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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2

       

        

        

        

        

        

       

        

        

        

        

       “내일부터 있을 스나이퍼 컴페티션에서, 두 분은 일종의…숙련된 조교의 역할을 맡을 거예요. 일종의 시범이라고 봐도 되고요.”

        

       “…시범?”

        

        

        

        포트 무어, 오전 3시.

        

        바깥은 말 그대로 어둠이 짙게 내려있었고, 산천초목은 풀벌레 우는 소리와 바람소리로 가득했으며, 자다 깬 나와 로건의 눈 앞에는…대가리가 날아간 위스키 한 병을 들고 방까지 찾아온 로렌티나, 그리고 올리비아가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에 대해 말하기 위해선 대략 10분 가량 뒤로 돌아가야만 했는데, 간단하게 말하자면…나와 로건이 한창 꿈나라에 빠져 있을 즈음 누군가가 똑똑똑 하고 문을 두들겼고, 우리는 그 짓거리를 할 사람이 누구밖에 없는지를 바로 알아차렸다.

        

        졸리긴 했지만 따로 정해진 기상시간도 없었고, 스나이퍼 컴페티션 시작은 오후 2시부터였으며, 우리는 오후 10시 가량에 칼같이 잠에 들었기 때문에 지금 잠깐 깨있어도 상관없겠다 싶어 그런 것도 있었지만.

        

        로렌티나는 몇 시간 전부터 계속해서 입고 있었던 군복을 진즉 벗어던진 채 편한 옷을 입고 있었고, 올리비아는 그래도 패셔니스타랍시고 그보다는 조금 나은 모습이었다.

        

        

        그런 옷을 입은 와중에 갑자기 일 이야기를 꺼낸 건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건 제가 반쯤…개인적으로 결정한 거긴 한데, 어차피 막내랑 로건 당신은 따로 리미트를 걸어놓지 않으면 스나이퍼 컴페티션을 휩쓸고 다닐 거잖아요. 그런 거라고 생각하세요.”

        

       “…딱히 반박할 수가 없어서 뭐라 말을 못 하겠네.”

        

       “단순히 문자로 연락하면 되는 평범한 말을 직접 와서 하는 것도 실로 로렌티나답네요.”

        

       “물론이죠. 사소한 커뮤니케이션도 얼굴을 보고 해야 더욱 효과가 좋답니다.”

        

        

        

        위스키로 병나발을 불면서 하는 말이라 그런지 신뢰도가 0에 수렴하는데.

        

        하지만 이미 그런…기행을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로건도 나도 올리비아도 이 마이페이스 상어에 대해 태클을 걸기에는 너무나도 오래 이딴 꼬라지를 봤었으므로.

        

        그러나 그것이 꼭 ‘할 말은 이것밖에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로렌티나는 한 번 더 목을 축이고는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종목을 설계하다 보니 당장 작년보다 난이도가 꽤 높아진 것도 그렇고, 종목 수 자체도 상당히 많아졌거든요. 이번 년도에는 상당히 많은 팀이 참가했고, 이전에는 이런 컴페티션에 발도 들이지 못한 참가자도 꽤 있죠. 그런 친구들을 위한…약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거든요.”

        

       “드론이랑 터렛까지 꺼내온 걸 보니 그럴 것 같긴 했는데, 역시나. 아무튼 대충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어. 우리 차례가 되기 전까지 한도끝도 없이 대기할 필요는 사라져서 좋네.”

        

       “뭐, 점수가 책정되지 않는 건 아니니 1위를 뺏기고 싶지 않다면 그 점은 감안해야할 거고, 길리슈트 입고 잠입하는 미션에서 조기탈락하는 것도 고려해야죠.”

        

       “그건 진짜 저희들 힘으로는 어쩔 수 없어서 문제긴 한데.”

        

        

        

        일반인에 비해 모든 부분에서 뛰어난 발현자의 몸뚱이지만, 특이한 외형과 새로이 추가된 신체부위는 잠입 혹은 공작에서는 굉장한 마이너스 포인트였다.

        

        로건이야 솜뭉치 같은 곰 꼬리랑 흰색 머리카락 정도니 어떻게든 숨기려고 한다면 길리슈트로 숨길 수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그냥 불가능했다. 사람 허벅지만큼 두껍고 길이는 사람만한 뱀꼬리를 어떻게 숨긴단 말인가.

        

        저 북극곰만 따로 참가한다면 가능하기야 하겠지만…글쎄다. 그건 상황과 당사자의 의사를 들어봐야겠지.

        

        

        

       “시간이 남았다면 올리비아를 비롯한 일반참관인들도 한 번쯤 쏴볼 수 있었을 텐데, 그건 좀 생각해봐야만 할지도 모르겠네요.”

        

       “일반참관인이 5명이라고 했었나요?”

        

       “패션 쪽의 올리비아, 법조계열 한 명, 배우 한 명, 군산복합체 쪽 기업인 한 명, 밀리터리 리뷰어 한 명. 이쪽이랑 가장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실은 가장 연관이 있는 사람이라. 이 부분만 편집해도 꽤 재밌겠군요.”

        

       “이걸 시구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비슷한 거긴 한데…미군의 이미지를 좋게 포장하려고 불철주야 애를 쓰는 친구들이 ‘이건 시켜야만 한다’며 게거품을 물지 않을지.”

        

       “내가 먼저 하겠다고 하면 다들 따라서 하지 않을까?”

        

        

        

        그 말도 얼추 맞았다.

        

        가장 밀리터리와 연관이 없다고 여겨지는 올리비아가 먼저 손을 들어 해보겠다고 말하면 다들 어찌저찌 따라서 해볼 확률이 높았다. 물론 개인주의의 나라이니만큼 남이 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긴 했지만…그건 내가 신경쓸 바는 아니지.

        

        마찬가지로 일반참관인들의 사격 참여가 바로 내일부터 이뤄질지에 대한 것도 우리 – 로렌티나를 포함하여 – 가 알 바는 아니었으므로, 방에 모인 네 명의 발현자는 간단하게 건배를 나누었다.

        

        

        그러던 와중 로렌티나는 밖을 힐끔 쳐다보았다. 바로 옆 동이 눈에 들어왔다. 비록 두꺼운 커튼 등으로 막아놓긴 했지만 우리는 아주 약간의 광량조차 감지할 수 있었고, 거의 대부분의 방에 불이 켜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렸다. 그 끝에 들어온 것은 오늘 배부된 다양한 전투보조장치의 교범이었다. 그리하여 모두들 무슨 말을 할지는 대강 감을 잡은 모양이었다.

        

        

        

       “다들 아주 바쁘군요. 하루 정도 밤샘하는 건 아무런 문제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저는 적어도 오전 6시까진 불 안 꺼진다에 걸죠.”

        

       “안전자산에만 거는 막내의 못된 버릇이 또 나왔군요. 저걸 하루이틀만에 익힐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뭐어, 선택은 자유니까요. 시행착오조차 누군가에겐 밑거름이 될 테니.”

        

       “저랑 로건은 정찰 드론은 무조건 거를 거라, 글쎄요.”

        

       “하하.”

        

        

        

        무엇보다 내 기억상 옛날에…정찰 드론을 자주 쓴 적은 별로 없단 말이지. 정찰이 필요하면 UAV를 호출하는 게 더 낫고.

        

        물론 대도시가 아니라 이렇게 좀 한적한 곳에서 하는 대회라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도 말했듯 괜히 파괴 페널티가 있는 게 아닐 확률이 높다.

        

        빙빙 돌려 말했지만 결국 안전자산 몰빵이었다.

        

        

        로렌티나는 끙차 하고 일어났고, 슬슬 자신의 방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내일은 첫 날이니만큼 무난한 종목으로 선정했으니, 그닥 걱정없이 임하리라 생각하고…솔직히 막내랑 북극곰은 걱정할 필요가 없죠. 어련히 알아서 잘 할 텐데.”

        

       “맨날 하던 건데, 뭐.”

        

       “저는 이만 들어가보죠. 올리비아는 아마 잘하면 내일부터 번외 사격에 참가할 수도 있을 테니, 간만에 화약 내음 맡을 준비하시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스나이퍼 컴페티션 첫날에 치뤄질 종목은 랜덤한 거리의 목표물 사격, 초장거리 사격, 총기 조립 후 사격. 전부 크게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는 무난무난한 것들이었다.

        

        이 또한 오늘…정확히는 어제 있었던 사전 브리핑에서 알려준 것들이었고.

        

        로렌티나는 텅 빈 위스키병을 손에 든 채로 그녀 자신의 방이기도 한 옆 방으로 옮겨갔고, 올리비아 역시도 인사를 남기고는 한 층 위에 있는 일반참관인 숙소로 향했다.

        

        

        다시금 불이 꺼지고, 침대로 가기 전 서로 한 마디씩 덧붙였다.

        

        

        

       “내가 어쩌다가 저런 놈이랑 알게 되가지곤.”

        

       “로건도 가끔 이상한 짓 하잖아요.”

        

       “…그래, 유유상종이라 치자고. 잘 자라.”

        

        

        

        세상은 요지경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하는 일들은 훌쩍 앞으로 다가와있었다.

        

        벌써부터 화약 내음이 코를 맴도는 듯했다.

        

        컴페티션 하루 전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2036 인터내셔널 스나이퍼 컴페티션에, 그리고 첫 종목에 온 걸 환영합니다. 해군, 육군, 공군, 해병대, 주방위군, 해안경비대 뿐만이 아니라 유럽과 남미, 동아시아, 동남아시아까지…하지만 어디에서 오셨든 상관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단 하나의 사실이죠.

        

        여러분들은 스스로를, 한 부대를, 그리고 더 나아가선 국가를 빛낼 수 있는 베일 속의 최중요 인재들이며, 초대장을 거머쥐기 위해 동료들 사이에서도 가장 빛나는 별이 되었고, 무수한 사전 테스트를 뚫어내고 조지아의 포트 무어에 발을 디뎠습니다.”

        

        

        

        포트 무어, 11월 3일 오후 2시, 날씨 매우 맑음, 바람 강함.

        

        드물게도 구름 한 조각조차 찾아볼 수 없는 가운데, 포트 무어에 부속되어있는 한 초대형 사격장의 한 켠에 무려 8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토탈 참가인원수는 64명이었고, 번외 참가인원인 나와 로건, 5명의 일반참관인과 시험을 주관하는 교관들까지 전부 합친 수였다.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모두가 각자의 군복을 입은 상태였으며, 테이블 위에는 참가자들과 함께 최소 수천에서 많으면 최소 만 킬로미터 이상을 날아온 웨펀 케이스가 올려진 상태. 묘한 긴장감과 함께 피어오르는 위압감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다시금 고개를 돌려 최종 브리핑을 시행 중인 로렌티나를 확인한다.

        

        80명에 달하는 인원은 사격장에 부속된 강당 같은 곳에 앉아, 스크린에 띄워진 첫 번째 종목이 치뤄지는 필드의 형태 및 구조를 눈에 담았다. 64명의 참가인원은 정면의 화면을 직시했지만, 나와 로건은 번외 참가자임을 나타내듯 측면으로 살짝 빠져있었기에 고개를 조금 더 돌려야 화면이 보였다.

        

        나와 로건으로 이뤄진 조, 이하 발현자 팀이 앉아있는 곳의 바로 옆에는 8정의 총기를 올려둔 – 총구는 벽으로 향하고 있었다 – 테이블이 있었고, 우리는 상어가 어제 말했듯 앞으로 모든 종목에서 시범을 보일 예정이었다.

        

        예전이었으면 전원이 밖으로 나와 사격 결과를 확인할수도 있었지만, 이젠 아니었다.

        

        

        정확히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여러분이 휴대하고 있는 홀로그램 단말기와 이 브리핑 룸의 프로젝터는 바깥에 설치된 카메라와 연동이 되어있습니다. 여러분은 번외 참가자인 로건과 유진이 첫 번째 종목에 어떻게 임하는지를 확인하고, 자신의 차례가 되기 전까지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여러 대의 드론캠과 하늘에 떠있는 송출용 UAV, 그리고 저 멀리 어딘가에 놓여있을 타깃 근처에 붙어있을 카메라까지. 아마 화면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많은 데이터를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숫자의 스크린 수.

        

        그걸 신경쓰지 않은 채 우리는 슬슬 일어설 준비를 했다. 오늘의 총기는 바렛 MRAD, 라푸아 매그넘을 쏘는 볼트액션 저격총이었다. 정식 납품명은 Mk.22 Mod.0 ASR였고, 사실 그리 친숙한 총기는 아니었다. 물론 친숙하지 않다는 건 이걸로 1천 발 정도만 쐈단 소리였다.

        

        이카루스 기어를 사용할 수는 없었기에 왼쪽 팔목에 사표를 달아놓았고.

        

        

        그 즈음 가장 측면에 있던 심사자 한 명이 우리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사격의 시간이었다.

        

        

        

       “가보자.”

        

       “이게 지난 번 하와이에서 제자들 데리고 했던 사격 때문에 생긴 나비효과라니 기분이 꽤 묘한데요.”

        

       “네가 일반인 두 명을 감적수 도움 하에 1500m도 맞출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놨는데, 그 어떤 친구들이 너를 여기로 데리고 와야 한다는 욕망에 저항할 수 있겠어.”

        

        

        

        그러게나 말이다.

        

        하지만 뭐어, 하고 싶으니까 한 거고, 그 때문에 이렇게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나는 적어도 행동에 대한 결과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실…’이러한’ 형태의 책임은 나로서도 반가웠다. 괜히 이런저런 이상한 일에 휘말리는 것보단 이렇게 직관적이면서도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로서 갚는 게 훨씬 더 편했으니까.

        

        그래도 오늘은 조금 긴장되긴 했지만.

        

        

        달칵.

        

        로건은 스포팅 스코프와 삼각대를 펼친 채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고, 나는 흙바닥 위에 소프트 케이스를 깔고는 엎드렸다. 바이포드를 펼친 다음 사전에 기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머리판의 길이 및 칙패드의 위치를 조정, SU-303/PVS 4-20×50 스코프와의 초점을 맞췄다.

        

        최소 280m부터 시작하여 1.1km 위치까지. 총 15개의 목표가 있었고, 통제관이 랜덤으로 불러주는 1부터 15까지의 숫자 중 하나가 쓰인 타깃을 5초 안에 맞춰야만 했다. 과도하게 먼 위치에 있는 것들은 6초 안에 맞춰야만 했고.

        

        실로 넉넉한 인심이었다.

        

        감적수의 타깃 색적 능력, 순간적인 오조준 능력, 저격수의 색적 능력과 호흡 정렬 능력, 긴장감의 컨트롤…그야말로 먼 거리에서 뭔가를 맞추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극한으로 시험하는 미션.

        

        

        삽탄을 끝내고 풀들이 부숭부숭 자란 야트막한 평지를 스코프로 훑고 있었을까.

        

        

        

       “…정면의 소나무 좌측에 1번 타깃. 280m. 소나무 우측 상단 340m에 2번 타깃, 그로부터 우측으로 좀 더 가면 유달리 작은 3번 타깃, 440m. 중앙 500m에 4번, 해당 목표로부터 좌측 최상단에 5번 타깃, 570m.  6번 타깃은 5번을 기준으로 완전히 반대편에 있다. 610m.”

        

       “계속 불러주세요.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으니까요.”

        

       “720m 지점, 평지 중앙에 있는 탱크를 기준으로 좌측과 우측에 하나씩 놓여진 7번과 8번 타깃, 그 뒤 덤불 속에서 우에서 좌로 등속운동 중인 800m 위치의 9번 타깃, 해당 목표의 좌측 상단에 있는 말라죽은 나무 보이나?”

        

       “10번 타깃, 860m.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나머지도 식별 완료했어요.”

        

       “확인.”

        

        

        

        감적수가 목표를 식별할 수 있도록 주어지는 시간은 고작해야 15초.

        

        그러나 로건은 꼴랑 11초만에 스캔을 완료하고는 나에게 모든 표적 위치를 알려주었고, 나 역시 마찬가지로 모든 목표의 위치를 확인했다.

        

        

        

       “풍속…좌에서 우로. 6m/s. 습도 65%.”

        

       “고압탄에 서프레서까지 장착했으니 그것까지 고려하면…대충 감이 잡히네요. 시작해도 될 것 같아요.”

        

       “가자.”

        

        

        

        로건은 스포팅 스코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입을 떼었고, 이제는 꽤나 익숙한 발걸음에서 오는 진동이 이쪽의 지척까지 접근했다.

        

        선명하고 맑은 여성의 목소리. 로렌티나가 로건으로부터 5미터 가량 떨어진 우측에 섰다.

        

        그와 동시에 – 불특정 목표물 사격 종목이 시작되었다.

        

        

        

       “7번.”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카운트다운.

        

        하지만 단 1도 신경쓰지 않고 방금 로건에게 들었던 정보를 토대로 부서진 탱크를 찾고, 전차 좌측에 세워져있는 원형 목표물 하나를 확인. 풍속과 풍향에 기반한 좌우 오조준은 이미 계산이 끝났고, 남은 건 상하 오조준.

        

        본래라면 상하 영점을 조절하기 위해 Front Sight 클릭을 돌려야만 했으나, 시간 자체가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라면 어느 정도 상하 오조준까지 감안해야만 했다.

        

        현재 내 총기의 영점은 400m로 맞춰진 상태였으니, 300m에 해당하는 상하 오조준을 감안한다. 결국 한정된 시간 내에서의 저격이란 얼마나 빠르게 머릿속으로 계산을 끝마치는지의 싸움이었고, 나는 그것에 그 무엇보다도 자신이 있었다.

        

        

        목표가 선언된 지 4초가 지났을 때, 발사가 이어졌다.

        

        

        

       ───카앙!

        

        

        

        한 발의 탄환이 수백 미터를 가로지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량한 쇳소리와 함께 탄두가 수백 개의 파편으로 부스러지는 광경을 보며 미묘하게 웃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13번.”

        

        

        

        1050m 지점에 있는 타깃. 그와 동시에 주어지는 6초의 시간.

        

        3초의 시간을 사용하여 클릭을 조정한다. 700m. 나머지는 아까와 같이 오조준으로 해결-하려고 했으나, 뒤에서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로건의 목소리.

        

        

        

       “바람이 8m/s로 강해졌다. 풍향 동일.”

        

       “….”

        

        

        

        대답할 시간은 없었다.

        

        필요한 건 아주 약간의 조정. 말 그대로 마이크로 단위의 움직임을 통해 총구를 극도로 미묘하게 좌측으로 움직이고, 그 순간 발사. 기이한 포물선을 그리며 나아가던 탄환은 목표물과 가까워질수록 우측으로 비틀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코프 너머로 탄두가 산산조각나는 모습은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동일한 과정이 몇 번이나 이어지고, 그 와중 방금까지 우리가 있었던 강당 내부에서부터 미묘한 신음성이 간간이 들려왔다.

        

        로건은 간간이 풍속과 풍향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했고, 내 머릿속은 해당 데이터가 들어오자마자 자체적인 새로고침을 통해 탄도를 머릿속으로 실시간-계산했다. 이 와중 이카루스 기어의 사용은 단 1도 없었고.

        

        이러한 장거리 저격에서 내가 발현자로서 얻을 수 있는 어드밴티지는 제로에 가까웠다. 말 그대로의 순수한 실력이었다. 그동안 수없이 실전을 겪고, 그도 모자라 가상현실에서마저 신나게 총을 쏴댄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중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로건이 미터 단위로 정확하게 목표물 위치를 알려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몇 분 동안이나 이어진 사격이 끝난 순간, 짙은 화약 냄새 사이로 상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5발 사격 종료. 15/15. 훌륭한 결과로군요. 수고했어요.”

        

       “손가락 사이에 탄환을 낀 채로 쏘는 연습을 많이 해둔 게 다행이네요. 탄창 교환할 시간에까지 카운트다운하는 게 어디 있어요.”

        

       “저런. 적이 탄창 교환하는 시간은 봐주던가요?”

        

       “그래서 교환 못했잖아요.”

        

        

        

        정확하게는 탄창 교환을 하려고 멈치를 눌렀는데도 카운트다운을 안 멈춰줬단 말이지.

        

        탄창을 교환하는 대신 칙패드 측면에 달린 불렛 홀더에서 탄환을 뽑아들고 약실 안에 직접 삽입하여 장전한 후 사격을 이어갔고, 그렇게 어찌저찌 간신히 전부 맞춘 것이었다.

        

        아직도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총구가 보이는 스코프에서 눈을 뗀 뒤, 힘겹게 몸을 일으켜 총기를 잡은 채 일어선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소프트케이스를 회수한 채 강당으로 돌아가자-

        

        

        

       ───짝짝짝!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우승을 노리려면 저 정도는 해야 한다고? 제법 호승심이 생기는데….”

        

       “당연한 말을. 못할 이유가 있나.”

        

        

        

        환호와 감탄이 일었다.

        

        ‘실력으로 보여준다’는 행위를 누구보다도 숭상하는 오퍼레이터들에게 있어서, 입으로 천 마디를 떠드는 것보다는 검지손가락을 15번 당김으로서 나타난 결과가 더욱 더 가깝게 다가온 모양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건 기선제압이자 출사표겠지.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는 나와 로건의 머릿속에는 딴 생각이 들어찬 상태였다.

        

        

        

       ‘이제 우리는 할 일 다 끝났단 말이지.’

        

        

        

        이제 서로 죽여라.

        

        경기 점수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신체능력으로 치트키 쓰는 사람은 참여할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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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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