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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2

        

       태양은 금.

       태양은 금.

       순수한 금으로 만든 펜타클로 문양을 새기고.

       바싹 태운 숯에 태양의 불꽃을.

       오목한 한 점에 모이는 빛으로 피워낸 불씨로 타오르는 불꽃을.

         

       연기는 셋, 연기는 셋.

       하나는 동방 박사가 아기 예수에게 준 유향을.

       태양만큼 찬란하게 노란빛을 발하는 유향을.

       또 하나는 히오스 섬에서 가져온 초록빛 매스틱을.

       마지막 하나는 알로에.

       그리스에서 가져온 은총이 듬뿍 담긴 알로에를.

         

       셋을 피워 연기로 향을 입히나니.

       펜타클이여, 펜타클이여.

       향을 입으소서.

       기름이 부어지는 것처럼, 향을 몸에 품으소서.

         

       동방 박사가 온 곳으로 시선을 향하고.

       낭송하라, 낭송하라.

         

         

        * * *

         

         

         

       그는 별빛을 받으며 낭송(朗誦)하고 있었다.

       얼굴을 동쪽으로 향한 채, 연기가 자욱한 실내에서 그는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εις το τελος υπερ των ληνων ψαλμος τω δαυιδ——- κυριε ο κυριος ημων ως θαυμαστον το ονομα σου εν παση τη γη οτι επηρθη η μεγαλοπρεπεια σου υπερανω των ουρανων. εκ στοματος νηπιων και θηλαζοντων κατηρτισω αινον ενεκα των εχθρων σου του καταλυσαι εχθρον και εκδικητην——”

         

       그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그리스에서 사용했던 언어(Ελληνικά).

       그리스 말로 읊어지는 것은 시편의 내용이었다.

         

       그는 교단에 선 학자라도 된 것처럼 꼿꼿한 자세로 담담하게, 계속해서 시편을 읊었다.

       그는 정해진 시편의 구절들을 읊었고, 그것들은 전부 헬라어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시편을 읊는 것이 멈추었을 때.

         

       그는 입에 다른 언어를 담았다.

         

       그것은 현대인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언어요, 이 땅에 사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친숙한 언어인 영어였다.

         

       “가장 능력 있으신 아도나이여, 가장 강하신 엘이여. 가장 거룩하신 아글라여, 가장 옳으신 온이여. 시작과 끝이자 알파와 오메가이신 주여, 우리는 겸손히 간청하옵나이다. 당신의 거룩하신 위엄으로 이들 펜타클이 성별(聖別)되어 영혼에 대항하는 덕과 힘을 얻게 하소서.”

         

       그는 신성하기까지 한 태도로 주언을 내뱉은 뒤, 등의 뒤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연기를 휘감듯 손을 살짝 원형으로 휘젓더니, 허공을 팍 하고 쥐었다.

         

       그러자 바닥에 있는 금속이 그의 부름에 답하였다.

       태양의 빛을 담은 금속이 덜그럭 움직였고, 금속이 제 주인을 만나 볼이 붉어지듯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곤 이윽고 홍조가 사라지고 액체로 변화하였고, 주인을 향해 움직이는 뱀처럼 허공을 타고 올라가 그의 손으로 날아갔다.

       그리하여 그의 손에 쥐어지니, 그 형태는 꼭 막대기와 같은 형상이라.

       물로 이루어진 막대기가 길게 늘어지고, 꼿꼿하게 섰다가 굳어졌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것은 순금으로 만들어진 꼬챙이.

       그는 순금으로 만들어진 볼품없는 꼬챙이를 치켜들고, 그것을 주를 찌른 창이라도 되는 것처럼 거룩한 심정으로 들어 올려 펜타클의 정중앙에 파악 꽂아버린다.

       순수한 백랍으로 만든 태블릿에 구멍이 뚫리고, 구멍이 뚫리는 충격과 함께 꼬챙이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던 금이 조각조각 흩어져 사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그렇게 튄 금 중 백랍의 위에 놓인 것들은 다시 액체로 돌아가 방울져 태블릿 위를 헤엄쳤고, 그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또르르 굴러 태블릿이 있는 곳으로 가 제 위치를 잡나니.

         

       태블릿에 새겨진 펜타클에 태양의 힘이 깃드는 순간이었다.

         

       그는 백랍의 부스러기를 손가락 사이에 두고 문지르며 천체를 바라보았다.

         

       인공위성의 빛이 가리고 있지만, 천체는 그 자리에 오롯하게 존재하나니.

       그 천체의 지배가 땅에 미치고 있으니 그것은 옛 기록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라.

       요일과 시간만 안다면 지배의 천체를 알기는 참으로 쉬운 일이라.

         

       그리하여 그는 그렇게 하였다.

         

       “태양의 지배 아래에서 감히 그 찬란한 빛을 입에 담으니. 동쪽의 알리미엘, 가브리엘, 바라키엘, 레베스, 헬리손. 서쪽의 엘리파니아사이, 겔로미로스, 게도보나이, 타라나바, 엘로미나. 빛이 한 줄기의 커다란 선을 긋듯이. 해가 떴다가 지듯이. 동쪽에서 서쪽에 위치한 지배 천사여, 지배 천사여. 날갯짓하며 나타나 태양의 포근함을 주소서.”

         

       진성은 그렇게 주언을 외우며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약 1초 정도 지나자, 태블릿에서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순금이었다.

       태블릿에 있는 순금들은 다른 곳에서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아닌, 자신이 태양이라도 되었다는 듯이 스스로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고, 그 빛은 태양의 것과 흡사한 붉은색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그냥 빛이 아닐지도 모른다.

       순금은 와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새빨간 색으로 변한 채 빛을 발하고 있었으니까.

       이것은 그냥 단순히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닌, 열에 의해서 달아오른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저것을 잡는 순간 뜨거움과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지를지도 모르지.

       마치 태양을 손으로 잡은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붉은빛은 점차 번져나갔다.

       백랍은 태양을 앞에 둔 것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하였고, 태블릿 곳곳에서 불이 피어올랐다.

       불이 붙은 네 개의 양초에서 발하는 것처럼 흔들거리며 불꽃을 피워올리고, 태블릿이 꽃밭이라도 되는 것처럼 흐드러진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붉은색, 주황색.

       노을 지는 것처럼 빛은 번져나가고, 그것은 이윽고 밀폐된 공간을 환하게 밝히니.

       이것은 태양이 행하는 은혜요, 태양이 세상에 남기고 간 여운과 같은 색이라.

         

       그리하여 공간이 붉게 물들었을 때.

       그 핏빛 속에서 무언가 나타났다.

         

       펄럭.

       날갯짓 소리.

       귀가 아닌 머리로 들리는 그 소리.

       자욱한 연기와 불그스름한 빛 속에서, 무언가가 나타나려 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직 형상이 정해지지 않은 것이라.

       연기는 날개가 되었다가 팔다리가 되기도 하고, 수많은 눈이 되기도 하고, 불과 철로 이루어진 존재가 되기도 하고,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미녀의 형상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었다.

         

       진성은 그 순간, 눈을 번쩍 뜨며 품속에서 백합 추출물을 굳혀 만든 덩어리 하나를 꺼냈다.

       그 덩어리에는 백합, 화살, 채찍, 닻, 창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기호의 크기는 제각각이었으며 어설픈 솜씨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는 그것을 번쩍 든 뒤 빨간빛이 새어 나오는 태블릿을 향해 집어 던졌다.

         

       “Pax Tecum Filumena!”

         

       그렇게 발갛게 달아오른 태블릿은 순결한 덩어리를 그대로 맞아들였다.

       백합은 순수함이요, 진성이 방금 집어던진 것은 순결을 지킨 순교자의 상징이 새겨진 것이라 그 순수를 채 잃지 아니하였으니.

         

       알마델의 태블릿은 조금 뒤틀리기는 하였으되 제 역할을 마저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아까와는 좀 방향성이 다르게 된 것이라.

         

       그 형상은 바로 연기에서 나타나게 되었다.

       날개를 지닌 천사들이 나타나려 하였던 아까와는 달리, 짐승의 형상, 사람의 형상, 식물의 형상, 사람과 짐승이 섞인 형상 등 수없이 많은 것들이 드러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것들은 이교적이면서 이국적인 형상을 가진 것들이 대부분이라.

       기독교와는 닮지 아니하였고, 그곳에서 말하는 천사와도 그 형상이 다른 것이었다.

         

       저것을 지칭하는 말은 바로.

         

       “하늘로 치솟은 탑은 기둥. 기둥은 영혼이 거하는 세상과 인간의 세상을 연결하는 길. 이 포토미탕(Poteau mitan)을 타고 이곳으로 오소서. 이곳으로 내려오소서. 로아(loa)여.”

         

       -로아(loa)였다.

         

       지금 진성은, 의식을 뒤틀어버린 것이다.

         

       기독교의 천사를 부르는 의식을, 부두교의 로아를 부르는 의식으로 말이다.

         

       그 방법은 매우 교묘했다.

       태블릿의 재료를 조금 뒤틀어서 간신히 발동될 정도로만 만들고, 펜타클을 만드는 것 역시 미리 행하지 않고 의식과 동시에 행하며 태양의 힘을 강화하였고, 마침내 의식이 발동하려 할 그 시점에 가톨릭과 연관이 있는 로아인 ‘필로메즈(Filomez)’의 상징을 끼얹어 의식을 뒤틀어버렸다.

       그리하여 태블릿은 천사를 소환하는 대신에 로아를 소환하는 것으로 변질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어렵고 힘들지만 그만한 장점이 있으니.

         

       이는 부두교의 방식대로 행하지 아니하였으니 루카스의 말대로 ‘이교도 같은’ 느낌을 주지 않은 것이 첫째요.

       둘째는 천사와 관련된 주술은 신성술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것이라 자칫 끔찍한 대가를 짊어질 수도 있었으나 그를 회피한 것이요.

       셋째는 널리 알려진 방식으로 로아를 부르지 않았으니 대가가 일정한 것이 이득이요.

       넷째는 뒤틀린 방식으로 부름으로써 선과 악이 없는 로아에게 선한 면모를 강제하였으니 이것 또한 이득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진성에게 있어서 천사보다 로아가 더 활용도가 높았으니, 이 또한 훌륭한 이득이었으니.

         

       그리하여 진성은 천사 대신에 로아를 불러내었다.

       알스 알마델의 의식을 뒤틀어서.

       그리고.

         

       이 빌딩을 매개로 삼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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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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