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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1

       *** ***

         

       퐁!!

         

       술병을 따는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병의 주둥이에서 피어오르는 주향이 위서련의 코끝을 가볍게 간질였다.

         

       그저 한순간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을 뿐임에도 술맛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향이었다.

         

       “한 잔 받지.”

         

       위서련은 당근에게 냉큼 잔을 내밀었다. 기울어진 병 속에서 잔으로 쏟아지는 영롱한 갈색 빛 액체. 병이 떨어지기 무섭게 위서련은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

         

       “…좋군.”

         

       위서련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소천마로서 천하의 명주를 섭렵한 위서련도 처음 맛보는 종류의 술이었다.

         

       갓 담근, 술이라기보다는 주정으로 발효되기 전의 당에 가까운 맛부터 십 년 넘게 묵은 여아홍의 깊은 맛까지. 마치 한 병에 술에서 맛볼 수 있는 모든 맛을 눌러 담은 듯한 느낌이었다.

         

       당근은 감탄사를 터트리는 위서련의 반응에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독술도, 약술도 어디 빠지지 않는 당가가 아닌가. 이를 응용하면 뭐 술 한 두병쯤이 대수겠는가.”

         

       “한잔 더.”

         

       함께 술을 마시던 당씨들은 거푸 잔을 비우는 위서련을 보며 허허 웃었다.

         

       천하에 떠도는 천마의 악명은 어떠한가.

         

       소천마라 하니 눈만 마주쳐도 살초를 뿌리는 악귀를 생각했거늘, 정작 도박을 겨루며 알게 된 위서련이라는 사람은 괴팍하고 예민하다기보다는 수더분하고 무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냥 먼지만 쓸어내린 평범한 평상에서도 연신 술맛이 좋다며 잔을 비우고 있는 지금의 모습만 봐도 그러했다.

         

       거푸 세 잔을 비운 위서련이 입을 열었다.

         

       “이리 맛이 좋은 술을 만들어 낼 수 있거늘 어찌하여 천하에는 당가가 만든 술에 대한 소문이 없는 것인가?”

         

       당연이 대답했다.

         

       “천하에 약과 독을 찾는 이들이 많겠나? 아니면 술을 찾는 이들이 많겠나? 당가가 술을 빚어 외부에 팔았다면 당가는 진작에 양조당가가 되어버렸을 걸세.”

         

       “그렇군.”

         

       “그냥 독술이나 약술을 익히는 김에 머리를 식힐 겸, 한두 병 담구고는 하는 것이지.”

         

       위서련은 잔을 내려다보았다. 결국 지금 이 술은 당가의 직계들이 만든 한정판이라는 말이렸다.

         

       잔을 비우는 위서련의 손이 빨라졌다.

         

       “좋군. 기왕 천하를 돌아다니는김에 숨은 명주를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천하를 둘러볼 생각인가.”

         

       “그렇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각지의 도박사들을 만나 실력을 갈고 닦을 생각이야.”

         

       “그런가…그대가 손을 섞을 만한 자들이라면 이 사천에서는 사천성 말고는 갈 곳이 없을 텐데.”

         

       “뭐, 사천성은 뇌검낭인이 꽉 쥐고 있을 테니 어련히 알아서 잘 해주겠지.”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호천안을 향해 흘러갔다.

         

       “향후 뇌검낭인이 어찌 움직일지도 궁금하군.”

         

       “사천성에 자리잡는다면 사천성은 완전히 뇌검낭인의 영역이 되겠지.”

         

       “허나 사천낭인이라는 신분을 벗어던졌으니 그대로 사천성에 자리잡기는 힘들지 않겠나.”

         

       위서련은 술잔을 비우며 호천안을 주제로 열을 올리는 당씨들을 바라보았다.

         

       “그대들은 제법 호천안에게 관심이 많군?”

         

       “으음. 뭐 뇌검낭인과 당가는 가까운 사이이니 말일세.”

         

       “당가와 친밀한 사이가 아니더라도 뇌검낭인이라는 화두는 이 무림에서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지.”

         

       위서련은 당씨들의 눈에서 희미한 동경을 읽어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나. 천마인 자네는 공감이 되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어디 뇌검낭인처럼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이룩한 자가 무림사에 또 있었던 말인가.”

         

       “후기지수의 나이에 무공도 화경이고 천하 수많을 세력들 사이에서 홀로 제 이름을 떨쳤으니 말일세.”

         

       마지막으로 이어진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결정타였다.

         

       “거기다가 도박도 잘 하고, 아리따운 여인들과 함께 합격진도 짜고…”

         

       당씨들은 시린 옆구리를 부여잡고 일제히 술잔을 꺾었다.

         

       방금전까지는 총천연색의 맛을 자랑하는 명주였거늘 갑자기 술맛이 지독하게 써졌다.

         

       “부럽다…”

         

       “나도 어느 소저랑 짝을 이루어 천하를 주유했으면 소원이 없겠군….”

         

       갑자기 급속도로 우울해진 분위기! 위서련은 두어 번 눈을 깜빡거리고는 모른 체 술을 들이켰다.

         

       사람과 어울리면 어울릴수록 사람을 대하는 실력도 느는 법이니 당씨들과 어울리면서 위서련도 조금씩 눈치가 생기고 증거였다.

         

       그나저나 술이 참 맛나군.

         

       위서련이 슬며시 손을 뻗어 당근주의 병을 잡고 제 잔을 채웠다. 호천안의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당씨들을 반주 삼아 시원하게 술을 들이키던 위서련.

         

       그런 위서련의 눈썹이 어느 당씨의 말에 까닥였다.

         

       “무공 경지도, 명성도, 짝도 다 손에 넣었으니 이제 혼인해서 정착하는 일만 남았구만.”

         

       혼인?

         

       위서련의 머릿속에 호천안과 흑묘를 위시한 호천안 일행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소열과 친해진 계기가 무엇이었던가. 독고이설의 등장으로 인해 갑자기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호천안의 연애사 때문이 아니었던가.

         

       생각해보니 그때 이후로도 시간이 제법 흘렀다. 시간만 흘렀는가. 갖은 역경도 모험도 사건도 함께 겪었으니, 아무리 남녀간의 사이가 모를 일이라 하더라도 이제 와 갈라서 남남이 된다는 사실 자체를 생각하기 어려울 지경.

         

       그러니 혼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위서련은 잔을 꺾으며 생각했다.

         

       ‘흐음. 확실히 지금이 적기로군.’

         

       현재 무림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누구인가. 바로 호천안이다. 천하에서 이름난 당가의 후지기수들도 호천안을 보고 부러워 할 지경이니 더 말해 무엇할까.

         

       경사도 흉사도 기세가 좋을 때 몰아치는 것이 가장 좋은 법이다.

         

       그런 의미로 그 배경들이 만만치 않은 일행들과 혼사를 진행하기에는 지금이 딱 적기였다. 아니 적기라기보다는 하루라도 서두르는 편이 옳다. 사람이 다섯이나 되니 외가에 인사를 올리고 허락을 맡는 일만 해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테니까.

         

       ‘그 녀석은 이 중요한 시기를 그냥 놓칠 생각인가.’

         

       이젠 일행들의 헌신에 보답할 때도 되었거늘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 생각하던 위서련의 손이 딱 멈추었다.

         

       이 중요한 시기 호천안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바로 위서련의 도박기행을 돕고 있었다.

         

       “…어라.”

         

       이거 혹시 나 때문인가?

         

       위서련의 얼굴이 심각함으로 물들었고.

         

       다음 날.

         

       “언니, 그걸 지금 알았단 말이에요?”

         

       자신의 의문을 표출한 위서련은 어이없다는 려아의 시선에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아, 아니 그들이 그런 기색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까. 정말 혼사가 급하다면 이번 일 정도는 거절해도 되었을 것이고…”

         

       “아이, 참! 호 오라버니가 천마신교 전체를 움직여 주신 천마님의 부탁을 어떻게 거절하겠어요? 게다가 소천마님도 모산대전에서 큰 부상을 입으면서까지 활약했다면서요? 그런 사람이 따라 붙었는데 자기 혼사 치러야 한다고 싫은 티를 팍팍 낸다면 그거야말로 인성에 문제 있는 거라고요!”

         

       “그런가…”

         

       위서련은 상황을 되짚어 보았다. 천마신교가 중원에 나온 것은 호천안이 천마신공의 원본을 복원하며 천마신교의 숙원을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니 호천안이 위지천이나 위서련에게 부채의식을 느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제는 위서련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그저 거래와 이성으로만 따질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다.

         

       ‘내가 몸을 아끼지 않고 모산대전에 임했다고 여겨서 나의 강짜나 다름없는 행동을 받아준 것일까.’

         

       “흥. 답지 않은 배려로군.”

         

       그리 생각한 위서련의 얼굴에 삐뚜름한 미소가 걸렸다. 상대의 배려를 뒤늦게 알아차렸을 때 그 감동은 곱절로 다가오는 법!

         

       그러니 곱절의 감동을 받은 위서련은 호천안과 일행들에게 끼친 폐를 곱절로 갚아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활활 타오르는 의욕으로 호천안에게 들이닥친 위서련은.

         

       “떠나라.”

         

       “…예?”

         

       불붙은 의욕으로 호천안 일행을 하루아침에 당가에서 내쫓아버리고 말았다.

         

       *** ***

         

       다그닥. 다그닥.

         

       소천마 때문에 당가에서 쫓겨났다.

         

       이 말만 들으면 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겠지만 지금 그 상황이 바로 나와 일행이 처한 현주소였다.

         

       요새 위서련이 당씨들과 노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을 놓고 있었더니 그 사이를 치고 들어온 천마행동에 감쪽같이 털려버린 것이다.

         

       황망함을 다스리며 멍하니 마부석에 앉아 있자니 눈앞에서 서공의 꼬리가 드리워졌다.

         

       찍찍.

         

       그 꼬리를 눌러 아래로 내리니 서공의 만족스러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서공은 비천마차를 대신하여 당가에서 새로 지급해 준 고속마차의 마부석이 퍽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뭐 초특수 사양인 비천마차에 비하면 아무래도 승차감이나 성능은 떨어졌지만 비천마차와 같은 초특수 위험 기능도 없으니 당연한 일일까.

         

       안정감이 다르다고 안정감이.

         

       문제는 이 성능 준수하고 안정감마저 뛰어난 마차를 타고 어디로 가느냐는 것이다.

         

       낭인객잔?

         

       글쎄.

         

       나는 사천성에서 천마신교의 세력을 받아달라고 유세를 하고 다녔다. 모산대전으로 인해 내 행동이 혈교를 속이기 위한 계략의 일환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한들 내가 사천성에서 한 행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천마신교에게 사천성을 팔아넘길 생각이 없다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이 사천성을 지배하고자 천마신교를 끌어들이려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한동안은 사천성과 거리를 두는 편이 좋겠지.

         

       괜히 사천성에 있으면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세력화가 이루어 질 수도 있는 법이고 그렇게 세력화가 이루어지면 또 사천낭인들이 휩쓸릴 수밖에 없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말도 있으니 한동안은 그냥 조심하도록 하자.

         

       그렇다면 나는 이 마차를 이끌고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사실 답은 나와 있었다.

         

       그저 목적지를 모를 뿐이었지.

         

       덜컥!

         

       그런 내 상념을 깨트리기라도 하듯이 뒤에서 마차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주행 중에 문이 열리다니 비천마차를 탈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사실 마차의 문은 열고자 하면 어느 때나 열리는 것이 정상이었다.

         

       “웃차!”

         

       마차의 문을 열고 내 옆자리에 몸을 날린 것은 바로 흑묘였다.

         

       “후아! 꽤 시원한 풍경이네요!”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비천마차의 마부석은 오직 당도연만의 것이었고 당연히 마부석에서 볼 수 있는 풍경도 오직 당소열만의 것이었다.

         

       비천마차나 고속마차나 기본적인 뼈대는 같으니 지금 이 마부석에 보이는 시원한 풍경이 바로 당도연이 늘 바라보던 풍경이었겠지.

         

       그리고 지금도 당도연은 이러한 풍경을 보며 비천마차를 몰고 부적을 배달하기 위해 천하를 누비고 있을 것이다.

         

       비천마차의 객석에 앉아 있을 당도경은 지금 살아 있을까 몰라.

         

       잠시 당도경을 기리며 묵념을 하고 있자니 흑묘는 자신의 무릎 위에 서공을 올려놓은 채 그 털가죽을 쓰다듬고 있었다.

         

       잠시 평온한 침묵이 찾아왔다. 그 침묵 속에서 새삼스럽게 느낀 바가 하나 있었으니 흑묘와 이렇게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오랜 시간을 보내왔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오랜 시간동안 흑묘는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신해 주었다.

         

       그러니 이제는 나도 흑묘가 품은 문제를, 일행이 품은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주어야겠지.

         

       “가자.”

         

       “어디를요?”

         

       “네 고향.”

         

       그 첫걸음으로.

         

       나는 흑묘의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십니까. 검은주사위입니다.

    우선 아무런 공지도 없이 장기간 연재가 멈추었던 건에 대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하겠네요.

    몸도 아프고 몸이 쉽게 낫지 않으니까 마음도 아프고 마음이 아프니까 내글구려병도 걸리고 뭐…그랬습니다.

    안 그래도 점차 느려지던 손이 막타를 맞은 셈이랄까요.

    저 스스로도 이대로 쓰러지고 마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그래도 쉬면 낫는 법인가 봅니다.

    내글구려병에 걸려서 써놓고 지우고 또 쓰기를 반복하다가 이제는 그냥 다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내 마음에 드는 글이 과연 정말 좋은 글이었는가? 마음에 드는 한 편을 뽑아내기 위해 일주일이고 이주일이고 멈추어 있는 것이 옳은가? 라는 의문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지우지 않고 연재주기를 지키겠습니다.

    …라고 말하면서도 또 작가후기를 쓰느냐고 2월의 첫 번째 연재분은 지각을 해버렸네요.

    앞으로는 매일 찾아뵙겠습니다.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 ***

    [비공개]님 [10코인]후원해 주셨네요.

    늘 한결같이 응원해주시는 분께 늘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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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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