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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0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흐름을 알 수 있다.

       흐름을 거스르고 그 흔적을 훑다 보면 그 시작을 알 수 있나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루카스에 대한 정보는 모여갔다.

         

       『 루카스에 대해 말해달라고요? 오, 그는 아주 좋은 사람이죠. 적어도 고용주로서는 꽤 괜찮은 사람입니다. 성공하면 보수를 빵빵하게 주고, 무슨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직원을 보호하려 하고. 게다가 음. 부자이기까지 하지요. 부자인 게 뭐가 중요하냐고요? 아, 중요하죠. 왜냐하면 루카스가 가지고 있는 다른 사업체들에 갔을 때-약간의 서비스를 받거나 할인받을 수 있거든요. 이게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

         

       『 그는 적어도 자신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은 확실하게 지키는 사람입니다. 이익을 공유할 줄 알고, 베풀 줄 알죠. 예? 울타리 밖의 사람들이요? 그건 제 알 바가 아닙니다. 그리고 루카스에게도 알 바가 아니죠. 기부 좋아하는 사람들은 널렸는데, 왜 우리가 그것까지 신경을 써야 합니까? 당신, 동양인 특유의 사고관은 좋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건 친구, 가족, 이웃과 같은 작은 의미의 공동체입니다. 중요한 건 ‘우리’라는 범위인 거죠. 국가나 인류 같은 커다란 공동체에 신경을 쓰면, 파산을 면치 못할걸요? 』

         

       『 나쁘지 않은 사람이죠. 미친 사람들이 가득한 월 스트리트에서 보기 드문 사람이에요. 그는 여자에게도 남자에게도 별 관심이 없고, 그 누구에게도 성희롱하지 않지요. 남의 가정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고, 남의 아내나 남편, 애인을 건드리지도 않아요. 쓸데없는 구설수를 만들고 다니지도 않고, TV에 나와서 기행을 벌이고 다니지도 않죠. 솔직히 제 전 직장들에서 이상한 사람을 너무 많아서 그런지…. 루카스 그는 정말 천사같이 느껴집니다. 』

         

       어떤 이들은 루카스에 대해서 좋게 말하기도 했고.

         

       『 루카스…. 흠. 동양인은 입이 무겁다지요. 특히 주술사라면 더더욱. 그러니 당신을 믿고 말하는 건데, 그는 좀…. 그래요. 아, 직장에 불만이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이 직장은 아주 마음에 들거든요. 보험도 그렇고, 벌이도 그렇고 말이에요. 하지만 사람으로서는…. 글쎄요. 적어도 전 루카스 같은 사람을 이웃으로 두고 싶지 않군요. 그는 신경질적이고, 감정에 기복이 있어요. 편집증이나 강박증에 가까운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죠. 그걸 직원에게 풀지는 않지만, 오. 그렇다고 해도 저는 그를 제 이웃으로 두고 싶진 않네요. 』

         

       『 하하하, 그는 악마입니다. 오, 물론 기독교적 관점에서 그를 모독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냥 그가 한 일들을 보면 악마라는 말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는 수많은 업체를 망하게 했고, 그 대가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였죠. 그는 공매도의 대가이며, ‘친근한 가치투자 전문가’보다도 더 철저한 하이에나입니다. 쓰레기 같은 정크 본드(Junk Bond)를 귀중한 돈으로 바꾸는 마술을 보여주는 마술사이기도 하죠. 그러므로 그는 악마입니다. 저 같은 돈을 사랑하는 사람을 매혹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죠. 하하. 』

         

       어떤 이들은 그를 좋지만 꺼림칙한 사람으로 말하기도 하였고.

         

       『 루카스? 빌어먹을! 메타트론 직원 놈이야? 아니라고? 뭐? 주술사? 오, 이런. 그래, 고용됐는데 고용주에 대해서 궁금한 게 생겨서 나한테 질문을 했다? 좋아. 아주 잘 찾아왔어. 저 빌어먹을 메타트론 인베스트먼트의 적만큼이나 객관적이고 확실한 정보를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 그 빌어먹을 씹새끼는 악마 같은 놈이야. 소속감 따위는 없이, 그냥 돈에 미쳐있는 놈이라고. 』

         

       『 몇 년 전 월 스트리트의 인베스트먼트들이 모여서 한 회사를 공매도하기로 합의를 봤었지. 성공만 한다면 짭짤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일이었어. 실패? 하, 그런 게 있을 리가. 실패를 할 것 같으면 룰을 바꾸면 그만이지. 우리는 룰을 결정하는 사람들이거든. 』

         

       『 그런데 이 빌어먹을 루카스, 이 지옥에 떨어져서 영원토록 불에 타버려 마땅할 저 황금에 미친 루카스 놈이 배신했어. 우리를 엿 먹이기 위해서, 방해를 한 거야! 제기랄! 그 때문에 우리는 천문학적인 이익 대신 천문학적인 손해를 봐야만 했고, 그 빌어먹을 놈은 유일하게 이득을 얻고- 보험까지 타 먹었지. 게다가 우리의 손해 속에서 이득을 주워 담고 날아오르기까지 했어. 빌어먹을, 빌어먹을 루카스! 』

         

       『 게다가 총에 맞을 걸 알기라도 한 건지 이상한 아티팩트까지 차고 다니고 말이야. 많은 사람이 그놈의 머리통을 리볼버로 날려버리려고 했는데 계속 실패했다고! 대신 파산한 인베스트먼트의 CEO가 그놈 차에 개수작을 부려서 사고를 일으키는 건 성공을 하긴 했지. 그 대가로 CEO는 징역 200년 이상을 먹었고, 루카스는 한쪽 팔이 날아갔어. 너도 봤겠지? 크리스털 팔. 』

         

       『 더럽게 멋지긴 하더군. 제기랄. 나도 몸 어디가 박살 나면 저런 의수나 의족을 달 생각이야. 크리스털 팔에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몬드를 성조기 무늬처럼 만들어서 하고 다니려고. 어때, 멋있을 것 같지 않나? 하하하하! 』

         

       어떤 이는 루카스에 대해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품고 있기도 했다.

         

       『 루카스요? 오, 그는 영웅이죠! 』

         

       『 저는, 그리고 우리는 월 스트리트의 늑대 놈들 때문에 끔찍한 일들을 겪어야만 했죠. 어마어마한 빚더미를 안고, 집을 잃었고, 거리로 내몰리게 되었어요. 많은 가정이 박살이 났고- 예. 가족, 친구, 애인, 친척…. 많은 사람은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말았습니다. 우리 집도 외삼촌이 입에 권총을 물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다른 친척들도 사정이 매우 어려워졌어요. 우리 집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돈을 더 벌기 위해 근무 시간을 더 늘려야만 했고, 저는 어린 나이에도 방치된 채 자랄 수밖에 없었죠. 그 과정에서 마약에 손을 대기도 했고- 아, 지금은 끊었습니다. 운 좋게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서 빠르게 끊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후회가 되기는 합니다. 더 빨리 끊었으면, 아예 손을 대지 않았으면 더 공부해서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말이에요. 』

         

       『 그리고 그 후회가 들 때마다 저는 생각합니다. 아, 우리 집안이 어려워진 것도, 지금에서야 간신히 평온을 되찾게 된 것도. 내가 마약에 손을 대게 된 것도, 불량배들과 어울리게 된 것도. 지금 부모님의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것도,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부모님의 몸 곳곳에 골병이 들어버린 것도. 친척들이 어려워진 것도, 어릴 적 나에게 로봇 장난감을 주었던 외삼촌이 죽은 것도 모두—이 빌어먹을 월 스트리트 놈들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

         

       『 그래서 저는 월 스트리트 놈들이 뭉쳐서 공매도하려고 했을 때, 어떤 이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 놈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전부 불태워버릴 거야(I’ll burn it all down just to spite them). 』

         

       『 짧고도 강렬한, 공감될 수밖에 없는 말. 』

         

       『 예. 저는 공감했습니다. 저는, 수많은 사람은, 우리는. 그 말에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행동했죠. 개인으로 따지면 그리 많지는 않은 돈을 모았고, 월 스트리트의 늑대 놈들에게 엿을 먹이기 위해 행동했습니다. 손해요? 하하, 그놈들을 파산시킬 수 있다면 손해 정도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전 집이 있고, 직장이 있어요. 애인은 없고, 아내도 없으며, 아이도 없죠. 저는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할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했죠. 』

         

       『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저놈들은 규칙마저 뒤바꾸는 놈들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루카스가 나타난 겁니다. 마치 영웅처럼, 슈퍼히어로 랜딩(Superhero landing)은 하지 않았지만, 정말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우리를 도와줬죠. 사라진 매수 버튼을 다시 돌려놓았고, 언론을 이용해 우리를 도왔습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우리를 지원했습니다. 그는 마술사 같았고, 마법사 같았고, 천사와 같았습니다. 』

         

       『 결과요? 영웅이 함께하는데 질 리가 없죠. 우리는 이겼습니다. 우리는 손해는커녕 이득을 보았고, 월 스트리트의 빌어먹을 놈들을 몇이나 파산시켰죠. 이 작전에 참여한 회사들을 휘청이게 했고, 우리의 힘을 세계에 널리 알렸습니다. 우리는 해냈습니다. 루카스는 영웅이었고, 우리는 영웅이었죠. 하하하. 』

         

       그리고 어떤 이는 루카스를 ‘영웅’이라 칭하기도 했다.

         

       어느 곳에서는 좋은 사람.

       어느 곳에서는 꺼림칙한 사람.

       어느 곳에서는 악마.

       어느 곳에서는 천사나 영웅.

         

       루카스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달랐고, 그에게 품는 감정도 전부 달랐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다 그렇지 않은가.

         

       사람은 여러 가지 면이 존재하고, 일관될 수가 없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다양한 이야기는 그 사람의 본질에 다가서게 만드는 것이었고, 그 사람이 품고 있는 기질과 근원을 파헤칠 수 있는 소중한 단서였다.

         

       진성은 점점 많은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루카스를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수많은 이들.

       수많은 감상.

       수많은 평가.

         

       그 모든 것을 종합하고, 진성이 직접 보고 겪으며 평한 루카스는-

         

       “흐음. 수확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악인이로다.”

         

       악인.

         

       진성은 횔레가 직접 찾아와 수확해도 이상하지 않을, 악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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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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