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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2

    <522 – 마지막에 믿을 수 있는 사람>

     

    기프트 아카데미 암흑상단 본부 회장실.

    대륙 각지의 소식이 담긴 상회일간지를 펼쳐보던 지젤의 눈이 가늘게 벌어졌다.

    평소에는 눈이 있는 듯 없는 듯 감고 지내는 실눈이 눈을 뜨는 경우는 하나밖에 없다.

    개빡쳤을 때.

    그렇다.

    지젤은 지금 개빡쳤다.

     

    “몬스터 군단을 규합한 다크프린세스들이 제도 앞에서 한 달째 대기 중…?”

     

    혁명가가 죽었다.

    혁명군이 무너졌다는 소식도 파다했다.

    그런데 혁명가가 꾀하던 짓과 다를 바 없는 일이 제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재 재단의 후계자로 추정되는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가 황제와의 협상을 위해 입궁.

    -소상조 맨솔 백작 사망. 궁전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침묵하는 관료들. 범인은 역시나 다크프린세스?

    -제국공식발표. 제국의 4황녀 새로이 탄생. 그 정체는 몬스터군단을 규합한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가벼웠던 찌라시는 이내 묵직한 제국일간지 대서특필로 이어졌다.

     

    ━━━

    [제국의 미스터리한 사건과 다크프린세스의 충격적인 등장]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의 충격적인 등장으로 세계는 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재단의 후계자로 추정되는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가 황제와의 협상을 위해 입궁한 가운데, 소상조 맨솔 백작의 의문의 죽음으로 더욱 수수께끼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언론과 시민들은 입궁한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의 목적과 소상조 맨솔 백작의 사망 사건에 대해 알고자 하지만, 궁정과 관료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어 수사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범인은 여전히 미스터리한 상태로 남아있으며, 주변에는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와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제국은 공식적으로 제국의 4황녀로 추정되는 새로운 인물의 탄생을 발표했습니다. 그 정체가 몬스터군단을 규합한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라는 뜻밖의 발표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의 목적과 행동이 제국의 안정과 평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와 관련된 사안에 대한 궁중과 관료들의 침묵은 여전히 해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제국일보는 이 사안의 진실을 추적하고, 시민들에게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휴학생들을 오크노디 회수조로 보내고 한동안은 안심했던 지젤이었지만 그놈의 휴학생 소식은 어느 순간 뚝 끊겨버린반면, 오크노디는 제국황녀로 즉위했다.

    이는 아카데미의 대응이 완전히 실패했으며 그녀의 신변이 황제에게 넘어갔음을 의미했다.

     

    “마하바라타 교수님. 이 상황을 어찌 해결하실 겁니까? 휴학생 선배들이 구출에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이건… 정말 곤란하게 되었군요. 설마 오크노디 1년생이 제 발로 황궁에 입궁하는 미친 행보를 보일 줄은 도저히 예상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국의 황태자가 2황녀 매스각키를 견제하고자 자객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매스각키와 함께 움직이던 오크노디가 담판을 짓고자 제도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정말 고려조차도 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마하바라타 교수는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과했다.

     

    “미안해요. 드래곤 교장의 가디언으로 세계멸망에 준하는 사태를 수습하는 경우가 잦다보니 이런 작고 하찮은 일의 수습은 대충 휴학생에게 짬 때리면 알아서 해결하리라고 생각했어요.”

    “…”

    “처음부터 제가 진두지휘에 나섰어야 했는데 황제가 제 발로 찾아온 오크노디 1년생을 놓아주지 않게 되었으니, 오크노디 1년생이 자력으로 아카데미에 복귀하기는 힘들어 보이네요.”

     

    비슷한 일이 여름방학에도 있었다.

    아카데미에 복귀하지 않는 오크노디.

    그녀의 신분을 억류한 와이히엠하이 재단.

    상황은 비슷하지만, 차이도 있다.

    재단이 아닌 황궁.

    이사장이 아닌 황제.

    그녀를 감금하고 있는 적의 권력이 막강하다.

    이사장이 세계의 막후에서 그림자를 뻗는 음지의 1인자라면 황제는 세계의 전면에서 빛을 발산하는 양지의 1인자.

    이사장 수준의 집착에 황제의 권력이 더해졌으니 오크노디는 정말로 제국 4황녀라는 허울 좋은 신분만 지닌 채로 영영 황궁에 갇혀 지내다가 죽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교장님께 청을 올려보겠습니다.”

     

    마하바라타 교수와 함께 1학년 대표로 동행한 지젤.

    교장실의 문에 다가가기만 해도 지젤은 숨이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마나의 농도 자체가 다르다.

    존재의 격이, 영혼의 형체가 짓뭉개지는 공포심.

    아카데미를 다니며 마나연공법을 수련했기에 비로소 느껴지는 거대함이 아주 조금, 어렴풋이나마 지젤의 감각을 자극했다.

    그 약간의 자극만으로도 지젤은 지상과 하늘을 연결하는 거대한 기둥이라 여겼던 것이 인간의 다리이며, 그 다리가 자신을 짓밟을 수 있음을 깨달은 개미처럼 공포심에 몸이 얼어붙었다.

    하지만 세계의 이면에는 교장만큼은 아니라도 그에 준하는 괴물들이 즐비하다.

    혁명가 또한 한때는 그런 괴물이었으니, 그런 혁명가와도 태연히 거래를 해왔던 지젤은 익숙한 평정심을 되새기며 공포심을 떨쳐내었다.

    오히려 저만한 강자가 오크노디를 돕는다고 생각하면 든든함마저도 느껴졌다.

    재단이 뒤집어지고 제국조차 두려워하는 교장이 발 벗고 나서거든 누가 감히 오크노디의 신변을 억류할 수 있을까?

     

    “재밌어 보이는데 그냥 두면 안 되나?”

     

    예상 밖의 복병은 오모시로이 교장 본인이었다.

    교장은 오크노디를 구할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작은 욕망이 큰 욕망에 집어삼켜지는 일은 흔한 일이지. 손버릇 나쁜 쥐새끼는 아카데미 최단신의 가장 작은 인간이지만 그 욕망은 세계를 거머쥐는 삼대거악 중 하나인 혁명가마저 집어삼켰다. 황제를 상대로는 얼마나 해낼지 기대되지 않는가?”

     

    지젤은 말했다.

    위험하다고.

    황제와 혁명가는 다르다고.

    그 혁명가조차도 황제타도를 업으로 삼은 이였는데 어찌 오크노디를 그런 황제와 맞서게 만드냐고.

    그 모든 발언이 교장에게는 귓등으로도 들을 가치가 없는 재잘거림이 되어 왼쪽 귀로 들어가서 오른쪽 귀로 나가는 소음 취급을 당함을 깨달았다.

    우이독경牛耳讀經.

    소귀에 경을 읽듯이 교장을 설득할 방법도 없고 어떤 제안도 소용없었다.

     

    “그늘에 붙어 사는 아이야. 손버릇 나쁜 쥐새끼는 네가 걱정할 만큼 약하고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정 그리 걱정되거든 2학기가 끝나고 방학에 찾아가던가.”

     

    그러기로 했다.

    하지만 재단 때와 달리, 다른 학생들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매스각키 황녀도 같이 갔으면 본인 의지로 머무르고 있는 거 아니야?”

    “좋겠다~ 나도 제국황가 막내딸로 태어나서 폭군아빠한테 어화둥둥 받고 싶어~”

    “그럼 막 황태자랑 썸도 타고 그럴까? 이복여동생이잖아.”

    “꺄~ 금단의 사랑! 제국황실수저! 난 몰라~”

    “…”

     

    여학생들의 반응이 미온적인 반면, 남학생들의 반응은 눈 뜨고 못볼 꼴이었다.

     

    “내 수련이 부족해서 오크노디를 제국에 빼앗길 수밖에 없다니…!”

    “…그 아이의 복수의 길에 내 힘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건가?”

    “후… 행복해라 요망한 것아.”

    “오오, 종말에 맞서 제국황가의 힘을 빌리고자 나선 선지자의 행보! 분명 그분의 행동에는 큰 뜻이 숨어있을 것입니다!”

    “…”

     

    나보다 힘세고 권력 있는 남자에게 제 여자를 빼앗긴 것처럼 슬퍼하면서도 애써 쿨한 척 오크노디의 미래를 축복해주는 패잔병들!

    지젤은 저 한심한 것들과 같은 꼬락서니로 전락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 아이의 야심이 고작 제국 따위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지젤의 정보망에는 오크노디가 했던 어떤 야심 찬 선언이 존재했다.

     

    -싸가지 없는 놈들이네. 도와줬더니 왜 난리야? 사고는 지들이 쳐놓고.

    -너무 욕하지 마요! 굳이 저까지 괴롭히지 않아도 이슈타르는 충분히 불쌍한 사람인걸요.

    -너도 참 사람이 좋구나. 저렇게 건방지게 구는 녀석을 좋게 봐주고.

    -그럴 수밖에 없죠. 이슈타르는 앞으로 저 대신 황제도 잡고 마왕도 잡고 지뢰이벤트 지우개로 열심히 활약해야 하는걸요!

    -황제 지원을 받는 용사가 황제를 왜 지워?

    -그런 게 있어요!

    -아… 너 재단 사람이었지. 뭔가 물어보기도 무서워졌어. 방금 건 못 들은 셈 칠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여 당사자들에게 입수한, 오크노디의 기숙사에 쳐들어갔던 식물동아리 3학년 선배들이 오크노디와 나누었던 대화!

     

    오크노디는 황제의 편이 아니다.

    그녀가 재단의 품을 벗어나려 하더라도 제국이 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그러니 이것은 매스각키를 돕기 위한 수일 뿐.

    결코 황제에게 굴종하는 태도가 아니다.

    그녀는 지금도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다른 소식은 없어?”

    “오늘 들어온 추가정보는 제국에서 특정 물품이 품절 되었다는 소식뿐입니다.”

     

    품절.

    회장실에서 난로의 불을 쐬던 손오천이 심드렁하게 한마디 했다.

     

    “강화 아니냐? 다른 건 멀쩡한데 한 품목만 품절이면 그거만 모아다가 강화하니까 그런 거겠지.”

     

    당사자도 자각 없이 내뱉은 막연한 가설.

    그것이 회장실 한 편에 사다코 교수 못지않게 점점 머리가 길고 음산하게 변해가던 이사벨의 고개를 번뜩 들게 했다.

     

    “지젤. 품절 된 물품에 대해 알려줘.”

    “여아용 흰색 곰돌이팬티입니다.”

    “근력상승률.”

     

    이사벨이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았다.

    지젤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오크노디가 격한 강의를 듣고 옷이 찢어져서 아카데미 보급 속옷을 받을 때, 흰색 곰돌이팬티가 아니면 안 된다고 했던 말이 기억나.”

    “…어째서 흰색 곰돌이팬티입니까?”

    “흰색은 능력치상승률에 관련된 속옷이고 곰돌이팬티는 근력과 관련되었다고 했어. 잘은 모르겠지만 그 아이만의 미신 비슷한 거겠지.”

     

    이유야 어찌 되었든 상관없다.

    지젤 또한 화색을 띠었다.

     

    “이건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오크노디는 지금 제도에서 이사벨 당신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신호를 보내온 겁니다!”

    “정말로?”

    “그렇지 않고서야 당신만 기억하는 그런 특별한 속옷이 품절되고 씨가 말라 시중에서 찾아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오크노디가 내게 도움을… 수많은 사람들을 두고 내게…”

     

    이사벨의 눈에 생기가 감돌았다.

     

    “그래, 궁지에 몰렸을 때 가장 떠오르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나였어. 휴학생들이 아니라 우리가, 내가 해내야만 하는 거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사벨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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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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