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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0

       

       탁상 위로 놓여진 네 개의 찻잔.

       

       언제 끓여서 가져 왔는지도 모를 차는 뒤로하고. 나는 한껏 놀란 눈으로 정면만을 봐야 했다.

       

       “어딜 가겠다고…?”

       

       방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걸까. 마시려던 찻잔도 그대로 들고는 남궁비아를 쳐다봤다.

       어디…? 어딜 간다고 한 거지 지금.

       

       “북해? 지금 북해라고 했어?”

       “응.”

       

       믿을 수 없어 다시 물어보지만, 대답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우선은 다른 걸 묻기로 했다.

       

       “…거길 왜?”

       “…”

       “거기가 어디인 줄 알고 가려는 거야.”

       

       남궁비아가 말한 북해라는 곳이 내가 아는 곳이라면.

       

       ‘…거긴 새외무림(塞外武林)일 텐데?’

       

       지금 있는 이 중원을 벗어난 지역. 

       혈마가 일으킨 혈겁에는 참전했다고 들었는데.

       

       천마가 강림해 혈겁을 일으켰을 때도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곳이다.

       거기에 지금 남궁비아가 말하는 북해라고 한다면.

       

       ‘빙궁(氷宮)이 있는 곳.’

       

       분명, 북해빙궁이 지배하는 지역을 뜻하는 것일 터였다.

       일 년 내내 눈이 내리며 살벌한 추위가 가득한 지역이라 들었는데.

       

       그 이유가 아마.

       

       ‘…그것도 백급 마물의 짓이라 했던가?’

       

       기록되기로는 그렇다고 했다. 

       마물 하나 때문에 그 넓은 땅이 그렇게 될 수 있나 싶지만.

       

       ‘강을 만들고 숲 전체를 안개로 뒤덮게 하는 걸 봐선, 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선조들이 사고 쳐둔 걸 떠올리면, 마냥 아니라고 할 수는 없었다.

       

       [사고라니 이놈아! 내가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그 사고를 쳐놓은 양반 중 한 명이 발끈하는 게 들렸지만, 무시했다.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새외무림은 외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기에, 무림맹이나 명가의 혈족들이라 한들 쉬이 갈 수 없는 곳이었다.

       

       특히 북해라면 더욱이.

       

       ‘그리고 그건, 빙궁 쪽도 비슷하지.’

       

       과거, 전대 빙궁주가 중원을 찾았을 무렵.

       

       그가 검존과 전투를 벌이며 서안 일대를 폐허로 만들어낸 직후, 북해는 현재 중원에 발을 디디는 걸 금지당한 상태다.

       

       이 말인즉슨.

       양쪽 다 멀쩡한 방법으로는 오갈 수 없는 상태다 이 말이었다.

       

       ‘근데 북해로 가겠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뜬금없는 말이다. 

       그것도 남궁비아의 입에서 나왔다기엔 더없이 이상한 말이었다.

       

       그래서, 남궁비아를 보던 눈을 옆으로 돌렸다.

       

       “뭡니까 이거?”

       “크흠….”

       

       나도 모르게 감정이 담겨 뱉은 말에, 누군가 헛기침을 뱉어낸다.

       나보다 먼저 내 처소에 들어왔던 삼인 중 유일한 남성이었다.

       

       “거, 눈깔로 사람 죽이겠구만…. 좀 살살 뜨시게나.”

       

       머쓱하게 기침만 연신 뱉어내는 사내는, 어딘가 남궁비아와 닮아있었다.

       

       그럴 수밖에, 같은 핏줄을 지닌 남궁가의 직계혈족이었으니까.

       

       “뭐냐고 물었습니다.”

       

       미간을 찌푸린 채 다시 물으니 사내, 무당괴선이 차를 한 모금 천천히 삼켰다.

       

       대뜸 뇌아를 던져놓고 사라진 양반이.

       며칠 뒤에 뜬금없이 내 처소에 들어와 있다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솔직히, 위의 일들 만이었다면 상관없겠는데.’

       

       그래 별로 상관없다.

       뭐 훔쳐 갈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시답잖은 일이라 넘어갈 수 있는 일이지만.

       내가 열 받아 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제자로 들여요? 누가 누구를.”

       

       괴선이 날 보자마자 꺼내든 얘기가 문제였다. 

       빠드득 이를 갈며 말하니, 무당괴선이 다급히 손짓한다.

       

       “공자, 일단 진정을 좀 하고….”

       “진정?”

       

       진정은 개뿔이.

       

       당장이라도 터지려는 걸 간신히 참고 있는데, 진정을 해?

       맘 같아선 탁상부터 엎고 싶었으나. 입술을 깨물며 참아냈다.

       

       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착각일까, 방금 뱉은 숨에 열기가 스며있는 것 같았다.

       빠드득거리는 이를 숨기며, 괴선을 보며 말했다.

       

       “…괴선께선 무당의 인물이시지요.”

       “그렇지. 나는 무당의 사람이오.”

       

       무당에서 내놓았다느니, 저게 과연 도인이 맞냐는 둥.

       

       별의별 소리를 다 듣고 사는 괴선이었지만, 그는 분명 현 무당 장문인인 무당검선의 제자였다.

       

       그렇다면.

       

       “무당에서 왜 쟤를 제자로 받는다는 겁니까?”

       “음….”

       

       내 말에 괴선은 눈알을 이리저리 돌리고선 날 보며 말한다.

       

       “우선, 말의 오해가 있는 것 같으니, 정정하겠소. 무당은 저 아이를 원하는 게 아니오.”

       “그럼 뭡니까.”

       “무당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게요. 이는 무당의 뜻과는 관련이 없소.”

       

       괴선의 말에 좁혀있던 미간이 더 좁혀진다.

       같잖은 말장난과 다를 바 없었다.

       

       그렇다고 한들 뭐가 달라질까.

       

       시선을 옮겨 남궁비아를 쳐다봤다. 

       

       남궁비아는 괴선의 말에 별다른 부정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그 말은, 지금 이 대화가 미리 형성되어 있었던 참이라는 걸까.

       

       ‘하.’

       

       괴선은 왜 뜬금없이 남궁비아를 원한다는 것인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괴선과 같은 남궁가의 혈족이긴 하나, 그럴 수 없는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이미 독문 무공으로 절정까지 오른 상태잖아.’

       

       남궁비아가 이미, 남궁가의 심공을 통해 절정에 오른 상태라는 것.

       

       무당괴선의 제자가 된다는 뜻은. 

       이러한 깨달음을 전부 버린 다음, 새롭게 무공을 배운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뜻이다.

       

       ‘…미친 짓이잖아. 그건.’

       

       어디 무공에 미친 노인네나 할 법한 짓거리였다.

       

       [제 스승보고 미친놈이라니.]

       ‘그 노인네는 미친 인간이 맞습니다.’

       

       패존, 그 인간이야 무공에 미쳤다는 말이 딱 맞는 인간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남궁비아가 그런 선택을 했다고? 

       나는 절대 믿을 수 없었다.

       

       “걱정하는 게 뭔지 알겠지만, 무공을 다 버리고 새로 배우게 할 생각은 없소.”

       

       괴선 또한 내가 뭘 걱정했는지 파악한 모양이다. 

       이에 해명을 이어간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무공을 다 버리는 게 아닌데, 제자로 받겠다? 더 모르겠는 말이었다.

       그럼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지?

       

       ‘나 같은 경우가 아니고서야.’

       

       나처럼 다른 심공을 몸에 들여도 문제가 없는 경우.

       그런 게 아니고서야 이런 경우는 괴상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설마.’

       

       문득 스치는 생각에 남궁비아를 노려보듯 쳐다봤다.

       설마, 다른 심공을 몸에 넣을 생각이라도 하는 건 아니겠지?

       

       ‘그건 안 돼.’

       

       그렇다면 억지로라도 말려야 했다.

       

       설마 그런 거냐며 물어보려던 찰나. 

       과거 나를 보던 이들이 이런 느낌이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패존과 아버지가 화내듯이 대하던 게 떠올라 속으로 쥐똥만 한 죄책감이 스민다.

       

       애써 무시했다.

       

       “뭐 다른 심공을 배우게 한다던가…. 그런 것도 아니오.”

       

       괴선의 말에 마른침을 살짝 삼켰다.

       난 한마디도 안 했는데 아까부터 어떻게 아는 거지.

       

       “제자로 들인다…. 뭐 그런 거창한 얘기를 하기는 했으나.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오. 공자도 알겠지만. 나는 이미 제자 놈이 한 명 있어서 말이지.”

       “…예.”

       

       지금쯤 어디선가 쳐 자고 있을 우혁이 놈이 떠올랐다.

       

       “그놈 하나 가르치기도 힘든 상태라, 마냥 대단한 관계는 아니오.”

       “그럼, 무얼 가르치겠다는 겁니까?”

       “검(劍). 나는 뭐 대단한 건 모르겠고. 그냥 조카에게 검이나 좀 알려줄까 하오.”

       “…검?”

       

       검술을 뜻하는 걸까?

       무슨 검술을 말하는….

       

       “…!”

       

       의문을 파악하던 와중, 머릿속에 절로 스쳐 지나간다.

       

       ‘…이 아저씨. 지금 말하는 검이라는 거 설마.’

       

       뒤를 휙 돌아 서랍을 봤다.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던 뇌아를 처박아 놨던 곳이다. 

       지금까지 괴선은 뇌아를 지니고 있었다.

       

       뇌아 안에는 남궁명으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있었고.

       신 노야는 그가 남궁명이 아니라고 말했으나. 뭔가 찝찝함은 남아있는 어투였다.

       

       그렇다는 건.

       

       ‘…뇌아는, 남궁가의 검술이 몰락했다는 걸 알고 있었나.’

       

       만약, 저 안에 있는 남궁명이 이를 알고 있고.

       그걸 무당괴선을 통해 고쳐내려 했었다고 한다면?

       

       ‘지금 그가 말하는 검이란 설마.’

       

       남궁가의 검술을 가르치기라도 하겠다는 걸까. 

       그 말은, 괴선이 잊힌 남궁가의 검을 알고 있기라도 하다는 건가.

       

       그런 온갖 생각이 뭉쳐 들고 있을 때.

       

       “공자도 무언가를 알고 있는 모양이오. 이는 그대 안에 담긴 그분의 이야기인가?”

       “…”

       

       괴선의 말이 들려왔다. 

       

       괴선 또한 자신과 같이 내가 몸속에 무언가를 품고 있음을 짐작하고 있으리라.

       나는 그걸 파악하며 괴선에게 다시금 물었다.

       

       “…괴선의 그 말씀은, 제 예상처럼. 남궁가의 검을 가르칠 의도가 맞다는 뜻인지요.”

       “그렇소.”

       “하….”

       

       끄덕이는 괴선을 보며 헛숨을 터트렸다.

       

       “그걸 대체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음? 아는 게 그리 이상하오? 나도 일단은 남궁가 사람이오만.”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이미 사라지고 퇴화한 검술이다.

       나도 신 노야의 도움이 없었다면 검왕에게 알려줄 수 없었을 것이다.

       

       그걸 남궁형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이에 대한 대답은.

       

       “뭐가 문제요. 내게는 이걸 어떻게든 알려 주려는 미친 인간이 붙어있거늘.”

       

       괴선은 그리 말하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여준다.

       

       뇌아였다. 그걸 보며 눈매를 좁혔다.

       

       ‘서랍에서 꺼내 갔나?’

       

       내가 없을 때 허락도 없이?

       이건 좀 선 넘은 행동이다 싶어 뭐라 말을 꺼내려고 하니.

       

       괴선이 슬쩍 말을 이어갔다.

       

       “허락 없이 이런 건 미안하오. 마음 같아선 그대로 박아두고 싶었는데. 이 인간이 어지간히 시끄럽게 해야지….” 

       

       정말 미안하다는 듯 사과를 건네는 괴선을 보며 우선 넘어가기로 했다.

       남궁명이 시끄럽게 구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검술 또한 나라고 배우고 싶어서 배운 건 아니오. 배워야 했으니 배웠을 뿐.”

       

       무슨 상황인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왜 괴선이 무당의 터를 잡으면서 남궁명의 의지에 따라 따로 검을 배웠는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게 이유의 전부가 되진 않았다.

       

       “그걸 왜 북해까지 가서 배워야 한다는 겁니까?”

       

       남궁가의 검을 구태여 그 머나먼 북해까지 가서 배우게 하는 것.

       그 이유에 대해선 여전히 설명되질 않았다.

       

       “그것까지 내가 공자께 말해줄 이유는 없지 않겠소?”

       “…뭐라구요?”

       

       괴선의 말에 나도 모르게 짜증이 솟구쳤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일 때문이고. 이에 조카는 수락한 부분이오. 이 이상 공자께서 끼어들 일은 아니라 생각하오만.”

       “…”

       

       그의 말에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맞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약혼자라는 명분은, 강한 듯하면서 약하다.

       

       실상 언제든 끊어낼 수 있는 것이었기에, 이걸 들이밀 수는 없는 노릇.

       나는 속으로 연신 숨을 고르며 애써 다른 말을 꺼내 들었다. 

       

       “하다못해. 멋대로 갈 수도 없는 곳이잖습니까.”

       “그건 다 방법이 있소. 저 누님이 해결해줄 거요.”

       

       내 의문에 괴선이 웃으며 말한다.

       누님이라면…?

       

       “…백련검?”

       

       옆에 있는 백련검이었다. 

       

       백련검이 북해로 가게 도와줄 거라고?

       이 말을 들은 백련검은.

       

       “아니야!”

       

       쾅-! 두 주먹으로 탁상을 쾅 내려치며 소리쳤다.

       

       “내가 해결해주긴 뭘 해결해줘! 이 미친놈아!”

       “거, 좀 해줄 수 있지 않소.”

       “뭐라는 거야!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그걸 해줘! 이거 또라이 아니야…?”

       “있잖소. 누님은. 분명히 있소.”

       

       백련검의 분노는 신경도 안 쓰이는지 괴선이 방긋 웃으며 말할 뿐이다.

       

       “와…돌겠네….”

       

       이에 백련검은 억울하다는 듯 얼굴을 붉히지만.

       나는 거기서 이상한 점을 볼 수 있었다.

       

       ‘뭔가.’

       

       무언가 있다.

       

       괴선이 저렇게 확신에 차서 말하는 것을 더불어, 백련검의 반응에서 은근히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걸 말이다.

       

       ‘…진짜 방법이 있다고?’

       

       북해로 갈 방법.

       그걸 정말 백련검은 가지고 있는 건가. 

       

       ‘아니, 왜 북해야 북해는.’

       

       대화가 진전될수록 머리가 아파 왔다.

       왜 하필 알지도 못하는 땅으로 가겠다는 걸까.

       

       가서 뭘 하겠다고.

       길도 잘 못 찾는 애가, 춥고 먼 땅에서 무얼 하겠다며 거기에 가겠다는 걸까.

       

       ‘못 보내. 절대로.’

       

       나는 보내줄 수 없었다.

       

       ‘내가 같이 갈 상황도 아니잖아.’

       

       여기서 해야 할 일이 많다. 함부로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물며 기간은 얼마나 길겠는가.

       

       ‘여기서 북해면, 너무 멀어.’

       

       산서와 사천 정도의 거리가 아니다. 오가는 것에만 한참이다.

       

       그걸 알고 있으니, 어떻게든 거절할 명분을 떠올리고 있는데.

       

       “…보내줘.”

       “…”

       

       남궁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가야 해…. 보내줘….”

       

       말하는 그녀의 눈은 단호했다. 처음이었다. 

       남궁비아가 이토록 단호하게 나오는 것은.

       

       “안 돼. 거기가 어디라고 가는 거야.”

       “…가야 해….”

       “왜?”

       “삼촌이…. 가니까.”

       

       남궁비아는 괴선을 보며 말했다. 삼촌이란다. 

       삼촌은 지랄….

       

       맞긴 하는데 뭔가 열 받았다.

       

       “…나는…가야 해…. 가서…검을 배울 거야.”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다.

       

       남궁비아는 왜 이렇게 검에 집착하는 걸까. 

       그게 뭐라고?

       

       점차 이유 모를 열불이 머리끝까지 치솟으려고 하는데.

       

       “그래야. 당신을 지킬 수 있어.”

       “…”

       

       남궁비아가 뒤에 뱉은 말에 그 모든 열기가 사그라드는 게 느껴졌다.

       

       “지금 뭐라고…?”

       “아무리…해도. 지금은…못해…. 그러니까 가야 해.”

       “너 지금….”

       “이게…내가 해야 할 일이야….”

       

       말을 뱉으려다 자꾸 입이 막힌다.

       

       웃기지도 않은 일이었다. 

       북해까지 따라가서 검을 배우려는 의도가 그거라고?

       

       “누가 누굴 지켜?”

       

       나를 지키겠다고.

       

       어처구니없는 말에 남궁비아를 쳐다보지만, 그녀의 눈은 여전히 단호했다.

       언젠가 어둡기만 하던 푸른 눈은, 어느덧 선명했고.

       

       반짝이기까지 한 눈동자가 나를 온전히 쳐다본다.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할 것만 같다.

       

       그럴 수 없어 억지로 참고 눈을 마주했다.

       

       짜증 난다. 

       이 모든 상황이 말이다.

       일도 많아 죽겠고, 시간은 더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내 버팀목 하나를 앗아가려는 것만 같아, 그게 화가 났다.

       

       “공자, 일단은 얘기를 좀 더….”

       “잠시만…다 나가 주실 수 있으십니까?”

       “응?”

       “얼마 안 걸릴 겁니다. 생각할 게 좀 있어서요.”

       “음…. 알겠소.”

       

       다소 예의가 없을 만한 행동이었으나, 괴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뜻을 존중했다.

       몸을 일으키며 나가는 괴선. 

       

       “괴선.”

       

       그런 괴선을 내가 다시 붙잡았다.

       괴선이 의아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을 때.

       

       “그건 좀 잠시 빌려주실 수 있습니까?”

       “뭐?”

       

       내 말에 괴선의 눈이 커진다.

       지금 내가 빌려달라 한 것은, 다름 아닌 뇌아였다.

       

       “생각하는 동안 필요해서요.”

       

       달라는 듯 손을 뻗으니, 괴선은 잠깐 당황하던 걸 지우고 뇌아를 내게 건넸다.

       

       슥.

       

       “…허허.”

       

       아무렇지 않게 받아지는 뇌아.

       그걸 보며 괴선이 허탈한 웃음을 토해냈다.

       

       이번에도 반발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방…. 돌려 드리겠습니다.”

       “마음에 드시면, 계속 가지고 계시오. 그게 더 좋으니.”

       

       미련이 정말 요만큼도 없는지, 괴선이 나가고. 

       

       나는 백련검과 남궁비아에게도 나가 있어 달라 청했다.

       모두가 나가고 적막해진 방안.

       

       우웅.

       

       방 전체에 기막을 퍼트린 다음, 내게 뇌아를 보며 말했다.

       

       “…이제 말씀해보시지요.”

       

       차마 숨길 수 없어 목소리에는 짜증이 잔뜩 묻어있다.

       어쩔 수 없었다. 

       

       모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게 무슨 거지 같은 상황인지.”

       

       이 상황에는 남궁명의 뜻도 분명 있다는 것을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다음편도 있습니다…!!

    다음화 보기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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