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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2

    그렇게 듣게 된 루크의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네가 설마 마법실험체였다니, 난 상상도 못했어…. 뭔가 되게 특이하게 생겼다고 생각은 했지만….”

    시루드의 중얼거림에 곁에서 듣고있던 미셸 역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게다가 시한부인 몸이었다면…, 이건 확실히 누군가에게 밝히기 어려운 상태이네요.”

    이야기 속의 오래된 책이 바로 자신이라는 그 비유의 의미는 바로 이러했다.

    루크는 사실 과거 어느 마법사의 ‘실험체’로 태어난 복합생명체, 키메라.

    덕분에 인체의 구성성분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언제 밸런스가 무너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실제로 루크는 훗날 ‘예정된 죽음’이 1년내에 닥쳐올 것을 인지했다고 한다.

    따라서 루크는 그 죽음을 피하기 위해, 누군가에의해 만들어진 스스로의 몸을 완벽히 이해하려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루크는 자신의 몸을 일종의 ‘인형’에 옮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발상을 떠올리곤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실제로도 그 방식이 어느정도 ‘성과’를 보여서 밤낮으로 연구를 거듭해나간 결과, 가장 불안하고 중요한 심장만을 현재 대체할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서클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그렇게 된 걸세. 이제 좀 이해가 되려나?”

    자신의 과거와 정체, 그리고 그와 연관된 일련의 실험들.

    딱히 알려져서 좋을 것 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막 모두에게 숨겨야만 하는 이야기도 아니었기에, 루크는 가족과 숲지기들을 제하면 그렇게 처음으로 시루드에게 자신이 키메라임을 밝혔다.

    물론 이야기중에 루크에 의해 몇가지 진실은 은폐되긴 했다.

    먼저 ‘과거 어떤 마법실험’이 5000년 전에 자신이 스스로 행한 것이라는 것과, 몸이 불안정한 것은 사실이나 그건 단순히 안정된 상태가 아닐 뿐으로 ‘예정된 죽음’은 그것과 전혀 관계없이 시가르마타에 의한 것이 되리라는 점 등.

    그렇기에 그들이 이야기를 받아들이기로는 아마도 ‘루크는 키메라 실험의 부작용으로인해 몸에 이미 문제가 있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스스로 이번 실험을 계획하고 실행중에 있었다.’로 이해되었다.

    “그런…….”

    시루드가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그동안 루크가 다른 사람들과 너무나 다르다고 진작부터 생각하고는 있었다.

    빼어난 외모나 신체능력은 물론, 상당한 음악적 감각과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놀라운 지능까지, 이 모든 재능을 한 사람이 전부 가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게 루크가 ‘키메라’이기 때문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지.

    ‘원래 그렇게 만들어졌다’라고 하면, 만약에 어떤 특이한 현상이 있더라도 납득이 가능했다.

    이를테면 주사위 10개를 던져서 전부 6이 나오게 하라면 정말 쉽지 않겠지만, 만약 주사위가 누군가 6만 나오도록 인위적으로 조작한 주사위라면 사실 이상할 것도 아닌 이야기니까.

    하지만 루크는 어째서 그동안 그런 커다란 비밀을 말하지 않고 있었던 걸까?

    요즘같은 시대에 실험체, 그것도 키메라라니.

    정말 믿기 어려운 말이지만, 루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

    루크의 말대로라면, 정말로 자신이 도울 방법이 별로 없다는 건 사실이었다.

    키메라에 관한 지식이 없는건 당연하고, 루크의 ‘실험’에서도 자신이 설 자리가 없기는 마찬가지.

    억지로 도와준다해봤자 기껏해야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정도의 수준이리라.

    그렇다면 루크는 그동안 그런 고민과 아픔 속에서 그토록이나 밝고 씩씩하게 자신들을 대해왔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평소의 루크에게서는 그런 어두운 과거는 편린조차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긍정적이고 열심이었던지라, 시루드로서는 루크가 그동안 남몰래 어떤 고민과 과거의 아픔을 갖고서 생활했을지 전혀 상상조차도 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이 다음에 시루드가 꺼낸 질문은 별 생각 없이,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런거라면 그동안 왜 병원은 안 간거야? 병원비때문에?”

    “물론 낭비되는 병원비 때문도 있지만……. 사실 의사도 내 몸에 대해선 모른다. 당연하지, 애초에 일반인과 신체와는 구성성분이 다르니.”

    키메라여도 일단 인간형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점에서 일반인과 겉으로 보이는 장기의 개수나 위치, 그리고 형태가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역시 종족이 다른만큼 장기들의 작용기전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았다.

    만약 병원에 가서 자신의 이런 사정을 밝히고 진료를 요구한다면, 그들은 의사의 자세라기보다는 연구원의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을 새로이 알아가며 진료해야 할 테니.

    “그리고 만일 그렇게 한다고해도 그들이 10세 여아의 몸에 생체실험을 할 수는 없겠지만.”

    생체실험, 그것도 어린아이를 이용한 실험은 법률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지탄받아 마땅한 행위니까.

    그렇기에 설사 자신의 신체를 연구하고 진찰할 병원이나 연구실이 있다면, 그건 법이 도덕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위험한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루크는 그렇게 말하며 다 마신 찻잔들을 모아 정리했다.

    이야기가 길어졌던 만큼, 그들은 이미 찻잔을 모두 비운 상태였다.

    이야기를 듣고 납득한 것처럼 보이니 결국 차에 타둔 시약은 별 소용이 없어지고 말았다.

    뭐, 사용하지 않고 끝났으면 좋은 거겠지.

    루크는 생각했다.

    ‘역시 ‘인형교체작업’에 대한 반박을 해오진 않는군.’

    사실 ‘몸이 죽을 수 있으니 의식을 인형에 옮긴다’라는 발상은 생각해보면 꽤나 반박이 들어올만한 부분이었다.

    애초에 그걸 실제로 할 수 있느냐는 둘째치고, 인형으로 옮겨진 ‘나’도 ‘나’라고 볼 수 있느냐 등의 ‘본질’에 관한 논쟁은 지금도 꽤나 벌어지는 주제라서 그 견해가 다르다면 하루를 전부 설득하는데 써도 모자랐을 테니까.

    하지만 처음에 ‘고서’의 비유를 들어가며 본질에 관해 다른 견해가 형성되기 전에 미리 학습을 시켜둔 덕분인지, 다행히 둘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꽤나 쉽게 납득을 했다.

    미셸과 시루드 모두 평소 본질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하지 않는 청자들이었기에 다행인 일이다.

    그래도 정말 설득이 되지 않았다면 탈출마법을 써버리면 그만인 이야기이긴 했지만.

    “아 참, 이건 예르나에겐 절대 비밀이다. 그녀에게 이 이상 신경쓸 일을 늘려주고 싶지 않아. 충격을 받게되면 뱃속에 아이에게 영향이 갈테니.”

    “……응.”

    시루드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뱃속의 아이라니, 그렇구나. 

    예르나 아주머니, 아이가 생겼었구나.

    전혀 몰랐던 사실인데, 이전의 이야기들이 너무 충격적이라 들어도 별 감흥이 없다.

    아니, 아무런 생각이 안 든다고 해야되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쿵, … 쿵, … 쿵, ….

    현관에 울려퍼지는 묵직하고 둔탁한 중저음.

    “응?”

    그렇게 끼어든 소음에 자신도 모르게 어느샌가 아이들의 상황과 대화에 몰입해있던 미셸은 순간 정신을 차리며 입을 열었다.

    “갑자기 뭐지? 혹시 경찰일까요? 벌써 면회시간이 끝났나? 아니면 택배?”

    밖에서 노크를 해오올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으로썬 배달원이나 경찰밖에 생각할 수 없다.

    도시 한켠에서 벌어진 테러로 교통마저 혼잡한 지금, 이런 외곽까지 굳이 들어오고 싶어할 사람은 기껏해야 타인의 주택에 방문하는 것이 일인 사람이 아니라면 문 바로 바깥에 있는 경찰뿐이다.

    하지만 시루드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쿵, 쿵, 쿵-

    “그런데 이건 마치…, 문을 부수려고 하는 것 같은데…? 경찰이나 택배는 아닌 것 같지 않아?”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위한 노크라기엔 너무 템포가 느리고, 들어간 힘도 강했다.

    노크보다는, ‘돌파’에 가까운 듯한 느낌.

    시루드말에 루크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도 그렇다. 문 밖의 누군가는 문을 부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 분명해 보이는구나.”

    -쿵-! … 쿵-! … 쿵-! …

    규칙적이기까지 한 충격음이 점차 커지기 시작하자, 시루드가 초조해하며 물었다.

    “어, 어떻게하지? 경찰을 부를까?”

    그건 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늘상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해결법이었다.

    아카데미에서도 거의 주입하다시피 알려주는 상식적인 내용이기도 했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모든 상황에서 전부 통용되는 개념이나 진리는 아니다.

    루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이미 밖에 경찰들이 주둔해 있었잖느냐. 그런데도 저렇게 당당히 문을 부수려 한다는 건, 이미 그들의 도움을 바랄 수는 없다는 거라고 생각하는게 옳겠지.”

    “그, 그럼 어떡해? 지금 밖에 저거 테러리스트가 찾아온 거 아니야?”

    루크의 대답에 마른 침을 삼키며 우려를 표하는 시루드.

    테러리스트의 정체를 생각해보면 그런 것은 아닐테지만, 굳이 그 사실을 고쳐줄 필요는 없으리라.

    이후 벌어질 상황에 대응하기위해 긴장과 함께 조용히 서클을 회전시키기 시작한 시루드의 모습을 확인한 루크는 입을 열었다.

    “걱정 말고 서클을 거두거라. 문을 포함한 외벽에는 보호마법이 인챈트되어있다. 아마 웬만한 충격에는 부숴지지 않을거야. 그동안 대응책을 마련해보지.”

    “웬만한이라면…. 얼만큼?”

    얼만큼이라…, 그동안 가능한 가장 강력한 수준의 방어력을 구현하려고 했을 뿐 어느정도의 위력을 상정하고 만든 것이 아니라 대답하기 살짝 난해한 질문이었다.

    마법단위로는 어느정도인지 정확한 값을 알고 있지만, 시루드에게 그 위력을 와닿게하려면 좀 더 현실적인 비유가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약 12000 메가콥스의 보호마법이니, 물리적 충격반응만 따지면 국소적인 5등급 메테오정도는 버텨내겠지. 순수한 마법적인 반응에는 거의 면역일테고.”

    구체적인 값과 함께 제시된 예시가 주는 안정감에 의해, 시루드는 금방 경계를 풀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럼 문은 절대 부숴지지 않겠네.”

    대체 가정집 현관문에 무슨 짓을 했길래 메테오를 버틴다는건진 모르겠지만, 루크가 그렇다고하니 그런 것이겠지.

    이런것에 일일히 놀라고 있으면 오늘은 머리가 진작에 터져버리고 말았을거다.

    시루드는 그렇게 서클회전을 멈추었지만 문 밖의 소음은 여전히 지치지도 않는지 소리를 키워갈 따름이었다.

    하지만, 소리만 요란할 뿐이라고 생각하면 그 일정한 비트가 조금은 타악기의 리듬으로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비슷한 리듬을 가진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뭐였을까 하는 태평한 생각마저 떠오를 정도.

    그러나 그런 태평한 생각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일정한 박자로 울리던 충돌음 사이에, 낮선 균열음이 끼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쿵-!… 쿵-!… 콰직-!….

    “…루크, 정말 괜찮은 거 맞지?”

    시루드의 물음에 루크는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마법이 제대로 작용하고 있다면 ‘콰직’같은 균열음따위가 들려서는 안될테니까.

    폭탄의 폭발음도, 중장비의 그림자나 대마법의 마나잔향도 찾아볼 수 없는 지금, 침입자가 가진 장비래봐야 돌파용 망치와같은 휴대형 둔기에 불과할 터.

    헌데 대체 무슨 수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정도의 크기를 지닌 무언가가 아무리 강한 물리력을 행사한다고 쳐봤자,하늘에서 떨어지는 직경 10미터가량의 5등급 메테오 수준을 뛰어넘기란 불가능하다.

    허나 늘 그렇듯, 이미 발생한 일에 가능과 불가능을 논해봐야 무의미한법.

    루크는 혹여나 자신의 당혹감이 드러나 미셸과 시루드에게 전해지지 않도록 노력하며 조용히 눈을 감고 문 밖의 시야에 집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째서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

    또, 현재 문 밖에 선 자가 누구인지.

    잠시 후, 루크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크?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인데?”

    “그래요. 대체 무슨 일이시죠?”

    갑자기 놀란 듯 몸을 일으킨 루크를 향해 쏘아지는 당황한 두 시선.

    하지만 이번엔 그런 그들에게 사정을 일일이 설명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시루드, 미셸. 너희는 지금 여기서 떠난다.”

    “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떠나라니? 안전하다고 말한 거 아니었어?”

    “맞아요. 그리고 위험하니 일단 떠나는건 그렇다치더라도, 왜 저희만 떠나라는 거죠? 도망칠 방법이 있다면 아가씨도 함께 가야하는 게 아닌가요?”

    어리둥절한 시루드와 미셸.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자신까지는 탈출할 수 없었다.

    탈출주문을 한번에 여러번이나 써야할 상황을 가정하진 않아서 연속사용은 기껏해야 두번이 고작이며, 그 이상은 애초에 저택의 연산량이 따라갈 수 없다.

    만일 3명중에 단 한명이 남아야 한다면, 여기선 자신이 남아서 그와 맞서는 편이 생존률이 높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을 전부 설명하고 납득시키기엔 보다시피 상황이 여의치 않다.

    애초에, 납득을 시킬 필요도 없고.

    ‘긴급탈출’을 시전하기위해선 딱히 시전할 대상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으니까.

    루크는 탈출용 주문을 외웠다.

    “‘만나서 즐거웠고, 그럼 다음에 보자.'”

    “그러니까 그게 무슨-!”

    “그렇게 갑자기-!”

    -파, 팟!

    그러자 거의 동시에 공간을 도약해 사라져버리는 둘.

    그때 마침 현관의 문이 파괴되었고, 루크는 익숙한 형체와 마주하게 되었다.

    “오늘은 불청객이 참 많은 날이로군.”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엔 꽤 많은 변화가 있었죠?
    이번편부터가 전개 변경의 분기점이 되겠네요.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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