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20

    <520 – 두집살림? 두집응애!>

     

    황제의 제안은 뜻밖에도 나만큼이나 매스각키도 솔깃하게 만들었나 보다.

     

    “허접노디~ 그거 알아? 황녀가 되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블랙카드가 생겨♡”

    “포인트는 나도 많아!”

    “아카데미에서 평생 살 거야~? 어차피 밖에선 포인트가 아니라 금화가 통용되는걸~?”

    “헉. 평생은 싫어! 20년도 끔찍했는데 평생이라니, 그런 건 하나도 즐겁지 않아. 전혀 게임이 아니야!”

     

    머리를 쥐어 싸매며 괴로워하는 내 모습에 매스각키가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풉키풉키 웃었다.

     

    “허~접. 그러니까 얼른 제국황녀가 될 영광을 누려야지 멀 고민하고 있어?”

    “그치만 파파도 지원은 많이 해주는걸!”

    “무슨 지원~? 설마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의 허접조직원들을 말하려는 건 아니지?”

    “힝. 우리 애들한테 머라 그러지 마. 그러는 황녀추종자들도 허접이기는 마찬가지면서!”

    “황녀가 되면 제국출신 교수들이 학점과 포인트를 꽁으로 퍼주지 못해 안달하는데~?”

    “사다코 교수님도 강의시간 끝나도 10분이라도 더 가르치려고 안달이 나셨어! 대지속성 친화력도 같이 올리라고 생매장도 할 정도로 열정이 넘치셔!”

    “…허접노디. 그건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하는 문제 아니야~?”

     

    끈질기다 끈질겨.

     

    “왜 그렇게 날 황녀로 만들고 싶어서 안달이 났어?”

    “허접노디야말로 나랑 자매가 되기 싫어~?”

    “응? 그건… 해보고 싶기는 한데……”

     

    매스각키가 너 잘 걸렸다며 먹이를 향해 안광을 번뜩이는 포식자처럼 눈을 빛냈다.

     

    “같이 침실에서 베개 싸움도 해보고 싶지 않아~?”

    “베개 싸움!”

    “허접노디가 밤늦게 돌아오면 상시 매번 각기 다른 디저트가 디저트 룸에 놓여져있을걸~?”

    “자동도감수집!”

    “배낭에 이것저것 새로운 걸 담는 것도 좋아하지~? 황녀는 아바마마한테 참 잘했어요 스티커를 세 장 받으면 황궁비고에 한 번 들어갈 수 있어♡”

    “황궁비고!”

     

    홀린 것처럼 매스각키를 향해 걸어가려던 내 옆구리를 리프의 손이 매섭게 꼬집었다.

     

    “아얏!”

    “정신 차리십시오, 아가씨. 10살이 넘은 자랄 대로 자란 아이가 남의 집에 양녀로 들어가는 경우는 보통 한 가지 경우입니다.”

    “히잉, 아파… 그게 무슨 경우인데 이렇게까지 아프게 꼬집는 거예요.”

    “초경도 오지 않은 아이를 저택에 가두고 마구 범하려는 경우입니다.”

    “히엑?”

    “실제로 제국과 변방을 막론하고 변태적인 취향을 지닌 귀족들이 그런 ‘특별한 양녀’를 입양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도망치지 못하도록 발목의 인대를 끊는 것은 기본이고 체내의 마나하트, 구조요청을 할 성대마저 끊기도 합니다.”

     

    히에엑! 비인간적인 합법감금플레이라니, 배드엔딩에서도 수위를 앞다툴 끔찍한 엔딩이잖아!!

     

    “절대로 안 가!!”

    “하아~? 황궁을 그런 변태귀족들에 빗대다니, 너무 무례한 거 아니야~? 아바마마가 지금 당장 머리를 터뜨리지 않는 이유를 모를 정도로 건방져♡”

    “싫은 건 싫은 거야! 달콤한 말로 꼬드기더니 배드엔딩이라는 함정을 감추고 있었다니. 매스각키랑은 절대로 베개 싸움은 하지 않아!!”

     

    이 사악한 흑막일가 녀석들, 달콤한 말로 꼬드기려고 들다니.

    파자마를 입고 베개 싸움을 하고 싶지 않냐는 그럴싸한 말에는 다시는 속지 않아!

     

    “아주 이상하군요.”

     

    시종장 오카시이네가 흘흘 거리며 웃었다.

     

    “수많은 이권에는 눈도 깜빡하지 않으면서 하찮은 디저트나 베개 싸움에 눈이 멀다니. 이런 우둔함, 이런 어리석음. 그립기까지 하군요.”

     

    황제의 눈이 한층 더 위험해졌다.

     

    “그래… 입에 발린 제안만으로 넘어올 정도로 쉬운 상대는 아니겠지. 조건을 더해주마. 하지만 이 제안은 처음이자 마지막 제안이 될 거다. 이걸 듣고도 거절한다면 너는 이 자리에서 즉시 죽는다.”

    “히에엑! 너무 무서워. 티토소가가 되어버렷!!”

    “제국의 진정한 힘을 허락하겠다.”

    “진정한 힘? 혹시 지하에 거다이맥스 로봇을 만들고 계시나요?”

    “그런 하찮은 공상보다 훨씬 강력한 힘이지.”

    “얼마나 대단한 걸 하시려고 그렇게 기대치를 높이세요? 저 쉽지 않은데!”

    “금기에의 무제한 접근을 허락하마.”

     

    어?

    이거 진짜 센데?

     

    “몬스터테이밍. 물질강화. 정신마법사용. 암흑마나수련. 금기음식의 섭식행위. 삼대금림을 포함한 모든 금역의 출입허가. 금기차원에의 소환의식허가. 사자부활의식의 허가. 그밖에 모든 금기사항에의 무제한적 접근을 허가한다.”

    “와!”

    “결정해라. 양녀가 되거나 죽거나. 너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이 둘뿐이다.”

     

    면류관 너머로 번뜩이는 안광은 이 이상의 타협은 불가능하다는 것처럼 사나웠다.

    오히려 언제라도 쳐죽일 수 있도록 거절하기를 바라는 기미마저 느껴졌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조건이 좋으면 안 들어주는 사람이 바보 아닌가?

     

    “미안해요, 리프.”

    “아가씨…”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바람피우는 엄마 아빠도 있는 마당에 애라고 두 집에서 크지 못하겠어?

     

    “할게요! 오늘부터 내 집은 황궁이야!”

     

    먹을 것도 잘 주고 금기로 놀아주기도 더 잘하는 파파 vs 먹을 걸로 생색내고 지령으로 괴롭히는 파파.

    아무리 생각해도 벨런스가 무너졌다.

    이건 무조건 전자가 맞지!

     

     

    * * *

     

     

    제도 황실구역 시월궁전.

    12개월의 특징을 쏙 빼닮은 12개의 별궁 중 하나가 아가씨의 전용궁전으로 주어졌다.

     

    “메이드분도 함께 식사하시지요.”

    “아가씨와 메이드가 동석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독 기미를 위해서라도 직접 확인하셔야 성미가 풀리지 않겠습니까.”

     

    리프는 식사를 함께 즐겼다.

     

    “이쪽은 황궁에서 수집한 세계각지의 희귀한 식물을 모아놓은 식물원입니다.”

    “우와! 이거 채집해도 돼요?”

    “…식물원을 꾸민 황후께서 달가워하지는 않으시겠지만 소신에게는 말릴 권한이 없군요.”

     

    모종삽을 들고 배낭에 흙 묻은 식물을 쓸어 담는 아가씨를 지켜보며 찻물에 가볍게 적신 쿠키를 오독오독 깨물어 먹기도 했다.

    분하지만 저택에서 자신이 끓여만든 차나 손수 만든 쿠키보다도 맛과 향의 깊이가 더욱 뛰어났다.

     

    ‘흥. 이런 건 예산의 차이일 뿐이야.’

     

    아가씨의 살림을 도맡은 메이드들의 면면을 외워두고 혹여나 못 보던 얼굴의 메이드가 갑자기 배속될 상황에 대비하고자 순찰에 나섰다.

    그러자 청소메이드, 세탁메이드, 유모메이드, 주방메이드, 정원메이드 등이 발 가는 곳마다 계속 나오는 현상을 목격했다.

    많아도 너무 많은 메이드에 기가 막혀서 천장을 열었더니 암살메이드가 뭘 보냐고 째려보더니 손을 뻗어서 천장을 다시 닫았다.

     

    ‘메이드의 준비성은 대단하지만 나 혼자서도 다 할 수 있는 일이야.’

     

    라고 하기에는 넓어도 너무 넓은 별궁의 크기에 리프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모름지기 사람의 가치란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다른 이와의 관계성으로도 정의된다.

    하루아침에 굴러들어온 메이드들 따위에게 아가씨가 정을 붙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침실메이드 언니! 이불을 따뜻하게 만든다고 일 끝나고 매번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니는 거예요?”

    “네에… 걱정 마세요, 황녀님. 항상 좋은 향기가 나도록 별궁마다 정해진 향유를 쓴답니다.”

     

    …망할년이.

    향유를 써서 아가씨의 후각을 공략하려고 들어?

    향기는 아이와 보호자의 정서관계를 형성하는 빠르고 강력한 수단.

    리프가 단검을 들어 이불을 북북 긋는 상상을 속으로 하고 있을 때였다.

     

    “전 이런 향기 싫어요!”

    “네에?! 죄, 죄송해요. 혹시 원하시는 향유를 말씀해주시면…”

    “리프는 아무 냄새도 안 나거든요!”

    “냄새가… 안 나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아가씨는 어리셔서 아직 모르는 향기가 있을 수도 있어요. 어디 한번 제가 직접…”

     

    놀라서 이불을 벗고 다가오는 침실메이드.

    자신의 향을 베껴서 환심을 사겠다는 수작에도 리프는 코웃음을 치며 오히려 가슴을 펼쳤다.

    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자신감.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정말이네…?”

     

    그녀에게는 정말로 체취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무색무취 무형지독.

    그중 무취의 경지에 도달한 독공의 고수가 체취 따위를 허락할 리 없다.

     

    “아셨으면 물러나십시오. 침실은 저와 아가씨만이 머무를 수 있습니다.”

     

    메이드로서의 우월감을 느끼며 같잖은 침실메이드를 울려서 쫓아낸 리프.

    그녀는 울먹이며 아가씨를 부르던 것이 언제였냐는 것처럼 풀만족의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를 따라 황궁에 남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리프? 재단은 어쩌려고요?”

    “재단 따위 깔끔하게 버려버리죠. 솔직히 재단은 사람이 살만한 곳은 못 됩니다.”

    “히히. 황궁생활, 마음에 들었죠?”

    “부정할 마음도 들지 않을 정도로 만족합니다. 아가씨를 곁에서 모시는 것도 변치 않았고 더할 나위 없는 호사도 누리고 있습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대만족입니다.”

     

    메이드간에 경쟁을 벌이면 암기의 사용과 독의 살포는 기본으로 따르는 암살메이드들의 정쟁에 비하면 향유와 체취의 싸움은 애들장난 수준이었다.

    그런데 아가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금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만족, 곧 깨질 것 같아서 어쩌죠?”

    “혹시 황궁을 떠날 작정이십니까? 물론 저는 아가씨의 뜻을 따를 생각이지만 황제의 감시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요. 모처럼 황제가 조건으로 걸어준 것이 있는데 함 써먹어야 아깝지 않죠!”

     

    리프는 그제야 아가씨의 뜻을 깨달았다.

     

    “금기를 범하실 작정이군요. 인체연성입니까? 아니면 사자의 영혼을 부활시켜 꼭두각시 인형으로 일으키실 계획입니까?”

     

    어떤 잔혹한 짓을 저지르더라도 아가씨는 아가씨.

    곁을 지키겠다는 충성심을 보이는 리프에게 아가씨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신발부터 망토까지 일단 15강 템부터 맞출래요!”

     

    고인물은 역시 15강 풀셋은 있어야죠.

    이유 모를 부심을 당당하게 내세우는 아가씨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부심의 포인트가 남다른 메이드와 아가씨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