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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

       “갔어요? 휴, 갑자기 저주 걸어서 깜짝 놀랐네. 해주학파의 명성은 여전하네요.”

        “…….”

        “근데 저 여기서 계속 지내도 되는 거죠? 최근 조직에서도 수배가 떨어졌다는 소문이 들려오거든요.”

       

        마녀는 일종의 질병과도 같다.

        저주와 주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여성 중 극소수가 동일한 증상을 띄기 때문이다.

        프리나처럼 매력이 상승함과 동시에 이성과 동성을 가리지 않고 타인을 유혹하는 페로몬을 마력에 품게 된다.

        심지어 드문 경우지만 마법의 위계가 단숨에 한 단계 올라가기도 한다.

       

        허나 그리 좋은 점만 있었다면 모두가 나서서 마녀가 되고자 할 것이다.

        마녀가 마족으로 치부되는 이유는 인간과는 본질적으로 융합하지 못하는 이질적인 특성 때문이었다.

       

        ====

        소가주님살려내

        [제 기숙사 룸메가 마녀인 것 같은데 어떡하죠? ㅠㅠ]

       

        막 밤마다 이상한 주문 읊어대고 혼잣말 같은 거 하고

        마법제 때 해주학파 팬 됐다면서 아직도 2층에서 창구 찾고 다녀요

       

        혹시 몰라서 잘 때 물에 담궈 봤는데 곧바로 떠올랐어요 ㅠㅠ

        지금 막 저한테 화내는데 저주받아서 죽는 건 아니겠죠?

       

        — 마녀 맞네

        — 걍 악신 들린 거 아님?

        — 신성학파에 신고해

        — 잘 때 몸 어디에 낙인 있는지 찾아보셈

        — 물에 뭐……?

         ㄴ 자는 사람을 물에 담궈? 마녀는 너 같은데

         ㄴ 소가주님살려내 : 아니에요 그냥 확인차 했던 거에요 ㅠㅠ 

        ====

       

        교국이 4대 재앙 중 하나인 ‘대마녀’에 척살령을 내릴 당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마녀는 기본적으로 인간과는 다른 존재다.

        그녀들은 개체가 아닌 ‘군체’로 취급되며 사고방식과 시야, 그리고 영혼의 일부를 공유한다.

        그 수가 극히 적지만 인위적인 불사성을 띄기에, 성화(聖火)같은 신성력이 없으면 처치가 곤란하다.

        흡혈귀처럼 직접 동족을 늘려야 하는 리스크도 없고 대륙 전역에서 랜덤하게 태어나니 그야말로 근절 불가능한 역병이었다.

       

        “이자젤, 너 마녀를 만나본 적 있다고 했지.”

        “제가요?”

        “위치노트 보고 말했잖아. 이런 이름을 붙인 탑 안에 있는 마법사들은 진짜 마녀를 못 만나본 거라면서.”

        “아하하,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옛날에 제가 태운 산 중 하나에 본거지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었나봐요. 이름이 뭐였더라…….”

        “발푸르기스.”

        “네? 맞아요 거기. 아무튼 깔깔대면서 하늘에서 저주나 퍼붓고 불에 태워도 죽지도 않고 완전 미친 년들이었다니까요?”

       

        다행히 프리나는 아직 초기 단계인지 마녀와 대면했던 이자젤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증상이 약한 편이었다.

        허나 이대로 방치한다면 점점 마족으로서의 능력을 개화할 것이다.

        마녀라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마녀들로부터 자신들의 일원이 되길 거절당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보다 잘 아세요? 주로 사냥하고 다닌 건 마녀가 아니었잖아요?”

        “동료가 알려줬지.”

        “아하…… 제 마법을 파훼했던 사람 말이죠.”

        “아니, 다른 한 사람.”

        “설마 ‘총성’이요?”

       

        총성.

        그녀가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사례였다.

        평소 필담으로만 대화했기에 그 내용이 위치노트의 끝 페이지에 남아 있었다.

        모닥불 앞에서 갸우뚱 거리던 표정까지 박제된 것처럼 생생하다.

       

        『심ㅈㅏㅇ에 납탄 을 너무 많이 박아 너어서?』

       

        어떻게 마녀가 되지 않을 수 있었는지 물으니 본인도 잠시 고민하다 쓴 답변.

        이때는 상태창을 이용해 메시지를 주고받던 초창기라 오타가 잦았다.

        우리 모두 마찬가지였다.

       

        “…….”

        “클락 님?”

        “어, 걔 맞아.”

       

        나는 위치노트를 덮었다.

        괜히 예전 기록을 뒤지며 추억에 잠기고 싶진 않았다.

       

        어쨌거나, 그런 의미에서 프리나가 극채색에 들어가는 것은 기꺼운 일이었다.

        마족들을 사냥하는 마법사 집단에 속해있는 동족이라면 마녀들도 탐탁치 않아 할 터.

        나는 입단 테스트에 같이 참여해 그녀를 최대한 돕기로 마음먹었다.

       

       

       

        *

       

        ====

        [마족 전담기구 시험 내용 아는 사람?]

       

        학파에서 나가라 해서 일단 신청은 했는데 공고를 이상하게 해놔서 정보가 하나도 없네

        합격하면 급행 자유 이용권 준다는데 진짜임?

       

        — 어쩐지 경쟁률 빡쎄더라

        — 지금 23층인데 인파 미쳤음 ㅋㅋㅋ

        — 가뜩이나 정보부 티오도 적은데 신생 조직에서 한 자리 차지하면 이득이니 학파에선 무조건 문하생들 밀어넣겠지

         ㄴ 실력 외에 아무것도 안 본다는 게 크긴 한듯

         ㄴ ㄹㅇ 23층이면 수련의 층만 통과하면 되잖아

         ㄴ 심지어 행정부 소속도 참가 가능함 진짜 미친 거 아님?

         ㄴ 아예 인재 빼내기로 작정을 했나보네 ㅋㅋㅋ

        ====

        ====

        [저번에 갤에 홍보올 땐 다들 무관심한 척 하더니]

       

        아직 시험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떡밥 돌리는 거 봐라

        또 나만 갤질에 진심이었지

       

        — 응 너 말고 다 현생 살고 있어~

        — 댓글도 사실 다 정령들이야~

        — 그건 홍보 온 고닉 상태가…….

         ㄴ 정작 그 게시글 그대로 공고에 박아넣은 거 보니 홍보 담당 짤렸을 듯 

        ====

        ====

        프리나나

        [내가 누구?]

       

        해주학파 최초로 ‘이명’을 얻게 될 고닉

       

        40층 시련 딱 대

        극채색 들어간 다음 바로 박살내러 갈 거야

        요즘 몸도 가볍고 정신도 맑으니까 껌일 듯?

       

        — 네 다음 마법제 3위따리

         ㄴ 3위도 대단한 거 아님? ㅋㅋ

        — 자랑할 거면 자랑비 내셈

        — 해주학파 최초라고? 구라 ㄴㄴ

        — 대단하긴 한데 중층 올라간 해주술사가 없진 않을 걸?

         ㄴ 전지의 비석에서 전부 이름이 갈렸다고 하네요~

         ㄴ 지금은 대신 수배전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네요~

        ====

       

        시험 당일. 

        23층 ‘난파선’에 도착한 나는 비나를 찾아갔다.

        신청서를 제출하자 곧장 뱃머리로 오라는 전갈을 받았기 떄문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사람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비나 님.”

        “사감, 왔군요.”

        “어이, ‘선수’에는 관계자가 아니면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

        “조금만 기다리면 첫 번째 테스트가 시작되니 줄 끝에 서 있도록.”

       

        의장직을 맡은 그녀 옆에는 극채색의 간부진들이 함께 있었다.

        조사위원회에서 봤던 얼굴들이지만 이곳은 공역이 아니다.

        내가 니플헤이르의 사용인 자격으로 마음껏 돌아다닐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잠시만요, 그는 제 조교이고 용건이 있어 부른 것이니 괜찮아요.”

        “그렇다 해도 지원자가 아닙니까?”

        “거기에 해주학파로군.”

        “아무리 의장님과 친분이 있어도 공과 사는 구분하셔야 합니다. 그게 조사위원회에서 결정된 방침이니까요.”

        “…….”

       

        극채색의 간부들은 비나를 제외하곤 모두 백가의 인물들이었다.

        빈센트를 대신해 들어온 운드라 가문 출신도 보였다.

        물론 저들이 어떤 불만을 품는다 해도 순혈 마법사 앞에서는 단순한 재롱에 불과했다.

        장갑 낀 손이 좌초한 배를 품은 대해를 가리키자 파도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

        “조사위의 방침은 극채색에 최대한 많은 학파를 넣는 것이었죠. 해주학파를 보고 선입견을 가진 얀, 당신이 할 말인가요?”

        “아뇨, 그건…….”

        “전 공과 사는 구분해요. 나고 자란 마탑을 위해 헌신할 생각이 없었다면 불명예스럽게 퇴출당한 전 의장의 뒤처리를 굳이 직접 하지 않았겠죠.”

        “죄송합니다. 저희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간부들을 뒤로 물린 그녀가 사뿐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미묘하게 올라간 입꼬리는 상당한 만족감을 품고 있었다.

       

        “오늘 아침 갑자기 극채색에 지원하겠다는 말을 듣고 놀랐어요. 이전에 권했을 때는 거절했었는데, 뭔가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 모양이죠?”

        “사실 그게…….”

        “이유는 아무래도 좋아요. 훌륭한 성적으로 시험을 통과하면 좋겠네요.”

       

        간부들의 눈초리가 따가웠다.

        이런 상황에서 친구를 통과시키기 위해 왔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프리나가 마녀가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의장인 비나에겐 절대적으로 숨겨야 할 사실이었다.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자 투명한 얼음 조각이 눈앞에 내밀어졌다.

       

        “고행의 층에 올라서 주는 선물이에요.”

        “케이크네요.”

        “롤케잌이에요. 이번엔 더 어려울 거에요.”

       

        건포도가 들어있어 악질적인 난이도를 제대로 표현했다.

        이걸 주려고 부른 건가.

        묘하게 볼이 붉었다.

       

        “감사합니다.”

        “더욱 정진하세요.”

       

        마법을 내어주겠다는 약속이 끝난 건 아니었지.

        연습은 언제나 해야하니 고맙게 받기로 했다.

       

        선수에서 내려와 밑으로 향한 나는 곧장 프리나를 찾았다.

        사람이 많았기에 위치노트로는 정확한 좌표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겨우겨우 만나기로 한 갑판 근처에서 프리나의 로브를 보았을 때, 누군가 갑자기 나를 붙잡았다.

       

        돌아보니 제법 익숙한 남녀 한쌍이었다.

       

        “아! 클락 님!”

        “오랜만이다. 너도 지원했군.”

       

        세라와 아르투르.

        글레시아와 미티어의 문하생 대표인 두 사람도 극채색에 들어가고자 온 모양이었다.

        ‘굳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서 ‘굳이’ 사이가 안 좋은 두 학파의 대표가 같은 줄에 선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잠시 일행이 있어서 좀 데려올게.”

        “네?”

       

        나는 둘에게 프리나를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마녀의 발병을 늦추는 세 가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기 때문.

        방구석에서 혼자 세상에 대해 저주나 하고 있으면 증세만 더욱 악화된다.

        프리나의 대인관계를 확장하는 것은 시험을 통과하는데 중요한 발판이기도 했다.

       

        “왜, 왜 이렇게 늦었어……! 한참 서 있었잖아!”

        “소개해줄 사람이 있으니 따라와요, 선배.”

        “뭐? 나, 난 그딴 거 필요 없는데.”

        “좋은 애들이에요. 안면 터서 나쁠 건 없으니 인사라도 해요.”

       

        불안한 듯 주위를 살피는 프리나에게 다가가자 단내가 확 풍겨왔다.

        보통 사람이라면 시선을 빼앗겨 잠시 멍해졌겠으나 나 정도로 기감을 갈고 닦아온 모험가에겐 어느 정도 내성이 있었다.

       

        여자에겐 호감을 느끼게 할 수준.

        남자라면 장시간 접촉 시 다소 위험했지만 아르투르는…… 이런 복잡한 곳에서도 ‘취미생활’에 열중인 걸 보면 별 걱정 없었다.

       

        “이쪽은 프리나야. 해주학파 출신이고 내 선배.”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세라라고 합니다!”

        “음, 아르투르입니다.”

       

        예상대로 붙임성 좋은 세라는 구김살 없는 미소와 함께 프리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아르투르 역시 눈짓으로 호의를 표했다.

       

        “이쪽은 미티어와 글레시아 문하생 대표에요.”

        “ㅊ, ㅊ…….”

       

        두 사람과 눈을 마주친 프리나 역시 떨리는 입을 열었다.

       나이도, 위계도 낮은 후배들이기 때문인지 긴장한 기색이 덜해보여 한 시름 놓았다.

        역시, 아무리 그녀가 친구가 없고 루퍼트의 평가대로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것보다 끊는 데 출중한 재능을 지녔다 할지라도.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의사소통 장애가 있는 건 아니-.

       

        “초, 초면에 존댓말하지 마! 예의 없기는……!”

        “……예?”

       

        프리나나야, 제발.

       

       프리나의 내면의 고닉이 튀어나오자 나는 입단 테스트가 끝날 때까지 그녀의 계정을 정지시켜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날짜를 넘겨 버렸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헤엄치는 새 님 후원 감사합니다.
    꾸준히 봐주시고 따라와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설날에도 기본적으로는 매일 연재 됩니다.
    일정이 촉박할 경우에는 공지로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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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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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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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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