

    “이건 꽤 누르는 맛이 있구나.”

    -루크,……?

    파이는 생글생글 거리며 또 처음듣는 소음을 냈다. 마치 안을 자그만 알갱이로 채운 통을 굴리는듯한 소리.

    루크는 이번엔 그게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았다.

    아마, 이것이 재미있냐는 뜻이리라.

    “그래. 재미있군.”

    루크는 얼핏 떠오르는대로 음을 눌렀다.

    작곡에대해선 문외한이나, 정령의 인도 덕분인지 꽤 듣기좋은 소리가 났다.

    화음법칙은 따로 공부한적 없지만, 어떻게 누르면 불편한 음이 나오는지는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불협화음이 나면 파이가 곧장 그것을 정정하려는 듯 루크에게 화를내며 훈수를 두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몇번 건반을 눌러보지도 않았는데 루크는 기초적인 화음을 알게되었다.

    ‘허어, 어째서 정령사들이 그토록 음악적소질이 넘쳤는지 이제 알겠군.’

    그저 정령의 인도를 따르기만해도 괜찮은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듯 하다.

    정령들은 그저 평범하게 말을 하는것 같아도, 그 언어는 사람이 듣기엔 충분히 음악이 될 수 있는것이다.

    루크는 천천히, 파이가 마나의 빛으로 가리키는 부분만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연주를 했다.

    그리 누르기만 해도 그럴듯한 음악이 되는것이 루크는 꽤 즐거웠다.

    “이렇게 누르면 되겠느냐?”

    그리 누르다보니 파이도 끼어들어서는, 음을 더욱 늘렸다.

    그렇게 연주되는 것은 루크도 모르고, 이 시대의 그 누구도 모르는 새로운 곡.

    정령들 사이에선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일단 듣기엔 굉장히 즐겁고 좋았다.

    경쾌하고 상큼한느낌이 언제나 촐랑대는 파이와 닮아서, 루크는 푸흡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하하, 파이. 이건 그대의 자기소개같은겐가?”

    -즐거워!

    “나도 그렇다네. 꽤 즐겁군.”

    그렇게 연주가 계속되고 잠시 후, 엠마는 당황한 표정으로 음악실의 문을 열었다.

    “방금 연주, 루크 네가 한거니?”

    “그, 그렇네만……?”

    ‘이건 내 평생 처음 들어보는 곡인데……. 설마 작곡한건가……?’

    작곡이라면 더 충격인데.

    “방금 연주한거, 악보는 있어?”

    “그건 없네만……. 딱히 뭘 연주한것도 아니고, 그저 건반을 눌러봤을 뿐이네.”

    아니, 방금 작곡한 모양이다.

    악보도 없다는걸 보면 즉흥연주인 모양이고…….

    “그게……?”

    루크는 피아노의 의자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그래도, 재밌기는 했다. 소리도 좋았고. 저 악기는 이름이 뭐지?”

    “……피, 피아노인데…….”

    “피아노! 꽤 흥미로운 악기였다.”

    건반을 눌러서 현을 때린다니, 참 신기한 발상이 아닌가?

    과거의 음유시인은 언제나 악기를 휴대해야만 했으니, 악기를 저렇게 크게 만들수는 없었다.

    음악이 순수한 교양이된 현대에 와서야 저런 거대한 악기가 고안될 수 있었겠지.

    “헌데, 이 악기는 내가 다루기엔 별로구나.”

    그 발언에 엠마는 경악해 중얼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니? 방금 그렇게 연주해놓고……?”

    루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언제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는 휴대가 간편한 악기가 좋다. 저것은 누르는게 재밌기는 하지만, 들고다니기는 너무 불편하잖은가.”

    루크가 하려는건 악기연주가 아닌, 과거 음유시인이 어떻게 정령과 소통했는지를 알아보기위한 연구와 실험이었다.

    따라서 피아노는 별로 끌리진 않는다.

    “……그, 그래……?”

    방금까지는 피아노의 이름도 몰랐던 아이가, 처음만져보는 악기를 그렇게 다룬다는게 말이 되는걸까?

    무슨 천재 피아니스트의 환생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게다가, 그런 재능을 간단히 내던져버린다니 대체 루크라는 아이를 종잡을수가 없다며, 엠마는 안경을 벗어 손수건으로 식은땀을 닦아낼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피아노찍먹…..!

    과연 루크는 무슨 악기를 다루게 될까요!
    일단 루크의 첫번째 조건은 휴대가 간편할것!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