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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0

    아무리 예정에 없던 손님이라해도 아무것도 대접하지 않는다는 건 예의뿐 아니라 자신의 원칙에도 크게 어긋나는 일.

    루크는 그렇게 갑자기 찾아온 손님을 맞기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찻잎을 갈고 걸러낼 시간은 없으니 기성품으로 제작된 티백을 꺼내든다.

    맛과 정성은 떨어지지만, 명분으로는 충분하겠지.

    그러면 이제 할 것은 찻주전자에 티백을 넣고, 물을 붓고, 가열하는 간단한 작업이다.

    루크는 찻잔에 몰래 한가지 작업을 추가했다.

    그건 바로, ‘긴급탈출마법’의 시약을 타는 것.

    ‘긴급탈출마법’.

    그것은 공간도약식의 원리를 이용해 빠르게 시전되는 개체 이동형 마법.

    ‘게이트’와 같이 공간을 잇지 않고 ‘도약’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역추적이나 대응이 어렵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공간도약은 고질적으로 ‘마나 번’의 위험성이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원래 이 시약을 만든 이유부터가 ‘혹시나 도주해야하는 사태에 대비하기위함’으로 만들었기에, 저택의 내부에서 사용하면 그 연산력으로 보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공간도약의 부작용인 마나 번을 겪지 않는다.

    그 범위는 자신을 기준으로 조정해둔 것이니, 자신보다 마나가 적은 시루드역시 문제 없겠지.

    게다가 시약 자체는 그저 ‘대상지정’을 위한 신호기일 뿐으로 실제 연산은 저택에서 일어나기에 어떠한 마나도 띄지 않아 마나에 민감하다해도 눈치챌 수 없다.

    정 스스로 돌아가지 않겠다면, 강제로 돌려보내면 된다.

    애초에 그러려고 저택으로 불러들인 거니까.

    다만 한가지 문제라면 마법사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 굉장히 고집적인 족속이라는 것.

    기어이 다시 돌아와서 또 고집을 피우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뭐, 그러면 한번 돌려보내는 정도로 시루드의 고집을 꺾을 수 있기를 기대해보는 수밖엔 없겠지.

    “기다리게 했구나.”

    그렇게 시루드와 미셸 앞에 각각 하나씩 잔이 놓여졌다.

    -탁…. 탁.

    찻잔을 내려놓은 루크는 빈 찻잔에 찻주전자를 기울여 시약이 담긴 차를 채우며 말을 이었다.

    “평소라면 이 말고도 간단한 다과라도 같이 내어오는 것이 예절이겠다만….”

    “아냐, 네 말마따나 급하게 와버린 내 잘못이니까….”

    테이블 맞은 편에 앉는 루크의 모습에, 시루드는 자신의 앞에 놓여진 찻잔을 잠시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향이 적당히 향긋하고 적당히 따스하여, 평소 자신이 마시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목가심용 홍차.

    잔에 뜨거운 물과 티백을 넣고 우려내서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접대용 차다.

    이것도 물론 나름대로 고급형에 속하는 제품이기는 하지만, 평소의 루크는 손님을 대접할 때는 언제나 직접 찻잎을 우려내려서 ‘스스로 생각하기에 완벽한’ 차를 내어주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라 기성품을 사용했다는 점으로 미뤄보면, 루크에게 현재 얼마나 여유가 부족한 상황인지 추측할 수 있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전부 완벽하기위해 노력하는 루크었기에 더욱이 잘못 달인 찻잎의 실수가 굉장히 부각되는 느낌.

    시루드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차를 보니까, 역시 무슨 일이 있는 거구나.”

    그 중얼거림을 들은 루크는 순간 몸을 움찔거렸다.

    설마 차에 다른 것을 탄걸 눈치챘나?

    이렇게나 빨리 들킬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무색, 무취의 시약을 대체 무슨 수로?

    허나 만일 차에 무언가를 첨가했다는 걸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확히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까지는 알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에, 루크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찻잔을 들어올리며 딴청을 피웠다.

    “……그게 무슨 말이지? 그렇게 말하는 의도가 궁금하군.”

    루크는 모르는 척을 했지만, 시루드는 그 모습이 평소와는 미묘하게 다르다는 걸 이미 눈치챘다.

    실제로 자신의 찻잔에 차를 따르던 손길이 잠깐 멈칫했던데다, 만약 루크가 정말로 자신의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른다면 의도가 궁금하다는 모호한 표현보다는 직설적으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라며 시치미를 뗐을 테니까.

    아마도 루크는 자신이 수준미달의 차를 대접한 것에 내심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말이다.

    역시 루크는 도움이 필요했다.

    애초에 그게 아니라면 자신을 집에 초대하지도 않았을 게 아닌가?

    그런 생각에 시루드는 차분히 말을 꺼냈다.

    “나도 이미 말했지만, 난 도와주고 싶어서 찾아온거야. 이렇게 보니까 확실히 정리가 필요해 보이는데, 뭐든 혼자서 하는 것보단 낫잖아?”

    그런 시루드의 말에 나름대로 ‘차에 탄 것은 절대 이상한게 아니다’라는 어필을 위해 자신 또한 몇모금씩 입에 흘려넣던 루크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아니, 단순한 ‘집안정리’다. 이런 것으로 남의 손을 빌리기엔 염치도 없고, 또 내키지도 않아. 집으로 부른 것은 그저 손님 대접을 위함이었으니, 차를 다 마시면 슬슬 돌아가거라. 너에게도 할 일이 있지 않느냐? 방학숙제라던가, 공부라던가.”

    마치 아이를 달래는 것 같은 루크의 모습에 시루드는 자신이 그렇게 미덥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말해도 자신은 이미 방학숙제는 진작에 전부 다 끝내서 일기만 남아있는 상태였고, 아카데미의 공부 또한 2학년 위 분량까지 이미 어느정도 학습을 마친 상태다.

    그러니까 루크가 걱정할만큼 중요한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

    시루드는 루크의 그런 반응이 자신이 너무 어리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짐짓 스스로 믿음직스러운 말투를 꾸며내며 입을 열었다.

    “너, 정말 내가 그냥 돌아가길 원하는거야? 네 앞에서 스스로 이런 말 하긴 뭐한데, 나도 이제 서클을 좀 다룰 수 있게 됐어. 그냥 정리라면 나도 분명 도움이 될걸?”

    그렇게 말하는 시루드의 자신감있는 목소리는 그 나이대 남자아이치곤 굉장히 믿음직스럽게 느껴졌지만, 그것이 지금의 루크에겐 악재였다.

    목소리만 들어도 굉장히 고집스럽고 꺾기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정말로 자신을 돕는것이 삶의 이유라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그건 루크로서는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설마 자신을 아직도 ‘또래의 이성으로서 좋아해서’ 그런거라면 상당히 곤란한데.

    그런 감정은 이미 여러번 정리를 해두지 않았던가?

    하지만 루크는 그런 감정이 얼마나 강하고 스스로에게 위험한지 이미 자신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차마 아닐거라고 확신은 못한 채 굉장히 곤란하다는 듯이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대체 왜 그렇게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거지? 날 도와봤자 얻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는, 단지 귀찮고 힘든 일일게 뻔한데.”

    “그건…. 그냥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야.”

    시루드에게 현재 공개된 정보라고는 그저 자신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보인다는 것과, 집안의 상태가 꽤 어질러져있고 그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을 정도라는 사실정도.

    자신이 무엇을 시킬지도 모르고, 무엇을 바라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토록이나 단호하게 자신이 돕고싶다고 맹세처럼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정말 다행인점은, 아직 ‘뭐든 도와줄게’같은 맹세형 어휘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일까?

    마법사로서 그런 말을 꺼내는건 상대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건간에 매우 신중해야 하는 것이었으니까.

    역시 ‘재능’이 뛰어나면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아는걸지도 모르겠다.

    루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그야 역시 그렇겠지. 어차피 그정도의 근거겠지. 그렇다면 나 또한 같은 말로 대답하겠다. ‘내가 도움을 받기 싫어.'”

    똑같은 형태로 되돌아온 루크의 차가운 대답에 시루드는 순간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떴다.

    너무나 충격받아 자신에게 내어진 차를 마실 생각조차 못하는지, 마치 얼어버린 것처럼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그 모습에 루크는 이러다가 시약은 마시지도 않고 시간만 버리겠다 싶어 조금은 풀어진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 의지만은 정말 칭찬하고싶다만, 그렇다면 어째서 내가 도움받기 싫다는 의지는 왜 묵살하려 하는게지? 그것도, 당사자가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데도? 그건 역시 단순한 친분으로 참견을 하고 싶어할 뿐이 아닌가?”

    “……남을 돕고 싶다는게 나쁜 건 아니잖아.”

    “의도가 좋다고 모든 행동이 선할 순 없어. 지금의 이것은 분명히 괜한 참견이다.”

    “그렇지만…….”

    정론이 이어지는 루크의 말에 시루드는 잠시 말문이 막혀버렸다.

    단순한 고집이나 자존심인지, 아니면 무언가를 숨기고 싶어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도움을 받기 싫다는 루크의 의지는 너무나도 확고했다. 

    하지만, 그래도 시루드에게는 여기서 그냥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근거가 하나 있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이건 대답해줘.”

    “뭘 말이지?”

    “서클말이야. 지금 안좋은거지?”

    자신의 서클이 루크의 것을 기반으로 안정화된탓에 닮아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원래 그런 서클이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로 미묘하고 사소한 차이점이지만, 확실히 느꼈다.

    바로, 서클 내부에 자리잡은 ‘뒤틀림’과 ‘공허’를.

    감정에 따라 변화하는 서클은 회의감, 분노, 슬픔등에의해 늘 영향을 받곤 하지만, 서클이 망가지거나 뒤틀리는 일은 서클을 과용하거나 ‘거짓말’등으로인해 자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었을 때에만 발생한다.

    또 중심으로 갈수록 안정되는 다중서클의 특성상, 그 뒤틀림도 결국은 서클의 가장 바깥을 도는 고리에나 국한되어 발생하는 현상.

    서클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서클의 중심축은 절대 변화해선 안된다.

    팽이의 중심이 흔들리면 결국 요동치게되듯, 서클 중심에 발생한 뒤틀림은 곧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본래 서클이 극도로 정순하고 강대한 루크였기에 코어에 발생한 뒤틀림이 있음에도 지금은 괜찮아보이지만 아무리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라도 뿌리가 사라지면 결국 죽어버리는 것처럼,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결말은 같을 것이다.

    그러나, 시루드는 그것까지는 알지 못한다.

    루크의 덕분에 서클을 다루는데 능숙해지고 많은 것을 알게 되기는 했지만 결국 루크가 알려주지 않은 정보는 전혀 알아낼 방법이 없었으니까.

    아직 서클의 본질에 관해 아직은 거의 알지 못하기에 현재 시루드가 루크에게서 느낀 것은 그저 ‘위화감’에서 느껴지는 불안감 정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여전히 ‘친구’를 걱정하고 추궁하는 데엔 충분했다.

    루크가 아무리 강경한 태도로 자신을 내친다 하더라도, 시루드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루크에게서 얻기 전까지는 돌아갈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에 루크가 걱정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저 지금 진행중인 어떤 실험의 영향이다. 그 또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신경 쓸 것 없다.”

    “실험이라니? 그게 뭔데? 혹시 뭔가 위험한 건 아니지?”

    “그건….”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뜸을 들이는 루크의 모습에 시루드는 더욱 초조해졌다.

    위험하지 않은 일이 맞다면, 루크가 바로 대답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즉, ‘자연스러운 일’인것은 맞지만,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것.

    위험한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실험을 진행중이었다는 이야기나 다름없었으니까.

    하지만 루크는 곧바로 그런 우려를 종식시키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래, 위험하지 않아.”

    루크가 던진 대답에 시루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궁금증이 해결 됐느냐? 그럼 이제는 차나 마시고 돌아가도록 하거라.”

    허탈감에 말을 잇지 못하고 한동안 괜히 찻잔을 만지작거리던 시루드는 서서히 입을 달싹였다.

    “……그래도.”

    하지만 루크가 아무리 강경한 태도로 자신을 내친다 하더라도, 시루드는 여기서 그냥 돌아갈 수가 없었다.

    이제 단순한 고집은 아니다.

    루크가 자신에게 드러내는 감정이, 단순한 불쾌감이나 짜증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에 ‘위험하지 않아’라고 말할때의 루크에게는 위태로운 감정이 숨겨져있었다.

    루크는 본인이 마음만먹으면 언제나 감정을 극도로 쉽게 진정시키는 능력이 있기 때문인지, 반대로 감정을 극도로 조절하지 않았을 때에는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 얼마나 감정이 드러나게 되는지를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사실 애초에 마법사가 감정을 억제하는 이유가 타인에게서 감정을 숨기기 위함이 아니라, 서클의 안정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다지 이상한 경향도 아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에, 루크와 서클의 형태가 유사하여 그 감정선 또한 비슷한 시루드로서는 더욱 더 쉽게 그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의미없다는 듯이, 마치 자신이 루크의 서클에서 느꼈던 것처럼 뭔가를 손에서 놓아버린 것만 같은 공허한 감정.

    그것은 마치, 아버지를 사고로 잃었을 때의 자신이 떠오르는 감정이었다.

    “…….”

    자칫하면 트라우마마저 자극될 것만 같은 유사성.

    그렇기에 시루드는 더욱이 루크를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실제로 그 감정을 겪어본 자신이었기에, 지금의 루크에게는 타인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안다.

    말로는 도움이 필요 없다고는 하지만 그건 그냥 자신이 그렇게 믿는 것일 뿐, 실제로는 도움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잊은 줄로만 알았던 무거운 감정은 막상 시루드에게도 간단히 떨쳐낼 수 있는 감정은 아니었다.

    돌연 먹먹한 감정에 빠져 시루드가 말문이 막힌 바로 그 때였다.

    “루크아가씨, 도련님에게도 이야기를 해주세요.”

    말을 꺼낸 것은 그동안 두 아이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있던 시루드의 운전기사, 미셸이었다.

    듣다보니 대충 무슨 사정인지는 잘 몰라도 루크 아가씨에게는 도움이 필요한데, 자존심이 그 손길을 허락하지 않는 게 아닌가 싶었다.

    어린아이들은 은근히 자존심을 세우길 좋아하니까.

    자신도 어릴땐 그랬었고.

    하지만 역시 혼자서 하려고 하다가는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아가씨도 그 사실을 알고는 있을것이다.

    정말 혼자서 할 수 있고 도움을 필요로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집에 들이지도 않았으리라.

    하지만 자존심이 도련님을 밀쳐내는 상황이라 순순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뿐이겠지.

    그리고, 좋아서 튕기는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인데 어린아이들은 그 선을 잘 모른다.

    심하면 그 정도를 몰라 한쪽이 너무 상처 받고 지쳐 떨어질때까지 밀어내곤 하지.

    그래서 이럴땐 어른인 자신이 잠깐 잡아주는 것도 가끔은 필요하다.

    “일단 사정을 말해주세요. 정말로 도움이 될 지도 모르잖아요? 시루드 도련님의 영향력은 사회에서도 꽤나 알아주는 편이라고요.”

    “…어, 내가?”

    갑자기 끼어든 미셸의 자신을 치켜올리는 듯한 말에 순간 정신을 차린 시루드는 당황하며 되물었다.

    아직 11살인(이제 12살이지만) 자신에게 정말 그녀가 말하는만큼 대단한 영향력이 있었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의 트리핀드라면 몰라도, 지금은 약간 과장하는 것 같은데.

    미셸은 그런 시루드에게 일단 잠자코 들으라는 듯이 테이블 밑에서 발을 툭 치며 말을 이어나갔다.

    “실제로 아가씨는 도련님의 어머님 덕분에 많은 지원을 받기도 하셨지요. 그러니까 도련님에게 말하는건 그냥 어린아이에게 말하는 거랑은 다를거예요. 정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요?”

    루크에게 어떤 종류의 도움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유가 정당하다면 세상에 하나뿐인 외동아들의 부탁에 트리핀드 그룹의 여회장께서 움직이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미 회장님께선 루크를 꽤나 좋게 보시는 편이니, 웬만큼 무리한 부탁이라도 어떻게든 들어주려고 노력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어린 시루드는 자신이 직접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거겠지만, 그래도 아이의 바람을 이뤄주는 건 결국 부모의 역할이기도 하니까.

    미셸은 이어서 루크에게도 거절하기 어려운 조건을 덧붙였다.

    “그리고, 정말로 들어봐서 정말로 도움이 필요 없다면 제가 도련님을 데리고 돌아갈게요. 괜찮죠?

    미셸의 예상치못한 지원에 잠깐 멍해져있던 시루드는 곧장 그에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정말 도움이 필요 없는 이유를 제대로 얘기해주면 돌아갈게! 나도 다 알고서도 억지로 강요하는 건 싫으니까!”

    “…….”

    그러자 미셸은 자신을 향해 째릿 해오는 루크의 표정을 마주하고는 식은땀을 흘렸다.

    평소엔 마냥 기품있고 온화하게만 느껴지던 루크도 저렇게 인상을 쓰니 굉장히 무섭달까, 원래 꽤나 날카로운 인상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칫 잘못하면 크게 야단맞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잠시 후, 루크는 미셸에게 보내던 날카로운 눈빛을 거둬들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알겠다. 약속한게다, 들어봐서 문제가 없다면 돌아가겠다고.”

    “응!”

    “하아…….”

    역시 이렇게 되는건가.

    루크는 연달아 한숨을 쉬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불청객 이후 수정되어 이어진 내용입니다.

    일단 부제는 임시입니다.

    리메이크인주제에 애매하게 끊어져서 감질날까봐 오늘은 두편입니다.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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