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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3

       *** ***

         

       “소가포목점의 점주, 손미옥이라 합니다.”

         

       소가포목점을 손씨 여성이 운영한다니 일견 이상해 보일 수 있는 일이었지만 부부 내외가 함께 장사를 시작했거나 대를 이어 장사를 해왔다면 특별히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

         

       나는 흑묘의 어머니이자 내 장모님인 손미옥을 살폈다.

         

       포목점의 주인답게 옷차림은 세련되고 깔끔했으며 그 화려함이 결코 과하지 않으면서도 꾸밈을 놓치지 않았으니 걸친 의복만으로도 의류에 관한 안목이 범상치 않음을 쉬이 짐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장모님은 내가 바깥에서 부린 추태는 깔끔하게 눈을 감아 주기로 마음을 먹으셨는지 아주 통상적인 대응을 이어나갔다.

         

       “무림의 영웅께서 이런 작은 포목점을 방문해 주실 줄은 예상치 못했는지라 대접이 늦었습니다.”

         

       “무림의 영웅이라니 과한 칭찬입니다.”

         

       “저 역시 소문이나마 뇌검낭인 대협의 발자취를 들으며 응원하였으니, 혈교의 도당을 물리치고 천하를 평안케 하셨음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평안을 누린 자로서 어찌 뇌검낭인 대협을 쉬이 대할 수 있겠습니까?”

         

       내 소문을 아주 잘 알고 있다는 말을 조금 돌려 말씀하시는 장모님.

         

       그 말을 들자마자 내 머릿속에는 혈혈단신. 도박마. 난봉꾼. 낭인놈. 거지새끼라는 단어가 맴돌았으나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았다.

         

       이미 첫인상을 거하게 말아먹었으니 다른 부분에서라도 만회해야 할 테니까.

         

       “제가 들은 소문이 틀리지 않았다면, 뇌검낭인 대협과 함께 오신 저 아리따운 여성 분은…흑묘라 알려진 사천낭인이 아니신지요.”

         

       “….예.”

         

       나는 조심스럽게 답하며 흑묘와 장모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사실 장모님이 흑묘가 자신의 딸임을 단번에 알아차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어린 시절 이후 단 한번도 흑묘를 본 적이 없는 장모님이고, 그 긴 세월을 격해 마주했다고는 하나 흑묘는 흑립과 면사로 자신의 얼굴을 다 가린 상황이었으니까.

         

       그러니 장모님이 흑묘가 자신의 딸 소연화임을 알아보지 못한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 하여도 혈육의 본능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장모님은 흑묘를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흑묘도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고 장모님의 눈에는 의혹이, 그리고 경악이, 종국에는 격정이 자리잡았다.

         

       “사천낭인분들이 신분을 감추기 위해 흑립을 쓴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질문이 무례한 것임을…알고 있음에도 묻지 않을 수가 없군요.”

         

       장모님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그 손은 긴장감을 나타내듯이 꾹 쥐어졌다.

         

       “혹여, 이 호남에 연고가 있으십니까.”

         

       흑묘는 답하지 않았다. 아니 격정을 다스리느냐 말하지 못했다.

         

       “분명 오늘 처음 보는 분이나,… 너무나, 너무나 낮이 익습니다.”

         

       그 말이 기폭제가 되었다. 흑묘가 면사와 흑립을 거칠게 벗어던졌다. 너무 거칠게 벗어던져서 단정하게 빗었던 머리가 헝클어지고 입술 화장이 일부 흐트러졌으나 흑묘도. 그리고 장모님에게도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

         

       “엄마…!”

         

       “연화, 연화야…!”

         

       두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긴 세월을 격한 모녀의 상봉이었다.

         

       *** ***

         

       흑묘와 장모님의 격해진 감정이 가라앉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물론 격해진 감정이 가라앉은 것 뿐 여전히 손을 꼭 붙잡은 두 사람은 애틋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래, 이제는…괜찮은 거니?”

       

       감정이 조금 가라안자 현실적인 걱정이 떠오른 것인지 태음지체에 대해 묻는 장모님.

         

       흑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차도는 있었지만 아직 완전히 뿌리뽑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천하에서 이름난 명의인 독의 당처인 어르신께서 화경의 경지를 개척하면 체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셨으니까요.”

         

       “그래…그렇구나. 초절정이라고 들었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되겠어.”

         

       장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장모님의 표정은 조금 어두워졌다.

         

       이건 점수를 딸 기회일까.

         

       나는 늠름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께서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흑묘 소저와는 서로 화경의 경지에 오를 때까지 절차탁마하기로 약속한 바. 흑묘, 아니 소연화 소저의 경지상승은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그렇..습니까?”

         

       날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던 장모님은 그제야 무언가를 눈치챘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는 흑묘를 바라보았다.

         

       “뇌검낭인 대협께서는 일행이 제법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너와 단둘이 나를 찾아왔다는 것은…혹시…?”

         

       “어, 엄마..!”

         

       흑묘가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떨구었고 장모님은 이제야 내가 사위 후보라는 것을 알아차리셨는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정말, 진짜로…?”

         

       흑묘는 얼굴을 붉힐 뿐 답을 하지 않았지만 흑묘의 태도가 곧 답이었다. 흑묘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던 장모님은 이마를 짚었다.

         

       “후우,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구나…”

         

       그리 말하며 나를 살피는 장모님.

         

       “죄송합니다. 대협. 잠깐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받아들이기가 힘들군요. 결례가 될지 모르겠으나 몇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어머님. 무엇이든 대답하겠습니다!”

         

       나는 어깨를 쭉 피며 최대한 늠름한 표정을 연기하며 장모님을 마주했다.

         

       “대협께서는 제 딸아이와 함께 저를 찾아오셨지요. 이 상황을 일반적인 통례 그대로 받아들여도 괜찮겠습니까?”

         

       “그렇습니다. 흑묘, 아니 소연화 소저와 저는 서로 마음이 있음을 확인한 사이입니다.”

         

       “…그렇군요. 헌데 복도에서는 어째서 저를 만나지 않겠노라고 떼를 쓰셨습니까?”

         

       그리고 이내 내 어깨는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자, 잠시 긴장감에 잡아멱혀 추태를 보였습니다…”

         

       “그렇습니까.”

         

       아아 들린다.

         

       장모님의 내면에서 내 평가점수가 깎여나가고 있는 소리가!

         

       “듣기로는, 도박을 굉장이 즐기신다고 들었습니다.”

         

       “그저 남들이 즐기는 정도이지요! 하하하하!”

         

       “긴 세월동안 사천성의 모든 도박장을 섭렵하셨다 들었습니다.”

         

       …장모님은, 내 생각보다 내 소문에 정통하셨다. 아니, 호남의 포목점을 운영하시는 분이 어째서 무림의 소문에 이리 빠삭하단 말인가?

         

       그리고 호사가 놈들도 그래!

         

       어? 무림인에게 중요한 것은 무공이지 대체 도박 편력은 왜 떠들고 다니냐고!

         

       “무명으로 계시는 동안, 매일같이 밤새 도박장을 드나드셨다지요.”

         

       장모님의 시선이 더욱더 서늘해지고 내 어깨가 조금 더 움츠러들었다.

         

       “어, 엄마…?”

         

       “연화는 잠시 가만히 있거라. 나와 호천안 대협이 대화 중이지 않느냐.”

         

       …이상하다.

         

       왜 이렇게 땀이 나지? 목덜미에서 흐르는 찬 땀을 훔치고 있노라니 다시 한번 장모님의 말이 이어졌다.

         

       “저는 도박을 나쁘게만 보지 않습니다. 무릇 사내란 음주가무와 유흥에 뒤떨어지면 인맥을 쌓기 어려운 법이니까요. 천하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의 도박 실력을 지니신 것은 조금 과하지 않나 싶지만 모자란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나도 모르게 굽은 어깨가 조금 펴졌다.

         

       그러나.

         

       “도박을 즐기더라도 응당 그만한 소비를 할 재물이 있다면야 어찌 흠결이 될 수 있겠습니까.”

         

       장모님의 말씀은 그 다음 질문을 위한 포석에 불과했으니.

         

       “그래, 어디 그 큰 씀씀이에 어울리는 자산은 보유하고 계십니까?”

         

       이어진 질문에 내 등 뒤로 식은땀이 왕창 내달렸다.

         

       “사천낭인의 벌이가 적지는 않다 들었지만, 그래도 유흥이 번성한 사천성의 도박장을 매일 드나들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천하에 이름난 분이시니 또 다른 재주로 재물을 쌓은 것이 아닐까 참으로 기대가 됩니다.”

         

       이곳 호남이 어디인가?

         

       동정호와 악양루가 있는 중원 최대의 관광지 중 한 곳이다. 보다 정확히는 동정호의 자연경관을 즐기기보다는 그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음주가무를 즐기고자 하는 곳이니 천하에서 가장 돈이 많이 흐르는 관광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악양은 값비싼 의복을 입고 기분을 내고 싶은 이들이 온 천하에서 끊임없이 몰려드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악양에서 이 정도 규모의 포목점을 한다?

         

       돈을 갈퀴로 쓸어 모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주머니에 든 금자는 적지 않았지만 그런 소가포목점의 주인인 장모님의 성에 찰 액수는 또 아니었다.

         

       하지만!

         

       그 질문을 받은 나는 당당히 어깨를 펼 수 있었다.

         

       이몸 호천안!

         

       “투자해둔 돈이 금자 삼백 정도 있습니다.”

         

       믿음과 신뢰의 떡상주, 광재련의 광철공방의 초거대 주주였으니까.

         

       전혀 예상외의 답변이었는지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짓는 장모님.

         

       “그 많은 돈을 전부 어딘가에 투자하셨다고요?”

         

       …그러나 장모님의 놀라는 부분은 내 예상과 달랐다.

         

       “어디어디에 투자하셨습니까?”

         

       “…그으, 광철 공방이라고…호북의…”

         

       “설마, 그 거대 용광로를 짓다가 성세가 기운 곳 말입니까? 혹시 그 곳에 삼백 냥 모두 투자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숫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장모님의 모습에 나는 장모님의 정보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지방, 다른 업계의 소문에까지 빠삭하다니…흑묘가 정보상이 된 것은 집안 내력일까.

         

       “정신이 나갔군요! 당장 돈을 빼도록 하십시오!”

         

       “아니, 그것은 안 될 말씀입니다.”

         

       “안 될 것은 대협의 안목입니다! 자그마치 금화 삼백입니다! 그 돈이라면 천하에서 돈을 불리는 재주가 검증된 거대 상당주들도 버선발로 달려와 대협의 돈을 불려줄 액수지요! 그 돈을 한번 기운 업장에 쏟아붓다니요!”

         

       “광철공방은 반드시 성공합니다.”

         

       “하, 돈을 날리는 자들은 다들 그리 말하지요. 그래 저를 설득할 만한 확실한 근거라도 있습니까?”

         

       …이걸 뭐라 대답하지?

         

       광철 공방의 떡상은 확실하다. 기존의 것과는 그 질이 다른 철의 제련법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변수라고 해 봐야 덜 흥하고 더 흥하고의 차이일 뿐 성공 자체는 확실한데….그 성공의 증거를 댈 수가 없다.

         

       뭐라 입에 담을 근거가 없으니 누가 봐도 나는 그냥 누가 봐도 집안을 말아먹을 것 같은 호구였다.

         

       “공방의 후계자와 깊은 교류를 가지며 믿을 만한 자이고 반드시 성공할 자라 생각했습니다.”

         

       “….호인이시로군요.”

         

       …마지못해 칭찬을 입에 담은 장모님의 시선의 싸늘함은 동장군도 도망칠 지경.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동장군도 도망칠 서늘함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왜 이리 등 뒤로는 식은땀이 흐르는지…!

         

       “후후..”

         

       그렇게 눈치를 보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는 와중.

         

       “대협께서는 긴장을 푸셔도 됩니다.”

         

       돌연 장모님이 장모님의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예…?”

         

       “제 홀로 장성한 아이입니다. 그런 아이가 선택한 짝을 어찌 어미라는 이유만으로 가로막을 수 있겠습니까?”

         

       장모님은 그리 말씀하시며 흑묘의 손을 잡은 손 위에 또 손을 포개며 흑묘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저 뇌검낭인이라는 분이 과연 어떠한 분인가 조금 궁금해져서 엄한 어미 흉내를 내 본 것 뿐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등 뒤를 축축하게 적시던 식은땀이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투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산더미 같아졌지만…사람과 사람의 인연이 맞물려 서로를 위한다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엄마…!”

         

       사실상의 교제 승낙이나 마찬가지인 말에 흑묘가 장모님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와락 뛰어든 흑묘의 등을 토닥이는 장모님의 얼굴은 그야말로 온화함과 애정이 가득했다.

         

       “후후, 안 본 사이에 응석받이가 되었구나. 그래. 오랜 세월 쌓인 응석을 모두 풀어놓으려무나.”

         

       흑묘는 말없이 장모님을 안은 손에 힘을 더했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한동안은 이 소가에서 푹 쉬어 간다고 생각해주십시오. 이는 연화의 어미로서의 고집이니 그 정도는 받아 주실 수 있으시겠지요?”

         

       “그저 어머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후후. 좋습니다. 여독을 풀고 함께 저녁을 들지요.”

         

       명백하게 친애의 감정이 담긴 시선을 받고 나니 어쩐지 민망해졌다. 그만한 신뢰를 받을 만한 모습은 조금도 보여주지 못했는데 장모님께 그런 감정을 받아들고 나니 어째 염치없이 돈을 빌린 무뢰한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지금 받아든 이 신뢰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

         

       나는 그리 다짐하며 고개를 숙여 장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장모님은 그런 내 모습이 조금은 마음에 드셨는지 한결 더 따스한 시선을 보내셨고….

         

       “후예십시의 일원, 홍죽군검 여일예라 합니다.”

         

       “흑묘의 친우, 황소월입니다.”

         

       “암룡문의 소문주, 독고이설입니다.”

         

       “모용세가의 모용연화라 합니다.”

         

       찍찍!

         

       그 따스한 시선은 식사 자리에서 마주한 일행의 면면을 확인한 뒤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얼어붙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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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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