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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2

       *** ***

         

       내가 아는 흑묘의 과거는 아주 단편적이다.

         

       부친은 일찍 타계하셨고 어머니와 자랐다는 것. 그리고 어머니는 포목점을 운영하신다는 것.

         

       그리고 매일매일 늘어나는 태음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를 감당하지 못해서 결국 도망치듯이 집을 떠났다는 것.

         

       그리하여 혼자 천하를 주유했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겸 자신의 몸도 지킬 겸 월복당을 만들었다는 것.

         

       그 정도였다.

         

       그러니 흑묘에게 자신의 고향이 호남 악양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 조금은 의외다 싶었다.

         

       악양이란 천하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악양에 도착해 소가포목점을 눈에 담았을 때, 소가포목점이 일반적으로 어느 마을이나 도시에 있을 법한 영세한 포목점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포목점이라는 점에 두 번 놀랐다.

         

       규모만 따지면 소가포목점이 아니라 소씨상회라고 불러야 할 정도.

         

       ‘연화’라는 이름에는 무슨 뜻이 있는가.

         

       이 무림천화에서 연화라는 이름이 기원하는 것은 무사평안 혹은 평범이다. 즉 아이가 중간만 갔으면, 혹은 곡절 있는 삶보다는 무난한 삶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부모의 소망이 담긴 이름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연화라는 이름은 여자의 이름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이름이기도 하다. 흑묘의 본명과 모용연화의 이름이 겹친 것도 그러한 이유다.

         

       흑묘의 본명이 연화고, 흑묘가 성장하면서 벌어지는 소란을 억제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기에 나는 소가포목점은 중간만 가기를 바라며, 평탄한 삶을 추구하는 영세한 상가일 것이라 믿고 있었는데 그 실상은 내 예상과 전혀 다른 거대포목점이었으니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런 감상을 품으며 소가포목점을 관찰하기를 한참. 흑묘가 마차에서 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는 마부석에서 뛰어내려 마차의 문을 열었다.

         

       마음이라도 다스리고 있었던 것일까.

       

       흑묘는 고속마차의 창문으로 포목점을 뚫어저라 바라보고 있었다.

         

       “…돌아왔네요.”

         

       “그래.”

         

       흑묘의 한 마디에 담긴 절절한 감정이 느껴져 흑묘의 손을 붙잡았다. 흑묘는 감정을 제어하기 힘든지 손을 붙잡자마자 아플 정도로 조여왔지만 그냥 말없이 참기로 했다.

         

       흑묘는 철저하게 자신의 본가와 거리를 둔 삶을 살아왔다.

         

       이는 자신의 어머니를 그만큼 소중히 여긴다는 증거였다.

         

       흑묘라고 고향에 돌아가고, 어머니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까.

         

       그럼에도 꾹 참고 이리 거리를 둔 것은, 태음지체로 인한 사건사고가 더이상 어머니에게 닿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만큼 강하다는 반증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두렵겠지.

         

       자신이 소가포목점을 방문하고 어머니를 다시 만남으로써 지금의 평화가 깨어지고 다시 한번 어린 시절처럼 온갖 소란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내 손을 잡은 흑묘의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것은 아마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괜찮습니다.”

         

       여일예가 흑묘의 빈 손을 잡았다. 흑묘는 깜짝 놀라 여일예를 바라보았고 여일예는 그런 흑묘를 바라보며 부드러이 웃었다.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무슨 문제가 일어나건, 이 후예십시의 일원인 여일예는 당신을 위해 검을 뽑을 것이니까요.”

         

       “맞습니다!”

         

       혁기린도 흑묘의 손을 덥석 잡았다.

         

       “제 권세를 악용하는 자가 있다면 있으면 제가 박살을 내 버릴 테니 걱정 마시지요!”

         

       “저도 힘을 보탤 일이 있다면 보태지요.”

         

       모용연화도 부드러이 웃으며 흑묘의 편을 들었고

         

       “저도요. 우리가 뭐 보통 사이입니까? 마음이 통한 사이가 아닌가요.”.

         

       마지막으로 입을 연 독고이설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말을 보탰다.

         

       “아…”

         

       흑묘는 맹한 표정을 지으며 일행들을 둘러보았다. 일행들만 둘러 보기에 나는 흑묘가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나 역시 이곳에 있으며 너의 편임을 알려주었다.

         

       흑묘는 더 이상 무력한 어린아이가 아니다.

         

       천하제일의 정보조직 월복당의 수장이자, 구음기를 품고 소수신공을 익힌 초절정의 무림고수였다.

         

       그리고 그런 흑묘와 함께하는 이들의 면면은 어떠한가.

         

       점창파의 후예십시와 황국의 공주님. 암룡문의 소문주에 모용세가의 직계.

         

       그리고 흑룡을 때려잡고 초대 천마가 남겨놓은 심득 한 줄 주워먹은 화경의 고수도 있다.

         

       어린 흑묘를 괴롭혔던 문제가 다시 한번 찾아올지라도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힘은 차고 넘치는 셈이었다.

         

       그러니 나는 자신감을 담아 확실히 말했다.

         

       “이몸이 누구? 무림의 영웅 뇌검낭인 호천안. 나만 믿고 따라와.”

         

       “푸훗..!”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말했거늘 흑묘가 웃음을 터트렸다. 잠시 끅끅거리던 흑묘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당기며 몸을 일으켰다.

         

       “다들 고마워요. 어머니를 만나고 올게요.”

         

       일행들이 손을 흔들며 배웅해 주었고 나와 흑묘는 손을 잡고 나란히 소가포목점으로 향했다. 우리들이 다가가자 정문을 지키고 있던 무인이 정중하게 대응했다.

         

       “본 포목점에는 무슨 용무이십니까?”

         

       “점주님을 뵙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혹여 선약을 잡아 놓으신 분이신지요?”

         

       내가 고개를 젓자 무인의 얼굴에 고뇌가 서렸다. 사실 선약이 없으면 추후 약속을 다시 잡으라고 돌려보내는 것이 정석적인 대응이겠으나 그렇게 쫓아내기에는 꽃단장한 흑묘와 꼬질꼬질한 무복을 벗어 던지고 비싼 의복을 제대로 차려입은 내 모습이 너무 귀한 손님처럼 보였던 탓이겠지.

         

       그리고 나는 그러한 무인의 고민을 끝내줄 말을 입에 담았다.

         

       “소개가 늦었군요. 본인은 무림에서 뇌검낭인이라 불리우는 호천안입니다.”

         

       무인들의 입이 떠억 벌어졌다. 한참이나 나를 살피던 무인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뇌검낭인 호천안 대협의 경우 외관에 대한 소문이 거의 없는지라 제 안목으로는 도무지…”

         

       뭐. 그렇지.

         

       맨날 흑립을 눌러 쓰고 다녔으니 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이 정상이다.

         

       파지직!

         

       그렇기에 나는 내가 뇌검낭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을 무인에게 전달했다.

         

       “허업!”

         

       바로 허공섭물로 돌멩이를 띄워 그 손에 놓아준 것이다.

         

       뇌공을 쓰는 화경의 경지의 무인. 내가 알기로 무림에 그런 사람은 나밖에 없었으니 뇌기를 이용한 허공섭물을 펼쳐보이는 것만큼 확실한 증명이 또 있을까.

         

       무인들이 뛰쳐 들어가고 순식간에 포목점이 소란스러워졌다.

         

       그 소란스러움에 흑묘가 내 손을 꼭 잡았다. 나는 흑묘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괜찮아. 그저 어머니를 뵙는 길인데 뭘 그리 긴장해? 오래간만에 뵙는다고 걱정할 필요 없어.”

         

       “그것도 그거지만…”

         

       흑묘가 날 보며 눈을 흘겼다.

         

       “그거랑 별개로 남자를 어머니께 소개하러 가는 길인데 어떻게 긴장을 안 해요.”

         

       …어라.

         

       나는 그제야 내 처지를 자각했다.

         

       내가 지금 이곳 악양의 소가포목점에 찾아온 이유는 흑묘에게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게 해 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나와 흑묘는 과연 어떤 관계인가?

         

       나는 흑묘에게 청혼을 한 상태였고 흑묘 역시 명확한 승낙을 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절반의 승낙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그러니 흑묘와 함께 흑묘의 어머님을 뵈러 찾아간다는 것은…?

         

       결국 장모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간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상황이었다!

         

       “….선배?”

         

       비상! 초! 비! 상!

         

       나는 황급히 옷매무새를 매만지며 의관을 정제했다. 옆에서 흑묘가 날 의이한 눈을 바라보았지만 흑묘의 시선을 의식할 여유는 눈꼽만큼도 없었다.

         

       “후우, 후.”

         

       나는 갑자기 성난 폭풍처럼 밀려오는 긴장감을 다스리기 위해 길게 심호흡했다.

         

       이몸 호천안이 누구?

         

       화경의 고수. 무림의 영웅. 현재 이 무림에서 가장 주가가 높은 남자다. 그래 나쯤 되는 사위라면 어느 장모님이라도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지. 조금 갑작스럽게 인사를 드리는 것 정도는 흠결도 아니다.

         

       나는 필사적으로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

         

       그래 뭐 내가 뭐 대단한 흠결이라도 있어?

         

       일가친척 하나 없는 홀몸일 뿐인 데다가.

         

       평생을 낭인으로 굴러먹었을 뿐이고.

         

       고작해야 도박 좀 하고.

         

       지금 당장은 오갈 곳이 없는 처지에.

         

       마차에는 아리따운 일행이 네명 정도 기다리고 있는.

         

       무사평안을 기원하는 ‘연화’라는 이름을 지을 정도로 굴곡 없이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딸내미의 짝으로 아주 조금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 뿐이잖아?

         

       “선배, 왜 갑자기 주저앉고 그래요?!”

         

       망했다!

         

       완전 폭삭 망했어! 누가 이런 개썅호로놈팽이한테 금지옥엽이나 마찬가지인 딸을 내 주겠냐고!

       

       나는 주저앉은 나를 황망한 눈으로 바라보는 흑묘를 올려다보며 울부짖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적어도 내 몸 따뜻하게 누일 번듯한 집! 그리고 그런 번듯한 집에 들어선 뚱뚱한 금고! 그 뚱뚱한 금고 안에 빵빵하게 금자를 채워 넣기 전까지 난 도저히 장모님을 만날 수 없어!”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거에요! 당장 일어나지 못해욧!?”

         

       흑묘가 악을 쓰며 나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나 역시 필사적으로 버텼다. 이대로…! 이대로 장모님을 만나버렸다가는 내 자존감이 박살나버렷..!

         

       “이 무슨 소란입니까?”

         

       그렇게 흑묘와 나의 힘싸움이 이어지고 있을 때, 냉랑한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나와 흑묘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돌아가고 너나할 것 없이 숨을 죽였다.

         

       빈틈없이 의관을 정제한 중년의 미부의 서늘한 시선 때문이었다.

         

       아니.

         

       그 중년 미부의 얼굴이 흑묘와 너무 닮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장모님께 최악의 첫 인상을 남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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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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