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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1

    <521 – 흑막의 딸의 사악한 행보>

     

    황제 히우그마그의 딸이 된다.

    매스각키는 오크노디가 이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을지 걱정했다.

    솔직히 그녀의 아바마마는 좋은 황제도, 좋은 아버지도 아니었으니까.

     

    -폐하. 어찌하여 전쟁을 일으키려 하십니까?

    -서부삼국의 곡물소출량이 줄었다. 소출량을 지키지 않는 국가는 전쟁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동방제국의 옛 신들이 저희 서방세계의 신들에게 처참히 패배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어서 진격명령을 내려주시지요!

    -전쟁은 끝이다. 동방은 충분한 양의 곡식을 공물로 바칠 것을 약속했다.

    -아니 쉿파 그놈의 곡물이 뭐라고 나라의 대소사를 전부 곡식을 최대한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정한단 말입니까! 이러다 누가 연간 곡식소출량을 5% 늘릴 수 있는 비료를 만들어 내면 나라의 2인자인 대승상의 자리마저 갈아치우시겠습니다!

    -5%는 부족하지. 100%다. 누구든지 두 배의 소출량을 만들 비책을 입안하여 이를 실현시키는 자에게는 대승상의 자리를 허락하지.

     

    그렇게 모은 식량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기근이 닥쳐도 백성들에게 베푸는 것 하나 없는 들어가기만 하고 나오는 일은 없는 제국의 식량창고.

    황제가 다 먹지도 못할 곡식을 모으는 데 혈안이 되어 미쳤다는 이야기는 대륙 전역에 널리 알려졌다.

     

    ‘그래도 용돈은 많이 주는걸♡’

     

    정이 없어도 부유함을 허락한다면 없던 정도 있는 셈 쳐줄 수 있는 것이 사람 심리.

     

    “메이드~? 새 동생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어디부터 소개할까.

    4계절을 넘어서 12개월의 풍광을 모두 담은 십이별궁의 순회?

    아니다.

    오크노디는 신기해하긴 해도 그 흥미가 1분을 넘기기 어렵겠지.

    자기가 직접 만들고 수집하길 좋아하는 아이.

    그래, 제작이다.

    십이별궁을 만들기 전에 궁전의 형태를 먼저 잡고 보여주었던 건축가를 데려오자.

    건축에 썼던 재료와 마법도구를 받아오면 오크노디도 좋다고 한땀 한땀 블록들을 옮겨다가 건물을 쌓고 핀셋으로 작은 풀을 잔디에 심으며 잔뜩 즐기겠지.

     

    “건축가와 재료도 수배해둬♡ 데려오기까지 시간은 얼마나 줘야 해~?”

    “연락은 5분 내로, 인력수배는 30분 내로, 재료준비는 준비되는 재료부터 순차적으로 계속해서 지급해드리겠습니다. 전체 조경도의 일부부터 작업을 시작하면 멈춤 없이 제작을 이어가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해♡”

     

    오크노디의 궁궐로 향하던 도중, 제도 앞에서 마주쳤던 수석 궁중마도사가 앞을 가로막았다.

    매스각키는 그 낯짝이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매스각키의 보호자이기도 했던 고령의 전대 수석궁중마법사와 달리, 그의 제자인 당대 수석궁중마도사는 스승을 뛰어넘은 마법실력으로 중립을 선언했다.

    심지어 그는 스승과의 마법결투에서 승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스승을 살해하기까지 했다.

    그것이 사고였는지 본의였는지는 중요치 않다.

    매스각키로서는 자신의 보호자를 잃고 원수가 늘어난 사건에 불과했기에.

     

    “용케 살아남았네~? 허접노디의 노크에 마나역류라도 겪고 그대로 영영 쓰러지면 좋았을 텐데♡”

    “기대를 충족시켜드리지 못해 송구하지만 제 목숨도 생각보다는 끈질긴 편입니다. 반갑지 못한 얼굴로 반갑지 못할 소식까지 전하게 되어 더욱 유감입니다.”

    “무슨 소식~?”

    “몬스터군단이 구심점을 잃고 와해의 징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처분은 쉽지만 손님의 탈것을 죽여서야 쓰겠냐며 시종장님께서 도움을 청하셨습니다.”

     

    매스각키는 인상을 찌푸렸다.

     

    “내 암흑마나로 제어하란 소리야~?”

    “현재 황궁 내에서 암흑마나를 심도 있게 연마한 황족은 매스각키 황녀님뿐이십니다.”

     

    오크노디를 만나려던 그녀로서는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탈것을 잃은 그녀가 느낄 슬픔을 떠올리면 돕지 않을 수도 없었다.

     

    “힘이 그렇게 고프면 이참에 암흑마나도 익히지 그래~? 이럴 때라도 쓸모가 생기면 얼마나 좋아♡ 허접♡ 선은 진즉에 넘은 스승 살해자♡”

    “…그럼 전 이만.”

     

    입딜도 넣고 가볍게 스트레스도 풀었겠다, 몬스터군단의 제어에 나선 매스각키.

     

    “그르르르릉… 활활!”

    “머드으으으!”

    “스토오오온!”

    “파릿파릿! 이파파파파릿!”

    “시━끄━럽━다━냐━━! 본보기로 만 마리만 죽여달라냐! 안 되면 죽이게라도 해달라냐!!”

     

    개판 5분 전의 몬스터군단 사이에서도 암흑마나의 통제를 받는 상위종들에게 명령했다.

     

    “각자 아랫것들 조용히 시켜♡ 1분 내로 조용해지지 않는 것들은 전부 제국 식료창고의 <식료품>으로 만들 거야♡”

     

    몇몇 몬스터들이 불만스레 울음소리를 흘렸다.

     

    “머드으으으으!”

    “파파파파릿!! 파파파파파릿!!”

     

    이유는 모르겠지만 머드골렘과 칼날이파리 몬스터가 개빡친 건 알 수 있었다.

    오크노디라면 저런 몬스터들과도 대화가 통했겠지만 매스각키에게는 무리였다.

    그래서 덩치 큰 머드골렘에게는 진흙 1톤을 먹여주고 덩치 작은 칼날이파리는 어중칠검 알렉산더의 손에 분해되어 대장간과 식품창고에 재료로 납품했다.

     

    “한 놈은 살려두고 한 놈은 해치우니 감쪽같이 조용해졌군요. 상벌을 구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큰 건 오크노디가 장난감 삼아서 마법진을 새겨뒀고 작은 건 딱히 없었잖아~? 아끼는 인형은 없어져도 티가 나지만 아니면 하나쯤 버려도 모르겠지♡”

    “황녀님은 정말 다크프린세스가 천직이십니다.”

    “칭찬 고마워♡”

     

    열심히 일을 마치고 돌아오자 그새 수배가 끝난 십이별궁 모형건축가가 모형제조 도구함과 재료박스를 들고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준비는 잘했어~?”

    “예. 10세 아이도 즐길 수 있는 난이도로 파츠크기를 키워서 조립하기 쉽도록 난이도를 조절했습니다. 분명 질리지 않고 만족하실 겁니다.”

    “그럼 됐어♡”

     

    오크노디의 별궁에 방문하자 메이드가 손님의 도착을 알리러 안에 들어갔다.

    그러더니 당황한 얼굴로 메이드들이 사방팔방 저택 안을 부산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침실에 안 계셔!

    -청소메이드야. 창문으로 나가신 흔적 있어?

    -없어요!

    -다과메이드야. 디저트 개수가 줄었어?

    -아직 손 안 대셨어요.

    -암살메이드야. 천장에서 본 거 없어?

    -…

    -암살메이드야!

     

    방문을 열자 침실 안에 모여있던 메이드들이 당황하며 매스각키를 돌아봤다.

     

    “사, 사황녀전하가 없으실 때 침실에 들어오시는 행위는 황궁의 법도에 어긋나는…”

    “실종이잖아♡ 그래서 쟨 어떻게 됐어~?”

    “기절입니다.”

     

    간호메이드가 암살메이드의 목덜미에서 무언가에 물린 자국을 발견했다.

    지참한 바늘로 목덜미를 가볍게 콕 찔러 나온 핏방울을 손으로 슥 훑어 입에 대었다.

    간호메이드가 인상을 찌푸리며 스스로에게 마법을 걸어 디버프 해제를 발동했다.

     

    “수면 성분을 지닌 액체를 주입 당했습니다. 미량이지만 그만큼 효과가 강합니다. 주변 마나파장을 감지할 수 있는 암살메이드를 속이려면 염동력에 의한 물질전송을 넘어선 파장속이기 기술이 필수적이니, 이는 지능이 있는 소형종 마수의 소행입니다.”

    “오크노디 4황녀 전하가 다루는 몬스터군단 내에서 소형종 마수에 뭐가 있지?”

    “모기네♡”

     

    메이드들이 당황했다.

     

    “2황녀전하. 아무리 그래도 암살메이드가 일개 모기 따위에게 당했다고 믿기에는 조금…”

    “오크노디는 속성별로 상태이상을 거는 모기를 따로 키우고 있어♡ 아카데미에서도 저학년 출입금지구역을 드나들다가 교관이나 고학년 선배, 실험동에서 탈출한 실험체한테 걸릴 위기에 처하면 수면모기로 재워버리고 지나가는걸♡”

    “일개 미물에게 특정속성친화기술을 습득시키다니… 부디 부족한 저희에게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혹시 4황녀전하에게 그런 모기가 더 있습니까?”

    “내가 알기론 더 있어♡ 맹인모기, 농아모기, 농인모기, 맹독모기, 썬더모기, 게틀링모기, 스나이퍼모기, 자폭모기, 주화입마모기…”

     

    메이드들의 표정이 굳었다.

     

    “누구 오크노디 황녀전하 곁에서 모기 본 사람?”

     

    어느 메이드도 손을 들지 않았다.

    장난이죠?

    그렇게 말해주세요.

    무언으로 호소하는 메이드장의 시선.

    매스각키는 그 시선에 담긴 기대를 무참히 짓밟을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전부 ‘투명’에 ‘무음’, ‘탐지 교란’, ‘암흑’ 특성이 달려있으니까 참고해둬♡”

     

    바짝 굳은 메이드들의 표정을 보고 매스각키는 생각했다.

    이달 내로 시월별궁 내에서 근무지 변경신청서를 제출하는 메이드가 아주 많아지겠다고.

     

    “황녀전하, 그리 심려치 마십시오. 메이드들이 잠들어도 시종장이 그녀를 지켜보고 있으니, 어디에 갔는지는 이미 시종장이 파악했을 겁니다.”

     

    영민한 알렉산더는 소재지를 알만한 사람을 짚어주었고 시종장은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4황녀라면 금역보관소에서 열심히 강화를 하고 계십니다. 황궁전속강화사들보다도 강화실력이 뛰어난 것이 참 대견하시더군요. 무엇을 강화하며 단련한 실력일지 참 궁금해지는 실력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시종장의 대답은 ‘이상하네’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황궁전속강화사들이 식량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매스각키는 이미 알고 있다.

    황족들은 금역의 출입이 가능하고 세계각지에서 제도로 모여드는 곡물이 강화로 펑펑 터져나가는 광경은 늘상 볼 수 있고, 이따금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강화되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하니까.

     

    ‘정말로 이상하네♡’

     

    기근이 닥칠 정도로 곡물을 강화하면서 쌓은 숙련도를 오크노디는 어떻게 능가하고 있을까.

    만일 무언가를 강화해왔다면 오크노디가 강화한 물건은 대체 무엇일까.

    세상에 당연히 존재하지만 그녀의 강화로 인해 기근에 상응하는 재난이 벌어질 정도로 줄어든 것이 무엇인가 하나쯤 존재할지도 모른다.

     

    ‘세계평화~?’

     

    웃기는 상상에 매스각키는 혼자 풉키풉키 웃었다.

    곡물처럼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닌 개념이 강화가 될 리가 없잖아.

    평화니, 사랑이니.

    그런 것들은 욕심 많은 인간도 지배할 수 없다.

    그러니 간신히 세계가 이 정도로나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거겠지.

     

    “그래서 오크노디는 뭘 강화하고 있어~?”

     

    뭐가됐든 황제폐하만 해도 아주 사악한 목적으로 강화를 저지르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들이 기근으로 죽어나가고 혁명군에 동참하는 와중에도 아랑곳 않고 곡물을 강화로 펑펑 날려댈 리가 없지 않은가?

    오크노디는 과연 얼마나 사악한 목적을 지니고 있고, 무엇을 강화로 터뜨리고 있을까.

    콩닥콩닥.

    호기심에 매스각키의 심장이 뛰었다.

    시종장이 마법패널을 펼치고 조작하더니 이놈 아주 귀여워 죽겠다는 얼굴로 허허 웃기 시작했다.

     

    “음. 금역 강화소의 직원들에게 하달된 수배품을 살펴보면 이것을 강화하고 계시는군요.”

    “이게 뭔데~?”

    “여아용 곰돌이팬티입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제국 어린이들은 못 입게 될 희귀한 곰돌이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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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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