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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3

       

        

        

        

        

        

        

       “방송인 활동은 취미라더니, 그 말대로구만. 총 잘 쏘는 스트리머가 아니라 방송을 잘 하는 오퍼레이터에 더 가깝겠어.”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오퍼레이터…상당히 끔찍한 조합인데요. 듣기만 해도 상부가 꽤나 골머리를 썩일 것 같은 느낌입니다.”

        

       “뭐, 요즘은 그런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니고. 그 이상은 신경쓸 부분이 아니지.”

        

        

        

        바깥에서 연이어 들리는 사격음, 문 밖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총구 화염.

        

        유진과 로건의 시범 사격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이어지는 첫 번째 종목. 표적의 수가 꽤 많았기에 한 번에 두 조, 즉 한 사이클에 4명이 투입되고, 대략 5분 가량의 시간이 흐르면 차례가 온 다음 두 조가 밖으로 나간다.

        

        이미 시험을 끝낸 조들과는 다르게, 아직 밖으로 나가보지조차 못한 사람들은 화면을 보며 예습을 하고, 외부의 풍속과 풍향을 확인하며 A4 용지 위에 십자선을 그리고, 계속해서 계산을 반복하며 어떻게 오조준을 해야만 하는지를 논의한다.

        

        그러나 사람의 수는 많았고, 모두가 그리 행동하는 것도 아니었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대화를 나누는 이들도 적잖았다 – 그리고 그런 이들의 눈에 띈 것은 당연하게도 유진과 로건 조였다.

        

        

        

       “해병대 SSC – 정찰저격수 코스 – 에서도 저렇게까지 빡세게 굴리지는 않았는데. 필드 굴러다닐 때 내가 저렇게 쐈으면 교관들이 박수까지 쳐주면서 수석 교육이수자 딱지를 미간에 붙여줬을 걸.”

        

       “젠장, 난 그거 턱걸이로 통과했다고.”

        

        

        

        스나이퍼 컴페티션의 첫 번째 미션, 불특정 거리의 목표 사격.

        

        이는 과거 미 해병대의 정찰저격수 교육에서도 마지막 15일 즈음에나 하는 가장 잔혹한 형태의 인원 가려뽑기였고, 그 덕분에 교육 수료율은 언제나 평균 40% 언저리에 머무를 정도였다.

        

        어지간히 교육을 받은 인원이라고 할지라도 사격에 도가 트지 않은 사람은 모든 탄환을 전부 목표물에 꽂아넣을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하며, 더군다나 이번 컴페티션에는 SSC에는 존재하지 않는 더 먼 거리의 목표물까지 정확히 맞춰야만 했다.

        

        거기에 더불어, 탄창을 교환하는 시간까지도 카운트다운에 포함한다는 점까지.

        

        밑바닥 밑에 더 밑바닥이 있을 수도 있는 것처럼, 위에는 더 위가 있고, 이것보다 더 어려운 게 있을까 싶은 미션들은 로렌티나를 비롯한 통제관들의 손을 거쳐 가공된 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형태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말대로, 유진과 로건이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갔는지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뒤를 따라 본격적으로 시작된 컴페티션은…그리 매끄럽게 굴러가지 않았다.

        

        

        

       “8번 더블 미스. 14번으로.”

        

       “후우…!”

        

        

        

        더블 미스.

        

        퍼스트 미션에는 한 가지 간단한 룰이 있었다. 첫 발은 10점이고, 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가정 하에 2초 안에 재사격하여 타깃을 맞추면 8점이었다 – 그러나 그것까지도 적중 실패가 뜨는 순간 점수는 0이 된다. 그리고 이는 더블 미스였다.

        

        다시 말해, 두 번 사격에 실패하는 순간 귀중한 기회 하나를 공중으로 날려버렸단 뜻이었다.

        

        그닥 드문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후처리가 달랐다. 완전히 페이스가 무너진 탓에 그 후로도 그닥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팀이 있었고, 간신히 마음을 가다듬어 그 뒤를 잘 마무리한 조도 있었다. 그러나 로건과 유진이 받아낸 결과에 한없이 가까이 수렴하는 팀은 32개의 조들 중 단 세 팀밖에 없었다.

        

        미군 산악사단 내 저격조, 소속이 밝혀지지 않은 조 – 정확하게는 ISA – , 그리고 마찬가지로 소속이 밝혀지지 않은 조 – 더 유닛 – .

        

        

        화면에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점수, 그에 따라 매겨지는 등수. 그렇게 퍼스트 미션이 끝을 맞는다.

        

        그러나 고작 100분 가량 동안 진행된 첫 번째 경기와는 다르게, 두 번째는 또 다른 형태의 기량, 그리고 더 많은 시간들을 요구했다.

        

        로렌티나는 스크린에 화면을 띄웠고, 이어 말했다.

        

        

        

       “세컨드 미션은 초장거리 저격입니다.”

        

        

        

        최초사격지점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타깃의 위치가 무려 1.5km.

        

        1500m 하나, 1700m 하나, 1900m 두 개와 2.1km 위치에 있는 타깃 하나. 그리고 주어진 탄환은 12발이었다. 사실상 첫 번째 사격에서 최대한 가까이 맞춰 오차를 알아내고, 두 번째 사격에서 반드시 맞추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초장거리 저격이라는 소리만 들었을 뿐, 구체적으로 얼마나 멀리 있는지는 잘 모르던 참가자들의 표정이 점차 사색으로 변해갔다. 아무리 각 나라를 대표하여 나온 최고의 엘리트라고 하더라도 2km가 넘는 거리의 사격을 해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니.

        

        그리고 통제관들 역시 모두가 유효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열두 발의 탄환을 사용하여 단 하나의 타깃이 맞을 때까지 사격하든, 혹은 포기하고 다른 것으로 넘어가든…그건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전략을 잘 세우길 바라겠습니다. 시간 제한은 10분입니다.”

        

        

        

        지구의 자전.

        

        코리올리 효과.

        

        마그누스 효과.

        

        물리학, 기상학, 기하학, 지리에 대한 지식과 사용되는 무기와 탄약의 종류, 총신의 길이, 온도와 습도, 풍향과 풍속, 대기압, 사수의 근긴장도, 심장 박동, 혈압, 시력, 태양광의 양까지.

        

        소총의 각도를 고작해야 0.25도만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2.4미터 가량 탄환이 빗나갈 수도 있었으며, 유효한 결과를 거둔 2km 이상의 사격은 대개…10발 이상의 사격을 통한 데이터 산출이 필요했고, 그제서야 맞출 수 있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로렌티나는 머릿속에서 결과를 어림했다. 이카루스 기어와 같이 실시간으로 착탄점을 계산해주는 정신나간 성능의 보조 도구가 없는 이상, 5개의 표적 중에서 절반 이상을 맞춘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상위권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다른 게 다 빗나가도 2.1km 위치의 목표물을 한 번이라도 맞춘다면, 아무리 못해도 중위권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었다.

        

        

        과연 유진과 로건은 어떻게 할까.

        

        그건 로렌티나에게도 완전히 미지수였다.

        

        

        

       ‘…막내랑 나는 다이스랑 하모니의 감적수로서 1.5km에 있는 목표물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도와줬단 말이지….’

        

        

        

        하지만 생각은 생각이고, 차례는 차례였다.

        

        로렌티나는 유진 팀과 시선을 맞췄으며, 그 두 명은 그닥 긴장하는 기색조차 없이 거대한 웨펀케이스를 집어들었다. 그 안에서 튀어나온 한 자루의 거대한 대물저격총 – TAC-50이 모두의 눈에 아로새겨졌다.

        

        이번에는 로건이 해당 총기를 들었다. 마치 우유에서 그대로 뽑아 만든 듯한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끼는 가운데, 그녀는 순식간에 총기를 조립하고는 지정 저격 장소로 이동했다.

        

        거대한 계곡 사이에 끼어있는 넓은 들판에는 타깃이 콕콕 박혀있었고, 이를 편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얕은 언덕이자 강당에서 백수십 미터 가량 떨어진 야트막한 언덕이 바로 오늘의 최초사격지점이었다.

        

        

        탄창은 끼우지 않는다.

        

        대신 탄두가 통짜 황동으로 된 금색의 탄환 열두 발이 로건의 손에 닿을 수 있는 지점에 흩뿌려졌다.

        

        

        

       “…저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우드레이 프로젝틸(Woodleigh Projectile) 건가?”

        

       “발당 10달러짜리 탄환이구만. 하긴, 이런 미션이라면 저 정도는 들고 와야지.”

        

        

        

        유진은 최고급 스포팅 스코프를 삼각대 위에 올려둔 뒤 주변을 스캔하기 시작했고, 대략 2분 가량의 시간을 들여 5개의 타깃 전부를 식별했다. 목표물 자체가 강렬한 청적의 페인트로 뒤덮인 상태였기에 확인에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대화를 통한 타깃 공유가 시작되고, 그것이 끝난 순간 유진은 대답하는 대신 꼬리를 동그랗게 말아 O 사인을 보냈다. 그에 로렌티나는 미션이 시작되었다면서 10분이 찍힌 타이머를 설정했고, 강당 내에 연동되어있는 LED 시계가 10 : 00 : 00이라는 숫자를 표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명은 자신만의 세계로 침잠하였다.

        

        

        유진 팀의 첫 번째 목표는 2.1km 가량의 거리에 위치한 사람 모양 타깃이었다.

        

        대화가 이어졌다.

        

        

        

       “목표…전방 2300yds에 있는 가로 0.4mil, 세로 1.2mil 가량의 가량의 인간형 타깃. 아마 지금 얹혀있는 스코프는 그 정도의 mil값이 나올 건데, 부합하나요?”

        

       “부합한다.”

        

       “상하를 23mil로 맞추고 대기. 현재 풍향은 좌에서 우로, 풍속 평균값 8mps. WINDAGE 클릭…좌측으로 1.2mil. 첫 발 사격 이후 좌편차와 상하편차를 수정하죠. 탄환 궤적 및 착탄 궤적은 제가 확인할테니 편할 때 사격하시길.”

        

       “간다.”

        

        

        

        잘그락, 철컥.

        

        그리고 그 순간 피잉-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조지아 포트 무어를 시끄럽게 울렸다. 소음기를 사용했음에도 흙먼지가 일부 튀어오를 정도였으나, 유진은 숨조차 쉬지 않은 채 스포팅 스코프 사이로 보이는 아지랑이와 탄환의 궤적을 확인했다.

        

        퍽 하는 소리. 그와 동시에 대략 3m 가량 우측으로 빗나가는 탄환. 그러나 탄환의 궤적과 착탄 지점은 전부 확인해두었고, 유진은 수첩을 들어올려 계산 수정값을 적는 한편, 꼬리로 스포팅 스코프의 배율을 조정하며 착탄 지점에서 흩날리는 풀의 형태를 확인했다.

        

        확인해야만 할 것은 두 개. 2.1km 가량의 위치에 있는 목표 반경 600m의 바람 확인.

        

        

        그리하여 유진은 두 개의 변수를 수첩에 추가한 후 재계산했고, 착탄 지점 인근의 풀이 우측으로 흩날리는 것을 확인한 뒤 머릿속으로 결론을 내린다.

        

        

        

       ‘…0.25도가 틀어질 때마다 오차가 2.4미터란 걸 감안하면 좌측으로 0.3도를 이동해야 한다. 대략 1도가 틀어질 때마다 10미터라고 계산하면 편하지. 그렇다면….’

        

        

        

       “…좌측으로 1.5mil.”

        

       “이미 수정했지. 두 번째 사격이야.”

        

        

        

        콰앙.

        

        하늘에 떠있는 정찰 드론이 실시간으로 화면에 탄환 궤적을 표기하고, 유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궤적이 어떻게 굽어지는지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몇 초나 지났을까, 예상대로 착탄까지 수백 미터밖에 남지 않았을 즈음 탄환이 급격하게 우측으로 굽어진다. 이곳에서 부는 바람과 저 멀리에서 부는 바람의 세기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계곡을 내려오며 한층 바람이 강해진 것일 터.

        

        하지만 그것마저 계산에 넣은 순간 큰 문제는 없었다.

        

        

        다음 순간, 탄환은 표적과 불과 30cm 가량 떨어진 우측에 적중했다.

        

        수정값은 유진이 불러줄 필요도 없었고, 로건은 mil을 소수점 단위로 조정한 뒤 재차 사격했다.

        

        그리고-

        

        

        

       ───까앙!

        

        

        

        2100m이나 떨어진 표적 정중앙을 후려치는 탄환, 크게 흔들리는 표적, 그리고 그로부터 한참이나 지나서야 어렴풋이 들려오는 쇳소리까지.

        

        유진과 로건은 동시에 착탄을 확인했고, 그 옆에 앉아있던 로렌티나는 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5번 타깃 명중. 잔여 탄환 9발. 편하게 하시길.”

        

       “물론 그래야지.”

        

        

        

        나머지 표적을 맞추기에 9발은 애매하게 부족했지만, 오퍼레이터란 원래 불가능을 어떻게든 가능하게 만들어야만 하지 않던가.

        

        그리고 그 말대로, 이 날 로건과 유진은 5개의 표적 중 5개를 전부 힘겹게나마 맞히는 데 성공하였다.

        

        

        남은 이들에게는 지옥의 시작이었다.

        

        

        

        

        

        

        

        

        

        

        

        

        

        

        

        

        

        

       “어떠셨나요?”

        

       “어땠긴요. 끔찍했지요. 뒷번호가 아니었더라면 두 개는커녕 하나도 맞추기 어려웠을 겁니다.”

        

        

        

        포트 무어의 한 켠에서 곡성이 울려퍼졌다.

        

        당연하겠지만 이는 말 그대로 비탄의 음색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전에 비해 시험 난이도가 폭증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방금 전에 있었던 불특정 거리의 목표 사격 미션의 난이도가 낮은 건 아니었지만, 갑작스럽게 난이도가 수직상승했단 건 모두가 동의했다.

        

        이 모든 참사의 시작은 1km 이상의 저격을 커리큘럼에 편성하는 부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렇게 먼 거리에서 쏠 바엔 추가적으로 움직여 좀 더 가까이에서 사격하는 게 낫다’는 당연한 사실도 있었고.

        

        하지만…그래서 연습 안 할 거야?

        

        

        

       “이런 빌어먹을, 이렇게나 어려울 줄이야.”

        

       “귀국하자마자 고급 저격수반을 다시 수강해야 할 것 같은데.”

        

        

        

        아예 한 발도 맞추지 못한 팀은 없었다.

        

        5개의 목표 중 한 개만 맞추고 반쯤 빈 손으로 털레털레 돌아온 이들은 32개 팀 중에서 5팀도 되지 않았고, 5개 중 2개를 맞춘 팀은 하위 30%에 속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팀들은 3/5라는 결과를 받아들어야만 했고, 4/5는 고작 4개 조, 5/5는 는 나와 로건 팀을 포함한 3개 조 뿐이었다.

        

        그 찬란한 5/5 중 한 팀인 JTF-2는 마지막 타깃에 깡 하고 명중하자마자 있는 대로 환호성을 질러댔고, 복귀하자마자 나와 로건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덧붙였다.

        

        

        

       “체면치레는 했군. 아무리 쟁쟁한 면면이 여기 다 모여있다고 하더라도 저격만큼은 이 악물고 선두를 달려야 나중에 돌아가서 할 말이 생기거든.”

        

       “하지만 방금 전 종목에서 14/15를….”

        

       “젠장, 그건 말하지 마. 이미 지금도 충분히 쪽팔리거든.”

        

        

        

        승자, 혹은 최상위권이 확정된 이들은 어느덧 서로 안면을 튼 채로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다른 이들까지 전부 적용이 되는 말은 아니었다. 여기는 무한한 경쟁의 장이었고, 누군가가 우수한 성적을 거뒀단 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단 뜻이었으니.

        

        하지만 그것까지 신경쓸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오늘 못한다고 해서 내일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당장 내일의 종목은 화력지원, 아군 구출, 드론 및 터렛 운용 테스트였으니까. 앞으로도 변별력 가득한 미션이 이곳에 모인 모두를 테스트할 것이었다.

        

        그래도 그건 나중의 일이었으니.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이쪽과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란 말이지.

        

        특히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라든가.

        

        

        

       “고생하셨습니다.”

        

       “후우,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10분이었습니다. 작전을 잘 짜서 평균 이상의 점수는 얻을 수 있었지만….”

        

       “그 또한 전략이죠. 수고 많았어요.”

        

        

        

        해군 특수전전단, 다른 말로는 UDT.

        

        이 분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상당히 유심히 지켜본 결과 알아낸 전략 – 12발의 탄환을 3개의 목표에 몰빵하는 것. 물론 이 또한 극도로 어려웠다. 4발 중 마지막 발은 무조건 유효타를 내야만 한다는 소리였으니까.

        

        하지만 초장거리 저격은 결국 멘탈 싸움이었다. 그리고 유효타를 맞추기 위해 한 표적에 3발씩 사용하는 것은…상당히 괜찮은 전략이었다. 아예 제멋대로 쏴버린 탓에 탄착군이 1도 형성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앞선 3발을 통해 변수를 확인하고 명중 확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변수가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압박이 많이 해소되는 것도 그렇거니와, 목표물을 더 정확히 맞출수록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점수도 있고…결국 무조건 맞추는 게 능사는 아니고, 스마트하게 맞춰야만 했다.

        

        괜히 로렌티나가 전략 싸움이라고 언급한 게 아니지.

        

        

        

       “좀 느껴지는 점이 있으신가요?”

        

       “초장거리 사격에 요행을 바라는 것보단 좀 더 합리적인 거리까지 접근해서 쏘라고 후임들을 가르쳐야겠단 생각만 듭니다.”

        

       “하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런…저격수들에게 부과된 책임이 막중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게나 말이다.

        

        아무튼 짧은 인사를 마친 후에 모두가 다른 강당으로 들어갔다.

        

        어느덧 바깥은 해가 지고 있었다. 2시에 시작하여 3시 40분 가량에 끝난 첫 번째 미션과는 다르게, 32팀에게 각각 10분씩 주어졌으니 그 시간만 해도 거의 5~6시간. 물론 따로 음식을 주지는 않는다. 쉬는 시간 동안 합리적인 타이밍에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저격수의 덕목이었으니.

        

        물론 나와 로건은 가장 먼저 끝내고 다른 사람들이 미션을 수행할 동안 가방에 가득 넣어놓은 냉동 피자를 대략…30조각 정도 데워먹었다.

        

        맛있었다.

        

        

        다시 돌아와서.

        

        오늘의 마지막 미션은 상당히 짧지만, 그만큼 골치아플 예정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위풍당당하고 수려한 모습으로 우리의 앞에 선 로렌티나가 덧붙였다.

        

        

        

       “본격적으로 세 번째 미션에 대해 설명하기 전 여러분들에게 미리 말씀드리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분들이 오늘의 마지막 종목은 ‘총기 조립 후 사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만…그것이 끝이라고 말한 적은 없죠.”

        

        

        

        그와 동시에 로렌티나는 벽면에 도열해있는 건 캐비닛을 열어, 그 안에 가득한 크고 작은 총들을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이어지는 말.

        

        

        

       “이 안에는 분해된 상태의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한국, 스위스를 비롯한 각 나라의 볼트액션, 혹은 반자동 저격소총이 들어있습니다. 언제든지 사격 가능한 상태로 관리되고 있지요. 특수분해까지는 되어있지 않다는 점을 미리 말해드립니다.”

        

        

        

        그 순간 모두가 입을 다물었고,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지를 기다렸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다는 소리도 아니었다.

        

        

        

       “여러분들은 미션이 시작되기 전 야간투시경과 함께 캐비닛 안에 놓여있는 저격총을 랜덤으로 수령하고, 작전 지역에 돌입하기 전 이를 연 뒤 조립해야만 합니다.”

        

        

        

        2분 30초 안에 총기를 조립하고, 지정된 목표로 이동하여 영점을 조절한 뒤 최대 400m 가량에 있는 목표를 맞추는 미션. 

        

        로렌티나가 말하길 원래는 1분 50초였다는데, 이 자리에 모인 친구들은 그걸 알려나 모르겠네.

        

        

        

       “시작해보죠. 두 분은 앞으로 나와서 총기를 수령하면 됩니다.”

        

        

        

        평범한 크기의 웨펀케이스. 그러나 그 안에는 뭐가 들어있을지조차 몰랐다.

        

        하지만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지만, 이 자리에는 마음의 준비를 도와줄 사람은커녕 누군가에게 빨리 준비하라며 채찍질을 가할 사람만 가득했다.

        

        

        첫 날이 저물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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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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