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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1

       

        

        

        

        

       

        11월 2일, 포트 무어.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이 제자리를 찾고, 일부를 제외하면 시설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조차 모른 채 방의 키카드를 받아들던 컴페티션 참가자들, 다르게 말하면 각 나라에서 온 특수부대원들은 슬슬 신체에 배인 여유를 되찾고 포트 무어에 익숙해진다.

        

        허나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즈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포트 무어는 65명 가까이 되는 참가자들을 가만히 놔둘 생각이 단 하나도 없었다.

        

        이들이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끝낸 뒤, 잠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안락함을 느끼게끔 자비를 베푼 이 기지는…바로 다음 날부터 참가자들의 머릿속에 사전 브리핑이라는 이름으로 무지막지한 양의 정보를 때려박기 시작했다.

        

        

        몸을 굴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평소에 하던 훈련보다는 훨씬 편했다. 강의실 같은 곳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경기 종목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것이 기지 어디에서 개최되는지를 알려줄 뿐이었으니.

        

        그러나 그걸 흘려듣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한 글자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녹음기를 끼는 것은 기본이었거니와, 종이에 그림을 그리며, 홀로그램을 띄워 3D로 이뤄진 지도를 만들어내고는 어떻게 기동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한다.

        

        한정적인 시간,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결코 전부 대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숫자의 경기 종목 수. 종목만 12개에 달했으나, 그 중에서 요새 잠입 및 돌파 미션에만 2박3일 가량이 할애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2인으로 이뤄진 32개 조가 11개의 종목을 4일 안에 소화해야만 했다.

        

        대회에 대비할 시간 같은 건 처음부터 허상에 가까웠다. 그저 평소에 얼마나 방대하고 많은 양의 훈련을 소화했는지, 그리고 해당 훈련을 통해 특정 영역에서의 전문성을 습득했는지, 그것을 근육기억으로 체득했는지만을 논할 뿐.

        

        

        그리하여 미군을 제외한, 아니, 설령 미군 소속이라고 할지라도 전전긍긍하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논할 동안, 나와 로건은….

        

        

        

       “이번 스나이퍼 컴페티션 와중에 대통령 선거가 겹치더라구요. 단말기에 투표용 프로그램 깔린 거 봤어요?”

        

       “봤지. 옛날에는 전자투표를 하면 무슨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니 절대 안 된다 뭐다 하면서 아주 난리도 아니었는데, 이제는 살다살다 산지를 누비는 중에 투표를 하게 생겼네. 세상 참 기이해졌어.”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요. 이미 누가 당선될지는 대충 결정이 난 것 같긴 한데.”

        

        

        

        이런 이야기나 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방금 내가 말했듯이 11월…7일. 그러니까 요새 공략 미션을 하루 남기고 있는 날에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이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선거인단 투표긴 한데, 미국의 선거 시스템을 여기서 전부 좌라락 읊을 수도 없었으니.

        

        아무튼 로건과 나는 별 생각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총을 잡은 이후로 민주당에 표 찍는 날이 오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단 말이지.”

        

       “하기야, 알래스카는 공화당 텃밭이죠. 그래도 헨리는…대놓고 초당파적인 정책을 많이 들고 나오지 않았나요. 들고 나온 것들만 보면 공화당 친화적인 정책도 꽤 있든데. 상이군인 지원 제도라든가.”

        

       “그건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그건 그냥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이 가능한 일을 자기 정책으로 포장한 것처럼 보인단 말이지.”

        

       “그렇게 보일 수도 있긴 하지만, 결국 대통령 정도나 되는 양반들이 입을 열어주지 않으면 사람들은 잘 모른단 말이죠. 잘 포장하는 것도 능력이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해서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미국의 민주당은 진보주의였고, 공화당은 보수주의였다.

        

        사실상 당이 너무 커졌기에 어느 쪽이든 빅 텐트에 가깝긴 하지만…아무튼, 현 정국은 꽤나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동안 헨리가 제시했던 정책이 조금 애매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었다 – 가령 복지확대와 총기규제를 추구하면서도 상이군인 지원정책을 내놓는다든지.

        

        이는 이카루스 다이나믹스와 싱크탱크 때문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미국의 정치분석가들은 한 가지 결론을 내었다 – 이는 헨리가 공화당 내 일부 온건적 진보주의자들과 손을 잡는다기보단 공화당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이라고.

        

        방금의 대화에선 거기까진 말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상이군인 지원 정책은…민주당이 할 만한 건지, 혹은 공화당이 할 법안인지를 따지기엔 조금 애매모호한 경계에 서있었으니까.

        

        

        그리고 군부 인사들이 헨리에게 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있었다.

        

        

        

       “그래도 아는 사람들은 알지 않나요. 헨리 그 양반이 얼마나 피를 토해가며 다크 윈터 사태 이후의 미국을 이끌어갔는지.”

        

       “그건 그렇지.”

        

        

        

        다크 윈터 사태가 터진 이후로 대통령이 하루에 세 시간 이상 잠을 자는 날이 없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고, 그 급박한 상황 와중 쓰러진 것만 열 번에 달하며, 암 수술만 세 번을 했고, 암살당할 뻔했던 것만 수십 번에 달했다.

        

        개중에는 센트럴 파크에 여객기를 꼬라박으려는 테러리스트도 있었고.

        

        특이점에 한없이 가까이 다가간 이카루스 기어 덕분에 온갖 과로와 신체적 부상, 그리고 그로 인해 얻은 병마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서 다행이지, 아마 그런 게 없었더라면 이미 알링턴에 묻혀있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아무튼 그 꼬라지를 가장 가까이서 직관한 사람들의 기억을 이어받은 사람들이 현 미국 행정부에 넘쳐났고, 이들은 적어도 헨리가 얼마나 뚝심이 있는지는 똑똑히 보았다.

        

        

        물론 나도, 그리고 로건도 마찬가지였다.

        

        

        

       “그 양반이 헛짓거리하면 돈줄을 확 조여버리라고, 막내.”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야죠. 어차피 나중에 골골댈 때 기어로 고쳐주기만 하더라도 제 ‘조언’을 무시할 수는 없을 걸요.”

        

       “거 더럽게 무섭구만. 가서 특수부대 애들 월급이나 좀 올려달라 그래라. 올리비아 군대에 집어넣을 수 있게 나이조정 얘기도 좀 하고.”

        

       “그 정도면 어떻게든 될 것 같긴 한데, 뭐어….”

        

        

        

        그렇게 말을 줄인다.

        

        시계를 한 번 보고, 그 다음 저 뒤쪽에서부터 조금씩 커지는 발걸음-진동에 귀를 기울인다. 아직 브리핑 룸으로 되돌아기에는 시간이 좀 있었으나, 기억에 있는 발걸음소리였다.

        

        내가 입을 닫고 뒤쪽 골목을 쳐다보자 로건 역시도 동일한 모습으로 해당 방향을 바라보았고,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 어쩐지 어딘가 낯이 익은 듯한 모습의 사람 두 명이 나와 로건이 있는 곳으로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낯이 익다는 건 친분의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 친분 이상의 무언가로서 작용할 수 있는 요소였다.

        

        국적.

        

        

        익숙한 어반 카모 군복. 그리고 어깨에 달린 독수리, 앵커, 기뢰와 칼, 삼지창이 한데 모여 어우러진 부대마크, 그리고 낙하산과 상어, 앵커, 단검이 하나로 합쳐진 특수전 자격 휘장. 그 외에도 자잘한 것들까지.

        

        그 순간 나는 손을 내밀었고, 한국어로 먼저 덧붙였다.

        

        이 자리를 위해 만 하고도 수천 킬로미터를 달려온 해군 특수전전단UDT 소속 두 분을 맞이하기 위해.

        

        

        

       “이런 자리에서 만나게 되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굉장히 멀리서부터 오셨을텐데 시차 적응은 잘 되셨나 모르겠네요. JSOC 내 SMU – 특수임무부대 – 소속의 유진입니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서 혹시나 와봤는데, 정말, 이 자리에 계실 거라곤 생각도 못 했습니다. 반갑습니다. UDT 상사 유현호입니다.”

        

       “중사 김해일입니다. 몇 개월 전 DEVGRU와의 교류 중 나이프 파이팅 클래스가 있었고, 당시 많은 신세를 졌지요. 단검술이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네?”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 그로부터 찰나도 지나지 않아 나는 범인이 누군지를 알아냈다.

        

        DEVGRU라고 하면 누가 있겠는가, 지금 여기서 심사위원으로 종군 중인 빌어먹을 상어가 있겠지. 이제는 내 단검술까지도 커리큘럼에 갖다 썼구만, 이 양반.

        

        내가 머리를 감싸쥐고 헛웃음을 흘려대자 로건이 다가와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이내 두 분에게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 과거 이사가기 전 로건은 대한민국에 몇 번 들리며 한국어를 굉장히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 .

        

        

        

       “반갑습니다. JSOC 내 SMU 소속의 로건 원사입니다. 그 망할 상어 대가리랑은 아주…막역한 사이지요. 이런 먼 곳까지 발걸음하다니 꽤 고생했을 듯합니다.”

        

       “하하, 거리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죠. 오히려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이번 대회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것 정도려나요. 과연 미국 아니랄까봐, 정말 상상도 못한 종목도 몇 있더군요. 최선을 다해 쫓아가지 않으면 낙오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 개최된 대회의 종목들이 하나같이 칼을 갈고 나오긴 했죠.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실전에 적용해볼 수 있을 겁니다. 단순한 사격 실력 뿐만이 아니라 독도법과 체력, 스트레스 관리, 목표 색적, 초장거리 사격 전부에 능통해야 하는 미션도 섞여있거든요.”

        

       “그 말대롭니다. 30시간 안에 60km 가량의 산지를 돌파하는 건…굉장히 도전적인 미션이 될 것 같거든요.”

        

        

        

        그렇지.

        

        물론 어떻게 보면 비교적 쉬울 수도 있었다. SAS 같은 경우에는 선발 테스트 중 하나가 18시간 안에 64km를 들어오는 것이었으니까…라고 생각하면 오산. 거기는 20kg를 짊어지지만 이쪽은 최소 그 두 배를 들고, 총도 두 정을 휴대해야 하며, 저격을 당할 수도 있다.

        

        당연히 저격을 당하게 되면 센서가 피탄 판정을 체크하고, 중상을 입었다면 아군을 특정 지점까지 운송해야 하며, 한 명이라도 사망 판정을 받는 순간 탈락이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해당 저격 터렛을 역저격하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었고.

        

        더군다나 수십 킬로미터 가량을 걸어 요새에 도착하더라도 그 근방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어떻게 돌아다니는지를 체크하며, 이를 토대로 어느 기체를 어느 타이밍에 파괴해야만 하는지를 선정한 뒤 이를 실제로 해내야만 한다.

        

        

        요컨대, 이번 스나이퍼 컴페티션은…그냥 종합선물세트였다.

        

        실패하는 것이 거의 당연하다시피 여겨지지만, 성공한다면 당장이라도 실전에 투입되어도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 오퍼레이터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난이도의 미션’들’.

        

        그러니까 컴페티션이겠지만.

        

        

        

       “비록 번외로 참가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설렁설렁 할 생각은 없으니…두 분도 부디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랍니다.”

        

       “물론이지요. 매의 눈으로 계속 지켜볼 예정입니다. 많은 걸 얻어가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그렇게 되면 좋죠.”

        

        

        

        다시금 서로 손을 나누고, 인사를 건넨다.

        

        얼마 전까지 내가 있었던 바로 그 나라에서부터 조금 더 늦게, 혹은 비슷한 시기에 날아와 조지아에 도착한 두 분을 보게 되니 뭔가 기분이 미묘했다.

        

        하지만 감상에 잠길 시간은 없었고, 이카루스 기어가 울리며 슬슬 브리핑 룸으로 되돌아가야만 한다고 알리고 있었다.

        

        

        

       “가자.”

        

       “가죠.”

        

        

        

        이젠 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

        

        

        

        

        

        

        

        

        

        

        

        

        

        

        

        

        

        

        

        

        

        

        

       “이건 저격 터렛입니다. 그리고 왼쪽은 UAV 드론이지요.”

        

        

        

        슥 하는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기기가 테이블 위로 올라온다.

        

        평소 로건과 나, 혹은 올리비아나 내 제자들을 부를 때 종종 들려왔던 애정 가득한 목소리, 혹은 장난기로 똘똘 뭉친 그런 음성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사무적이면서도 약간의 위압감이 담긴…말 그대로 포식자로서만 낼 수 있는 음색이었다.

        

        하지만 다들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테이블 위를 직시했다. 그 정도의 위압감과 위협은 이미 일상으로 달고 사는 사람들이었으므로 – 그리하여 이들의 눈동자는 터렛과 드론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여지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물건들이었으므로.

        

        

        

       ‘…저런 걸 이런 곳에서 보여준다고?’

        

       ‘미국은 이미 해당 전투보조장치들의 신뢰성을 완전히 검증하고, 실전에 배치한 건가?’

        

        

        

        해당 물건을 보여준다는 것 자체에 함의된 뜻.

        

        군에 납품되는 물건, 그 중에서도 전투에 사용되는 것들은 그 무엇보다도 신뢰성과 작동성을 중시하고, 검증되지 않은 것들은 시험해볼지언정 적용되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 자리에 올라왔고, 대놓고 보여준다는 뜻은…이미 충분히 실전에서 사용 가능하단 소리.

        

        그 와중 로렌티나의 옆에 있던 한 명이 뭔가를 꺼내들었다. 헬멧에 부속 가능한 바이저였다. 그는 그것을 능숙하게 조립하였고, 이내 바이저는 헬멧과 완벽히 통합되어 즉각적으로 착용할 수 있는 모습이 되었다.

        

        로렌티나가 말을 이었다.

        

        

        

       “급격히 변화하는 전장 상황에 적응하는 것도 오퍼레이터의 몫이지만, 동시에 새로이 도입되는 신기술을 그 누구보다도 잘 활용하는 하는 것도 필수적인 덕목이지요.”

        

        

        

        감적수와 저격수가 한 발씩 발사하는 것만으로는 적의 순찰대를 전부 처리할 수 없다면.

        

        혹은 삼엄한 경계를 피해 탈출해야만 한다면.

        

        지속적으로 적의 이목을 끌어야만 한다면.

        

        교전이란 매 초마다 변화하는 생물에 훨씬 가까웠으며, 오퍼레이터는 이러한 까다로운 댄스 파트너를 붙들고 어떻게든 실시간으로 비위를 맞춰가야만 했다 – 물론 어느 누구들처럼 대놓고 힘과 기술, 그리고 화력으로 찍어누른다면 이야기가 좀 다르긴 했지만.

        

        그러나 힘과 화력으로 찍어누른다는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러한 전투보조도구는 올바르게 다룬다는 가정 하에 적진에 투입된 오퍼레이터들에게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줄 수가 있었다.

        

        

        바로 그 때문에.

        

        로렌티나는 이를 보여주며 덧붙였다.

        

        

        

       “첫 날부터 바로 다루라고 하진 않겠지만, 추후 요새 공략 미션을 할 때 가지고 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물건이지요. 이 물건이 얼마나 많은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지는 저조차도 알 수 없지만, 여러분들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해당 전투보조도구는 하루에 단 한 번, 시간과 상관없이 1조당 단 한 기를 빌릴 수 있습니다. 반납 시간과 파괴 페널티에 관해선 차후 말씀드리죠. 더하여 추가적으로, 여러분들은 스나이퍼 컴페티션이 시작되는 순간 외부와 물리적, 그리고 전자적으로 분단됩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여러분들이 더욱 잘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교범이나 외형, 내부 등등에 관련한 데이터를 외부로 보내는 건 불가능하단 소리.

        

        하지만 사실…복제해가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그렇게 빠르게 복제할 수조차 없는 메커니즘이기도 했거니와, 중요한 건 사실 사격제어 소프트웨어였기 때문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무려 6년 가량의 교전을 거치며 쌓여온 무지막지한 전투 데이터를 통해 몇 번이고 최적화된 것이었고…추가적으로 말하자면, 다크 윈터 사태 하에서 발생한 교전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파병 전쟁에서 발생한 교전의 숫자는 차원이 다르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란 등에서의 6년과 말 그대로 교전이 매 분마다, 매 시간마다 끊임없이 발생했던 다크 윈터 사태 이후의 미국이 보낸 6년, 그리고 그 교전 데이터의 차이는…아마 10년 단위의 시간으로도 메울 수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와 로건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작게 대화를 나눴다.

        

        

        

       “보아하니 다들 정찰 드론 들고 다닐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당연하지. 드론에 스텔스 기능도 있고, 소음 억제 기능도 달렸고, 실시간 마킹 기능도 달렸으니 다들 좋아라 하겠지만…저격 터렛이 얼마나 정신나간 성능인지를 알면 다들 저런 말 못할 걸.”

        

       “그러니까요.”

        

        

        

        결국 나와 로건만 재미를 보게 되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감상에 빠질 시간도 그닥 없다는 듯 로렌티나는 우리로 하여금 일어서게 시켰고, 해당 시제품을 든 채로 먼저 밖을 나가 인근의 사격장으로 향했다.

        

        거기서 우리는 바이저와 통합되어있는 헬멧을 받아 머리에 착용했고, 그제서야 눈 앞에 수많은 홀로그램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내 망막과 반쯤 결합하다시피 한 이카루스 콘택트 렌즈보다는 훨씬 조악한 성능이긴 하지만, 지금은 이 정도 성능을 구현한 것도 대단한 거였다.

        

        연신 뭔가를 만지작거리던 로렌티나가 말을 이었다.

        

        

        

       “정찰 드론부터 시연해보죠.”

        

        

        

        상어는 컨트롤러조차 쥐지 않은 채 눈빛만으로 정찰 드론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드론 운용 자체야 그닥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허공으로 떠오른 드론이 지속적으로 펄스를 뿜어내며 주변을 스캔하고, 이어 지형의 형태 및 적의 위치 등이 바이저와 즉각적으로 연동되며, 심지어는 어떻게 오조준을 해야 이를 맞출 수 있는지도 확인이 가능했다.

        

        물론 그만큼 드론의 크기는…직접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조금 고려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정도였으나, 사전에 시연 준비라도 해놓았는지 그 옆에는 크기와 형태가 다른 드론 여러 대가 날아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여러 대가 로렌티나의 행동에 맞춰 날아오르고, 자율적으로 기동하며 다채로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던 누군가가 입을 열어 물었다.

        

        

        

       “해당 드론을 경기에서도 사용 가능합니까?”

        

       “드론 혹은 터렛을 조종하는 것 자체가 경쟁인 종목이 있고, 이 둘을 사용할 수 있는 종목도 있으며, 그렇지 않은 종목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애물단지로 전락할수도 있겠죠. 때로는 선택에 따르는 결과를 받아들이고 감내해야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의미심장한 발언, 그러나 나와 로건은 이를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

        

        하루를 통째로 빌려준다는 것, 그리고 하루에 최대 3경기 가량. 그렇다면 드론 혹은 터렛을 선택한 팀은 그걸 하루종일 들고 다녀야만 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휴머노이드를 사용하는 종목도 있는 걸 보면…이를 쏴서 맞추는 것도 부분적으로 구현이 되어있지 않을까.

        

        안전을 위해 휴머노이드는 레이저를 사격하지만, 이에 맞게 되면 자동으로 피격 판정이 나며, 드론이나 터렛 역시도 예외가 아니다.

        

        기껏 드론을 띄웠다가 격추당해 애물단지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로렌티나가 파괴 페널티라는 것을 언급했다는 건 그에 대한 뭔가도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소리였다.

        

        

        

        그리하여 아주 자그마한 소리로 이어지는 대화.

        

        상대는 로건이었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결과 받아들이기. 흔히 있는 일이죠. 그렇죠?”

        

       “그렇지. 그렇고말고.”

        

        

        

        과연 삐까번쩍한 새 장난감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눈독을 들이게 될지는 나나 로건, 그리고 로렌티나조차 몰랐지만, 남들보다 더 많이 저걸 다뤄온 입장으로서, 저 반짝이에 홀린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는 대충 감이 잡혔다.

        

        난장판, 혹은 추태가 그닥 많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스나이퍼 컴페티션 전날은 그렇게 흘러만 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로렌티나의 함정파놓기

    담주부터 스나이퍼 컴페티션이 시작됩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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